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 웅진책마을 131
오치아키 유카 지음, 희레 그림, 김윤수 옮김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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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오치아이 유카/웅진주니어)


동화의 외피를 두르면 사람들은 가벼운 이야기로 치부한다. 그래서 많은 어른 독자들이 그 선입견으로 읽지 못하는 책이 줄어드는데, 그건 전적으로 독자의 손해다. 오치아이 유카의 『나의 짜고 쓰고 달콤한 부엌』은 아이가 겪는 상실이란 무거운 삶의 과제를, 지극히 육체적이고 감각적이며 일상적인 ‘요리’란 형식을 통해 이겨내는 폼이 좋은 작품이다.


일찍이 엄마와 할아버지를 여의고, 가족의 심장과도 같았던 할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6학년 덴의 가족은 각자의 슬픔에 고립된다. 할머니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로 부엌을 피하는 남동생 하루, 편식과 투정으로 애정 결핍을 드러내는 여동생 히카리, 무기력한 아빠까지. 이들은 차갑게 식어버린 부엌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때우고,이들의 생활도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이 가족을 구원하는 것은 동네에서 호통치기로 악명 높은 ‘꽥꽥 할머니’다. 40년 경력의 프로 조리사였던 그녀는 무기력한 덴의 손에 부엌칼을 쥐여주며, 눈물과 짜증으로 얼룩진 덴의 마음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단련시킨다. 덴은 산더미 같은 양배추를 채 썰며 내면의 응어리를 잘게 부수고, 애정을 갈구하는 히카리와 함께 시금치, 토마토주스, 코코아 가루를 넣어 삼색 찜케이크를 쪄낸다. 서툰 아빠와 함께 운동회용 달걀말이와 닭튀김 도시락을 싸며 가족이라는 이름의 이어달리기 바통을 떨어뜨리지 않고 쥐는 법을 배운다. 태풍으로 정전된 밤, 부엌을 무서워하던 하루가 공포를 밀어내고 덴과 함께 고등어 통조림을 넣은 토마토카레를 끓여낸다. 이 책은 상처와 극복이라는 치유의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오직 요리로 말이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담아 음식을 만들고, 그것이 타인의 허기를 채워줄 때 비로소 자기 가슴의 결핍도 채워진다. 음식이 가져오는 ‘식탁의 순환’이다. 요리 경연을 나가며 여러 위기를 겪고 멋진 선택을 하는데, 세 아이들은 상실감을 넘어 타인을 위하는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기 시작한다.


꽥꽥 할머니의 투박한 대사는 아직 손질되지 않은 재료처럼 느껴졌다. 꽥꽥 할머니도 아이들을 통해서 점차 다듬어지고 삶의 의미를 되찾는데, 누군가를 위한 따뜻한 마음이 주변을 얼마나 따뜻하게 바꾸는지를 아이들의 시점으로 잘 보여준다.


우리는 터치 몇 번이면 누군가가 조리한 음식이 문 앞까지 당도하는, 몹시 편리하지만 어딘가 빈곤한 시대를 살고 있다. 서로를 먹이고 결핍을 채우는 행위, 즉 가족의 가장 원초적인 행위가 점차 사라지는 오늘날의 식탁을 생각할 때, 덴이 텅 빈 부엌의 주인이 되어 온기를 되살리는 이 치열한 분투기는 우리와 아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바탕에서부터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 책을 읽지 않고 지나쳐도 당신의 삶에 당장 큰일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짜고 쓴 인생을 달콤하게 끓여내는 이 따뜻한 이야기를 놓치는 것은 분명 뼈아픈 손실일 것이 분명하다. 초등 고학년에게 추천한다. 밥집이 지닌 따스한 의미를 동화로 느껴보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추천한다.


