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곰 포포 - 촛불을 밝혀 줘! 저학년의 품격 21
검은빵 지음, 봄하 그림 / 책딱지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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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 곰 포포(촛불을 밝혀줘!)> (검은빵/책딱지)

동화책을 읽을 때는 가슴졸일 일이 별로 없다. 이미 끝을 알고 본다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결말로 가는 여정이 슬픈 책은 많다. 눈물을 한바가지 흘리고 나서야 따뜻한 위안을 건네는 그런 책 말이다. 이번에 ‘책딱지’의 <저학년의 품격>에서 나온 이 책은 따뜻한 아픔을 각오하고 읽어야 한다. 아프고 힘든만큼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의 작가는 ‘검은빵’이다. 이게 무슨 소린가 하고 책날개를 보니, 곽윤숙, 김태호, 박남희, 이여니 동화 작가가 함께 만드는 이야기라고 한다. 아하, 이렇게도 동화를 만들 수 있구나, 생각했다. 여러 작가의 손길을 거치면서, 책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는 더 깊어진 듯하다.


빨간 지붕 집에 ‘아이스크림 곰 포포’가 찾아온다.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인가 싶겠지만, 건너편 고물상의 냉장고 문이 빼꼼히 열리며, 정말 아이스크림 곰이 뿅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냉장고에서 떨어지며 왼쪽 머리를 부딪치는 바람에, 포포는 자신이 여기에 왜 왔는지 잊어버린다.


빨간 지붕 집에는 강아지 둥둥이와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인 ‘테이’가 있다. 아빠는 테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방문 앞에 두고 가지만 테이는 먹지도 않고 문밖으로 내놓는다. 포포는 테이가 왜 나오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강아지 둥둥이는 그 이유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마도 포포가 알고 있는 듯한데, 포포는 기억을 잃었으니 이걸 어쩐다.


신비로운 아이스크림 곰 포포와 방에서 나오지 않는 테이, 방문 앞을 지키고 서 있는 강아지 둥둥이. 이 셋은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그걸 밝히면 중요한 누설이 될 테니, 간지러운 입을 얼른 다물겠다. (그러나 아래의 글에서 힌트가 있다!)


밤에 방에서 잠깐 나온 테이는 냉장고에 있는 포포를 보고 화를 낸다. 모든 게 포포 때문이라고 집에서 나가라고 한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오느라 포포는 점점 작아졌는데, 포포도 화를 내며 집 밖으로 나간다. 그러다 도로에서 달려오는 차와 마주하고, 급기야 차에 치일 뻔한다. 그때 포포는 잊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무리 좋은 말로도 아이들을 이해시키지 못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상실이다. 매일 보는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이제 볼 수 없다는 그 상실감을 아이들에게 이해시키기가 힘들다. 상실을 겪은 아이에게마저도 그렇다. 그런데 그 상실을 자기 탓으로 돌린다면, 상실은 상처가 되고 말할 수 없는 그 죄책감은 아이의 마음을 닫는다. 이 책의 ‘테이’처럼 말이다. 지난 생일, 테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가져오는 길에 일어난 끔찍한 교통사고를, 테이는 자기 탓이라 생각한다. 엄마를 잃은 상실감을 오롯이 자기 탓으로 여기며, 테이는 작은방 밖으로 나오려 하지 않았다. 작은방 밖은 모두 엄마와 연결된 곳이며, 엄마가 생각나고, 그러면 결국 죄책감은 점점 부풀어 자신을 갉아먹기 시작한다. 테이는 자기 탓을 하고, 아이스크림 곰을 탓한다. 사실은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말이다.


아이들은 그렇다. 잘못된 일이 일어나면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한다. 부모님이 싸울 때 ‘내가 잘할게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저민다. 부모의 다툼이, 어른들의 사건이, 운이 나빠 일어난 일에 대해서, 아이들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도, 받아들이지도 못하기에 자기 잘못으로 돌린다. 착하디착한 아이들은 자신이 더 잘하면 될 거라 생각하고, 이미 일어난 상실은 자기 탓이라 생각하여 자신을 벌준다. 순수하고 착하기에 일어나는 일에 마음이 아프다.


당연하게도, 이 책은 상실감을 겪는 아이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따뜻하게 말해준다. 그 말을 해주는 것이 아이스크림 곰 포포가 아니라는 점이 의미 있다. 자신을 가둔 작은방에서 벗어나고, 자신에게 드리운 그늘을 쓸어내며, 따뜻한 사랑 안으로 들어갈 준비를 마친다. 엄마와 아빠의 따뜻한 사랑과 가족과 친구의 포근한 품 안에서 테이는 그 상실을 극복한다. 따뜻해지는 만큼 아이스크림 곰 포포는 점점 작아진다. 테이의 상실과 아픔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여러 책이 생각났다. 리사 톰슨의 <골드피쉬 보이>(6학년), 곽유진의 <꽝 없는 뽑기 기계>(3~4학년), 이현지의 <도둑의 수호천사>(5학년)다. 모두 상실로 인해 아픔을 겪고 힘든 여정을 통해 이겨내고 성장하는 이야기다. <아이스크림 곰 포포>는 1, 2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필연적으로 아픔과 시련, 상실과 고통을 겪을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따뜻한 촛불을 밝혀줄 작품이다.


2024.12.11


*본 서평은 ‘책딱지’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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