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은 아이 2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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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2>(이꽃님/우리학교)


책 포장을 뜯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이 몇 권이나 되던가. 책을 받은 지 하루만에 두 번을 읽어낸 책이 있었던가. 아마 이 책이 처음이지 싶다. 처음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 속에 홀린 듯이 빠져들어 읽었다. 정신을 차리고 재독할 때는, 생각지 못한 내 편협한 사고와 무감각한 감정, 진실과 진심보다는 풍문과 가십거리에만 감정을 쏟아붓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읽는 내내 창피하고 민망했다. 주연과 서은의 깊은 진심을 알고, 주변 인물들의 감정에 물든 후에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흘렀다.


<죽이고 싶은 아이2>가 나온다고 했을 때, 2라는 숫자가 붙었기에 뒷이야기라고 짐작했다. 사실 진범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수백 명의 제자들도, 1편에서의 불합리한 결과에 울분을 토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미 첫부분에 진범이 밝혀진다. 이 책은 진범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은 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진범 이야기는 사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가 뉴스로 읽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대부분은 관심이 거기서 끝난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결과를 비난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한 소문과 험담, 뒷담과 공격으로 이어간다. 그러니 사건 해결 이후에 관련인들이 겪는 고통을 타인이 상상하기 힘들다. 이는 우리 정치 역사를 살펴보면 쉬이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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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주연과 주연의 부모, 서은의 엄마다. 사건의 피해자인 서은과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주연과 가족은, 사건은 끝났지만 겪어내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주연의 신상이 털리고, 엄마는 이민을 계획한다. 주연은 침묵하고 곡기를 끊는다. 주연에겐 죽은 서은이가 보이지 시작하는데, 그것이 학교에 알려지며 귀신 붙은 아이가 되어 학교에서도 심각한 따돌림을 겪는다. 자신들도 힘든 주연의 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주연은 더 깊은 고통의 심연으로 내려간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서은의 집으로 향한 주연은 서은의 엄마와 만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삶을 포기하려 한 서은이 엄마는 주연에게 밥을 먹이며 점차 상처를 극복한다. 주연 역시 서은 엄마와 서은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보고 진실과 마주한다.


끝모를 심연으로 빠져드는 이들에게 회복할 기회가 있을까 싶지만, 세상에는 비난하는 사람들만큼 손을 내밀고 밥 걱정을 해주는 이들이 있으며, 조용히 손잡아주며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느끼고,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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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청소년들이 기다려온 책이라, 그 무엇을 얘기하든 중요한 스포가 될 듯하여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줄거리를 말한다 해도, 작가가 이 책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보여주긴 힘들다. 책을 읽으며 흐트려뜨린 생각을 다듬었다.


이 책은 책임지지도 않을 그 사람들의 말에, 깊은 구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없다. 서은의 죽음에 대해서 오갔던 수많은 뒷말과 신상은 그 뒤에도 두고두고 관련자들을 괴롭힌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건 아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이 보고 아는 사실을 말하지만,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기 어렵고,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일 리 없다. 그것은 주연과 서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로, 따뜻했던 서은의 말과 행동, 서은을 향한, 자기조차 몰랐던 주연의 마음이 드러나며, 주연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선의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듯, 돈이 행복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주연 부모가 했던 최고의 것들이 주연을 최고로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의 감옥에 갇힌 채 사랑을 갈구하고 스스로를 혐오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 결과는 서은에 대한 태도로 이어졌다.


모든 사건을 옳고 그름, 오답과 정답, 불의와 정의로 나눌 수 없다. 그것은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고픈 이들의 논리일 뿐, 세상일이 그렇게 나눠지지 않는다. 쉬운 판단은 손쉬운 오류를 일으킨다.