2026.05.07

오타, 오자를 찾아줘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나의짜고쓰고달콤한부엌

#오치이이유카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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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빌라에는 킹콩이 산다 웅진책마을 129
김은아 지음, 주성희 그림 / 웅진주니어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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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궁빌라에는 킹콩이 산다』(김은아/웅진주니어)


공동주택에 살다 보면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타인의 숨소리와 발소리가 섞여 든다. 우리 집만 해도 윗집 할아버지의 안마기 소리와 할머니의 청소기 소리가 들려오면, ‘오늘 몸 푸시네’, ‘청소하시네, 우리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곤 한다. 과거에 창을 열면 보이던 옆집의 풍경처럼, 이제는 소리를 통해 이웃의 모습이 그려진다.


우리 곁에 들리는 여러 소리는 우리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그 소리를 어떻게 규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배달 오토바이의 굉음이 누군가에게는 소음이지만, 마니아에게는 묵직한 기계음으로 들리는 것과 같다. 이웃한 벽에서 들리는 소리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소음’이라 규정하는 순간, 이웃은 낯선 적이 된다.


김은아의 『고궁빌라에는 킹콩이 산다』는 이웃 간 갈등 속에서 어떻게 ‘화해의 합주’가 이뤄지는지를 그려내는 흥미로운 동화다.


고궁빌라 402호에 사는 세영이는 ‘기타 소녀’다. 기타리스트 아빠가 음악 학원 원장이니 세영이도 당연히 기타를 잘 칠 거라고 쉽게들 말하지만, 세영이의 연주 뒤에는 물집이 터지도록 연습한 고독한 사투가 있다. 사람들은 벽 너머의 그 사정을 알지 못한다. 아빠의 권유로 학교 밴드를 시작하지만, 아이들과의 불협화음으로 힘들어하면서도 집에서 기타를 연습하며 꾸준히 노력한다. 물론 소음을 줄이려 노력하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302호에 사는 오설아 작가는 그 소리에 가장 예민한 청중이다. 작가라는 허울 뒤에 가려진 초라한 현실, 엄마의 원조로 겨우 지탱하는 자존심은 그녀를 더욱 차갑게 만든다. 그런 처지는 ‘소리’를 ‘소음’으로, 나아가 ‘굉음’으로 느끼게 한다. 오 작가에게 세영은 ‘킹콩’일 뿐이다. 그런데 이 동화는 여기서 흥미로운 반전을 준비한다. 갈등의 정점이었던 층간소음이 어느 순간 생사를 가르는 구조 신호로 전치되는 것이다. 과연 그 벽 너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이 소설에서 소리가 소음이 되고, 소음이 소란과 비명, 굉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변화한 것은 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관계의 거리’다. 오 작가는 조용히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이웃과 소통을 단절하고 홀로 지낸다. 공동주택에서 이웃은 벽을 공유하는 이들로서 너른 이해의 영역에 있어야 하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 삶에 대한 우울감과 외로움, 풀리지 않는 상황과 세상에 대한 냉소가 오 작가에게 들리는 소리를 폭음으로 변질시킨다.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온기의 전도 방식’이다. 오 작가를 버티게 한 것은 거창한 위로가 아니라 왕 반장이 건넨 김치 한 포기였다. “따뜻한 손을 잡아 본 적이 없어서 차가운 것”이라는 할머니의 말처럼, 이웃이 내민 따뜻한 손길은 오 작가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차가움은 본성이 아니라 경험의 결과다. 고궁빌라의 어른들이 보여주는 조건 없는 환대는 차가움을 녹이는 유일한 방법이 ‘먼저 손을 내미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건 우리가 이웃에게 건네야 할 손길이다. 승강기에서 만난 이웃에게 인사하는 것처럼 말이다.


세영이가 밴드부 합주에서 깨닫는 진리도 같은 맥락이다. 완벽한 연주는 악보를 정확히 따르는 데 있지 않고, 서로의 소리를 느끼며 시선을 맞추는 데 있다. 처음에는 날이 서 있던 인물들이 하나의 화음을 이루게 된 것은 타인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 어울리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불협화음을 조금씩 조율해간 덕분이다.


