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평]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사람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정’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나의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부모와 자식으로, 교사와 학생으로 지내야 하기에,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틀’안에서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안주하고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가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곳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그곳에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이겨내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자라면 군대가 그럴 것이고, 직장이나 단체가 그런 계기가 된다. 물론 학교나 소집단도 가능하리라.


여행, 여정, 원정


홀로,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여정에서, 새로운 사람과 환경과 사건을 만나고, 그것을 접하고 흘러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변화한다.


나는 <페어리 테일>이 그런 여정을 다루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인공 ‘찰리’가 크게 변화한 건 없다.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성장은 매우 크다. 찰리는 그 원정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페어리 테일2>는 우물 안으로 들어간 찰리가 엠피스에서의 여정을 보여준다. 레이더를 다시 젊게 만들기 위해 해시계로 가는 여정, 그 과정에서 만난 고마운 이들과 왕족, 그리고 흉측한 이들을 만난다. 그곳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레이더는 성문 밖으로 보내지만, 밤의 병사들에게 붙잡힌 찰리가 ‘페어 원’이라는 토너먼트 경기에 참여하여 잔혹한 일을 저질러야 하는데, 모험과 시련 앞에서 보여주는 고민과 결단이 찰리를 성장시킨다.


페어 원 1차 경기에서 살아남은 동료들과, 기발한 방법으로 밤의 병사들을 물리치며 성을 탈출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나서고 희생하며, 자신이 예언 속의 왕자임을 받아들인다.


두 개의 달이 만나는 날, 플라이트 킬러가 지하의 괴물을 불러와 세상을 망가뜨릴지도 모르는 상황, 과거 엠피스의 왕족 리아와 찰리, 레이더와 동료들은 성에 갇힌 이들을 구하고 플라이트 킬러(엘든)을 없애기 위해 다시 딥 말린으로 들어간다. 마치 우물 안으로 들어갈 때처럼.


<페어리 테일> 1권은 스릴러였다면, 2권은 액션에 가까웠다. 그러면서 딥 말린에 갇힌 찰리와 31명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척 독특한데, 여러 인물이 겹쳐나오기에 잘 기억하고 적어가며 읽으면 좋다. 그들이 딥 말린을 탈출할 때 보여준 용기와 희생을 이해하려면 말이다.


이 책에 가장 큰 스포를 한다면, 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알고 본다면, 마음 졸일 필요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또 하나의 스포를 한다면, 동화같은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으니 이또한 참고하며 읽으면 좋겠다.


동화를 적극 활용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동화 속 악당과 괴물에 관한 묘사가 매우 리얼하고, 자극적인 표현도 많기에, 중3 이상의 청소년들이라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세상에 다녀왔다. 하늘이 있는 드넓은 지하세계, 또 그 아래의 세계,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 곤충들. 읽는 내내 새로운 세계와 그 속의 수많은 인물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정교하게 넣은 스티븐 킹의 역량에 감탄한다. 이야기의 내용과 구조를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려는 주제와 작품의 문학적 깊이까지, 찰리와 함께 성장한 스티븐 킹을 만나길 추천한다.


2023.09.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황금가지








레이저를 다시 젊고 건강하게 만들고, 성문이 닫힌 뒤 딥 말린에 갇힌 찰리.

서로 죽여야만 사는 32명의 토너먼트 대회.

16명의 죄수들과 함께한 탈출


두 개의 달이 만나, 어둠의 우물을 열기 전에, 엘든 플라이트 킬러를 죽이러 다시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찰리와 레이더, 리아, 에리스, 자야, 아이오타, 스냅.

플라이트 킬러를 맞닥뜨리더라도, 그의 운명을 공주님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찰리를 구한 엄마의 헤어드라이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302)





[수령인증]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페어리 테일1>을 다 읽자마자, 황금가지에서 2권을 보내주셨습니다. 2권을 읽고 싶은 급한 마음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1권에서, 주인공 찰리가, 충직한 늙은 개 레이더를 데리고, 우물 속 세상으로 들어갔지요. 거기서 아드리안 버디치가 남긴 표식을 따라, 여러 사람을 만나며, 중심 도시로 들어갑니다. 수많은 사람이 피난을 떠나는데, 개를 위해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는 찰리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2권이 마지막이니, 여기서 뭔가 결말이 나겠지요? 어떤 동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떤 동화 속 인물과 마주할까요? 찰리는 예정된 그 왕자가 맞을까요? 그리고 레이더는 어떻게 될까요? 동화 속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1권에서 뿌려놓은 수많은 쿠키 조각을 따라가며,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황금가지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페어리 테일1>(스티븐 킹/황금가지)

