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영이가 사라졌다 새싹동화 16
임수경 지음,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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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이가 사라졌다>(임수경 글 /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무영이가 사라졌다. 고작 열두어 명 정도 되는 반에, 한 사람이 며칠째 결석하고 있으니, 그 빈자리가 커진다. 무영이가 학교에 안 올 수록, 아이들은 무영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가 자기 탓인 것 같다. 무영이는 결석했지만, 아이들은 온통 무영이 얘기다. 글의 후반까지, 무영이가 나오지 않는 무영이 이야기다.


—-


학교 가는 길, 한결이는 등교 시간에 늘 마주치는 무영이를 만나지 못해 궁금해 한다. 민서는 엉망진창이 된 책장을 보며 무영이의 빈자리를 느낀다.


1교시 국어시간, 아이들이 선생님께 무영이는 왜 학교에 안 오냐고 묻자, 선생님은 무영이가 오면 물어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영이가 자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한결이는 며칠 전 국어시간에 읽기 흐름을 놓친 무영이를 나무라던 게 생각 나,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고, 2교시 수학시간, 지유는 자신이 받은 스티커를 무영이이게 주지 않아서,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다.


3교시 체육시간, 재원이는 며칠 전 체육시간에 꼬리잡기 놀이에서 무영이 꼬리를 얼른 잡아버린 일이 떠오른다. 4교시 슬기로운 생활 시간, 민서는 클레이로 만든 아이들 얼굴을 만들 때, 무영이가 얼굴의 작은 점을 넣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한 일이 떠오른다.

점심시간, 급식을 먹을 때 수저를 찾지 못한 지유는 늘 수저를 챙겨주던 무영이의 빈자리를 떠올리고, 간식으로 나온 요거트 뚜껑 따기에 힘겨워하던 아이들은, 용케 뚜껑을 잘 따던 무영이가 생각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무영이가 학교로 왔다. 5교시가 끝나자, 아이들은 무영이에게 달려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과연 무영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며칠이나 학교를 빠지고, 이렇게 늦게야 온 걸까?


그 반전은 책을 읽고 느끼길 바라며, 밝히지 않겠다.



“정직한 사과는, 사과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아지게 만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했던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걸 뒤늦게 깨달은 아이들은,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가 위안을 받고 관계가 회복한다. 그것은 무영이와 선생님의 관계도 그러한데, 무영이가 학교를 빠졌던 이유와 무영이의 말을 찬찬히 읽다 보면, 진심이 담긴 사과가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어른도 아이도, 완전하지 않기에, 늘 실수하고 잘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매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따져보면 세 가지다.

1.진심이 담긴 사과

2.그에 대한 책임

3.재발 방지 대책


범죄나 사고가 아닌,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는 사소한 일이라면, 대부분 1번에서 충분히 끝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1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상황은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고, 타인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 커다란 자기 허물은 작게 보이고, 티끌 같은 타인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 그래서 입장을 좀 바꿔보고 공감하는 힘이 어릴 적부터 필요하다. 그 힘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독서를 통해서 생긴다. 정말 그렇다.


저학년 동화를 펼치며, 오래 전 읽었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가 떠오른다. 황만근 없이 진행되는 황만근의 이야기.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면서 없었던 황만근 이야기와 무영이 이야기가 닮았다. 없을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아이들. 곁에 없을 때라야 비로소 그 존재감이 생기는 아이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빈자리가 큰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짧은 사과였지만 진심은 네 배로 담겨 있었어요. ”


잘못을 말하고 사과하는 일이 죽기보다 싫은 아이들이 있다. 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뭔가 책 잡히는 것 같아서다. 왠지 ‘을’이 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힘, 그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한 차례 더 크게 성장하는 일임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꼭 읽힐 만한 도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소중하게 귀하게 여기길 바란다.


