생명의 언어들 - 세포에서 우주까지, 안주현의 생명과학 이야기
안주현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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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언어들>(동아시아)


최근 과학 유튜브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학자들의 영역이라 생각했던 분야를 대중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면서, 그리고 자연과 우리 사회, 인간을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내기에 재미있기까지 하니, 과학 프로그램은 티비 프로그램으로도 속속 만들어지는 듯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과학도서를 권하려고 하면 막상 고르기가 쉽지 않다. 전문서는 어렵고, 그림책이나 어린이 과학도서는 좀 부족하다. 그런 점에서 『생명의 언어들』은 어린이부터 청소년까지 과학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다.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미덕은 과학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다. 유튜브 방송이나 쇼츠를 보는 듯한데,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옆에서 직접 설명해주는 쉽고 친근한 문체와 흥미로운 주제는, 과학이 따분한 ‘공부’가 아닌 새로움을 발견하는 ‘즐거움’으로 만든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주 마시는 딸기우유의 붉은색이 사실은 선인장에 붙어 사는 연지벌레에서 추출된 ‘카민 색소’(코치닐) 때문이라는 초반의 이야기는, 단번에 독자의 호기심을 사로잡는다. 그 외에도 바늘 없는 주사기, 루돌프의 빨간 코에 관한 과학적 설명은 흥미가 과학적 토대로 올라서는 순간이다.


이 책에서 몇 가지 흥미로운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샬롯의 거미줄』에서 새끼 거미들이 거미줄을 타고 날아가는 장면을 아이들이 궁금해했지만, 그동안 동화적 상상력으로 넘겼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거미들이 바람을 타고 이동하는 ‘유사비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람 방향으로 거미줄을 길게 뽑아 이동하는 방식은 마치 행글라이딩 같고, 나무 사이에 거미줄을 치는 데도 활용된다고 하니 이제는 아이들에게 과학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기후변화로 인한 동물들의 식습관이 바뀐 사례도 기억에 남았다. 북극 툰드라 지역의 순록들이 기후변화로 지의류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해안가로 내려와 염분이 높은 해초를 섭취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기후 변화가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들의 행동과 식습관에도 변화를 준다는 놀라운 사례였다.


또한 뾰족한 바늘이 없는 주사기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로웠다. 주사 맞는 걸 좋아할 사람은 없을 텐데, 고압으로 약물을 분사하는 제트 인젝터부터, 서울대 연구팀의 레이저 제트 주사기, 그리고 마이크로니들처럼 미세 바늘을 이용한 방식은 주사의 따가운 느낌 없이 인체 내부로 약물을 주입하는 방법으로, 점차 상용화되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또한 푸른 피를 가진 투구게의 이야기는 과학발전의 슬픈 이면이었다. 투구게의 피는 헤모시아닌을 가진 푸른색 피인데, 이 혈액에는 내독소가 감지되면 겔 상태로 응고되는 특이한 면역반응을 보인다. 따라서 의약품의 내독소 오염 여부를 확인하는 데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투구게 혈액의 과도한 사용으로, 투구게가 불임이 되거나 죽고, 심지어 멸종위기종이 되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었다.


그 외에도 혈액형과 수혈, 열수분출공, 동굴벽화, 품종개량과 우장춘의 이야기는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상식이자 역사이기도 하기에, 아이들에게 소개하기에 흥미로운 주제였다. 이런 주제에 대해서 가벼운 이야기로 다루지 않고, 새로운 지식에 걸맞는 최신 연구 동향을 알려주는데, 관련 자료를 찾아보게 만든다. 


‘생명의 언어’라는 저자의 통합적 시각은, 세포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모든 소리와 움직임, 신호와 몸짓을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학제 간 융합적 접근은 아이들의 과학적 사고를 넓게 하고, 과학을 바라보는 지평을 넓힌다.