이야기의 끝에서 오 작가는 세영을 모델로 ‘기타 치는 소녀’의 이야기를 쓰기로 한다.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쓰던 글에서 벗어나 이웃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한 그 변화는 작지만 결정적이다. 좋은 관계는 함께하고 이해할 때 피어나고, 좋은 글은 타인을 경유할 때 태어난다는 것을 오 작가는 가장 절실한 방식으로 배운 셈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고궁빌라에 살고 있다. 위층의 소리가 킹콩의 발걸음처럼 버겁게 느껴지는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그 소리는 누군가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어쩌면 그 소리는 우리가 서로에게 닿을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일지도 모른다. 그 마음이 맞닿는다면 소음이 환호와 합창으로, 아름다운 선율로 들리는 순간이 분명 찾아올 것이다.


몇 가지 중요한 내용은 소개하지 못했다. 너무 재미있는 장면이라 책을 꼭 읽으면서 반갑게 만나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 지원을 받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6.04.17


#고궁빌라에는킹콩이산다

#웅진주니어

#김은아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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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사이드미러 3
소향 지음 / 텍스티(TXTY)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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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소향/텍스티)


소향 작가의 소설 『모방소녀』를 읽으며 먼저 떠오른 것은 '채워지지 않는 항아리'의 형상이었다. 우리 사회가 숭상하는 입시 제도와 신분 상승의 사다리, 그리고 그 정점에 서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이 응집된 이 작품은, 마치 거대한 아가리를 벌리고 영혼을 삼키는 욕망의 항아리로 들어가는 여정 같았다. 가진 것이 많을수록 욕망의 갈증은 더욱 깊어지고, 그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를 걷잡을 수 없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작품 속 인간 군상의 모습에서 서늘한 공포감이 전해졌다.


작품에서 송나희 회장과 나영리라는 두 인물이 대비를 이룬다. 송나희는 자신의 결핍과 트라우마를 보상받기 위해 딸 송초롬을 도구화한다. 자녀를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자신의 성공을 증명할 '전시품'이자 소유물쯤으로 여기는 그녀의 모습은, 주인공 나영리가 아버지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그 거래의 '대역'이 되기를 자처하는 모습과 대비된다. 영리는 송나희가 쌓아 올린 견고한 거짓의 성벽 안으로 잠입하여, 그 화려한 모래성이 얼마나 취약한 기반 위에 서 있는지를 증명하는 균열의 시작점이다. 욕망의 항아리는 바닥이 없어, 채우려 할수록 그 안의 어둠은 더 깊게 입을 벌린다. 영리는 아빠를 살리겠다는 지극히 인간적인 이유로 시작했지만, 타인의 삶을 복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결국 자신의 영혼임을 직감하며 고뇌한다.


이 소설은 독자를 쉴 틈 없이 몰아붙인다. 페이지 터너로서의 작가의 힘은 대단하며, 자극적인 소재와 빠른 전개는 마치 한 편의 감각적인 영화를 보는 듯한 쾌감을 준다. 하지만 그 속도감에 취해 달리다 마주하는 결말은 다소 허무하기도 하다. 모든 진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과정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허무함이야말로 어른들이 쌓아 올린 욕망의 바벨탑이 지닌 본질적인 속성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인상적이면서도 불쾌한 인물은 일타 강사 현건우였다. 그는 부조리한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 세상의 가장 추악한 밑바닥을 지탱하는 부품이 되겠다고 자처한다. 괴물을 잡기 위해 스스로 괴물이 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괴물의 논리에 투항한 것인지 모를 그의 행보는 지독히도 역겹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잘못된 시스템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궤변은 이 시대가 앓고 있는 가치 전도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견고한 성벽이라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파도 한 번에 허물어질 젖은 모래성에 불과했음을 목도하는 순간, 서사는 비로소 차가운 진실의 얼굴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이 절망만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유는,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소신 있게 살아가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영리의 아버지, 송 회장 저택의 상주 집사 설은정, 비서실장 공형진, 그리고 정운식 선생 같은 이들은 욕망의 항아리에 빠지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을 지켜낸다. 그들은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와도 같다.


