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문지나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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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문지나/문학동네)


여름이, 너~~~~~~무 더워지면서, 이제는 여름에서 잊히는 것들이 많다. 창문 넘어 비쳐오는 깨끗한 햇빛, 저녁에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 할머니가 해주시던 부채질, 철컥 거리며 돌아가는 선풍기 앞에서 온가족이 함께 먹던 수박화채, 한낮의 놀이터, 분수대의 아이들, 쏟아지는 땀방울, 한낮의 소나기에 반짝이던 물방울, 그리고 무지개.


요즘 여름에 우리를 가장 먼저 반기는 건, 밖으로 나오기를 주의하라는 재난 안전 문자이고, 뜨거운 태양 아래선 그늘에 숨기 바쁘며, 스물네 시간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서, 각자 휴대폰을 바라보며 여름을 견딘다. 가뜩이나 답답한 아파트 단지에서, 서로 문을 꼭꼭 닫고 쏘이는 에어컨 바람이 시원할지 몰라도, 아이들의 반짝이던 눈망울과 반짝반짝 흐르던 땀방울은 쉽게 보지 못한다.


여름의 세상은 여전히 반짝이는데, 우리는 회색 건물에 들어 앉아, 뜨거운 공기를 내뿜는 실외기가 만들어낸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여름을 견딘다.


그림책 『반짝반짝』은 바로 이런 여름의 반짝임을 찾아내는 책이다. 여름의 풍경과 정서를 섬세하게 시적으로 포착한 이 책은, 잊히는 것들 속에서도 여전히 빛나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일상의 소소한 장면에서 반짝이는 여름의 이야기를 찾아내고, 감성적으로 길어 올려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반짝이는 마음을 건넨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여름을 온전히 느낀다. 여름의 일상 속 특별함을 조용히 일깨운다.


그러나 여름이 더워졌어도, 재난의 위기까지 치달았더라도, 세상은 여전히 반짝반짝 하다. 운동장의 빛나는 돌멩이, 그늘에 앉아계신 할머니들의 은빛 머리카락, 정원에 뿌려지는 물줄기, 그리고 어두운 밤 창밖의 불빛들. 창문을 열고 마음을 열고 바라보면, 우리 주변은 여전히 반짝인다.


길가에 펼쳐진 작은 이야기들은, 지금도 깜빡깜빡, 반짝반짝 여전히 빛나고 있다. 그 이야기를 주워 너에게 달려가면, 마주 오는 너의 모습에, 우린 함께 반짝인다. 반짝반짝.


우리가 여름을 놓치고 사는 건 아닌지, 아이들이 누려야 할 여름을 꽁꽁 숨겨놓은 건 아닌지 미안해진다. 우리 아이들이 얼굴이 벌개지도록 뛰어놀고, 물놀이하고, 물장구하며 반짝이는 물방울을 튀기고, 반짝이는 눈망울로 하루종일 동네를 다니며,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져오면 좋겠다. 그 이야기가 서로에게 닿기를, 반짝이는 마음마다 포개어지기를.


2025.07.06


*이 책은 문학동네 그림책 읽기 ‘뭉끄 5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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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날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90
소냐 다노프스키 지음,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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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기다리는 날들>(소냐 다노프스키/지양어린이)