타인을 걱정하는 것이, 사실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연을 생각한 주연 부모의 걱정은 그 동안의 자기 노력이 헛되었고, 판단이 틀렸음에 대한 수치스러움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에서, 주연이 감내해야 했던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무감각한 비난의 화살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예상할 수 없다면, 함부로 비난해선 안 된다. 이는 1권을 읽으며 생각했던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1권에서 주연의 행동을 비난했던 독자들은 2권을 읽으며 민망해질 테고, 그 결과는 눈물로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1권 없이 2권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2권을 먼저 읽더라도, 1권을 빠뜨리지 않고 읽길 바란다. 깊은 감정으로 몰입하는 자신과 만날 것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모두에게 추천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한다.


2024.06.29


#죽이고싶은아이2

#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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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도 제작자 - 세상의 끝을 찾아서, 2023 뉴베리 명예상 큰곰자리 80
크리스티나 순톤밧 지음, 천미나 옮김 / 책읽는곰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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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지도 제작자-세상의 끝을 찾아서>(크리스티나 순톤밧 글 / 천미나 역 / 책읽는곰)


뉴베리상 작품은 빠짐없이 읽어보는 편이다. 이 책은 2023년 뉴베리 아너상을 받은 작품으로, 작가의 두 번째 뉴베리상으로 떠들썩했다. 뉴베리 상과 아너 상을 세 번 이상 받은 작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 작가는 2021년 <어둠을 걷는 아이들>과 <모두 열 세명>, 그리고 <마지막 지도 제작자>로 뉴베리 아너 상을 받았다. 상의 권위가 아니라, 작품의 재미와 가치로 고개를 끄덕일 만한 훌륭한 작품이다.


<마지막 지도 제작자>는 주인공 소녀의 모험 이야기로, 보물섬이나 15소년 표류기 등을 재미있게 읽은 아이라면, 혹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재미있게 봤다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할 만한 책이다. 13살 여자 아이 사이(실제 이름은 ‘소드사이 아라완’이다.)는 지도 명장인 파이윤 윙야이 밑에서 일하는 도제인데, 스승을 따라 새로운 땅인 선덜랜드를 찾아나서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그와 함께 망콘 왕국, 사이의 아버지 ‘머드’, 지도 제작자, 새로운 땅을 찾으라는 여왕의 명령, 번영호 함장 ‘산그라’, 대위 ‘리안’, 몰래 밀항한 ‘보’ 등 사건과 인물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 새 작품에 푹 빠져 있다. 손에 잡힐 듯한 상황 묘사와 곁에 살아 숨쉴 듯한 개성 있는 인물과 마주하면서 작품에 금세 몰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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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는 지도 제작자의 도제로, 여왕의 명령에 따라 지도 한쪽에 비어 있는 곳, 바로 선덜랜드를 찾아 떠나는 번영호에 탑승한다. 선덜랜드를 찾는 함선에게는 명예로운 리니얼 혹은 상금을 주는데, 새로운 신분으로 올라가고픈 사이는 선덜랜드 발견을 고대한다. 배에서는 선덜랜드를 찾으려는 이들과 그곳을 지키는 전설의 용에 대한 공포감에 떠는 이들로 나뉜다. 수많은 어려움과 폭풍우를 뚫고 선덜랜드 가까이 가는데, 함장이 병에 걸린 사이, 리안은 사이를 설득해 선덜랜드 발견을 반대하는 이들을 내쫓고 반란을 일으킨다. 리안이 선덜랜드를 찾으려는 이유는 무엇이며, 선덜랜드는 과연 무엇일까? 그곳을 발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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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쪽이 넘는 동화책 속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한장면 한장면, 하나의 설정마다 해야 할 이야기가 그득하다.


작품 속 계급 설정이 인상 깊다. 망콘 왕국에서 사람들은 ‘리니얼’을 착용하는데, 리니얼 고리가 많을수록 훌륭한 조상을 둔 좋은 집안을 의미하고, 상류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13살에 되면 가족, 친지로부터 리니얼을 받는데, 그 리니얼의 개수에 따라 신분이 달라진다. 그 리니얼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리니얼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우리 사회의 물질주의 혹은 혈연과 집안 배경이 지닌 무시못할 환경, 그 문제점을 생각할 수 있다.