마지막 장에서, 영리가 다니는 대학 교수가 던진 "학교 이름에 기대기보다 자기 색을 만들라"는 조언은 작가가 전하는 가장 명확한 함성이다. 부모의 배경이나 사회적 지위라는 가짜 옷을 벗어던지고, 오롯이 '나'로서 존재하라는 그 외침은, 거짓의 굴레를 벗어던진 영리와 초롬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게 만든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허구의 모래성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자신만의 진실을 찾아낼 수 있는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 비록 삶이 비루할지라도, 타인의 삶을 흉내 내는 '모방소녀'로 살기보다는 불완전한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구원임을, 이 책이 말하고 있다.


2026.03.12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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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 - 제12회 교보문고 스토리대상 우수상 수상작 책깃노블
함설기 지음 / 책깃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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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능력자』(함설기/창비교육)

함설기 작가의 소설 『이상능력자』는 평범했던 일상이 하루아침에 무너져 내린 한 소녀의 파괴적인 각성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채수안은 4년 전 '스타타워 사건'으로 대각성 초능력자에게 어머니를 잃고, 그들을 사회에서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고 굳게 믿어 온 극단적인 '격리파' 여고생이다. 그러나 어느 날 교실에서 통제할 수 없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스스로가 그토록 증오하고 혐오하던 초능력자가 되고 만다. 이 책은 초능력자들이 사회의 편견에 맞서 적응하는 이야기이자 어머니를 죽인 진범을 쫓는 미스터리 스릴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상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진짜 삶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성장기이다.


작품이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은 상당하다. 폭발을 막아주는 제어패치를 팔에 심은 채 학교로 돌아간 수안은 잠재적 테러범 취급을 받으며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견뎌야 한다. 그러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염우정, 남예리 같은 친구들과 얽히며, 어려움을 이겨낼 뿐 아니라 사람들을 돕는 일에 투입되기도 한다. 수안은 어머니의 유품인 상담 일지를 통해 4년 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단서를 발견하고, 감춰진 진실의 실체에 다가서는데, 이 과정이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빠른 속도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과연 수안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자신의 능력을 억누르고, 과거의 끔찍한 악연과 음모를 무사히 끊어낼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흥미롭고 독특하다고 느낀 지점은 작가가 '초능력자'라는 단어 대신 '이상능력자'라는 명칭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상(異常)'이라는 단어는 남과 다르거나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로 쓰이기 쉽지만, 동시에 어떤 기준을 넘어선다는 의미나 '이상적(理想的)'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로도 확장될 수 있다. 즉, 소설 속 이상 능력은 그저 특별한 힘이 아니라 남보다 뛰어나든, 비슷하든, 혹은 부족하든 우리 모두가 내면에 품고 있는 고유한 개성과 능력을 포괄하는 개념이라 생각했다. 수안이 자신이 혐오하던 대상이 되어버린 후, 비로소 편견을 거두고 다른 이상능력자들의 상처를 이해하며 공감하게 되는 과정은 남과 다른 개성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한다.


