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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80
R. J. 팔라시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23년 8월
평점 :

<포니>(R.J.팔라시오 저 / 천미나 역 / 책과콩나무)
책과 콩나무 출판사에서 <포니>를 보내주셨다. 정말정말 기다리던 ‘팔라시오’의 작품! 기대했던 것보다 더 훌륭한 책이다. 정말 훌륭한 책이다.
나는 <아름다운 아이>의 감동이 여전히 생생하다. 안면기형인 어거스트가 세상을 향해 한발짝 내딛는 이야기인데, 그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일어나는 여러 일을 다룬다. 당연히 한 아이의 성장 이야기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사람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그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인데, 그 시작은 ‘선의’다.
<포니>는 1800년대의 서부개척시대 미국 이야기를 다룬다기에, 작가의 이전 작품과 어떻게 다를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를 풀어갈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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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는 이 책 속 주인공 사일러스의 말 이름이다. 물론 자신의 말은 아니다. 게다가 ‘포니’라고 하니, 그저 조랑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포니는 매우 훌륭한 품종의 조랑말이다.
주인공 사일러스는 아빠 (마틴 버드)와 산다. 엄마는 사일러스를 낳다 죽었다. 사일러스 아빠는 사진사인데, 사진인화에 엄청난 재능과 기술이 있으며, 학식도 높지만 가난한 집안 출신이다. 엄마는 매우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지만, 아빠와 만나고 결혼하면서 본가를 떠난다. 어느 날 사일러스 집에 웬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아버지와 사일러스를 잡아가려 한다. 그들은 아버지를 ‘맥 보트’라 부르며, 위조지폐 제조를 위해 잡아가려 한다. 아버지는 자신이 맥 보트가 아니라고 총을 들고 위협하지만, 악당들의 수에 밀려 사일러스를 보호하기 스스로 그들에게 잡혀간다. 아버지는 일주일 후 반드시 돌아올 테니 자신을 쫓아오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들이 떠난 뒤, 악당들이 놓치고 간 말 ‘포니’를 타고, 사일러스는 아버지를 추적한다.
사일러스는 아버지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연방 보안관 ‘에녹 파머’, 그리고 아버지 구출에 도움을 주는 ‘샬폰드’ 보안관과 ‘뷰티맨’ 부보안관, 샬폰드의 동생 ‘마틸다 샬폰트’, 샬폰드의 아내 ‘제니’ 등 참 좋은 사람들을 만난다. 사일러스는 이들의 선의로 목숨을 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아버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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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이 책의 한 문장도, 단 하나의 상황도 그냥 쓰지 않았다. 사소한 상황도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모든 것은 섬세한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닿아 있다. 이 사실을 책의 맨 끝에 가서야 알게 된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이 책은 두 번 이상을 읽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수많은 떡밥을 따라가야 한다. 갑자기 나온 한 사람, 물건 하나, 말 한 마디가 글의 끝에는 하나로 이어지며, 모든 의문과 의혹이 풀렸을 때의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일러스는, 자신이 기억이란 걸 한 순간부터 ‘미튼울’이 보인다. 미튼울은 유령인데, 오직 사일러스에게만 보인다. 미튼울은 조언자이자 친구인데, 처음에는 그가 왜 사일러스 곁에 있는지, 혹시 형이나 가족은 아닐지 궁금했다. 그저 곁에 있는 미틀울이 누구인지 알게 되는 순간의 전율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아버지 마틴 버드를 잡으러 온 사람들은 아버지를 ‘맥 보트’라고 부른다. 아버지는 자신은 맥 보트가 아니라면서 그들을 쫓아내는데, 맥 보트는 악명높은 위조지폐범이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난 위조실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악명높은데, 아버지와 맥 보트 사이의 일이 밝혀지는 순간, 그 충격이란. 그리고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아버지를 찾는 과정에서 들고 다녔던, 어머니의 유품인 바이올린과 관련한 이야기도 너무나 아름답다. 아버지를 위해 모든 걸 버리고 떠난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숭고한 모습이, 지금의 사일러스를 있게 했다는 걸 아는 순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선의’, ‘친절’이 가진 힘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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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소년 문학에서 빠지지 않고 다루는, 가장 최고의 책은 <구덩이>(루이스 새커)다. 그런데 이제는 거기에 한 권이 더 추가될 것 같다. <구덩이>가 세상에 놓인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극복하는 이야기라면, <포니>는 그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지녀야 할 가치는 ‘선의’, ‘친절’임을 깨닫게 한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음을 열고 편안하게 관계를 시작한 적이 언제였던가? 아무것도 재지 않고, 그저 내 앞에 있는 사람이기에 손을 내밀고 선의를 갖고 관계를 시작했던 것은 아주 어린 시절 뿐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우선 의심과 적의로 관계를 시작하고, 의심을 거두고 안심이 되어야만 깊은 관계로 이어진다. 이런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포니> 속 인물들이다. 그리고 그런 선의와 친절, 그리고 희생이 가져오는 마법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이 이야기가 보여준다. 그것은 세대를 넘어 작용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위대한 변화를 가져온다.
2023.09.0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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