인물과 관계도 흥미롭다. 사이의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 ‘머드’는 무척 다채로운 캐릭터다. 소매치기를 하고, 사소한 범죄를 저지르며 사는 머드는, 사이에게는 가까이 하고 싶지 않은 범죄자이지만, 또 어떤 이들에게는 목숨을 빚인 사람이기도 하다. 사이가 목숨을 구하는 것은 아버지 머드가 했던 일 때문이기도 하니, 그 아이러니를 보며 감탄한다. 또한 산그라 함장과 리안, 그리고 보의 관계를 통해서, 가족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다. 그 무엇도 가족이 지닌 가치를 뛰어넘을 수 없다. 리안을 중심으로 관계를 맺는 여러 인물을 통해서 그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친절한 인물이 등에 칼을 꽂고, 딱딱한 인물이 정의로우며, 불량한 캐릭터가 가장 순수하다. 편견을 깨는 인물의 등장이 무척 반갑다. 또한 옳고 그름, 리니얼과 돈, 명예와 정의 사이에서 고민하며 옳은 길을 찾아가려는 사이의 태도는, 읽는 사람에게 공감과 큰 감동을 준다.


이 작품 저변에 깔려 있는 왕국의 시스템은 제국주의를 상징한다. 특히 망콘 제국이 선덜랜드를 발견하고자 하는 이유는 그저 새로운 지역에 대한 궁금증이 아니다. 망콘 왕국이 ‘발견’했다고 주장한 피타야, 팔린 섬은 왕국에 의해서 약탈당하고 귀중한 자연 환경도 파괴된다. 폐허가 된 곳을 살아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향후 발견할 선덜랜드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아울러 우리가 ‘발견’이라고 하는 것의 진정한 이름은 ‘파괴’는 아닐지 생각하게 만든다. 제국주의가 가져온 이기보다 파괴와 약탈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여실히 보여주는데, 태국계 미국인인 작가의 역사 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에는 참 많은 관계가 등장한다. 혈연, 사제, 동료, 자매, 부녀, 모자, 그리고 군신, 함장과 선원 등, 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갈등과 음모, 모험이 한시도 빠짐없이 등장한다. 주인공 사이와 사기꾼인 아버지 ‘머드’의 관계가 뒤로갈수록 밝혀지는데, 이 두꺼운 책에서도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서 아쉬웠다. 또한 윙야이 사부가 제자 사이를 위해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단안경을 주면서 사이가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장면은 무척 감동적이다. 아울러 사이와 보가 절친이 되어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은 이 책의 가장 큰 재미다. 욕을 입에 달던 거친 보의 사정을 이해하고 지키려는 사이와 그런 보와의 우정을 깊이 간직하는 장면은, 삶에서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방향을 알려주는 좋은 관계가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산그라 함장이 리안 대위를 품어주는 모습은 감동을 넘어서 숭고할 정도다.


결국 이 책은 인간과 자연 환경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된다. 함선은 선덜랜드를 발견하지만, 그곳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입장은 저마다 달랐다. 발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으며, 돈과 힘이 있어도 해선 안 될 일이 있다.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것은 자연이고, 그것은 발견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보호해야 함을 생각한다.


이 책은 미지의 섬을 찾아나서는, 어린 지도 제작자의 모험과 배신, 그리고 진정한 자아의 발견이 어우러진 걸작이다. 17세기 정도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동화이지만, 그 속에 생각하고 나눌 내용이 빼곡히 들어 있다. 어느 한 장면을 가지고도, 역사와 정치, 사회의 한 모습에 대해서 나눌 만큼 다채로운 작품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미처 끝맺지 못한 내용도 많아 보인다. 머드가 사라진 이유, 다른 조수들의 이야기, 번영호가 기항했던 여러 섬에 관련한 이야기도 무척 궁금하다. <마지막 지도 제작자>의 부제가 ‘세상의 끝을 찾아서’인 만큼, 후속편이 분명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우리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놀라운 모험과 깊이 있는 캐릭터들을 통해 진정한 자아를 찾는 여정을 함께 떠나길 바란다.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까지 추천한다.


