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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라 나비야 ㅣ 밤이랑 달이랑 10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날아라 나비야》 (노인경/문학동네)
깊은 숨결이 낳는 기적 ― 실수를 넘어서, 연대로. 비움과 믿음의 이야기
문학동네에서 노인경 작가의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인 《날아라 나비야》를 보내주셨다. 아이들의 작은 모험담이자, 연대의 힘이 생명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생각케 한다. 그 이면에는 인간 본성과 공동체, 그리고 '비움과 회복'이라는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헬리콥터 장난감을 들고 공원으로 향한 밤이와 달이는 우연히 한 마리 나비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힘없이 축 처진 나비를 조심스레 보살피며 울타리를 만들어준다. 그러나 순수한 돌봄의 마음은 한순간의 실수 앞에서 무너진다. 밤이가 그만 나비의 날개를 밟아버린 것이다. 이 사소한 장면은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하는 죄책감과 절망을 보여주지만, 그 너머의 회복을 준비하게 만든다.
살면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는 없다. 이 그림책의 아이들은 그걸 너무나 잘 보여주는데, 두려움과 눈물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비가 아직 살아 있음을 깨닫자, 두 손을 모아 온 마음을 다해 숨을 불어넣는다. 실수 이후의 태도야말로 진정한 용기의 시작이다. 진정한 성장과 회복은 회피하는 데 있지 않다. 상처를 직시하고, 마음의 전부를 내어주며 다시 살아보려는 노력에서 비롯된다.
'숨결'은 책의 커다란 상징이다. 나비의 종잇장 같은 날개 아래 불어넣는 숨은 아이들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서로의 숨이 얽히며 만들어내는 모두의 호흡이자, 타자를 향해 나아갈 때 드러나는 사랑의 모습이다. 나비가 다시 날아오를 때, 우리는 밤이와 달이의 숨결뿐 아니라 그들의 숨을 함께 불어주는 이웃들, 그리고 우리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될 것이다. 후우후우 숨을 불면, 펄럭펄럭 함께 날 수 있어. 연대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아주 작은 숨 하나에서 시작된다.
생명이 비어있는 곳, 상처와 아픔이 자리한 그 빈 곳에, 자기 안의 바람, 생명력과 희망을 불어넣으며, 타인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 내 숨을 비워냄으로써 더 큰 기쁨을 얻는 과정. 헌신은 소진이 아니라 다시 채워넣음임을 역설한다. 다른 이를 향한 사랑은 우리를 풍요롭게 만든다는 건, 진실이다.
《날아라 나비야》는 '나'에서 '너'로, 단단한 땅에서 저 높은 하늘로, 작은 놀이터에서 세상 전체로 확장한다. 아이들의 숨결은 이웃의 숨과 만나고, 아이의 실수는 공동체의 기적으로 이어진다. 나비의 상처는 모두의 숨이 얼기설기 엮여 메워진다. 그 불완전한 기적의 모양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인간만이 지닌 아름다움이다.
《날아라 나비야》는 작은 실수, 극복과 용서의 이야기인 동시에 공동체의 숨결로 상처를 꿰매는 이야기다. 밤이와 달이는 실수를 통해 배운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로의 숨결이 닿는 순간 우리는 다시 살아난다. 세상에는 나비를 살리는 숨결이 있다. 그리고 그 숨은 당신의 가슴에서도 시작된다.
2025.10.21
*이 글을 문학동네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그림책을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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