예전에 도서관 강사님들과 독서모임을 하면서 그림책의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깨달은 적이 있다. 영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은 내용과 의미, 그림과 분위기까지 모두를 압축적으로 담아야 하기에, 사소한 단어와 그림의 소품 하나까지도 의미가 있다. 그래서 그림책은 가볍게 읽는 것이 아니라 추리하듯 세심하게 들여다보며 읽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그림책 서평은 성인 문학작품보다 오히려 까다롭고, 그만큼 그림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평할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이번에 지양어린이로부터 받은 책은 『너를 기다리는 날들』이다. 야론의 누나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엄마와 함께 동생을 기다리며 쓴 일기가 주된 내용이다. 야론은 생일마다 그 일기를 읽어달라고 조른다. 누나의 일기 읽기가 생일 선물이라니. 마라의 일기를 따라가다 보면, 동생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마가 동생 야론을 낳을 때가 되자, 마라는 바빠진다. 동생이 오기 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아빠와 함께 자신의 사과나무 옆에 야론의 나무를 심고, 백마 쉬라에게 고마워하며, 강아지 로키가 물어온 가지로 모빌을 만든다. 양 바사비에게 빗질을 하여 담요를 만들고, 해바라기와 고양이 로지나를 벽지에 그리고, 친구 마티와 사과 파이를 구운 마라는 야론을 기다릴 준비를 마친다.


아빠가 엄마와 함께 야론을 데려오고, 마라는 로지나와 로키와 함께 문 앞에서 동생을 맞는다. 동생을 품에 안고 사랑을 온몸으로 느낀 마라는, 지금이 꿈만 같다고 말하며 사랑이 더 자랐다고 고백한다.


참 따뜻한 그림책이다. 동생을 기다리지 않은 아이는 없을 것이다. 동생이 있는 아이들은, 동생이 집에 온 첫날 꼬물거리는 손과 발, 앙증맞은 눈 코 입, 우렁찬 울음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그때의 사랑하는 마음을 모두가 기억할 것이다. 지금이야 원수도 이런 원수가 없겠지만, 그때를 잊지 않는다면, 첫마음을 기억한다면, 지금 벌어지는 동생과의 다툼은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라가 야론이 태어나기 전 썼던 일기는, 야론에게 큰 선물이자 감사의 마음을 담은 증표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 야론이 자라면서, 누나가 쓴 이 일기를 통해 자신이 얼마나 큰 사랑 속에 태어났는지를 알게 되고, 매 생일마다 기억하고 싶을 테다. 그리고 그 사랑이 단지 말이나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만든 모빌, 땀 흘려 만든 담요, 기다리는 마음이 담긴 사과나무처럼 구체적인 행동으로 표현되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비단 야론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마라에게도 적용된다. 마라를 기다리던 가족들의 사랑도 그와 다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기다림은 보내버리는 시간이 아니라 사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 기다림 속에서 마라는 동생을 맞이할 공간과 마음을 정성껏 마련한다. 동생이 오기 전의 일상, 그 속에 스며든 감정들, 그리고 그 감정이 만든 구체적인 행위들은 모두 사랑의 얼굴을 하고 있다. 우리는 종종 기다림을 지루하고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이 책은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얼마나 값지고 충만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에서 아이의 세계를 존중하는 시선이 따뜻하다. 어른이 쓴 일기라거나 휴대전화 동영상이 아니라, 아이가 아이에게 주는 선물이라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마라의 언어는 아이다운 진심이 담겨 있고, 그림 속 세상은 마라의 눈높이에서 따뜻한 세상으로 가득 차 있다. 동생에게 보여줄 그 벅찬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휴대전화가 생기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기다림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기다림은 상대를 생각하고 사랑을 키워가는 시간이며, 그 사람을 위한 마음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어디까지 왔을지 모를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기다리는 그 마음, 애정이 담긴 기다림은, 스마트폰의 전화와 문자, 위치추적으로 사라졌다. 이제 기다림은 지루하고 기분 나쁜 시간, 남을 기다리게 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을, 그리고 누군가를 기다려 본 어른들에게는 기다림의 시간이 사랑이라는 깨달음을 줄 것이다.


