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기다리는 날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90
소냐 다노프스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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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날들>(소냐 다노프스키/지양어린이)


예전에 도서관 강사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림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깨달은 적이 있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내용과 의미, 그림과 분위기까지 모두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기에, 사소한 단어와 그림의 소품 하나까지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림책은 가볍게 읽는 것이 아니라 추리하듯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 서평은 성인 문학작품보다 오히려 까다롭고, 그만큼 그림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지양어린이로부터 받은 책은 『너를 기다리는 날들』이다. 야론의 누나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엄마와 함께 동생을 기다리며 쓴 일기가 주된 내용이다. 야론은 생일마다 그 일기를 읽어달라고 조른다. 누나의 일기 읽기가 생일 선물이라니. 마라의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생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마가 동생 야론을 낳을 때가 되자, 마라는 바빠진다. 동생이 오기 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자신의 사과나무 옆에 야론의 나무를 심고, 백마 쉬라에게 고마워하며, 강아지 로키가 물어온 가지로 모빌을 만든다. 양 바사비에게 빗질을 하여 담요를 만들고, 해바라기와 고양이 로지나를 벽지에 그리고, 친구 마티와 사과 파이를 구운 마라는 야론을 기다릴 준비를 마친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야론을 데려오고, 마라는 로지나와 로키와 함께 문 앞에서 동생을 맞는다. 동생을 품에 안고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 마라는, 지금이 꿈만 같다고 말하며 사랑이 더 자랐다고 고백한다.


참 따뜻한 그림책이다. 동생을 기다리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다. 동생이 있는 아이들은, 동생이 집에 온 첫날 꼬물거리는 손과 발, 앙증맞은 눈 코 입, 우렁찬 울음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때의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지금이야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겠지만, 그때를 잊지 않는다면, 첫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 벌어지는 동생과의 다툼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썼던 일기는, 야론에게 큰 선물이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증표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야론이 자라면서, 누나가 쓴 이 일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 속에 태어났는지를 알게 되고, 매 생일마다 기억하고 싶을 테다. 그리고 그 사랑이 단지 말이나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든 모빌, 땀 흘려 만든 담요,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사과나무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야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에게도 적용된다. 마라를 기다리던 가족들의 사랑도 그와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기다림은 보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마라는 동생을 맞이할 공간과 마음을 정성껏 마련한다. 동생이 오기 전의 일상, 그 속에 스며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든 구체적인 행위들은 모두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기다림을 지루하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충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는 시선이 따뜻하다. 어른이 쓴 일기라거나 휴대전화 동영상이 아니라, 아이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마라의 언어는 아이다운 진심이 담겨 있고, 그림 속 세상은 마라의 눈높이에서 따뜻한 세상으로 가득 차 있다. 동생에게 보여줄 그 벅찬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기다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다림은 상대를 생각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이며,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어디까지 왔을지 모를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기다리는 그 마음, 애정이 담긴 기다림은, 스마트폰의 전화와 문자, 위치추적으로 사라졌다. 이제 기다림은 지루하고 기분 나쁜 시간, 남을 기다리게 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려 본 어른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7세 이하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2025.07.06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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