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9 - 한반도에서 옹지도를 찾아라!
양화당 지음, 권송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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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 9한반도에서 옹지도를 찾아라!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거의 모든 제자들이 이 책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물어보니 이미 6권까지 다 읽었고, 도서관에 계속 구입해 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이런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중학생들까지 이 책을 즐겨 읽는다고 했다. 좋은 책은 아이들이 먼저 알아보는 법이다.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준 <K탐정의 척척척 대한민국 - 9한반도에서 옹지도를 찾아라!>는 한국지리를 흥미롭게 풀어낸 어린이 도서다. K탐정 시리즈를 두 번째로 읽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역사와 지리 같은 비문학 영역의 내용을 어린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탁월하게 풀어낸다.


이 책이 다루는 주제는 ‘한반도’다. 한반도가 무엇인지, 우리 국토가 어디까지인지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는 무역과 문화 전파에 유리하고, 농업과 어업을 동시에 영위할 수 있어 생활 모습이 다채로우며, 원양 어업도 가능하다는 등 반도가 지닌 여러 장점을 쉽게 짚어준다. 물론 그만큼 외세 침입에 취약하다는 약점도 있지만, 현대에 와서는 무역의 이점이 훨씬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토의 범위를 명확히 알려주는 대목도 유익하다. 영토가 땅과 바다, 하늘을 포함한다는 것, 영토와 영해, 영공의 의미와 함께 배타적 경제수역이 왜 중요한지, 외국과의 수역 분쟁이 왜 일어나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내가 몰랐던 사실도 있었다. 갯벌처럼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지역은 어디를 기준으로 영토를 정할까? 바로 썰물 때라고 한다. 이처럼 유용하면서도 재치 있는 지식들을 전해주는 책이다.


영토와 관련한 세계사 지식도 놓치지 않는다.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영토 분쟁 원인과 과정을 다룬 부분은 매우 소중한 정보다. 현재 진행형인 분쟁의 뿌리가 지리에 있음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가 우리 땅이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실효 지배하는 땅은 한반도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점, 그것이 분단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세히 설명한다. 특히 DMZ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다. DMZ는 남북으로 각각 2킬로미터씩, 군사시설과 무기를 배치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허가받은 주민들은 그곳에서 생활할 수 있다는 점도 배울 수 있다. DMZ 안에 대성동 마을이 있는데, 아무나 살 수 없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대성동 남자와 결혼한 여성은 마을에 거주할 수 있지만, 대성동 여성은 결혼하면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점이었다. 토지를 소유할 수 없고 국가로부터 임대받아 농사를 짓는다는 것, 일 년 내내 군인들의 보호를 받으며 통금이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수십 년 전의 시간을 살아가는 듯한 마을이 존재한다는 사실. 아이들은 이 대목을 특히 흥미로워할 것이다.


갯벌의 가치를 다룬 부분도 인상적이다. 한때 갯벌의 소중함이 널리 회자되었지만, 최근에는 관심이 줄어든 듯하다. 아마도 새만금 문제가 일단락된 후 국민적 관심이 옅어진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관심과 무관하게 갯벌은 여전히 바다의 밭이자 철새의 쉼터이며, 지구의 콩팥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세계 자연유산을 지켜야 하는 이유를 역설하는 대목도 중요하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되면 우리 문화와 자연의 가치를 세계에 알릴 뿐 아니라 보호하고 보존해야 할 소중한 자원으로 인식하게 된다. 한라산, 성산 일출봉을 비롯한 우리나라의 여러 자연유산과 세계 각지의 소중한 자연유산을 살펴보며, 자연을 지키는 일이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을 수 있을 만큼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한 번 읽어서 모든 내용을 온전히 소화하기는 어렵다. 두세 번 읽으며 놓친 부분을 다시 살피고,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내용을 점검하는 재독과 삼독이 필요한 책이다. 초등학생 모두에게 권하고 싶으며, 어릴 적부터 이 시리즈를 읽어온 중학생들도 다시 읽으면 좋겠다.