2023.09.11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ddstone_books

#무영이가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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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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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마리 원숭이 빨간콩 그림책 27
김채완 그림, 허은미 글, 알프레드 힉먼 원작 / 빨간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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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마리 원숭이>(알프레드 힉먼 경 / 김채완 그림 / 허은미 다시 씀 / 빨간콩)


🐒‘백만 마리 원숭이앞에서!’


앞으로 수많은 걱정과 고민이 들 때마다 외칠 표현이다.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고민을 날려버릴 마법의 말 ‘백만 마리 원숭이!’.


—-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기도 하지만 ‘걱정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인간이 정착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게 풍부해지고 앞으로 걱정없이 살 줄 알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날씨, 기후, 환경의 영향이 적었던 수렵채집인과 달리, 인류가 농사를 시작하자, 정착하여 이동할 수 없었다. 땅과 집, 가족을 두고 어딜 떠난단 말인가? 그래서 적의 침입에 맞서 싸워야 했고, 날씨와 기후, 곤충과 동물에 맞서야 했다. 농사를 지으면서 먹을 것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줄 알았지만, 인간은 내년을, 내후년을, 후손을 걱정해야 했다. 인간의 시간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로 확장했고, 걱정의 크기도 점점 더 커졌다.


지금 우리의 걱정도 그러하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시집장가를 보낼 수 있을지를 걱정한다. 임신하자마자 어린이집을 예약해야 하고, 초등 입학부터 중고등학교 일정을 준비한다. 농담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


이렇게 보면 걱정하는 인간이 우리 사피엔스라는 주장은 별로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걱정해서 걱정이 사라지면 걱정이 없겠다고 자조적으로 말할 수도 있지만, 그런다고 걱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 누구나 겪어본 일이 있을 것이다. 내가 걱정했던 것이, 내가 걱정한 크기와 시간, 감정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작았던 경험. 엄청난 걱정이었지만, 별일 아니게 풀렸던 경험 말이다. 우리가 걱정을 대하는 자세는, 너무 걱정스러울 정도인데, 걱정이 걱정을 더 키우기 때문이다.


수많은 걱정이 걱정인 사람들, 너무 많은 고민이 고민인 아이들의 손에 들려주고픈 책이 바로 <백만 마리의 원숭이>다.


—-

👨‍👩‍👦부모님과 오두막에서 사는 ‘안’.

부모님이 일을 나간 사이, 청소와 닭모이 주기, 그리고 저녁을 준비한다.

평상 위로 드리운 그늘이 시원해 보여 잠시 누웠는데,

😤부모님이 고단한 몸을 이끌고 들어와 불같이 화를 낸다.

🏃안은 집을 나와 숲을 향해 달아난다.

—-


📚빼곡하게 채워진 그림 속에, 이 가족의 사랑도 빼곡히 채워진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불같이 화를 내는 부모님이라니! 빗자루까지 던진다.

😢안의 가출을 통해, 안의 걱정, 고민, 속상한 마음이 잘 느껴진다.

😔널따란 숲에 혼자 남은 것 같은 안.


---


—-

🐒안은 야자나무 아래서 원숭이 한 마리를 만난다.

아빠에게 야단맞은 걸 말한 안에게, 원숭이는 정말 속상했겠다며 친구들에게 안의 얘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원숭이는 안을 데리고 널따란 공터에 도착하는데,

그곳에는 원숭이가 정말 많다. 내가 다 세어봤는데, 딱 백만 마리다!

그곳에서 안은 속상한 마음을 말한다.

“이런, 이런!”

“아이고, 저런!”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공감해준다. 마음이 서서히 풀리는 안.

이야기를 재촉하는 원숭이들에게 안은

“엄마는 가만히 있고, 나는 저녁도 못 먹고…”

라고 말하지만, 원숭이들은 단호하다.

“그게 다야?”

“그것 말고 더 없어?”

곰곰이 생각하던 안은 기분이 나아진다. 그러면서 원숭이에게 말한다.


🤭“난 생각보다… 그렇게 불쌍하지 않은 것 같아.”

—-


과연 안은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부모님은 안에게 뭐라고 하실까? 궁금하면 마지막 장면만은 책을 읽어 보시길.