두 권으로 이뤄진 책이다. 1권이 먼저 왔는데, 온 지 이틀만에 책을 다 읽었다. 그만큼 푹 빠져드는 책이다. 내가 책을 읽은 건지, 영화 한 편을 본 건지, 아니면 엄청난 사건과 세상을 엿보고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엄청난 뭔갈 봐버린 것임에는 틀림없다.


<페어리 테일>은 정말이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스티븐 킹의 여러 작품이 겹쳐보이고 (특히 ‘IT’) 분위기가 기묘한 이야기, 반지의 제왕, 호빗도 겹쳐 보인다. 뭐라 정의할 수 없지만, 익숙한 느낌이며, 나를 책 속 세상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마력의 작품이다. ‘사건’과 ‘여정’, 익숙하고 편안한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마음 편히 읽을 수는 없다. 긴장을 유지하며, 다음 쪽을 펼치게 만든다.


게다가 설정이 기막히다.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알코올 중독

어려움을 딛고 선하게 자란 17세 소년,


그리고 멀리 이웃한

공포스럽고 이상한 저택


그곳에 사는 괴팍한 노인

그의 늙은 개


저택 속 금고와 출처를 알 수 없는 금알갱이

비밀을 간직한 창고 속 우물


1권의 주요 사항인데,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책을 손에 쥐면 쉽사리 놓을 수 없다.


화자이자 주인공은 17세 소년 ‘찰리’, 야구부와 미식축구부이기도 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소년이다. 괴기스런 저택에서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에 다리를 다친 버디치 노인을 도와주며, 찰리와 버디치 노인의 관계가 시작된다. 의심많은 노인이지만, 성실하고 선량한 찰리에게 의존하며, 늙은 게 레이더를 부탁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버디치 씨의 엄청난 황금과 숨긴 진실이 있음을 알아낸다. 찰리는 늙은 암캐 레이더를 돌보며 깊은 정을 쌓는다. 또한 버디치 씨를 위해 은밀하고 비밀스런 일을 대신해주며, 찰리와 버디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마취와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무심코 나온 말, ‘밀가루통은… 아니다.’, ‘창고에는 들어가지 마라.’는 말로, 노인이 숨긴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레이더를 위해, 찰리는 어떤 결심을 하는 걸까?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 무엇을 말해도 중요한 스포가 될 것이 뻔하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란 점이다. 책의 중반 이후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 선의와 그 속에 숨겨진 작은 궁금증이 이 책을 끌어가는 묘미가 있다. 찰리와 버디치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와 소소한 사건이 도미노처럼 일어나며, 숨겨진 거대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현실과 판타지가 교체되며, 현실과 가상을 뒤바꾸는 신비로운 체험이 일어난다.


찰리가 떠나는 모험의 여정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늙은 개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함이며, 순수한 호기심과 모험심에서 시작했기에,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초반에 나왔던 약간의 걱정과 불안이 책의 뒤로갈수록 찰리를 엄습할 듯하고, 그 때문에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엠피스와 해나, 그곳에서 악을 무찌르는 왕자가 되어 돌아올 것인가?


—-


1권의 후반까지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토록 자연스러운 동화로 흘러갈 수 있는가? 감탄을 자아내며 읽을 수밖에 없다. 왜 ‘스티븐 킹’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띠지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한다. 책이 이미 영화인데? 영화적인 요소가 풍부하기에, 두꺼운 책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잘 읽으리라.


소년의 착한 행동, 유산을 물려준 미스터리한 노인, 그가 숨긴 슬프고 아름다운 진실, 사랑하는 개의 회춘을 위해 동화 속 세계로 뚜벅 걸어가는 주인공. 동화 속 세상의 동화같은 인물들. 나는 내가 읽고 본 것을, 지금도 믿기 힘들다.