202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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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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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노인경/문학동네)

깊은 숨결이 낳는 기적 ― 실수를 넘어서, 연대로. 비움과 믿음의 이야기


문학동네에서 노인경 작가의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인 《날아라 나비야》를 보내주셨다. 아이들의 작은 모험담이자, 연대의 힘이 생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그 이면에는 인간 본성과 공동체, 그리고 '비움과 회복'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헬리콥터 장난감을 들고 공원으로 향한 밤이와 달이는 우연히 한 마리 나비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힘없이 축 처진 나비를 조심스레 보살피며 울타리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순수한 돌봄의 마음은 한순간의 실수 앞에서 무너진다. 밤이가 그만 나비의 날개를 밟아버린 것이다. 이 사소한 장면은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죄책감과 절망을 보여주지만, 그 너머의 회복을 준비하게 만든다.


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없다. 이 그림책의 아이들은 그걸 너무나 잘 보여주는데, 두려움과 눈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비가 아직 살아 있음을 깨닫자, 두 손을 모아 온 마음을 다해 숨을 불어넣는다. 실수 이후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용기의 시작이다. 진정한 성장과 회복은 회피하는 데 있지 않다. 상처를 직시하고, 마음의 전부를 내어주며 다시 살아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숨결'은 책의 커다란 상징이다. 나비의 종잇장 같은 날개 아래 불어넣는 숨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숨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모두의 호흡이자, 타자를 향해 나아갈 때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이다. 나비가 다시 날아오를 때, 우리는 밤이와 달이의 숨결뿐 아니라 그들의 숨을 함께 불어주는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후우후우 숨을 불면, 펄럭펄럭 함께 날 수 있어. 연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주 작은 숨 하나에서 시작된다.


생명이 비어있는 곳, 상처와 아픔이 자리한 그 빈 곳에, 자기 안의 바람, 생명력과 희망을 불어넣으며,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 내 숨을 비워냄으로써 더 큰 기쁨을 얻는 과정. 헌신은 소진이 아니라 다시 채워넣음임을 역설한다. 다른 이를 향한 사랑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건, 진실이다.


《날아라 나비야》는 '나'에서 '너'로, 단단한 땅에서 저 높은 하늘로, 작은 놀이터에서 세상 전체로 확장한다. 아이들의 숨결은 이웃의 숨과 만나고, 아이의 실수는 공동체의 기적으로 이어진다. 나비의 상처는 모두의 숨이 얼기설기 엮여 메워진다. 그 불완전한 기적의 모양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인간만이 지닌 아름다움이다. 


《날아라 나비야》는 작은 실수, 극복과 용서의 이야기인 동시에 공동체의 숨결로 상처를 꿰매는 이야기다. 밤이와 달이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의 숨결이 닿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살아난다. 세상에는 나비를 살리는 숨결이 있다. 그리고 그 숨은 당신의 가슴에서도 시작된다.


2025.10.21


*이 글을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그림책을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날아라나비야

#노인경

#문학동네그림책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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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청소부 래빗홀 YA
김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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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청소부(김혜진/래빗홀)

래빗홀 출판사에서, 사전 서평단으로, 『어스름 청소부』 1장부터 5장까지의 내용을 보내주셨다. 어제는 신간도 도착했는데, 한참 읽어보는 중이다.

『어스름 청소부』(래빗홀)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배경으로 청소년기의 정체성, 관계를 다루는 작품이다. 이 책의 설정은 정말 독특한 판타지적 설정이 특징이다. 사람이 있는 곳에는 ‘어스름’이 있는데, 마치 저녁 어스름이 오듯 거뭇한 형체는 몇몇 사람에게만 보이는데, 그건 사람들의 아픔이나 슬픔, 고통의 흔적처럼 보인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스름은 주변 사람들의 감정을 바꾸어 놓기도 하고, 분위기를 어둡게 만드는 듯하다.

주인공 김소요는 대대로 ‘어스름’을 치우는 가업을 이어온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소요는 어스름을 만질 때마다 얼굴이 붉어지고 극심한 가려움과 차가운 통증을 겪는 ‘어스름 알레르기’를 앓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이 스스로를 해치는 모순은 매우 인상적인 설정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사는 곳마다 작게 번지는 어스름은, 그런 소요의 생활을 힘들게 한다. 검은색에 잘 꼬이는 어스름 때문에 시험 답안도 파란색으로 하는 소요.

