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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평점 :
<페어리 테일1>(스티븐 킹/황금가지)
두 권으로 이뤄진 책이다. 1권이 먼저 왔는데, 온 지 이틀만에 책을 다 읽었다. 그만큼 푹 빠져드는 책이다. 내가 책을 읽은 건지, 영화 한 편을 본 건지, 아니면 엄청난 사건과 세상을 엿보고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엄청난 뭔갈 봐버린 것임에는 틀림없다.
<페어리 테일>은 정말이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스티븐 킹의 여러 작품이 겹쳐보이고 (특히 ‘IT’) 분위기가 기묘한 이야기, 반지의 제왕, 호빗도 겹쳐 보인다. 뭐라 정의할 수 없지만, 익숙한 느낌이며, 나를 책 속 세상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마력의 작품이다. ‘사건’과 ‘여정’, 익숙하고 편안한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마음 편히 읽을 수는 없다. 긴장을 유지하며, 다음 쪽을 펼치게 만든다.
게다가 설정이 기막히다.
“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알코올 중독
어려움을 딛고 선하게 자란 17세 소년,
그리고 멀리 이웃한
공포스럽고 이상한 저택
그곳에 사는 괴팍한 노인
그의 늙은 개
저택 속 금고와 출처를 알 수 없는 금알갱이
비밀을 간직한 창고 속 우물
”
1권의 주요 사항인데,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책을 손에 쥐면 쉽사리 놓을 수 없다.
화자이자 주인공은 17세 소년 ‘찰리’, 야구부와 미식축구부이기도 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소년이다. 괴기스런 저택에서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에 다리를 다친 버디치 노인을 도와주며, 찰리와 버디치 노인의 관계가 시작된다. 의심많은 노인이지만, 성실하고 선량한 찰리에게 의존하며, 늙은 게 레이더를 부탁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버디치 씨의 엄청난 황금과 숨긴 진실이 있음을 알아낸다. 찰리는 늙은 암캐 레이더를 돌보며 깊은 정을 쌓는다. 또한 버디치 씨를 위해 은밀하고 비밀스런 일을 대신해주며, 찰리와 버디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마취와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무심코 나온 말, ‘밀가루통은… 아니다.’, ‘창고에는 들어가지 마라.’는 말로, 노인이 숨긴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레이더를 위해, 찰리는 어떤 결심을 하는 걸까?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 무엇을 말해도 중요한 스포가 될 것이 뻔하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란 점이다. 책의 중반 이후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 선의와 그 속에 숨겨진 작은 궁금증이 이 책을 끌어가는 묘미가 있다. 찰리와 버디치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와 소소한 사건이 도미노처럼 일어나며, 숨겨진 거대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현실과 판타지가 교체되며, 현실과 가상을 뒤바꾸는 신비로운 체험이 일어난다.
찰리가 떠나는 모험의 여정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늙은 개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함이며, 순수한 호기심과 모험심에서 시작했기에,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초반에 나왔던 약간의 걱정과 불안이 책의 뒤로갈수록 찰리를 엄습할 듯하고, 그 때문에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엠피스와 해나, 그곳에서 악을 무찌르는 왕자가 되어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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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후반까지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토록 자연스러운 동화로 흘러갈 수 있는가? 감탄을 자아내며 읽을 수밖에 없다. 왜 ‘스티븐 킹’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띠지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한다. 책이 이미 영화인데? 영화적인 요소가 풍부하기에, 두꺼운 책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잘 읽으리라.
소년의 착한 행동, 유산을 물려준 미스터리한 노인, 그가 숨긴 슬프고 아름다운 진실, 사랑하는 개의 회춘을 위해 동화 속 세계로 뚜벅 걸어가는 주인공. 동화 속 세상의 동화같은 인물들. 나는 내가 읽고 본 것을, 지금도 믿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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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73)
꽤 중요한 복선인 것 같은데, 겁쟁이는 버디치 자신을, 용감한 사람은 찰리를 의미하는 듯하다. 2권에서 나올 내용이 기대된다.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387)
동화 속 세상에 찾아온 암울한 시기,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선한 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수많은 동화 속에 함께 들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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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2권을 읽어야겠다.
2023.09.1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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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 - P73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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