—-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73)

꽤 중요한 복선인 것 같은데, 겁쟁이는 버디치 자신을, 용감한 사람은 찰리를 의미하는 듯하다. 2권에서 나올 내용이 기대된다.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387)

동화 속 세상에 찾아온 암울한 시기,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선한 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수많은 동화 속에 함께 들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자, 이제 2권을 읽어야겠다.


2023.09.1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황금가지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 - P73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 - P38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영이가 사라졌다 새싹동화 16
임수경 지음,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영이가 사라졌다>(임수경 글 /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무영이가 사라졌다. 고작 열두어 명 정도 되는 반에, 한 사람이 며칠째 결석하고 있으니, 그 빈자리가 커진다. 무영이가 학교에 안 올 수록, 아이들은 무영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가 자기 탓인 것 같다. 무영이는 결석했지만, 아이들은 온통 무영이 얘기다. 글의 후반까지, 무영이가 나오지 않는 무영이 이야기다.


—-


학교 가는 길, 한결이는 등교 시간에 늘 마주치는 무영이를 만나지 못해 궁금해 한다. 민서는 엉망진창이 된 책장을 보며 무영이의 빈자리를 느낀다.


1교시 국어시간, 아이들이 선생님께 무영이는 왜 학교에 안 오냐고 묻자, 선생님은 무영이가 오면 물어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영이가 자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한결이는 며칠 전 국어시간에 읽기 흐름을 놓친 무영이를 나무라던 게 생각 나,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고, 2교시 수학시간, 지유는 자신이 받은 스티커를 무영이이게 주지 않아서,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다.


3교시 체육시간, 재원이는 며칠 전 체육시간에 꼬리잡기 놀이에서 무영이 꼬리를 얼른 잡아버린 일이 떠오른다. 4교시 슬기로운 생활 시간, 민서는 클레이로 만든 아이들 얼굴을 만들 때, 무영이가 얼굴의 작은 점을 넣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한 일이 떠오른다.

점심시간, 급식을 먹을 때 수저를 찾지 못한 지유는 늘 수저를 챙겨주던 무영이의 빈자리를 떠올리고, 간식으로 나온 요거트 뚜껑 따기에 힘겨워하던 아이들은, 용케 뚜껑을 잘 따던 무영이가 생각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무영이가 학교로 왔다. 5교시가 끝나자, 아이들은 무영이에게 달려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과연 무영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며칠이나 학교를 빠지고, 이렇게 늦게야 온 걸까?


그 반전은 책을 읽고 느끼길 바라며, 밝히지 않겠다.



“정직한 사과는, 사과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아지게 만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했던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걸 뒤늦게 깨달은 아이들은,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가 위안을 받고 관계가 회복한다. 그것은 무영이와 선생님의 관계도 그러한데, 무영이가 학교를 빠졌던 이유와 무영이의 말을 찬찬히 읽다 보면, 진심이 담긴 사과가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어른도 아이도, 완전하지 않기에, 늘 실수하고 잘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매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따져보면 세 가지다.

1.진심이 담긴 사과

2.그에 대한 책임

3.재발 방지 대책


범죄나 사고가 아닌,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는 사소한 일이라면, 대부분 1번에서 충분히 끝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1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상황은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고, 타인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 커다란 자기 허물은 작게 보이고, 티끌 같은 타인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 그래서 입장을 좀 바꿔보고 공감하는 힘이 어릴 적부터 필요하다. 그 힘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독서를 통해서 생긴다. 정말 그렇다.


저학년 동화를 펼치며, 오래 전 읽었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가 떠오른다. 황만근 없이 진행되는 황만근의 이야기.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면서 없었던 황만근 이야기와 무영이 이야기가 닮았다. 없을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아이들. 곁에 없을 때라야 비로소 그 존재감이 생기는 아이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빈자리가 큰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짧은 사과였지만 진심은 네 배로 담겨 있었어요. ”


잘못을 말하고 사과하는 일이 죽기보다 싫은 아이들이 있다. 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뭔가 책 잡히는 것 같아서다. 왠지 ‘을’이 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힘, 그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한 차례 더 크게 성장하는 일임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꼭 읽힐 만한 도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소중하게 귀하게 여기길 바란다.