그런데 소요의 세계는 두 인물을 통해 조금씩 확장된다. 같은 동네 친구 제하는 사람 얼굴에 붙은 감정의 얼룩을 읽어내는 능력을 지녔고, 전학생 송예나는 타인에게 가짜 기억을 붙이는 ‘기억 스티커’라는 힘을 갖고 있다. 이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보이지 않는 세계’와 연결되는데, 소요는 이들과 비밀을 나누며 자신을 이해받는다. 

특히 예나의 능력은 압도적이다. 타인에게 스티커를 붙이면 그 사람에게 잠시 다른 기억을 심어줄 수 있고, 이를 통해 예나는 낯선 집에서도 마치 딸이나 동생인 척 살아간다. 예나는 그런 자신을 가짜라고 말하는데,소요는 “이제부터 진짜 추억을 만들면 되지!”라며, 자신의 능력과 비밀이 더 이상 족쇄가 아니라 서로를 발견하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둘은 서로의 정체성을 긍정하고 지지하며, 연대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사건의 시작은, 소요네 집에 있는 어스름 매립장에서 시작된다. 소요의 부모가 누군가에게 매립장의 열쇠를 넘기고, 매립장의 어스름이 통째로 사라지는 사건은 소요의 미스터리한 상황으로 넣는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묻는 소요에게 엄마는 “잊어”라 하지만 소요는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로 한다. 소요는 제하와 함께 납치된 예나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금지된 영역으로 나아간다. 이는 부모의 세계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선택으로 움직이는 첫걸음이자, 주체적인 성장의 시작이다.

1~5장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윤곽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인물들이 겪는 내적 균열과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서곡이다. 가족과의 갈등, 매립장 사건, 예나의 등장은 앞으로 전개될 더 큰 서사—소요가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재정의하고, 부모의 비밀과 마주하며, 친구와의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 지켜낼지—를 예고한다. 아직 뒷부분을 다 읽지 못한 채 서평을 쓰지만,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무척 기대된다.

이 책은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는 어스름을 통해 아픔, 관계의 본질,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고민케 하는 성장 서사다. <어스름 청소부>는 청소년 소설인 ‘비스킷’과 ‘스티커’가 겹치는 작품이다. 그러나 완전 새로운 판타지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요가 스스로의 힘으로 세계를 다시 세우는 과정,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진실이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하게 만든다.

2025.10.01


#어스름 청소부
#래빗홀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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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
토드 파 지음, 송섬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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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믿어요>(토드 파/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토드 파의 그림책 『나는 나를 믿어요』는 어린이를 위한 책의 외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깊은 질문을 끌어올리게 만드는 책이다. 그림책이 주는 가벼움과 달리, 그 속에는 삶을 꿰뚫는 깊이가 숨어 있다. 그리고 그림책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채로운 색감과 단순해 보이는 문장 하나하나가 대비되며, 마치 내면을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그 거울 속에서 우리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자기 모습을 넘어, 아직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나’와 마주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힘의 근원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타인의 시선 속에서 흔들릴 때,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은, 용기있는 선택이자 과감한 결단이다. 그것은 외부의 인정에 기대지 않고,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나아가는 용기다. 토드 파는 그 용기를 자기 확신을 넘어, 존재 전체를 긍정하는 힘으로 제시한다. 자신을 잃지 않고 선명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과제라는 것을 작가는 알록달록한 색채와 소박한 문장 속에 담아낸다.


작가의 작품에는 늘 친절, 존중, 자존감이라는 주제가 넘쳐흐른다. 특히 다름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알려준다. 『나는 나를 믿어요』에서도 그 관점은 뚜렷하게 드러난다. 그림책 한장 한장이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너는 네가 태어난 그대로 충분하다. 너의 차이는 약점이 아니라 빛이다. 너 자신으로 살아가라.” 감히 말하지만, 이러한 선언은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자기를 회복할 힘을 준다.


이 책은 상처받아도 다시 일어서도록 이끌며, 친절을 잃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도록 다독이며 힘을 준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건강을 지키는 작은 실천에서부터 낯선 길에 용기를 내는 선택까지, 자기 자신을 믿는 행위는 매일의 삶을 지탱하는 구체적인 힘이 된다는 걸 느끼게 만든다. 그것은 자존감이자 자긍심이며, 세상 어디에서든 흔들리지 않고 자신답게 서 있을 수 있는 토대다.


