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이가 사라졌다 새싹동화 16
임수경 지음,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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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이가 사라졌다>(임수경 글 /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무영이가 사라졌다. 고작 열두어 명 정도 되는 반에, 한 사람이 며칠째 결석하고 있으니, 그 빈자리가 커진다. 무영이가 학교에 안 올 수록, 아이들은 무영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가 자기 탓인 것 같다. 무영이는 결석했지만, 아이들은 온통 무영이 얘기다. 글의 후반까지, 무영이가 나오지 않는 무영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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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한결이는 등교 시간에 늘 마주치는 무영이를 만나지 못해 궁금해 한다. 민서는 엉망진창이 된 책장을 보며 무영이의 빈자리를 느낀다.


1교시 국어시간, 아이들이 선생님께 무영이는 왜 학교에 안 오냐고 묻자, 선생님은 무영이가 오면 물어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영이가 자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한결이는 며칠 전 국어시간에 읽기 흐름을 놓친 무영이를 나무라던 게 생각 나,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고, 2교시 수학시간, 지유는 자신이 받은 스티커를 무영이이게 주지 않아서,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다.


3교시 체육시간, 재원이는 며칠 전 체육시간에 꼬리잡기 놀이에서 무영이 꼬리를 얼른 잡아버린 일이 떠오른다. 4교시 슬기로운 생활 시간, 민서는 클레이로 만든 아이들 얼굴을 만들 때, 무영이가 얼굴의 작은 점을 넣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한 일이 떠오른다.

점심시간, 급식을 먹을 때 수저를 찾지 못한 지유는 늘 수저를 챙겨주던 무영이의 빈자리를 떠올리고, 간식으로 나온 요거트 뚜껑 따기에 힘겨워하던 아이들은, 용케 뚜껑을 잘 따던 무영이가 생각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무영이가 학교로 왔다. 5교시가 끝나자, 아이들은 무영이에게 달려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과연 무영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며칠이나 학교를 빠지고, 이렇게 늦게야 온 걸까?


그 반전은 책을 읽고 느끼길 바라며, 밝히지 않겠다.



“정직한 사과는, 사과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아지게 만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했던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걸 뒤늦게 깨달은 아이들은,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가 위안을 받고 관계가 회복한다. 그것은 무영이와 선생님의 관계도 그러한데, 무영이가 학교를 빠졌던 이유와 무영이의 말을 찬찬히 읽다 보면, 진심이 담긴 사과가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어른도 아이도, 완전하지 않기에, 늘 실수하고 잘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매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따져보면 세 가지다.

1.진심이 담긴 사과

2.그에 대한 책임

3.재발 방지 대책


범죄나 사고가 아닌,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는 사소한 일이라면, 대부분 1번에서 충분히 끝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1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상황은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고, 타인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 커다란 자기 허물은 작게 보이고, 티끌 같은 타인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 그래서 입장을 좀 바꿔보고 공감하는 힘이 어릴 적부터 필요하다. 그 힘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독서를 통해서 생긴다. 정말 그렇다.


저학년 동화를 펼치며, 오래 전 읽었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가 떠오른다. 황만근 없이 진행되는 황만근의 이야기.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면서 없었던 황만근 이야기와 무영이 이야기가 닮았다. 없을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아이들. 곁에 없을 때라야 비로소 그 존재감이 생기는 아이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빈자리가 큰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짧은 사과였지만 진심은 네 배로 담겨 있었어요. ”


잘못을 말하고 사과하는 일이 죽기보다 싫은 아이들이 있다. 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뭔가 책 잡히는 것 같아서다. 왠지 ‘을’이 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힘, 그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한 차례 더 크게 성장하는 일임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꼭 읽힐 만한 도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소중하게 귀하게 여기길 바란다.


2023.09.11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ddston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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