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달려온다 - 1960년대 생생 현대사 동화
은이결 지음, 이장미 그림 / 별숲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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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달려온다>(은이결/별숲)

별숲에서 ‘생생 현대사 동화’를 출간 중이다. <1995, 무너지다>를 통해 아이들과 질곡의 현대사를 마주하였는데, 우리 아이들은 다른 현대사 동화를 읽고 싶다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 별숲에서 보내주신 <봄날이 달려온다>는 제1공화국의 4.19 혁명을 다룬 책으로, 한국전쟁 직후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엿볼 수 있으면서도 4.19 혁명의 원인과 과정을 알려주는 무척 깊이 있는 동화다.

이북에서 내려온 기홍이네 가족은 전쟁이 끝나면 고향으로 돌아갈 줄 알았지만 북으로 갈 수 없는 실향민이 되었다. 오갈 데 없이 청계천변 판자집에 자리잡은 기홍이 가족은 전후 시대의 어려움을 고스란히 겪는 가족이다. 게다가 이승만과 자유당의 독재가 심화되고 반공이 주요 이념이 되면서, 이북 사람인 기홍이네는 말 한 마디도 조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런 중에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청계천 정비 사업이 시작되고, 기홍이네는 집이 헐릴까 봐 조마조마 한다. 기홍이 형 기철이는 자신이 집안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막중하다. 그러나 1960년 4사5입 개헌과 이승만과 이기붕의 선거 운동에서 여러 부정이 목격되며, 기철은 자신이 옳은 일을 위해 행동해야 하지만, 이북 사람이라 빨갱이로 몰려 가족 모두가 곤욕을 치르게 될까 두려워한다. 3월 15일 정,부통령 선거가 시작되고 곳곳에서 부정한 일이 일어난다. 기철이와 기홍이, 그리고 가족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같은 판자촌에 사는 선주와 윤주, 종길이와 상호, 슈샤인보이 일남이 등, 한국전쟁 직후 학생들의 모습이 엿보이고, 당시의 가족과 생활, 학교, 문화상도 잘 보인다. 팍팍하지만 온정이 넘치던 이웃들의 모습이 정감있고, 좌우를 구분하며 이념에 따라 상대를 공격하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반공청년당의 행동에는 화난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도, 인정할 수도 없는 일이 버젓이 벌어지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눈에는 어떻게 비춰질지 궁금해진다.

이 책에서 목적하는 주제는 세 가지다.

첫 번째는 4.19 혁명의 불씨는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3.15 부정선거와 김주열 열사 사건, 그리고 4.19 혁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데, 정부통령 선거 유세 때부터 일어난 부정의 모습, 선거일의 부정행위, 마산에서의 시위, 부산 문화방송, 그리고 서울에서 시민들의 항의가 이승만의 하야로 이어지는 과정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4.19 혁명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제대로 알 수 있다. 역사동화로서 충실한 도서다.

두 번째는 당시의 사회상이다. 한국전쟁 직후 팍팍했던 생활상이 그대로 엿보인다. 판자촌에서의 생활과 주변에서 벌어지는 건축붐, 커지던 빈부격차가 그대로 엿보인다. 또한 반공 이념으로, 빨갱이로 몰릴까 봐 기홍이 가족이 얼마나 조심하는지, 완장을 찬 이들의 폭력을 통해 당시의 반공 이념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이승만에 대한 신격화, 창경원 구경, 여전히 천막에서 공부하는 국민학교 아이들과 반의 모습 등이 정겹게 나온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국민학교를 다니던 시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변화와 성장이다. 기홍이는 둘째라서 형에 밀려 늘 뒷전이고 선주는 넷째 딸이라 막내 남동생을 돌봐야 한다. 여전히 남존여비가 남아 있던, 그리고 장남만 우대하던 시대의 모습, 그 안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배우고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여기에 머물러 있지 않고 성장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그것은 개인의 성장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가족과 국가 공동체 모두가 변화와 성장의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 변화를 모두가 반기는 것은 아니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민주주의의 봄날이 어떻게 우리에게 달려왔는지를 생각했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들의 작은 용기와 간절한 바람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봄날이 달려온다>는 그 시절의 뜨거운 순간을 통해, 여전히 우리에게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날의 봄날이,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통해, 오늘 우리의 봄날로 이어질 수 있길 희망한다.

특히나 어렵고 까다로운 현대사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초등 4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4.11.25


*이 글은 ‘별숲’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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