저자는 과학 교육자다운 탁월한 설명 방식이 돋보이는데, 복잡한 과학 개념을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면서도, 전문적이다. 짧지만 깊고, 쉽지만 묵직하게 풀어내는, 저자의 역량이 잘 드러나는 책이다. 특히 비슷한 책을 읽다 보면, 책마다 반복되는 비슷한 사례와 비유가 많은데, 이 책은 낡은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고, 지금 과학의 현장에서 이뤄지는 연구와 사례를 보여주기에, 현재 최신 과학의 현장과 연구, 특히 대한민국 학자들의 생생한 모습을 반영한 점도 인상 깊다.


『생명의 언어들』 은 어린이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적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고, 어른들에게는 최신 연구 동향과 관련 지평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2025.07.14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생명의언어들 #안주현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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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1
김지현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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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은 사과』(김지현/다산책방)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아이들과 나누기 힘든 도서가 있다. 반드시 함께 읽고 나눠야 할 책이지만, 그걸 풀어가기가, 어쩌면 설명하거나 묘사하기가 힘든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감정과 이해를 다룬다면 더 그렇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 그것을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이야기는, 수업과 강의로 풀어내기가 너무 어렵다. 추상적이라는 상투적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그것이 공기처럼 우리를 애워싸고 있지만, 정작 손에 잡히지는 않고 살결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을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하지만, 함께 읽고 나누자고 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는 수업과 강의가 아니라 독서모임이나 토론이라면, 잘 어울린다. 인물의 감정에 자신을 대입하기도 하고, 여러 인물 중에서 자신은 누구와 닮았는지, 혹은 인물의 성격이 가진 배경과 행동을 분석하기도 하며, 작품에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과정이 가능한 친구들을 만나는 건 참으로 귀한 일이다.


오랜만에 깊이 있는 문학 작품을 만났다. 『고요한 우연』, 『나는 복어』, 『율의 시선』을 읽으면서 느꼈던 벅찬 감동을 상큼하게 넘어서는 작품인데, 바로 『오늘의 기분은 사과』다. 『우리의 정원』으로 널리 알려진 김지현 작가의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김이경’은 너무나 선하고 착한 아이다. 하지만 소심한 성격 탓에 친구들과 가까워지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주저할 때가 많다. 영화를 좋아하고, 마음에 든다면 여러 번 반복해서 보기도 하며, 자기만의 시나리오를 만들기도 하는, 무척 섬세한 아이다. 그러나 그런 꿈을 아무에게도 내보인 적이 없다. 그런 이경이에게 조금씩 변화가 찾아온다.


그저 동화책 속 인물이라면 착한 아이가 좋은 결말을 맞고 행복해지는 이야기겠지만, 현실에서 착한 아이는 먹잇감이 되기 쉽다. 그것도 약삭빠른 아이들 앞에서 말이다. 조별과제에서 자신에게 무거운 짐이 주어져도 이경이는 거절하지 못하고, 묵묵히 그 일을 해낸다. 이런 이경이의 마음을 알고 도와주는 ‘강유림’이 등장하는데, 유림은 정의롭고 올바르며, 친구 관계가 원만한, 그야말로 학교 인싸다. 


그런데 이경이에게 그런 친구는 또 있다. 중학교 때 절친이었던 세 사람 중 하나만 같은 고등학교에 왔지만, 다른 반이 된 ‘규리’. 규리는 이경이와 급식을 같이 먹고 많은 것을 함께하지만, 그만큼 이경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이런저런 부탁도 서슴없이 하고, 말도 함부로 하는 편이다. 그런 규리가 이경이는 이제 좀 힘들어지지만, 그것을 솔직히 말하지 못한다. 그런 이경이에게 규리는 역사 수행을 보여달라고 한다.


그리고 새로 전학온 ‘전솔’은 과거 초등학교 때 같은 반이었고 얼굴만 아는 사이였지만, 이경과 서서히 친해진다. 솔이의 개 ‘시루’와 만나며 둘은 가까워지고, 서로의 비밀도 조금씩 공유한다. 솔이는 모두와 웃으며 잘 지내고, 적극적이지만, 이경이가 모르는 비밀이 솔이에게 있는데, 그걸 알고 있는 아이들은 이경이가 전솔과 친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한다.