2024.06.26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받은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뉴베리상

#판타지

#책추천

#마지막지도제작자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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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알바 인생 저학년의 품격 16
류미정 지음, 박선미 그림 / 책딱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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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알바 인생>(류미정 글 / 박선미 그림 / 책딱지)


어린이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는 출판사, ‘책딱지’에서 나온 ‘저학년의 품격’ 열여섯 번째 도서다. 저학년의 품격이 지닌 재미를 아는 아이들이 많아서, 새로운 책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신간이 나오면 아이들에게 얼른 소개하기도 한다. 이번에 책딱지에서 신간을 보내주셔서 아이처럼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늘 그렇듯이 참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다.


표지 한 구석에, 꿈, 도전, 열정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어쩌다 알바 인생>은 자신의 꿈을 찾아 새롭게 도전하고, 열정을 가지고 나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잘 그려지는 책으로, 이 책을 읽으며 꿈을 찾는 과정을 엿보는 매우 섬세한 작품이다.


<어쩌다 알바 인생>의 주인공은 ‘승우’다. 길거리에서 버스킹을 하는 멋진 가수를 통해, 승우는 작곡가를 꿈으로 정한다. 실용음악학원 원장인 가수를 통해 수강료 15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엄마에게 말하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누나는 매정하게 놀리고 아빠도 꿈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승우의 꿈을 지지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까닭은, 승우가 가장 잘 하는 일이 꿈 바꾸기라서다. 어차피 또 바뀔 테니 가족들은 그저 내버려 두지만, 승우는 이번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승우가 마음먹고 가출을 감행하지만, 가족들은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돼지갈비 가게를 하는 제인을 통해 갈비집에서 알바를 하려고 하지만, 초등학생은 알바를 할 수 없다는 걸 알고 절망하는데, 그때 승우 눈에 들어온 것은 재활용 쓰레기다. 재활용 쓰레기를 모아서, 승우는 작곡가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꿈을 찾아 나서는 승우의 노력이 흥미롭고, 집안일 알바와 학원 수강비를 계산하고, 친구네 가게에서 알바를 계획하고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지는 등, 그 노력이 눈물겹다. 혹시나 아이들이 따라할까 봐, 어린이 알바와 재활용 쓰레기에 관한 세심한 설명은, 함께 읽는 어른으로서도 마음이 놓였다.


영화나 드라마, 유튜브에서 본 사람들의 성공은 참 쉬워보인다. 도전과 위기, 그리고 그것을 이겨낸 결과만 보여주니 그렇다. 사람들은 성공한 결과에 박수를 보내지만, 그 과정에서의 험난함은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 입술 옆에 점 하나 찍고 돌아온 모습만 보여주면서, 그 동안 칼을 갈았다는 것만 알면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접하는 미디어에서 보는 성공은 참 쉬워보인다.


성공은 험난한 과정의 결과일 뿐이고, 과정이 100% 다 찼을 때 얻을 수 있는 과실이다. 꿈을 이룬 뒤에 얻을 달콤한 결과, 부러움, 탄탄한 재산이 눈앞에 보이는 것 같지만, 그것은 고통스러운 과정 뒤에야 얻을 일이다.


아이들이 꿈을 꾸는 일은 무척 중요하다. 꿈을 꾸고 또 바꾸는 과정에서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고, 그것을 할 힘과 용기를 얻기 때문이다. 좌절하고 실패하고 눈물을 흘리겠지만, 그게 어린 아이에서 어른으로 변신하는 과정이다.


이 책은 성공한 결과만 바라보고 꿈을 꾸는 아이들에게,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과 발판이 왜 필요한지를 깨닫게 하는 책이다. 꿈을 이루려면 실력을 가져야 하고, 실력을 기르려면 배워야 하며, 배우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작곡가가 되려면 학원을 다녀야 하고, 그러려면 돈이 필요하고 알바를 해야 하는, 그 과정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임을 알려준다.