2023.09.11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ddstone_books

#무영이가사라졌다

#친구관계

#뜨인돌

#임수경

#김혜원

#초등도서추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백만 마리 원숭이 빨간콩 그림책 27
김채완 그림, 허은미 글, 알프레드 힉먼 원작 / 빨간콩 / 202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백만 마리 원숭이>(알프레드 힉먼 경 / 김채완 그림 / 허은미 다시 씀 / 빨간콩)


🐒‘백만 마리 원숭이앞에서!’


앞으로 수많은 걱정과 고민이 들 때마다 외칠 표현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고민을 날려버릴 마법의 말 ‘백만 마리 원숭이!’.


—-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간이 정착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게 풍부해지고 앞으로 걱정없이 살 줄 알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날씨, 기후, 환경의 영향이 적었던 수렵채집인과 달리,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자, 정착하여 이동할 수 없었다. 땅과 집, 가족을 두고 어딜 떠난단 말인가? 그래서 적의 침입에 맞서 싸워야 했고, 날씨와 기후, 곤충과 동물에 맞서야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줄 알았지만, 인간은 내년을, 내후년을, 후손을 걱정해야 했다. 인간의 시간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로 확장했고, 걱정의 크기도 점점 더 커졌다.


지금 우리의 걱정도 그러하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시집장가를 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임신하자마자 어린이집을 예약해야 하고, 초등 입학부터 중고등학교 일정을 준비한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이렇게 보면 걱정하는 인간이 우리 사피엔스라는 주장은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고 자조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겪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걱정했던 것이, 내가 걱정한 크기와 시간, 감정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작았던 경험. 엄청난 걱정이었지만, 별일 아니게 풀렸던 경험 말이다. 우리가 걱정을 대하는 자세는, 너무 걱정스러울 정도인데, 걱정이 걱정을 더 키우기 때문이다.


수많은 걱정이 걱정인 사람들, 너무 많은 고민이 고민인 아이들의 손에 들려주고픈 책이 바로 <백만 마리의 원숭이>다.


—-

👨‍👩‍👦부모님과 오두막에서 사는 ‘안’.

부모님이 일을 나간 사이, 청소와 닭모이 주기, 그리고 저녁을 준비한다.

평상 위로 드리운 그늘이 시원해 보여 잠시 누웠는데,

😤부모님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불같이 화를 낸다.

🏃안은 집을 나와 숲을 향해 달아난다.

—-


📚빼곡하게 채워진 그림 속에, 이 가족의 사랑도 빼곡히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부모님이라니! 빗자루까지 던진다.

😢안의 가출을 통해, 안의 걱정, 고민, 속상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널따란 숲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안.


---


—-

🐒안은 야자나무 아래서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난다.

아빠에게 야단맞은 걸 말한 안에게, 원숭이는 정말 속상했겠다며 친구들에게 안의 얘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원숭이는 안을 데리고 널따란 공터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원숭이가 정말 많다. 내가 다 세어봤는데, 딱 백만 마리다!

그곳에서 안은 속상한 마음을 말한다.

“이런, 이런!”

“아이고, 저런!”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공감해준다. 마음이 서서히 풀리는 안.

이야기를 재촉하는 원숭이들에게 안은

“엄마는 가만히 있고, 나는 저녁도 못 먹고…”

라고 말하지만, 원숭이들은 단호하다.

“그게 다야?”

“그것 말고 더 없어?”

곰곰이 생각하던 안은 기분이 나아진다. 그러면서 원숭이에게 말한다.


🤭“난 생각보다… 그렇게 불쌍하지 않은 것 같아.”

—-


과연 안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모님은 안에게 뭐라고 하실까? 궁금하면 마지막 장면만은 책을 읽어 보시길.


고민과 두려움, 걱정처럼, 속상한 마음은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그 마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쉽게 주눅들게 하고,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다. 두려움과 걱정, 속상한 마음이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그건 지나고 난 다음의 일이고, 그 순간만큼은, 불안하고 초조하며, 세상의 모든 고난은 내가 다 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대부분 그런 고민들은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작은 크기다. 지금 나에게, 내 감정에 기대어 볼 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백만 마리의 원숭이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면, “애걔걔, 그게 다야?”라고 할 만하다.