이런 친구들 틈에서 이제 이경은 조금씩 성장한다.


이경이가 평가해달라고 보낸 시나리오를 유림이는 국어 수행평가에 인용하고는, 그저 생각이 난 것 뿐이라며 별일 아닌 듯 대한다. 솔이의 말에 용기를 낸 이경이가 유림에게 따져 묻자, 유림이는 이경이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며, 녹음 중이냐고 따진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이경은, 유림에게도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두려워하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리고 역사 수행을 빌려달라던 규리에게는 싫다는 의견을 분명히 하고, 규리와 잠시 소원해지지만, 규리는 그런 이경의 변화와 성장을 이해하고 또 함께한다. 이경은 스스럼없는 규리의 그런 면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품이 생긴다. 그러나 이경이는 유림이를 ‘파악’하지만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그것은 다른 영역이었다.


한편 이경은 전솔이 전학 온 경위와 솔이에게 있었던 진실을, 솔이에게 직접 묻고 듣는다. 그동안 솔이가 보였던 행동과 그 뒤에 숨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모습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아픔을 대하는 방식이 모두 같지 않음을, 그것을 받아들일 시작이 더 필요하다는 걸 충분히 깨닫는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파악’과 ‘이해’라는 단어가 가장 크게 와닿았다. 누군가를 파악한다고 그를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는 것과 이해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세 친구를 만나면서, ‘파악’과 ‘이해’의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면서, 이경은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제멋대로인 규리를 파악하면서 애기같은 점을 이해하고, 똑부러진 유림을 파악하지만 이기적이고 두려움에 떠는 유림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당당하고 밝은 솔이를 알고 나서는 솔이의 슬픈 과거와 통과하지 못한 어두운 터널을 이해하고 손을 내민다. 이 과정에서 이경이는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좋은 안목이 생긴 듯하다.


『오늘의 기분은 사과』를 읽으면 말할 수 없던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관계 속에서 흘려보내기만 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다. 이경이의 성장은 비단 착한 아이가 용기를 낸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을 ‘파악’하는 것에서 ‘이해’하는 쪽으로, 조용히 타인을 분석하는 위치에서 손을 내미는 위치로 옮겨가는 내면의 성장을 그린 이야기다. 이경은 솔직해지기로 용기를 내며, 유림과 규리, 솔이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해하고 마침내 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선다. 이 모든 변화는 이경 혼자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오늘의 기분은 사과』는, 겉보기와 과육이 다른 사과처럼 하루하루 달라지는 감정들, 떫거나 달거나 상처 난 그 마음을 감추지 않고 꺼내어 들여다보는 일. 그것이 결국 성장이고,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함께 읽고 이야기해야 할 이유라는 걸보여준다. 아이들과 나누기 조심스러웠던 이 이야기를 이제는 함께 읽자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은 설명하거나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느끼고 나누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 책이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다.


2025.07.06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오늘의기분은사과 #다산북스 #북스타그램 #청소년소설  

#성장소설 #감정의이해 #감성소설 #공감소설 #책추천 #독서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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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문지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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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문지나/문학동네)


여름이, 너~~~~~~무 더워지면서, 이제는 여름에서 잊히는 것들이 많다. 창문 넘어 비쳐오는 깨끗한 햇빛, 저녁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할머니가 해주시던 부채질, 철컥 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온가족이 함께 먹던 수박화채, 한낮의 놀이터, 분수대의 아이들, 쏟아지는 땀방울, 한낮의 소나기에 반짝이던 물방울, 그리고 무지개.


요즘 여름에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밖으로 나오기를 주의하라는 재난 안전 문자이고, 뜨거운 태양 아래선 그늘에 숨기 바쁘며, 스물네 시간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서, 각자 휴대폰을 바라보며 여름을 견딘다. 가뜩이나 답답한 아파트 단지에서, 서로 문을 꼭꼭 닫고 쏘이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할지 몰라도, 아이들의 반짝이던 눈망울과 반짝반짝 흐르던 땀방울은 쉽게 보지 못한다.