7세 이하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2025.07.06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너를기다리는날들 #지양어린이 #소냐다노프스키 #윤지원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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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사람들 - 1980년대 1 생생 현대사 동화
은경 지음, 이영환 그림 / 별숲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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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찾는 사람들』 (은경/별숲)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이 노래를 기억하신다면, 아마도 1983년 이산가족 상봉 방송을 직접 보셨던 분들일 것이다. 나에게는 기억이 희미한 어린 시절 일이지만, 텔레비전 앞에 둘러앉아 가족 모두가 눈물을 찍어내던 장면만은 어렴풋이 떠오른다. 특히 엄마가 슬퍼했던 모습이 마음에 남아 있다. 외할머니가 이북에서 오신 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외할머니는 늘 북쪽 말투를 쓰셨고, 그 말투 안에는 말로 다하지 못한 그리움이 오래 담겨 있었다. 외할머니가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셨다는 것을, 나는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일까. 『가족을 찾는 사람들』은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과거의 장면과 맞닿으며 오랫동안 숨어 있던 마음을 건드린다. 이 책은 1983년 ‘퀴즈로 배웁시다‘와 이산가족 찾기 방송이 한창이던 시절의 이야기로, 어른들에게는 그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아이들에게는 정겨원던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삶을 생각해 보게 한다.


이야기는 ‘퀴즈로 배웁시다’ 예심에 참가하는 영서와 친구 선영이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영서는 동생 영찬이와 한 약속을 어기고, 몰래 퀴즈 예선에 참가하러 방송국으로 향한다. 할머니가 정성껏 싸준 김밥을 들고 버스를 타고 방송국을 향하는데, 회수권, 토큰, 버스 안내양 등 80년대 생활상이 생생히 그려진다. 그러나 방송국에 도착하면서 이야기는 서서히 다른 결로 옮겨간다. 그곳엔 가족을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한장 한장 벽에 붙은 종이들 사이엔 헤어진 누군가를 기다리는 간절함이 담겨 있다.


영서와 선영이는 예심에 합격하고, 본선에 진출하는데, 이번에는 동생 영찬이와 함께 방송국을 찾는다. 이산가족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뚫고, 본선에서 퀴즈왕이 된 영서와 선영이는 그날 방송국 앞에서 낯선 장면과 마주하게 된다. 오랜 시간 떨어져 있던 어머니와 아들이 만나 껴안는 장면에서 나도 모르게 눈가가 젖는다. 그 와중에 영찬이가 사라지자 영서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온 가족이 영찬이를 찾으러 나서는데, 아빠는 버스를 잘못 탄 영찬이를 찾는다. 영서는 동생 영찬이를 잃어버린 순간의 두려움에 힘들어 하는데, 할머니에게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들으며 이산가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특히 엄마가 어릴 적 동생을 잃어버리고 평생 그것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다는 이야기는, 그 시절 수많은 사람들에게 있었던 현실이었기에 와닿았다.


전쟁은 오래전에 끝났지만, 그로 인해 갈라진 가족들은 오랜 시간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아야 했다. 방송국 앞에서 벽보를 붙이고, 마이크를 잡고 사연을 말하던 사람들은 가족을 찾는 것을 넘어서,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던 것이기도 하다. 영서는 그 장면들 속에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가족의 얼굴을 떠올린다. 동생과 친구, 엄마와 할머니 모두가 서로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소중한 사람들임을, 흩어져선 안 되는 사람들임을 알아간다.


『가족을 찾는 사람들』은 퀴즈 대회와 가족 찾기 방송이라는 전혀 다른 두 장면이 나란히 놓이지만, 결국 모두 ‘찾는 일’이었다. 차라리 문제의 답을 찾는 일이라면 참 쉽겠지만, 흩어진 가족을 찾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영서 가족이 잃어버린 막내 이모를 찾기 시작하는 모습은 그것이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상실과 회복, 그와 다름없음을 보여준다.


어린이들에게 전쟁의 한 단편이 아주 멀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영서 가족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마음의 조각들이 커다란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어딘가에선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이산가족이 생기고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은 지금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리움, 기다림, 그리고 함께 있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해 준다. 그리고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도 우리가 왜 그 시절의 이야기를 기억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지금의 삶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5.07.01


*이 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가족을찾는사람들 #은경 #별숲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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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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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김유경/위즈덤하우스)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1회 수상작은 <감염동물>이었는데, 동물들이 바이러스에 걸려 말을 하는 상황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감각적으로다룬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2회 수상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책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흡입력이 좋은 작품이다.


