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부탁해 - 2024년 제30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14
설상록 지음, 메 그림 / 비룡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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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부탁해>(설상록/비룡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은 빠짐없이 매년 읽어 본다. 아이들에게 책과 글을 가르치면서 ‘황금도깨비상’ 수상작만으로도 한 학기를 나눌 수 있을 정도다. 게다가 내용과 주제와 의미도 시간이 흐를수록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것은 따뜻한 마음과 성장, 그리고 공감과 치유의 과정이다.


<호랑이를 부탁해>는 우리 동화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어린이를 위한 이야기에, 이제는 성장과 변화, 학습까지 빼놓을 수 없다. 그것이 현시대 어린이의 숙명이랄까. 이 책은 어린이 필수 영양소를 빼곡히 담아 놓은 느낌이다.


5학년 4반에서 달걀 부화 실험을 하고 있기에, 우주는 아침일찍 등굣길에 나선다. 교실에 들어선 순간, 우주는 검은 모자를 쓴 그림자가 급히 달아나는 모습을 포착한다. 교실은 아크릴 물감에 얼룩지고, 아수라장이 되어 있다. 우주는 지수진과 달걀이 부화중인 협의실을 둘러보는데, ‘호랑이’라고 이름붙인 달걀이 땅에 떨어져 깨어져 있었다. 우주는 사건 현장 사진을 찍고 아이들에게 알리는데, 선생님은 CCTV와 현장을 면밀히 분석해 범행 시각과 단서를 모은다. 과연 검은 모자는 누구인가? 왜 그렇게 황급히 도망쳤을까?


5학년 4반 교실은 마치 탐정극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 넘치는 미스터리로 전개되다, 흥미로운 학교 생활로 이어진다. 깨진 달걀이 무정란이라는 게 밝혀지며, 검은 모자의 행동이 잘한 건지 아닌지 논란이 생긴 것도 잠시, 곧 병아리들이 부화하는데, 병아리를 사육하는 과정에서 반 아이들은 수없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 수학문제를 풀어 병아리 집을 완성하고,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과 백과사전을 찾아가며 병아리를 키우고, 그 과정에서 아이들의 성장과 책임감이 함께 그려진다. 화자인 이우주와 함께 절친 노하민, 그리고 지수진, 고은별, 임리아 등 친구들 사이에 얽힌 애정과 오해, 그리고 숨겨진 작은 비밀들이 차츰 드러난다. 닭이 된 호랑이(병아리 이름을 ‘호빵’과 ‘사랑이’라고 지으면서 합쳐진 이름)를 입양보내는 과정을 통해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고, 따스한 여운을 남기며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은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다. 초반의 긴장감이 극에 달하고, 그것을 이완하는 과정이 노련하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세밀하게 묘사하고, 특히 행동과 함께 심리를 충분히 들여다 보도록 한다. 추리소설처럼 1인칭으로 전개되며 반 아이들을 관찰자로서 바라보는 우주의 따뜻한 시각이 흥미로운데, 그것은 삽화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바라보며, 정의롭고 순수하며 따뜻한 모습이 익숙하지만, 입체적이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쉽다. 그러나 편안하다.


초반에 휘몰아치듯 이어진 사건과 현장, 그리고 처참하게 깨진 달걀을 묘사하는 장면이 인상 깊다. 달걀 프라이로 늘 보는 달걀이지만, 이런 모습으로 볼 때는 굉장한 상실감이 느껴진다.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끔 하는 신선한 발상이 돋보인다. 또한 상실로 인한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선생님의 지혜와 기다림의 시간은 무척 큰 함의가 있다. 상실감과 분노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둘을 함께 볼 수 있는지 구분하며, 차분히 생각하고 기다릴 시간을 독자에게도 준다. 흙탕물에서 눈알을 잃어버린 하마에게, 흙이 가라앉을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라고 충고한 새처럼,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다르게 비튼다.


깨진 달걀이 무정란이란 것이 밝혀졌을 때, 그로 인해 다른 달걀이 살 수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검은 모자를 칭찬해야 할지 고민한다. 세상 일이라는 게 이렇게 복잡하다. 이런 판단에 대해서 함께 논의할 시간을 갖는다면, 독서의 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해야 할 충분한 책임과 진솔한 사과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물론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과 공감도 따뜻하게 전해진다. 그 모든 걸 차치하더라도 재미와 감동이 충분한 작품이다. 읽고 나면 달걀을 부화시키고 싶은 충동이 들기에, 그 과정이 책에서처럼 단순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주지시킬 필요가 있겠다.