여름의 세상은 여전히 반짝이는데, 우리는 회색 건물에 들어 앉아,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실외기가 만들어낸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여름을 견딘다.


그림책 『반짝반짝』은 바로 이런 여름의 반짝임을 찾아내는 책이다. 여름의 풍경과 정서를 섬세하게 시적으로 포착한 이 책은, 잊히는 것들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 반짝이는 여름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감성적으로 길어 올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반짝이는 마음을 건넨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여름을 온전히 느낀다. 여름의 일상 속 특별함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나 여름이 더워졌어도, 재난의 위기까지 치달았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반짝반짝 하다. 운동장의 빛나는 돌멩이, 그늘에 앉아계신 할머니들의 은빛 머리카락, 정원에 뿌려지는 물줄기, 그리고 어두운 밤 창밖의 불빛들. 창문을 열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우리 주변은 여전히 반짝인다.


길가에 펼쳐진 작은 이야기들은, 지금도 깜빡깜빡, 반짝반짝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 이야기를 주워 너에게 달려가면, 마주 오는 너의 모습에, 우린 함께 반짝인다. 반짝반짝.


우리가 여름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누려야 할 여름을 꽁꽁 숨겨놓은 건 아닌지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얼굴이 벌개지도록 뛰어놀고, 물놀이하고, 물장구하며 반짝이는 물방울을 튀기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하루종일 동네를 다니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져오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서로에게 닿기를, 반짝이는 마음마다 포개어지기를.


2025.07.06


*이 책은 문학동네 그림책 읽기 ‘뭉끄 5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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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날들 ㅣ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90
소냐 다노프스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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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날들>(소냐 다노프스키/지양어린이)


예전에 도서관 강사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림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깨달은 적이 있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내용과 의미, 그림과 분위기까지 모두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기에, 사소한 단어와 그림의 소품 하나까지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림책은 가볍게 읽는 것이 아니라 추리하듯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 서평은 성인 문학작품보다 오히려 까다롭고, 그만큼 그림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지양어린이로부터 받은 책은 『너를 기다리는 날들』이다. 야론의 누나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엄마와 함께 동생을 기다리며 쓴 일기가 주된 내용이다. 야론은 생일마다 그 일기를 읽어달라고 조른다. 누나의 일기 읽기가 생일 선물이라니. 마라의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생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마가 동생 야론을 낳을 때가 되자, 마라는 바빠진다. 동생이 오기 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자신의 사과나무 옆에 야론의 나무를 심고, 백마 쉬라에게 고마워하며, 강아지 로키가 물어온 가지로 모빌을 만든다. 양 바사비에게 빗질을 하여 담요를 만들고, 해바라기와 고양이 로지나를 벽지에 그리고, 친구 마티와 사과 파이를 구운 마라는 야론을 기다릴 준비를 마친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야론을 데려오고, 마라는 로지나와 로키와 함께 문 앞에서 동생을 맞는다. 동생을 품에 안고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 마라는, 지금이 꿈만 같다고 말하며 사랑이 더 자랐다고 고백한다.