김유경 작가의 『창밖의 기린』은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첨단 SF 설정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생명과 기술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음엔 인공지능 에모스를 이용한 가상현실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작품은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이라는 생태적 메시지를 더 많이 품고 있었다. SF인 줄 알았는데, 생태 동화였다니, 놀라움이 컸다.


이 책의 배경은, 사람의 정신만을 디지털 세계에 업로드하여 살아가는 ‘리버뷰’라는 가상 세계가 존재하는 미래다. 현실과 가상 세계 모두 ‘에모스’라 불리는 첨단 인공지능이 관리하는데, 가상 세계에 들어가면 인간의 육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아프지 않고 더이상 장애도, 노화도, 질병도 없는 천국이 시작된다. 이러한 세계관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인간다움과 자유의 상실이라는 상반된 이면을 내포하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인류의 90%가 리버뷰로 이주해야 하는데, 주인공 재이는 부모와 오빠와 달리 리버뷰에 업로드 되지 못한다. 그것은 재이의 뇌에 특별한 조직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리버뷰라는 규격화된 세계가 수용하지 못하는 요소였지만, 그 조직은 재이가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는 특별한 감각으로 재이는 주변 동물들과 소통하는데, 어느 날 기린 ‘럭키’가 찾아오고, 이때부터 재이의 삶이 달라진다.


남은 재이를 돌보는 것은 에모스다. 재이가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 쓰고, 업로드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 리버뷰에 접속한 재이는 친구를 통해 리버뷰에 업로딩을 거부하는 소라에 대해 듣게 되고, 재이는 소라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남아 리버뷰로의 이주를 거부하는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소라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기린 럭키에게서 동물을 납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듣고는, 재이는 소라의 마을 사람들을 의심한다. 과연 재이는 동물 학대범을 찾고, 리버뷰로 자신을 업로드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재이와 소라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재이는 반려 고양이들을 둔 채 리버뷰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소라는 자신과 늘 함께 한 반려견 또순이를 두고 떠나지 못한다. 소라의 마을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인간이 사라진 땅은 과연 평화롭고 개끗하며, 생태가 복원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편안한 곳으로 이주해버리는 인류의 모습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보다는, 해결책을 뒤로 미루고 회피하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쓰레기가 내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느껴지는데, 우리가 하는 환경 보호의 대부분이 이러한 방식이라는 깨달음에 부끄러워진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지구 청소 정책’은 인간만 청소하면 자연은 회복된다는 에모스의 논리겠지만, 인간이 떠난 자연은 정화해야 할 공간이면서도 여전히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그곳에 남겨진 존재들은 또다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이들이다. 그 선택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창밖의 기린』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나 감정적 동정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과 공존을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 인류의 90%가 떠난 곳에서 남은 10%가 회복하려는 것이 인간성이라는 점을 볼 때, 현재 90%의 인류가 놓치고 있는 것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라는 비판적인 질문을 되던진다.


인공지능의 발달, 기술의 진보를 말하면서도, 생명의 가치와 윤리적 문제를 놓지 않는 점에서, 판타지 문학상 어린이 부분 대상이라는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고민할 작품이다. 우리가 머물 곳은 가상 세계가 아니라 맨발을 디딘 땅이며, 모두가 함께 부딪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 여기 이곳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2025.07.04


#창밖의기린 #김유경 #위즈덤하우스 #초등추천도서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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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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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 현대문학 )


에이모 토울스의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고 한동안 푹 빠져 있었다. 작품 속에서 품격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백작의 고요한 의지가 오래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작가의 새 단편집 『Table for Two』출판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컸다. 게다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여섯 개의 단편집이라니. 작가가 풀어낼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소리 아닌가. 복잡하고 바쁜 도시의 틈 사이로 사람들의 사연이 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출판사에서 보내준 가제본인 프리북에는 「밀조업자(The Bootlegger)」라는 제목부터 낯설고도 묘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이들과 읽는 책 중에 <초콜릿 레볼루션>이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의 제목이 Bootleg여서, 뭔가 밀매를 하거나, 금주법 시대의 밀조업자가 밀주를 만드는 이야기겠거니 짐작했다.