명불허전이다. ‘황금도깨비상’다운 좋은 작품이다.

아이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책이다.

생각할 거리가 있는 책 추천해달라고 하면, 짜잔 하고 보여줄 책이다.


2025.02.23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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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이귤희 지음, 이경석 그림 / 우리학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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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가족>(이귤희/우리학교)

삶은 선택과 책임의 연속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한다면 책임의 연속이다. 그 책임이 나에게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다. 선택은 신중해야 하지만 생각보다 쉽고, 책임은 진중하지만 피하기 쉽다. 어른들에게도 그러한데, 아이들에게 책임을 가르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오랫동안 아이들과 책을 읽고 나누지만, 이것을 알려주는 책을 만나기란 참 어렵다.


<가짜 가족>은 편하게 살기를 바라던 가족이 실패를 경험하며 무책임하게 야반도주를 벌이다, 자신의 삶을 되찾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자신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에는 자신의 삶에 무책임한 이들이 나온다. 바로 찬영이 가족인데, 찬영이는 희준이의 드론을 망가뜨리고 그걸 들킬까 봐 삶이 리셋되길 바란다. 일이 잘 되지 않고 돈을 빌려서까지 주식에 투자했는데 실패한 찬영이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인생은 한방이라며 요행을 바라고 시작했던 주식이 망하자, 찬영이 부모님은 자신들이 벌인 일에 책임지기보다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런 가족 앞에 우연히 나타난 것이 바로 ‘이사 전문 업체 야반도주’다. 아무도 모르게 이사해서 새 인생을 설계해 준다는 이 회사는, 지금 자신의 삶을 모조리 다 버리면, 원하는 새 삶을 준다고 한다. 이 어려움에서 도망치고 싶었던 찬영이 가족은 ‘야반도주’ 업체의 설명을 듣고 선뜻 계약하는데, 이들에게 다가올 위험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생각해 보면 내가 벌인 일에 책임지지 않았던 경험이 무척 많다. 옆집 쌍둥이에게 코피를 터뜨리고 다락방에 숨었던 일, 친구의 꾀임에 빠져 비행에 가담했다가 혼자서 빠져나온 일, 즐거워서 시작했지만 예기치 못한 어려움 앞에 부끄럽게 도망쳤던 일. 삶은 온통 도망과 무책임으로 도배된 벽지를 보는 듯하다. 그것은 아이들도 다르지 않다. 숙제를 안 했는데 집에 두고 왔다거나, 친구 물건에 손을 대고선 우연히 주웠다고 하거나, 폭력을 노는 거였고 하는 핑계는, 단순이 모면을 넘어서서 무책임을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 찬영이 가족은 그토록 원하던 2층 벽돌집에 살며, 원하는 모든 것을 누리며 산다. 단지 하루에 세 시간은 희멀건 반죽을 치대야 하는 역겨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덕에 받는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평생 가져보지 못한 돈이 생기는데, 그걸 쓸 데가 없다. 찬영이네는 지난 모든 삶을 포기했고, 이제는 신분조차 없기에 그 많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매일 걱정없이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지만, 그것이 행복이 아님을 머지 않아 깨닫는다.


찬영이가 야반도주에, 친구 소명이와의 비밀을 말하지 않은 것이 밝혀지고 이사 업체에 뭔가 문제가 생긴다. 찬영이는 집안에 몰래 들어와 청소하는 이를 만나고, 그를 통해 이사 업체 야반도주에 대해서 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찬영이가 원래 살던 동네로 돌아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엄청난 진실 앞에 찬영이는 큰 충격을 받는다. 찬영이와 부모님은 삶에 찾아온 이 두 번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무책임한 이 가족은 변할 수 있을까?


삶은 선택이고, 일상은 내 선택에 책임지는 과정이다. 매 순간 일어나는 선택에서 그 선택을 존중하고 책임지는 일, 우린 그 과정에서 배우고 성장한다. 그것은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경험 앞에서 어렵지 않게 선택하지만 의도치 않은 결과 앞에 도망치거나 책임진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서서히 깨닫는다. 도망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며, 결국 제자리로 돌아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그걸 깨닫지 못하고 어른이 된다면 무책임하고 파렴치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그 모든 걸 경험할 수 없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읽기다.