우리도 그러잖는가? 내 고민은 엄청 무겁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고민은 ‘그깟 일’이 되기도 한다. 내 고민은 세상 불행한 것이지만, 남의 고민은 ‘고작 그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신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감정적이기에 고민의 크기가 커지고 세상에서 가장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럴 때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 고민과 걱정을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귀담아 듣고 있다가, “뭘 그거 가지고 그래?”라고 말할 것 같으면, 그래 그 고민은 이제 좀 그냥 둬도 될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뭘 걱정인가 백만 마리 원숭이에게 말하면 되지.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고민을 좀 나눠 주자. 원숭이들처럼 “아이고, 저런!”하며 마음을 도닥여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가진 고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 고민은 더 크게 체감될 테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고민을 백만 마리 원숭이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집집마다 있는 걱정 인형에게 말하듯이 말이다.


2023.09.09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백만마리원숭이

#빨간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메모리케어>(진보라/은행나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메모리케어’를 받는데, 그것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과거에 있었던, 혹은 앞으로도 일어날 집단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서 시작되었지만, 예측 가능하듯이 개인에 대한 통제와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주인공 ‘봄’은 산복도로에 사는 평범한 10대 소녀다. 할아버지 경식,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의 건강 수명이 끝나 할아버지가 죽는데, 봄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지키려 한다. 썬시티에서 온 ‘나타샤’를 만나 할아버지의 기억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도도제약의 마케팅 일을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도사리고 있는 음모 안으로 들어간다. 주주 제약이 일으킨 여러 사건과 그 기억을 잊으려 하는 이들에게 도도제약의 제품을 알리는 과정에서, 주인공 봄은 자신을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와 마주한다. 그러면서 친구 유나, 어릴 적 죽은 친구 이안, 썬시티 최고 권력자인 도형의 손자인 준찬 등을 만나면서 봄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메모리케어의 탄생과 목적을 알게 된 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의 배경이 무척 신선하다. 철학논술을 할 때 아이들과 오래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기억’인데, 개인의 동질성은 바로 그 ‘기억’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나인 것은 바로 나의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와 똑같은 존재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나와 기억이 동일하지 않다면, 결국 그가 ‘나’는 아니다. 그러니 내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나’다. ‘기억’이 ‘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억을 케어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기억 중 일부를 지울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나와 기억은 오차가 생기고, 그러면 내 존재에 의문이 생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이 겪은 아픔과 상처, 집단적 트라우마를 위해 그 기억을 없애고, 그 기억의 느낌만을 꼬리표로 남긴다. 결국 기억은 없지만, 그때의 느낌만 남는 셈이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과거의 모든 걸 기억할 수 없고, 어린 시절의 특정한 시기 역시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기억될 때도 많기에,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주인공 봄이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고군분투하고, 여러 유혹을 벗어나며 자신을 지키고 모험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이 디스토피아적이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내가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부산이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하구둑, 다이아몬드 다리, 산복도로, 남항 등 자잘한 배경이, 내가 알고 있는 그곳이라는 생각에, 장소를 대입하며 읽었다. 책 속에서도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모로레일이 나오고, 하구둑을 지나 시티로 들어가는 모습은, 명지로 가는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듯했다. 부산 출신의 작가이기에, 자신에게 애틋하게 남은 장소를 책 속에 새겨놓은 것 같아 반가웠다.


이 책은 여러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얼터드 카본>이 많이 생각났고, 개인의 기억을 조작하여 통제한다는 점에서 <멋진 신세계>도 겹쳐 보인다. 그러나 약물과 헬멧을 활용한 메모리케어, 기억과 꼬리표 등은 작가의 독창성과  빼어난 통찰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풀어놓는 도시의 모습을, 내 머리에 억지로 넣는 듯한, 메모리케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를 인정받기 위해, 너무 많은 설정과 우연과 기억과 사건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놓이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주인공 ‘봄’이 참 훌륭한 캐릭터고, 모든 기억을 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주인공 네이밍도 참 기발하다.

SF 디스토피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을 마중물로, 작가가 더 크게 성장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좋은 책을 통해, 깊은 사유의 기회를 주신 ‘은행나무’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2023. 09. 07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메모리케어

#진보라

#은행나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