고민과 두려움, 걱정처럼, 속상한 마음은 우리를 괴롭게 만든다. 그 마음은 우리를 움직이게 하고 단련시키기도 하지만, 쉽게 주눅들게 하고, 포기하게 만들기도 하다. 두려움과 걱정, 속상한 마음이 우리를 성장시키지만, 그건 지나고 난 다음의 일이고, 그 순간만큼은, 불안하고 초조하며, 세상의 모든 고난은 내가 다 지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대부분 그런 고민들은 내가 걱정하는 것보다 작은 크기다. 지금 나에게, 내 감정에 기대어 볼 때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백만 마리의 원숭이 앞에서 그 이야기를 한다면, “애걔걔, 그게 다야?”라고 할 만하다.


우리도 그러잖는가? 내 고민은 엄청 무겁고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고민은 ‘그깟 일’이 되기도 한다. 내 고민은 세상 불행한 것이지만, 남의 고민은 ‘고작 그거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것은 자신의 고민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고 감정적이기에 고민의 크기가 커지고 세상에서 가장 속상한 마음이 든다.


그런데 그럴 때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내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내 고민과 걱정을 백만 마리의 원숭이가 귀담아 듣고 있다가, “뭘 그거 가지고 그래?”라고 말할 것 같으면, 그래 그 고민은 이제 좀 그냥 둬도 될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뭘 걱정인가 백만 마리 원숭이에게 말하면 되지. 그리고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 고민을 좀 나눠 주자. 원숭이들처럼 “아이고, 저런!”하며 마음을 도닥여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가 가진 고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 생각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그 고민은 더 크게 체감될 테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고민을 백만 마리 원숭이에게 들려주면 좋겠다. 집집마다 있는 걱정 인형에게 말하듯이 말이다.


2023.09.09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백만마리원숭이

#빨간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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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
진보라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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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케어>(진보라/은행나무)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이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메모리케어’를 받는데, 그것은 개인과 집단의 기억을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것은 과거에 있었던, 혹은 앞으로도 일어날 집단 트라우마를 막기 위해서 시작되었지만, 예측 가능하듯이 개인에 대한 통제와 인간성의 상실로 이어진다.


주인공 ‘봄’은 산복도로에 사는 평범한 10대 소녀다. 할아버지 경식, 부모님과 함께 사는데, 어느 날 할아버지의 건강 수명이 끝나 할아버지가 죽는데, 봄은 할아버지의 기억을 지키려 한다. 썬시티에서 온 ‘나타샤’를 만나 할아버지의 기억을 유지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도도제약의 마케팅 일을 시작하는데, 그러면서 도사리고 있는 음모 안으로 들어간다. 주주 제약이 일으킨 여러 사건과 그 기억을 잊으려 하는 이들에게 도도제약의 제품을 알리는 과정에서, 주인공 봄은 자신을 둘러싼 숨겨진 이야기와 마주한다. 그러면서 친구 유나, 어릴 적 죽은 친구 이안, 썬시티 최고 권력자인 도형의 손자인 준찬 등을 만나면서 봄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간다. 메모리케어의 탄생과 목적을 알게 된 봄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이 책의 배경이 무척 신선하다. 철학논술을 할 때 아이들과 오래 고민하는 주제가 바로 ‘기억’인데, 개인의 동질성은 바로 그 ‘기억’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내가 나인 것은 바로 나의 ‘기억’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와 똑같은 존재를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나와 기억이 동일하지 않다면, 결국 그가 ‘나’는 아니다. 그러니 내가 기억하는 것이 바로 ‘나’다. ‘기억’이 ‘나’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기억을 케어받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내 기억 중 일부를 지울 수 있다면, 지금의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나와 기억은 오차가 생기고, 그러면 내 존재에 의문이 생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이 겪은 아픔과 상처, 집단적 트라우마를 위해 그 기억을 없애고, 그 기억의 느낌만을 꼬리표로 남긴다. 결국 기억은 없지만, 그때의 느낌만 남는 셈이다. 실제로도 그런 것 같다. 과거의 모든 걸 기억할 수 없고, 어린 시절의 특정한 시기 역시 기억이 아닌 감정으로 기억될 때도 많기에, 작가가 그려내는 세상이 충분히 공감이 간다.