무수한 어려움과 도전에 굴하지 않고 꿈을 향해 달려가는 것은, 마치 어두운 밤하늘을 뚫고 빛나는 별을 향해 비상하는 것과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야기의 마지막에 승우가 꿈을 찾아 비상하는 과정은 무척 매력있다. 꿈을 향해, 어쩌다 했던 그 알바 인생의 고단함을 글로 표현했는데, 그것이 승우의 새로운 꿈으로 자리잡는다. 그렇다. 꿈을 향해 열심히 나아가다 보면 진짜 내 꿈이 웅크리고 있는 곳에 다다르고, 그 꿈과 마주할 때 진짜 자신을 만난다. 아니 진짜 자신을 만날 때 꿈을 마주하는 것일지도. 중요한 건 꿈을 향해 한걸음씩 내딛는 그 과정은 반드시 그 꿈에 데려다 줄 거라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어쩌다 알바 인생>은 책의 제목이면서, 또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어쩌다가 설거지에 재활용 쓰레기통을 뒤지고 있더라도, 눈은 꿈을 좇고, 마음은 그 꿈에 도착해 있어야 한다. 이 책이 아이들에게 그 진실을 깨닫는 과정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책딱지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 구성에 이렇게 깊은 의미를 잘도 담아 놓는다. 저학년의 품격이 벌써 열여섯 번째인데, 저학년 아이들에게 소중한 꿈과 깨달음을 열여섯 가지나 선물하고 있다는 점이 기쁘다. 백육십 가지의 선물을 안겨줄 그날까지, 저학년의 품격을 높여줄 책딱지 도서가 아이들과 함께하길 바란다.


2024.06.12


*이 글은 ‘책딱지’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류미정

#어쩌다알바인생

#책딱지

#저학년의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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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학교 귀신 2 : 친구 관계를 도와줘! 신비아파트 학교 귀신 2
최은정 지음, 케나즈 그림, 이서윤 감수 / 웅진주니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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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 2 친구관계를 도와줘!>

(최은정 글 / 웅진주니어)


<신비아파트>는 국내 애니메이션으로, 아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작품이다. 등장하는 신비와 금비는 한국 도깨비로 무척 매력있는 캐릭터고, 개성 넘치는 여러 인물도 등장한다. 퇴마와 관련한 소재가 많기에 조금 무서운 장면도 있지만, 스토리가 탄탄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는 소재가 많다.


우리 아이가 <신비아파트> 세대가 아니기에, 나역시 신비아파트를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했다. 그러나 <신비아파트>에 대해 모른다 하더라도, 이 책을 읽고 즐기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심지어 이 책은 2권인데, 등장인물 소개와 1권의 주요 내용이 간략히 소개되어 있어, <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2권부터 입덕해도 아무 무리가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초등 입학 전후의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학교 생활 예절서, 혹은 ‘비법서’다. 학교 생활에서 해야 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복도와 교실, 급식실에서의 예절, 그리고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 친구에게는 싫은 일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배우고 실천하게 만드는 책이다.


학교 생활, 단체 생활에서의 에티켓을 어떻게 <신비아파트> 소재로 다루느냐 하겠지만, 생각보다 꼼꼼하게 다루고, 당연히 재미있다. 지나가는 한 마디 속에 학교 생활의 꿀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권에서 별빛 초등학교를 지키던 신령한 나무가 벼락을 맞아 쓰러지면서, 밤마다 학교에 귀신이 나타난다. 2권에서는, 하리와 친구들이 학교에서 신령한 나무에 관한 단서를 발견하고 학교에 있는 지팡이를 찾는다. 그 과정에서 학교에 깃든, 여러 사연이 있는 귀신들을 만난다.


1화에서는 교장실의 억울한 귀신을 만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준다. 그러면서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침착하고 차분하게 사실을 말하고, 어떻게 도움을 받을지를 안다. 또한 좋은 인상을 주고 싶을 때 해야 할 노력과 방법, 학교의 어른들을 대하는 예절, 실수를 대하는 자세를 알려준다.