나는 나답게 살기 위해 오늘 어떤 길을 택할 것인가? 그 길 위에서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일이야말로, 삶이 요구하는 가장 근본적인 용기이자 선택이다.


2025.09.11.


이 글은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뭉끄5기 자격으로 올린 글임을 밝힙니다.


#나는나를믿어요

#문학동네

#토드파

#뭉끄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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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신부 저학년의 품격 25
은세주 지음, 유준재 그림 / 책딱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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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신부>(은세주/책딱지)


 『오! 나의 신부』는 내가 좋아하는 책딱지 출판사의 ‘저학년의 품격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 최근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할 일이 많아지면서, 책딱지의 도서를 더 많이 챙겨보는 중이다. 이 시리즈의 인기가 꽤 높은데, 국회도서관이나 부산도서관 등, 굵직한 도서관에 시리즈가 쫙 있는 게 보이면 괜히 내가 뿌듯하다.


 이 책은 학교생활에서 늘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동민이가 자신의 신부가 될 아이가 반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사실 동민이는 그야말로 ‘왕똥’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아이이다. 급식 줄에서 1등으로 서려고 앞사람을 밀쳐 넘기고도 당당하고,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에서 장난기 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서 책을 펼치자마자 ‘저런 아이와는 친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변해 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에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책을 읽는 묘미와 이유 아니겠는가.


 아빠의 고향 친구 김호덕 아저씨가 집에 찾아온다. 아저씨와 아빠가 커서 자식을 낳으면 결혼시키자고 했던 약속을 말하며, 그 아이가 동민이 반에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때부터 동민이의 상상은 점점 더 커진다. 동민이는 자신과 매번 다투고 관계가 껄끄러운 친구들―로아, 별하, 채윤―을 만나며 ‘혹시 내 신부가 저 아이일까?’라는 생각을 품는다. 그러면서 장차 신부가 될 아이에게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뜻하지 않게 신사답게, 다정하게, 용기있게 행동한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황당한 상상을, 동민이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다.


 이 책에서 ‘누가 신부일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동민이가 친구들과 부딪히고, 오해하고 그러다, 신부일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정하게 대하며, 친절하게 말하고 비밀을 지켜주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또 위험한 순간에 용기를 내며, 자기 스스로도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처음에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던 동민이가 로아의 아픔을 살펴주고, 별하의 그림을 칭찬하고, 채윤이의 시험지를 지켜주는 장면들은 동민이의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 준다. 작은 말 한마디와 사소한 행동이 친구 관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우리 어린 독자들도 자연스레 느낄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민이가 무서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는 순간이다. 겉으로는 큰소리치고 장난만 치던 아이였지만, 막상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자 가장 먼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몸으로 막아 선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해결되고 선생님 품에 안겨 우는 장면은, 아이들이 용기를 내기가 얼마나 큰 마음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용기는 무서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것이다.


 책 속에서 동민이는 ‘관심’, ‘친절’, ‘칭찬’, ‘비밀 지키기’, ‘이름 부르기’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차례로 배워 간다. 그동안은 친구들의 이름조차 잘 불러주지 않았던 아이가, 한 걸음씩 친구로 다가오고, 관계를 배우고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동민이처럼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그래, 왕똥도 변하는데, 우리 아이들이라면!


 『오! 나의 신부』는 읽는 내내 장난 많고 허술한 에피소드에서 깔깔 웃다가도, 어느 순간 동민이가 보여 주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에 가슴이 찡해진다. 또한 독자가 ‘진짜 중요한 건 누가 내 신부가 되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진짜 신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결말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더욱 큰 재미와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읽는 동안 신나게 웃고, 주인공을 따라 함께 고민하고, 마지막에는 ‘나도 더 좋은 친구가 되어야지’라는 다짐을 품길 바란다. 어린 독자들이 쉽게 읽으면서도 마음속에 오래 남을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책, 바로 『오! 나의 신부』다.



2025.08.23


*이 글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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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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