주인공 봄이가 할아버지의 기억을 간직하고, 자신의 기억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재미있다. 그것을 들키지 않으려 고군분투하고, 여러 유혹을 벗어나며 자신을 지키고 모험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이 디스토피아적이면서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내가 부산에 살아서 그런지, 읽는 내내, 부산이 배경이라고 생각했다. 하구둑, 다이아몬드 다리, 산복도로, 남항 등 자잘한 배경이, 내가 알고 있는 그곳이라는 생각에, 장소를 대입하며 읽었다. 책 속에서도 산복도로로 올라가는 모로레일이 나오고, 하구둑을 지나 시티로 들어가는 모습은, 명지로 가는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듯했다. 부산 출신의 작가이기에, 자신에게 애틋하게 남은 장소를 책 속에 새겨놓은 것 같아 반가웠다.


이 책은 여러 작품의 연장선에 있다. <얼터드 카본>이 많이 생각났고, 개인의 기억을 조작하여 통제한다는 점에서 <멋진 신세계>도 겹쳐 보인다. 그러나 약물과 헬멧을 활용한 메모리케어, 기억과 꼬리표 등은 작가의 독창성과  빼어난 통찰력이 돋보인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세상을, 독자에게 쉽게 이해시키지 못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가 풀어놓는 도시의 모습을, 내 머리에 억지로 넣는 듯한, 메모리케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하기 위해, 작가가 펼쳐놓은 세계를 인정받기 위해, 너무 많은 설정과 우연과 기억과 사건이, 다소 부자연스럽게 놓이는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주인공 ‘봄’이 참 훌륭한 캐릭터고, 모든 기억을 보려고 한다는 점에서, 진실을 마주한다는 점에서 주인공 네이밍도 참 기발하다.

SF 디스토피아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신있게 권할 만한 좋은 작품이다.

이 책을 마중물로, 작가가 더 크게 성장하리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좋은 책을 통해, 깊은 사유의 기회를 주신 ‘은행나무’ 출판사에 감사드린다.


2023. 09. 07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메모리케어

#진보라

#은행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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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 - 우리가 알아야 할 약 이야기
최혁재 지음, 이해정 그림 / 열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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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약? -우리가 알아야 할 약 이야기> (최혁재 / 열다)


꾸준히 책을 읽는 아이들도 편독에 빠질 때가 있다. 그것은 이야기 중심의 문학만 읽으려고 하는 것이다. 물론 만화에 너무 깊이 빠지거나 장르문학에 빠져 다른 책을 읽지 않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야기만이 아니라 비문학도 좀 읽으면 좋겠고, 이왕이면 학습에 도움이 될 만한 책도 좀 읽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비문학은 문장이 어렵고, 대부분 뭔가 가르치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가 학습의 연장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다시 이야기 책으로 돌아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 책을 고를 때는 문학과 비문학을 안배하려 노력하는데, 그게 쉽지가 안다. 비문학은 동화처럼 연령대가 쉽게 구분되기 어렵고, 주제가 너무나 다양해서다. 모든 과목을 망라하고 교양과 인문학까지 아우르기에, 어떤 책을 추천해야 하나, 고민이 될 때도 있다.


그런데, 걱정 마시라. 이 정도의 비문학이라면, 이 정도의 교양과학 도서라면, 초등 어떤 연령대에도 추천할 만한 책이 있다. 바로 출판사 ‘열다’의 지식 과학 도서다.


이번에 읽은 책은 <모르는 게 약? -우리가 알아야 할 약 이야기>다. 