2화에서는 급식실에 깃든 귀신을 다룬다. 돼지라고 놀림받은 아이를 통해 고민을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데, 줄 서기 예절과 음식을 골고루 먹는 방법, 함께 식사하는 예절, 급식량을 조절하는 방법을 세심하게 알려준다.


3화의 컴퓨터실에 숨은 귀신을 통해서는, 게임 중독에서 벗어나는 여러 방법을 다룬다. 또한 사이버 따돌림과 촬영 예절, 스마트폰 중독, 악성댓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올바른 학교 생활, 친구관계에 대해 조근조근 가르쳐 준다.


4화 복도에 숨은 귀신을 통해서는, 복도에서의 안전만이 아니라 친구 관계에 대해서 다룬다. 상대방의 외모를 비웃지 않고 약속을 지키며 사과할 용기, 친구를 잘 사귀는 강력한 비법과 기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팁, 그리고 다툼이 생겼을 때 지혜롭게 행동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불에 탈 뻔한 지팡이를 구하는데, 그 과정에서 소화기 사용법까지 꼼꼼하게 익힌다.


겉으로는 신비아파트, 퇴마 이야기와 모험을 그리지만, 세부적으로는 초등 저학년들에게 학교 생활의 꿀팁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처럼, 학교에서 친구 관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한 여러 비법이 꼼꼼하게 나와 있고, 마치 선생님과 멘토의 잔소리처럼 상황마다 올바른 대처 방법과 그 이유를 자세히 설명한 점이 좋다. 


학교에 처음 입학하면 걱정되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친구 관계와 학교 어른들을 대하는 모습, 식사와 생활 예절은 잘 지키는지 걱정이 앞선다. 혹은 드센 아이들에게 당하지는 않을지, 아니면 예의 없이 행동하느라 미움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하는 부모의 마음은 모두 비슷하다. 입학하기 전, 혹은 입학했더라도, 당연하지만 자칫 놓칠 수 있는 학교 생활과 예절에 대해서 꼼꼼히 가르쳐주는 <신비아파트 : 학교 귀신 : 2 친구관계를 도와줘!> 를 읽으면 어떨까 한다. 재미있는 만화에 학교 생활과 예절을 조미료처럼 넣은 책이 아니라, 학교 생활을 알려주는 만화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에겐 당연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겐 이상하고 비매너일 수 있다. 그 차이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생활 비법서. 유치원 아이들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책이다.


2024.06.04


*본 소개 글은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웅진주니어

#신비아파트_학교귀신

#최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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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래빗홀 YA
이희영 지음 / 래빗홀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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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커 (이희영/래빗홀)


이 책은 서른 둘의 ‘나우’가 우연이 시간 여행자가 되는 이야기다. 과거로 돌아가, 현재에 미련이 남은, 아픈 그 과거를 돌이키려 한다. 참신한 소재, 독특한 방향, 잔잔한 감동과 깊은 의미. 그렇다. 이희영 작가의 책이다.


얼마 전에 이희영 작가의 신작 <페이스>를 읽었는데, 불과 2주일만에 더(?) 신작인 <셰이커>를 읽었다. ‘래빗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작가의 신간으로, 흰 토끼가 안내하는 이야기의 굴 속으로 흠뻑 빠져들었다.




서른두 살의 ‘나우’는 ‘하제’에게 프러포즈를 준비 중이다. 오랜 만에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 그 얘기를 털어놓는데, 성진은 축하를 건네지만, 한민이 이런 말을 한다.


“다른 새끼도 아니고 그 자식이랑 가장 친했던 네가 그러면 안 되는 거…..”


사실 나우가 결혼하려는 하제는 나우의 절친 ‘이내’와 중학교 때부터 사귄 사이다. 그러나 수능을 100일 앞두고 이내가 사고로 죽었고, 그 뒤 나우와 하제, 그리고 친구들은 꽤 힘든 시간을 보냈던 것이다.