찬영이 가족이 책임을 회피한 결과는 좋지 않았다. 그토록 바라던, 편안하고 걱정없는 삶이 행복을 주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을 잃어가게 만들었다. 역설적이게도, 찬영이 가족이 일하고 청소하고 힘든 시간을 보낼수록 자신을 되찾고 보람을 느낀다. 사는 재미를 편안함이 아니라 어려움 속에서 찾은 것은 무척이나 인상 깊은 전개다. 아이들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말하는, 돈 많은 백수가 꿈이라는 말은, 그저 돈 걱정 없이 편안한 삶을 말하지만, 그것이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걱정없는 편안함과 행복을 구분짓는 돈오의 순간이 찾아온다.


재미있는 동화적 요소가 풍부한 책이다. 기승전결이 뚜렷하고, 주인공들이 겪는 시련과 고통, 그 이후의 변화와 성장에 이르기까지 레퍼토리가 자연스럽다.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적당한 허구적 요소까지, 어디 뺄 데가 없는 좋은 동화다. 읽는 순간, 아이들과 나눠볼 만한 책이겠다, 느껴진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독특한 소재와 함께 책임감을 기를 만한 도서다. 회피와 핑계가 아니라 어려움과 맞설 때 진짜 자신을 찾고 행복할 수 있음을, 마음에 와닿게 알려준다. 무엇보다 재미있어서 추천한다.


2025.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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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을 확 높이는 AI 서비스 - 업무별 57개 AI 활용을 위한 중요 기능 설명
김종철 지음 / 성안당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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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생산성을 확 높이는 AI 서비스> (김종철/성안당)


그야말로 AI의 물결이 다가오고 있다. 요즘은 나역시도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몇몇 업무를 처리하는데, 예전보다 시간이 단축되고 효율이 높아졌음을 부정할 수 없다. 물론 단축되어 남는 시간에 또 다른 일을 하기에, 결국 노동의 총량은 변하지 않는다는 건 비밀이다.


그런데 AI가 참으로 많다. 물론 나처럼 보수적인 사람들은 Chat GPT가 유일한 AI라고 알고 있겠지만, AI 시장은 너무나 다채로워졌다. 물론 Chat GPT가 가장 대중적이고 대부분의 업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지만, 그 외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만들고, 유튜브를 정리하거나 책을 요약하는 등, 우리를 도와줄 AI가 정말 많아졌다. 그래서 자신의 업무에 잘 맞는 AI를 찾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던 차에, 성안당에서 보내주신 이 책은 여러 AI의 목적과 특징, 기능과 사용법을 자세히 알려주어서 한참을 푹 빠져 읽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AI 종류만 무려 53가지다. 그것을 종류와 업무 등 쓰임에 따라서 분류했고, 지금 당장 원하는 작업이 있다면 그 장을 펼쳐서 읽으면 그만이다. AI의 개요와 목적, 사이트와 실행 방법, 목적과 결과물 도출까지, 그 과정을 일사천리로 알려준다. 아무것도 몰라도 이대로만 따라해도 엄청난 결과물이 나온다!


이 책은 크게 7부분으로 나뉜다.

1 AI 서비스

2 이미지

3 영상

4 웹페이지 개발

5 OA (사무 자동화)

6 업무 생산성 향상

7 기타 유용한 웹/앱


가장 기본은 당연히 CHAT GPT다. 생성형 AI의 개요와 특징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사용 방법을 자세히 알려준다. 정말 기초부터 알려주기에, AI에 일자무식한 이들도 충분히 배우고 따라할 수 있다. 사이트 주소에서부터 시작하여 질문 방법, 이미지, 동영상 제작 방법을 하나하나 알려준다.


AI에게 내리는 명령을 ‘프롬프트’라고 하는데, 프롬프트를 어떻게 쓰는지 구체적인 예시를 알려주면서, AI 초보에게 숟가락으로 떠먹이듯이 쉽게 가르쳐 준다. 그림에 있는대로만 따라하면 AI를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다


가장 대중적인 AI인 CHAT GPT와 Copilot, 뤼튼 설명이 무척 자세한데, 화면 구성과 결과물, 사용 목적과 환경에 따른 차이가 잘 드러나기에, 자기 업무에 적용할 AI를 찾아내면 된다. 가령 글쓰기와 자료 조사를 한다면 CHAT GPT를, 계획을 세우거나 이미지를 만드는 데에는 Copilot을, 자동 챗봇을 만들고 싶다면 뤼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험 삼아 아이들에게 글쓰기와 논술에 도움을 줄 챗봇을 ‘뤼튼’으로 만들어 적용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잘 작동하고, 아이들이 도움받을 부분도 많아 감동했다. 특히 내가 자주 사용하는 엑셀과 스프레드시트, 몇몇 코딩 관련해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유용한 AI가 많다.