제목처럼, 이 책은 우리가 먹는 약에 관해 알아야 할 내용을 빠짐없이 가르쳐 준다. 아프지 않는 사람은 없기에 누구나 병원에 가고 주사를 맞고 약을 먹는다. 어릴 적 누구나 주사 맞지 않길 바라고, 알약보다 가루약을, 가루보다 시럽을 먹길 바랐다. 주사 맞고 약을 먹고 나면, 며칠 내에 몸이 회복되는데, 그때부턴 약을 안 먹고 그냥 살았던 일은, 누구에게나 있다. 그리고 밥을 먹고, 타이버 30분을 맞춰서, 정확하게 약을 드시던 우리 아버지처럼, 약을 제때 챙겨먹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꼭 그렇게 해야 하는 걸까? 약은 어떻게 작용하고, 주사와는 어떻게 다르며, 백신과 치료제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마약은 왜 금지하는지, 그러면서 몇몇 독약은 왜 또 사용하는지, 신약 개발 과정은 어떠한지, 건강보험은 무엇인지, 그리고 신약 개발 과정에서의 동물실험 문제까지, 이 책은 약학과 관련한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건넨다.


-식후 30분은 다 이유가 있다.

-우리가 먹은 약은 1/5만 흡수되기에, 그것을 계산해서 약을 먹는다.

-약 스스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세균의 대사 과정을 통해 효과가 생기기도 한다. 

-약은 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하나도 같은 건 없다. 조사하면 다 나온다.

-약 먹을 때 자몽주스는 함께 먹지 말라.

-약을 함부로 많이 먹으면 큰일난다.

-주사약이 수용성인지 지용성인지에 따라 놓는 곳이 다르다.

-백신을 만드는 과정은 엄청나게 복잡하고 과학적이다.

-파스퇴르는 요구르트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이다.

-곰팡이에서 약을 발견했다. 그러나 작은 거라고 무시 말자.

-마약은 몸과 마음이 망가진다. 하려고도, 알려고도 하지 말자.

-그러나 마약도 잘 쓰면 좋다. 특히 고통이 심한 환자들에게.

-독약도 쓸 때가 있다. 보톡스는 미용이나 손발이 떨리는 파킨스 병에 쓰기도 한다.

-운동선수들은 금지된 약을 써선 안 된다.

-가짜 약을 먹고 낫기도 한다.

-의학과 약학 분야는 더 높은 윤리와 도덕성, 사회적 책임이 요구된다.

-건강보험은 꼭 필요하다.

-동물실험은 필요하지만, 동물실험 윤리에 맞게 하자.


책을 읽으며 메모했던 몇몇 내용인데, 다 쓰지도 못했다. 약학과 건강, 중독, 신약개발, 건강보험, 동물실험 등, 학교에서 토론 주제로 자주 나오는 내용이 많기에, 아이들이 미리 읽어두면, 필요성과 문제점, 대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의 수준은 초등 중고학년이며, 저학년 아이들도 차분히 앉아 읽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다. 부모님, 선생님과 매일 한꼭지씩 읽고 이야기를 나눠도, 풍성한 대화가 될 주제들이다. 학교에서는 매일 한 단원씩 읽고 친구들과 나누어도 좋고, 독서논술 학원에서도 읽은 후 토론, 글쓰기가 용이할 도서다.


이 책에 아쉬움이 있다면, 개정판이지만, 구판 내용과 동일하다는 점이다. 구판이 2015년에 나온 만큼, 그 사이 벌어진 코로나19와 예방백신 등, 아이들이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주제도 덧붙였다면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참 유익한 도서다. 아이들이 쉽게 읽으면서, 비문학, 교양도서로 관심을 옮길 만하다.


2023.09.05

*본 서평은 스푼북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spoon_book

#모르는게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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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

#최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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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독깨비 (책콩 어린이) 80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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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R.J.팔라시오 저 / 천미나 역 / 책과콩나무)


책과 콩나무 출판사에서 <포니>를 보내주셨다. 정말정말 기다리던 ‘팔라시오’의 작품!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책이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나는 <아름다운 아이>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하다. 안면기형인 어거스트가 세상을 향해 한발짝 내딛는 이야기인데, 그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여러 일을 다룬다. 당연히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인데, 그 시작은 ‘선의’다.