이 단편의 흥미로운 점은 이 이야기가 주인공 토머스 하크니스의 아내의 시점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녀의 시선을 통해 남편의 삶을 따라가게 된다.


토머스는 유능한 은행가다. 숫자와 사람 사이에서 정확하게 균형을 잡으며 성공의 길을 걸어온 사람. 그에게 삶이란 계획과 자산, 평판과 자기관리로 조율된 악장과 다름 없었다. 어느 날, 그는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첼로 독주회를 예약한다. 음악에 대한 애정보다는, 뉴욕 상류 사회의 일원으로서 마땅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다.


연주가 시작되었지만, 정작 토머스의 마음을 붙든 건 무대가 아니었다. 공연 중간에 조용히 들어온 레인 코트를 입은 한 노신사를 유심히 살피는대, 그 노인은 누군가의 눈을 피하듯 주머니에서 Y자 마이크를 꺼내 조심스레 연주를 녹음하고 있었다. 토머스는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불쾌함을 느낀다.


그는 다음 주에도 다시 홀을 찾는다. 같은 자리, 같은 행동. 결국 그는 관리인 미스터 코넬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경찰이 출동하면서 노인의 이름이 밝혀진다. 아서 파인. 그는 차분히 말했다. 병든 아내를 위해, 그녀가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매주 연주를 담고 있었다고.


그 말은 토머스를 흔들어 놓았다. 체면과 규율로 다듬어진 그의 삶 속에 갑작스레 파문이 이는 듯했다. 그는 자신이 해버린 일을 후회하며 아서 파인을 수소문한다. 그리고 마침내 그를 만나게 되었지만, 이미 그의 아내는 세상을 떠난 뒤였다. 놀랍게도 아서는 토머스를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일이 계기가 되어 지난 세월을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딸 메레디스는 차갑고도 선명한 말 한마디를 남긴다. “당신이 첼로 연주를 들을 때마다, 내가 여기 62번가에 서서 당신에게 ‘독선적이고 무신경한 개자식’이라고 말한 일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은 토머스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처럼 남는다.


이야기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프렐류드와 함께 마무리된다. 그 단순하고 꾸밈없는 선율이 한 음씩 차오르며 깊어지는 흐름은, 마치 토머스 하크니스가 지나온 삶의 고비들을 닮아 있었다.


“저주는 딱히 얄궂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얄궂은 것과는 정반대다. 저주에 담긴 내용이 그대로 실현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한마디, 한마디가 그대로 실현되기를.”


아내의 이 말처럼, 메레디스의 저주는 오히려 축복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토미가 그 일로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었으리라 짐작하기 때문이다. 삶의 전환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오는 법이다. 그것이 상대의 저주라 할지라도 말이다.


예술을 장식처럼 소비하던 그가 한 노인의 작고 고요한 사랑 앞에서 조금씩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밀조업자> 이야기는 그렇게,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가려진 삶의 본질을 살며시 건드린다. 이야기를 덮고 나서도 마음 한켠이 오래도록 따뜻하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가제본에는 단 한 편의 이야기만 짤막하게 실려 있지만, 원작에는 아직 다섯 편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또 다른 골목에서, 누군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사랑하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들 역시 꼭 만나보고 싶다.


에이모 토울스의 전작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이번에도 그의 매력에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참말로 기대되는 책이다.


2025.06.20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프리북을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에이모토울스

#테이블포투

#밀조업자

#모스크바의신사

#링컨하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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