자, 이제부터 참신한 소재, 독특한 방향이 나올 때다. 나우가 우연히 검은 고양이를 발견하는데, 어릴 적 이내가 키웠던 고양이와 비슷하다. 그 고양이를 따라 우연히 들른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셰이커’로 만들어 준 ‘블루 아이즈’ 칵테일을 마시는데, 열아홉 살로 돌아간다. 열아홉 살의 상황을 뒤늦게 깨달은 나우는 어쩔 줄 모르는데, 다시 찾은 칵테일 바에서 바텐더가 건넨 ‘그린 데이’를 마시며, 이번에는 열다섯 어린 시절로 돌아가 버린다.


이왕 과거로 온 김에, 나우는 절친인 이내도 살리고, 친구들에게 하제를 빼앗았다는 말을 듣기 싫어, 계획을 세운다. 엄마의 심부름으로 원래 자신이 나가기로 했는데, 게임하느라 이내가 대신 나갔던 ‘하제’와의 첫만남을 가진다. 하지만 하제와의 첫만남은 어색할 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중간에 끼어든 이내와 하제는 손발이 착착 맞는다. 나우는 자신이 어떻게 하든 과거를 둘의 사이를 바꾸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다시 칵테일 바를 찾은 나우는 바텐더가 건네는 ‘옐로 튤립’으로 스무 살 적으로 돌아가고, 이미 이내가 죽은 그곳에서 하제를 만난다.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둘은 이내를 추억한다.


이내의 죽음에 미련이 남은 나우는 바텐더가 건네는 ‘피치 블랙’을 통해 열아홉 살, 이내가 죽기 전으로 돌아오는데, 이내의 사고를 막으려 이내 집에서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 날, 나우는 이 모든 일의 진실을 알게 된다. 과연 나우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그리고 나우와 하제의 사랑은 이뤄질 수 있을까?






얼핏 보면 전형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지지만, 그보다는 아픈 과거와 성장에 관해 말하는 작품이다. 살면서 나우와 하제가 가장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둘의 절친이던 이내가 죽은 일이다. 그것은 가장 가슴아픈 일이지만 지금의 둘을 있게 한 동력이기도 했다. 가장 힘든 순간을 함께 하고 이겨내면서,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내고 어른이 되어간다. 그것은 성진 역시 마찬가진데, 어른들의 반대와 친구들의 비아냥에도 힘든 시기를 보내며 유명한 웹소설 작가로 거듭난다.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뎠냐는 나우는 말에 성진은 이렇게 말한다.


“견디기는 뭘 견뎌. 그냥 산 거고, 그냥 쓴 거야…(중략)… 어른들이 그러잖아. 살면 다 살아진다고. 뒤돌아 볼 것도 없고 너무 멀리 내다볼 것도 없고, 그냥 지금 발끝만 보고 가면 어디라도 도착해 있는 거야. 결국 사는 건 다 위대한 일이야.”


상처와 훈장은 구분할 수 없다. 내가 겪은 수많은 상처가 내 삶의 훈장이기도 하다. 나무에 있는 수많은 옹이가 나무에게 일어났던 생채기임을 생각하면, 삶의 모든 고난과 상처는 영광이고 훈장이다. 그저 ‘살아낸다’면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멈추지 않고, 조금씩이라도 매일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어설프게 살아가는 어린 어른들에게 희망이 될 만한 책이다. 부끄러운 과거, 아팠던 기억이 우리를 더 탄탄하게 만들어갈 것임을 알려주고, 우리가 살아내는 일 모두가 얼마나 위대한 일인지를 깨닫게 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정말 힘들었던 과거의 나 자신과 화해하는 장을 만들어 준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서 무엇을 바꾸기보다, 나우 자신이 가장 큰 위로를 받는다. 이미 일어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지금의 내 마음은 위로받을 수 있다. 어설펐던 수많은 과거와 지금의 위안을 재료로, 스스로 바텐더가 되어 ‘셰이커’에 담아 섞어내는 것이 우리 인생인 것이다.


영어덜트를 위한 소설이다. 어렵지 않고 흥미로우며, 그러면서도 깊은 사색의 시간을 갖게 하리라 생각한다.


중학생 이상에게 추천한다.


2024.05.15

*이 글은 래빗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은 소감을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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