또한, 소설이 묘사하는 능력의 한계와 설정은 우리 삶의 연대와 협력에 대한 훌륭한 메타포다. 이상 능력을 한계치 이상으로 사용하면 파동 에너지가 쌓여 자신의 삶을 갉아먹고 끝내 폭발하게 되지만, 자신과 코드가 맞는 '통제자'를 만나면 그 파동을 상쇄하여 능력을 한껏 펼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가진 능력이 결코 고립된 상태에서는 완성될 수 없으며, 타인과 연대하고 보완하는 과정에서 비로소 업그레이드된다는 진리를 상징한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개인의 성장 역시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으며 가족과 친구, 좋은 어른들의 조력이 더해질 때 온전히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준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는 여정 끝에서 이 이야기가 도달하는 결론은, 힘 그 자체에는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능력을 사용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우리 아이들 각자가 가진 개성과 특징에는 애초에 옳고 그름이 없다. 그것을 어떻게 통제하고 발전시켜 자신만의 능력을 개발하고, 나아가 이 사회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가 성장의 핵심이다. 『이상능력자』는 화려한 초능력 액션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편견과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서로를 껴안고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다정하고도 무거운 해답을 제시하는 수작이다.


2026.03.03


*본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을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이상능력자

#함설기

#창비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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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 - 나를 찾아 줘! 두 번째 이야기 아이스토리빌 59
김탄리 지음, 홍그림 그림 / 밝은미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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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찾아서』(김탄리/밝은미래)


아이들이 쓴 문장을 읽다 보면 굳어있던 어른의 마음이 녹아내릴 때가 있다. 김탄리 작가의 신작 『친구를 찾아서』에서 “산이 녹슬었다”는 표현을 만났을 때가 그랬다. 단풍의 붉은빛에서 산화하는 시간을 떠올린 그 감각. 낯선 타인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일이 우리 삶을 얼마나 다채롭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전작 『나를 찾아 줘!』에서 편견 없는 사랑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엔 조금 더 북적이는 관계의 숲으로 어린 독자를 초대한다. 전작의 주인공 지훈이의 평온한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절친 강이 곁에 전학생 다운이가 나타나면서 지훈이의 마음에 질투라는 가시가 돋아나기 시작한다. 소중한 친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불안은 오해와 상처를 만든다.


산새공원 은행나무 구멍을 지나 도착한 ‘햄스터 왕국’은 소통의 참모습을 되찾아주는 판타지 공간이다. 그곳에서는 사람도 강아지도 햄스터도 말이 통한다. 같은 말을 쓰면서도 서로 오해하고 질투하고 실수를 저지른다. 소통이 말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 장면은 조용히 일깨운다.


햄스터 왕국에서는 마법의 씨앗이 사라져 독수리의 위협에 시달린다. 씨앗을 되찾는 과정에서 지훈이는 강이와 다운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어디서 비롯되었는지 깨닫기 시작한다. 질투는 미움이 아니라 커다란 애정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누구나 소중한 걸 뺏기기 싫어해. 그건 질투가 아니라 그만큼 좋아한다는 뜻이야.”


자신의 감정에 움츠러든 아이들이 속마음을 가만히 들여다보게 하는 말이다.


모험의 끝에서 마주한 괴물의 정체는 이 작품이 숨겨둔 선물이다. 무서운 괴물이 사실은 자식을 지키려 그런 모습이 된 부모였다는 진실은, 겉모습만으로 누군가의 진심을 판단해온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누군가를 깊이 이해한다는 건, 겉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굴곡까지 껴안는 일이다.


지훈이는 친구를 혼자 가지려는 욕심 대신, 관계가 넓어지는 기쁨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이기적인 듯해도 미워할 수 없는 토리, 헌신적인 산산, 용감한 강이, 따뜻한 지훈이. 서로 다른 빛깔의 친구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릴 때, 다름은 하나로 완성되는 퍼즐 조각이 된다. 알로록달로록 서로 다른 색깔로 산화한듯 보이지만, 그 자체로 아름다운 낙엽으로 산은 물들고, 관계는 깊어진다.


질투가 친구를 향한 따뜻한 마음이었음을 깨닫고, 관계가 넓어지며 마음이 여유로워지는 경험. 초등 저학년, 중학년 아이들에게 권한다.


2026.02.22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친구를찾아서

#김탄리

#밝은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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