배경 이미지를 제거하는 Clipdrop, 워터마크를 지우는 AI인 Watermark Remover, 자기만의 로고를 만드는 logo.com은 책을 펼치고 바로 도전해본 AI다. 그리고 네이버의 ‘클로바노트’와 QR코드 제작, 단축 주소를 만드는 Bit.ly는 지금도 자주 사용하는 앱이라 무척 반가웠다. 알지 못했던 몇 가지 기능을 배울 수 있었던 건 덤이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업무별 57개의 AI 활용 방법과 기능이 특징별로 잘 정리되어 있다. 


위의 사진 중 로고는 logo.com에서 만든 로고다. 누구나 쉽게 가능하니 자기만의 로고 제작에 도전해 보자.


이제는 AI가 뉴노멀이다. 모두가 AI를 활용하는 것을 전제로 살아가야 한다. 그것은 회사의 업무와 자영업자들의 일만이 아니라 학생들의 공부와 과제에 이르기까지 AI를 전제로 해야 한다. 그러니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력이 부족하다면 이또한 한참 뒤처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따라서 부지런히 배우고 활용해야 한다.


2025.01.12


#업무생산성을확높이는AI서비스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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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곰 포포 - 촛불을 밝혀 줘! 저학년의 품격 21
검은빵 지음, 봄하 그림 / 책딱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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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곰 포포(촛불을 밝혀줘!)> (검은빵/책딱지)

동화책을 읽을 때는 가슴졸일 일이 별로 없다. 이미 끝을 알고 본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말로 가는 여정이 슬픈 책은 많다. 눈물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서야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그런 책 말이다. 이번에 ‘책딱지’의 <저학년의 품격>에서 나온 이 책은 따뜻한 아픔을 각오하고 읽어야 한다. 아프고 힘든만큼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의 작가는 ‘검은빵’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책날개를 보니, 곽윤숙, 김태호, 박남희, 이여니 동화 작가가 함께 만드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하, 이렇게도 동화를 만들 수 있구나, 생각했다. 여러 작가의 손길을 거치면서, 책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더 깊어진 듯하다.


빨간 지붕 집에 ‘아이스크림 곰 포포’가 찾아온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건너편 고물상의 냉장고 문이 빼꼼히 열리며, 정말 아이스크림 곰이 뿅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떨어지며 왼쪽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포포는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 잊어버린다.


빨간 지붕 집에는 강아지 둥둥이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인 ‘테이’가 있다. 아빠는 테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방문 앞에 두고 가지만 테이는 먹지도 않고 문밖으로 내놓는다. 포포는 테이가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강아지 둥둥이는 그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마도 포포가 알고 있는 듯한데, 포포는 기억을 잃었으니 이걸 어쩐다.


신비로운 아이스크림 곰 포포와 방에서 나오지 않는 테이,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강아지 둥둥이. 이 셋은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걸 밝히면 중요한 누설이 될 테니, 간지러운 입을 얼른 다물겠다. (그러나 아래의 글에서 힌트가 있다!)


밤에 방에서 잠깐 나온 테이는 냉장고에 있는 포포를 보고 화를 낸다. 모든 게 포포 때문이라고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오느라 포포는 점점 작아졌는데, 포포도 화를 내며 집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와 마주하고, 급기야 차에 치일 뻔한다. 그때 포포는 잊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무리 좋은 말로도 아이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실이다. 매일 보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그 상실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가 힘들다. 상실을 겪은 아이에게마저도 그렇다. 그런데 그 상실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면, 상실은 상처가 되고 말할 수 없는 그 죄책감은 아이의 마음을 닫는다. 이 책의 ‘테이’처럼 말이다. 지난 생일, 테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가져오는 길에 일어난 끔찍한 교통사고를, 테이는 자기 탓이라 생각한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오롯이 자기 탓으로 여기며, 테이는 작은방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작은방 밖은 모두 엄마와 연결된 곳이며, 엄마가 생각나고, 그러면 결국 죄책감은 점점 부풀어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테이는 자기 탓을 하고, 아이스크림 곰을 탓한다. 사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그렇다.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이 싸울 때 ‘내가 잘할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저민다. 부모의 다툼이, 어른들의 사건이, 운이 나빠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이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기에 자기 잘못으로 돌린다. 착하디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더 잘하면 될 거라 생각하고, 이미 일어난 상실은 자기 탓이라 생각하여 자신을 벌준다. 순수하고 착하기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이 아프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상실감을 겪는 아이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따뜻하게 말해준다. 그 말을 해주는 것이 아이스크림 곰 포포가 아니라는 점이 의미 있다. 자신을 가둔 작은방에서 벗어나고, 자신에게 드리운 그늘을 쓸어내며, 따뜻한 사랑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다.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사랑과 가족과 친구의 포근한 품 안에서 테이는 그 상실을 극복한다. 따뜻해지는 만큼 아이스크림 곰 포포는 점점 작아진다. 테이의 상실과 아픔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책이 생각났다. 리사 톰슨의 <골드피쉬 보이>(6학년), 곽유진의 <꽝 없는 뽑기 기계>(3~4학년), 이현지의 <도둑의 수호천사>(5학년)다. 모두 상실로 인해 아픔을 겪고 힘든 여정을 통해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는 1, 2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필연적으로 아픔과 시련, 상실과 고통을 겪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촛불을 밝혀줄 작품이다.


