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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고 싶은 아이 2 ㅣ 죽이고 싶은 아이 (무선) 2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7월
평점 :

<죽이고 싶은 아이2>(이꽃님/우리학교)
책 포장을 뜯자마자,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책이 몇 권이나 되던가. 책을 받은 지 하루만에 두 번을 읽어낸 책이 있었던가. 아마 이 책이 처음이지 싶다. 처음은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 속에 홀린 듯이 빠져들어 읽었다. 정신을 차리고 재독할 때는, 생각지 못한 내 편협한 사고와 무감각한 감정, 진실과 진심보다는 풍문과 가십거리에만 감정을 쏟아붓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읽는 내내 창피하고 민망했다. 주연과 서은의 깊은 진심을 알고, 주변 인물들의 감정에 물든 후에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슬픔이 흘렀다.
<죽이고 싶은 아이2>가 나온다고 했을 때, 2라는 숫자가 붙었기에 뒷이야기라고 짐작했다. 사실 진범을 밝히는 과정이라고 가볍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 책을 함께 읽은 수백 명의 제자들도, 1편에서의 불합리한 결과에 울분을 토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미 첫부분에 진범이 밝혀진다. 이 책은 진범을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라, 남은 자들에 관한 기록이다. 진범 이야기는 사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제로 우리가 뉴스로 읽는 사건이 해결되고 나면, 대부분은 관심이 거기서 끝난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결과를 비난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에 관한 소문과 험담, 뒷담과 공격으로 이어간다. 그러니 사건 해결 이후에 관련인들이 겪는 고통을 타인이 상상하기 힘들다. 이는 우리 정치 역사를 살펴보면 쉬이 알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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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고통받는 사람은 주연과 주연의 부모, 서은의 엄마다. 사건의 피해자인 서은과 가해자이지만 피해자이기도 한 주연과 가족은, 사건은 끝났지만 겪어내어야 할 일이 기다리고 있다. 주연의 신상이 털리고, 엄마는 이민을 계획한다. 주연은 침묵하고 곡기를 끊는다. 주연에겐 죽은 서은이가 보이지 시작하는데, 그것이 학교에 알려지며 귀신 붙은 아이가 되어 학교에서도 심각한 따돌림을 겪는다. 자신들도 힘든 주연의 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주연은 더 깊은 고통의 심연으로 내려간다.
알 수 없는 이끌림에 서은의 집으로 향한 주연은 서은의 엄마와 만나고, 극심한 고통에 시달려 삶을 포기하려 한 서은이 엄마는 주연에게 밥을 먹이며 점차 상처를 극복한다. 주연 역시 서은 엄마와 서은이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을 돌아보고 진실과 마주한다.
끝모를 심연으로 빠져드는 이들에게 회복할 기회가 있을까 싶지만, 세상에는 비난하는 사람들만큼 손을 내밀고 밥 걱정을 해주는 이들이 있으며, 조용히 손잡아주며 기다리는 이들이 있음을 느끼고, 살아갈 희망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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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청소년들이 기다려온 책이라, 그 무엇을 얘기하든 중요한 스포가 될 듯하여 말을 아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줄거리를 말한다 해도, 작가가 이 책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다 보여주긴 힘들다. 책을 읽으며 흐트려뜨린 생각을 다듬었다.
이 책은 책임지지도 않을 그 사람들의 말에, 깊은 구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건의 진상을 파헤친다는 명목으로, 모든 것이 용서될 수 없다. 서은의 죽음에 대해서 오갔던 수많은 뒷말과 신상은 그 뒤에도 두고두고 관련자들을 괴롭힌다.
사실을 말하는 것이 진실을 말하는 건 아니다. 모든 이들이 자신이 보고 아는 사실을 말하지만, 부분의 합이 전체가 되기 어렵고,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일 리 없다. 그것은 주연과 서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일로, 따뜻했던 서은의 말과 행동, 서은을 향한, 자기조차 몰랐던 주연의 마음이 드러나며, 주연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다.
선의가 좋은 결과를 보장하지 않듯, 돈이 행복한 결과만을 가져오지 않는다. 주연 부모가 했던 최고의 것들이 주연을 최고로 행복하게 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최고의 감옥에 갇힌 채 사랑을 갈구하고 스스로를 혐오하는 아이로 자랐다. 그 결과는 서은에 대한 태도로 이어졌다.
모든 사건을 옳고 그름, 오답과 정답, 불의와 정의로 나눌 수 없다. 그것은 쉽게 생각하고 판단하고픈 이들의 논리일 뿐, 세상일이 그렇게 나눠지지 않는다. 쉬운 판단은 손쉬운 오류를 일으킨다.
타인을 걱정하는 것이, 사실은 자신을 걱정하는 것일 수도 있다. 주연을 생각한 주연 부모의 걱정은 그 동안의 자기 노력이 헛되었고, 판단이 틀렸음에 대한 수치스러움이었을 뿐이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는 과정에서, 주연이 감내해야 했던 아픔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온다.
무감각한 비난의 화살이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 예상할 수 없다면, 함부로 비난해선 안 된다. 이는 1권을 읽으며 생각했던 우리 모두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1권에서 주연의 행동을 비난했던 독자들은 2권을 읽으며 민망해질 테고, 그 결과는 눈물로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1권 없이 2권을 이해하기 쉽지 않을 듯하다. 2권을 먼저 읽더라도, 1권을 빠뜨리지 않고 읽길 바란다. 깊은 감정으로 몰입하는 자신과 만날 것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모두에게 추천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함께 읽어야 한다.
2024.06.29
#죽이고싶은아이2
#우리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