<포니>는 1800년대의 서부개척시대 미국 이야기를 다룬다기에, 작가의 이전 작품과 어떻게 다를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


<포니>는 이 책 속 주인공 사일러스의 말 이름이다. 물론 자신의 말은 아니다. 게다가 ‘포니’라고 하니, 그저 조랑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포니는 매우 훌륭한 품종의 조랑말이다.


주인공 사일러스는 아빠 (마틴 버드)와 산다. 엄마는 사일러스를 낳다 죽었다. 사일러스 아빠는 사진사인데, 사진인화에 엄청난 재능과 기술이 있으며, 학식도 높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엄마는 매우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지만, 아빠와 만나고 결혼하면서 본가를 떠난다. 어느 날 사일러스 집에 웬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와 사일러스를 잡아가려 한다. 그들은 아버지를 ‘맥 보트’라 부르며, 위조지폐 제조를 위해 잡아가려 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맥 보트가 아니라고 총을 들고 위협하지만, 악당들의 수에 밀려 사일러스를 보호하기 스스로 그들에게 잡혀간다. 아버지는 일주일 후 반드시 돌아올 테니 자신을 쫓아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들이 떠난 뒤, 악당들이 놓치고 간 말 ‘포니’를 타고, 사일러스는 아버지를 추적한다.


사일러스는 아버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연방 보안관 ‘에녹 파머’, 그리고 아버지 구출에 도움을 주는 ‘샬폰드’ 보안관과 ‘뷰티맨’ 부보안관, 샬폰드의 동생 ‘마틸다 샬폰트’, 샬폰드의 아내 ‘제니’ 등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일러스는 이들의 선의로 목숨을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아버지를 찾는다. 


—-


작가는 이 책의 한 문장도, 단 하나의 상황도 그냥 쓰지 않았다. 사소한  상황도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섬세한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닿아 있다. 이 사실을 책의 맨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책은 두 번 이상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떡밥을 따라가야 한다. 갑자기 나온 한 사람, 물건 하나, 말 한 마디가 글의 끝에는 하나로 이어지며, 모든 의문과 의혹이 풀렸을 때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일러스는, 자신이 기억이란 걸 한 순간부터 ‘미튼울’이 보인다. 미튼울은 유령인데, 오직 사일러스에게만 보인다. 미튼울은 조언자이자 친구인데, 처음에는 그가 왜 사일러스 곁에 있는지, 혹시 형이나 가족은 아닐지 궁금했다. 그저 곁에 있는 미틀울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의 전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 마틴 버드를 잡으러 온 사람들은 아버지를 ‘맥 보트’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자신은 맥 보트가 아니라면서 그들을 쫓아내는데, 맥 보트는 악명높은 위조지폐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위조실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악명높은데, 아버지와 맥 보트 사이의 일이 밝혀지는 순간, 그 충격이란.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들고 다녔던, 어머니의 유품인 바이올린과 관련한 이야기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버지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떠난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이, 지금의 사일러스를 있게 했다는 걸 아는 순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의’, ‘친절’이 가진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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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소년 문학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는, 가장 최고의 책은 <구덩이>(루이스 새커)다. 그런데 이제는 거기에 한 권이 더 추가될 것 같다. <구덩이>가 세상에 놓인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포니>는 그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는 ‘선의’, ‘친절’임을 깨닫게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관계를 시작한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것도 재지 않고, 그저 내 앞에 있는 사람이기에 손을 내밀고 선의를 갖고 관계를 시작했던 것은 아주 어린 시절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우선 의심과 적의로 관계를 시작하고, 의심을 거두고 안심이 되어야만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이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포니> 속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런 선의와 친절, 그리고 희생이 가져오는 마법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이 이야기가 보여준다. 그것은 세대를 넘어 작용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위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2023.09.0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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