참 따뜻한 그림책이다. 동생을 기다리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다. 동생이 있는 아이들은, 동생이 집에 온 첫날 꼬물거리는 손과 발, 앙증맞은 눈 코 입, 우렁찬 울음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때의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지금이야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겠지만, 그때를 잊지 않는다면, 첫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 벌어지는 동생과의 다툼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썼던 일기는, 야론에게 큰 선물이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증표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야론이 자라면서, 누나가 쓴 이 일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 속에 태어났는지를 알게 되고, 매 생일마다 기억하고 싶을 테다. 그리고 그 사랑이 단지 말이나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든 모빌, 땀 흘려 만든 담요,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사과나무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야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에게도 적용된다. 마라를 기다리던 가족들의 사랑도 그와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기다림은 보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마라는 동생을 맞이할 공간과 마음을 정성껏 마련한다. 동생이 오기 전의 일상, 그 속에 스며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든 구체적인 행위들은 모두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기다림을 지루하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충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는 시선이 따뜻하다. 어른이 쓴 일기라거나 휴대전화 동영상이 아니라, 아이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마라의 언어는 아이다운 진심이 담겨 있고, 그림 속 세상은 마라의 눈높이에서 따뜻한 세상으로 가득 차 있다. 동생에게 보여줄 그 벅찬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기다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다림은 상대를 생각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이며,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어디까지 왔을지 모를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기다리는 그 마음, 애정이 담긴 기다림은, 스마트폰의 전화와 문자, 위치추적으로 사라졌다. 이제 기다림은 지루하고 기분 나쁜 시간, 남을 기다리게 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려 본 어른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7세 이하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2025.07.06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너를기다리는날들 #지양어린이 #소냐다노프스키 #윤지원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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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사람들 - 1980년대 1 ㅣ 생생 현대사 동화
은경 지음, 이영환 그림 / 별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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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사람들』 (은경/별숲)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 노래를 기억하신다면, 아마도 1983년 이산가족 상봉 방송을 직접 보셨던 분들일 것이다. 나에게는 기억이 희미한 어린 시절 일이지만, 텔레비전 앞에 둘러앉아 가족 모두가 눈물을 찍어내던 장면만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특히 엄마가 슬퍼했던 모습이 마음에 남아 있다. 외할머니가 이북에서 오신 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할머니는 늘 북쪽 말투를 쓰셨고, 그 말투 안에는 말로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오래 담겨 있었다. 외할머니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셨다는 것을,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일까. 『가족을 찾는 사람들』은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의 장면과 맞닿으며 오랫동안 숨어 있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은 1983년 ‘퀴즈로 배웁시다‘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정겨원던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퀴즈로 배웁시다’ 예심에 참가하는 영서와 친구 선영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서는 동생 영찬이와 한 약속을 어기고, 몰래 퀴즈 예선에 참가하러 방송국으로 향한다. 할머니가 정성껏 싸준 김밥을 들고 버스를 타고 방송국을 향하는데, 회수권, 토큰, 버스 안내양 등 80년대 생활상이 생생히 그려진다. 그러나 방송국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다른 결로 옮겨간다. 그곳엔 가족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한장 한장 벽에 붙은 종이들 사이엔 헤어진 누군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영서와 선영이는 예심에 합격하고, 본선에 진출하는데, 이번에는 동생 영찬이와 함께 방송국을 찾는다. 이산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뚫고, 본선에서 퀴즈왕이 된 영서와 선영이는 그날 방송국 앞에서 낯선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어머니와 아들이 만나 껴안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는다. 그 와중에 영찬이가 사라지자 영서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온 가족이 영찬이를 찾으러 나서는데, 아빠는 버스를 잘못 탄 영찬이를 찾는다. 영서는 동생 영찬이를 잃어버린 순간의 두려움에 힘들어 하는데, 할머니에게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특히 엄마가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리고 평생 그것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었던 현실이었기에 와닿았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로 인해 갈라진 가족들은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다. 방송국 앞에서 벽보를 붙이고, 마이크를 잡고 사연을 말하던 사람들은 가족을 찾는 것을 넘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던 것이기도 하다. 영서는 그 장면들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 동생과 친구, 엄마와 할머니 모두가 서로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임을, 흩어져선 안 되는 사람들임을 알아간다.


『가족을 찾는 사람들』은 퀴즈 대회와 가족 찾기 방송이라는 전혀 다른 두 장면이 나란히 놓이지만, 결국 모두 ‘찾는 일’이었다. 차라리 문제의 답을 찾는 일이라면 참 쉽겠지만, 흩어진 가족을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서 가족이 잃어버린 막내 이모를 찾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것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상실과 회복, 그와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에게 전쟁의 한 단편이 아주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의 조각들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어딘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산가족이 생기고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은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우리가 왜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삶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5.07.01


*이 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가족을찾는사람들 #은경 #별숲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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