2024.12.11


*본 서평은 ‘책딱지’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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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달려온다 - 1960년대 생생 현대사 동화
은이결 지음, 이장미 그림 / 별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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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달려온다>(은이결/별숲)

별숲에서 ‘생생 현대사 동화’를 출간 중이다. <1995, 무너지다>를 통해 아이들과 질곡의 현대사를 마주하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다른 현대사 동화를 읽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별숲에서 보내주신 <봄날이 달려온다>는 제1공화국의 4.19 혁명을 다룬 책으로,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4.19 혁명의 원인과 과정을 알려주는 무척 깊이 있는 동화다.

이북에서 내려온 기홍이네 가족은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북으로 갈 수 없는 실향민이 되었다. 오갈 데 없이 청계천변 판자집에 자리잡은 기홍이 가족은 전후 시대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겪는 가족이다. 게다가 이승만과 자유당의 독재가 심화되고 반공이 주요 이념이 되면서, 이북 사람인 기홍이네는 말 한 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중에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청계천 정비 사업이 시작되고, 기홍이네는 집이 헐릴까 봐 조마조마 한다. 기홍이 형 기철이는 자신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러나 1960년 4사5입 개헌과 이승만과 이기붕의 선거 운동에서 여러 부정이 목격되며, 기철은 자신이 옳은 일을 위해 행동해야 하지만, 이북 사람이라 빨갱이로 몰려 가족 모두가 곤욕을 치르게 될까 두려워한다.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가 시작되고 곳곳에서 부정한 일이 일어난다. 기철이와 기홍이, 그리고 가족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같은 판자촌에 사는 선주와 윤주, 종길이와 상호, 슈샤인보이 일남이 등, 한국전쟁 직후 학생들의 모습이 엿보이고, 당시의 가족과 생활, 학교, 문화상도 잘 보인다. 팍팍하지만 온정이 넘치던 이웃들의 모습이 정감있고, 좌우를 구분하며 이념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반공청년당의 행동에는 화난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목적하는 주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4.19 혁명의 불씨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3.15 부정선거와 김주열 열사 사건, 그리고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정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일어난 부정의 모습, 선거일의 부정행위, 마산에서의 시위, 부산 문화방송, 그리고 서울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이승만의 하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4.19 혁명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역사동화로서 충실한 도서다.

두 번째는 당시의 사회상이다. 한국전쟁 직후 팍팍했던 생활상이 그대로 엿보인다. 판자촌에서의 생활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건축붐, 커지던 빈부격차가 그대로 엿보인다. 또한 반공 이념으로, 빨갱이로 몰릴까 봐 기홍이 가족이 얼마나 조심하는지, 완장을 찬 이들의 폭력을 통해 당시의 반공 이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승만에 대한 신격화, 창경원 구경, 여전히 천막에서 공부하는 국민학교 아이들과 반의 모습 등이 정겹게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변화와 성장이다. 기홍이는 둘째라서 형에 밀려 늘 뒷전이고 선주는 넷째 딸이라 막내 남동생을 돌봐야 한다. 여전히 남존여비가 남아 있던, 그리고 장남만 우대하던 시대의 모습, 그 안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배우고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개인의 성장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과 국가 공동체 모두가 변화와 성장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 변화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의 봄날이 어떻게 우리에게 달려왔는지를 생각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들의 작은 용기와 간절한 바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봄날이 달려온다>는 그 시절의 뜨거운 순간을 통해,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날의 봄날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통해, 오늘 우리의 봄날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특히나 어렵고 까다로운 현대사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초등 4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4.11.25


*이 글은 ‘별숲’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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