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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신부 ㅣ 저학년의 품격 25
은세주 지음, 유준재 그림 / 책딱지 / 2025년 8월
평점 :

<오 나의 신부>(은세주/책딱지)
『오! 나의 신부』는 내가 좋아하는 책딱지 출판사의 ‘저학년의 품격 스물다섯 번째 책이다. 최근 저학년 아이들과 함께할 일이 많아지면서, 책딱지의 도서를 더 많이 챙겨보는 중이다. 이 시리즈의 인기가 꽤 높은데, 국회도서관이나 부산도서관 등, 굵직한 도서관에 시리즈가 쫙 있는 게 보이면 괜히 내가 뿌듯하다.
이 책은 학교생활에서 늘 사고의 중심에 서 있는 주인공 동민이가 자신의 신부가 될 아이가 반에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 동화다. 사실 동민이는 그야말로 ‘왕똥’이라는 별명이 딱 어울리는 아이이다. 급식 줄에서 1등으로 서려고 앞사람을 밀쳐 넘기고도 당당하고, 친구들이 싫어한다는 말에도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에서 장난기 많고 자기밖에 모르는, 또래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그래서 책을 펼치자마자 ‘저런 아이와는 친구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그 아이가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사건을 겪으면서 변해 가는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책에 빠져들게 된다. 그것이 책을 읽는 묘미와 이유 아니겠는가.
아빠의 고향 친구 김호덕 아저씨가 집에 찾아온다. 아저씨와 아빠가 커서 자식을 낳으면 결혼시키자고 했던 약속을 말하며, 그 아이가 동민이 반에 있다는 걸 알려준다. 이때부터 동민이의 상상은 점점 더 커진다. 동민이는 자신과 매번 다투고 관계가 껄끄러운 친구들―로아, 별하, 채윤―을 만나며 ‘혹시 내 신부가 저 아이일까?’라는 생각을 품는다. 그러면서 장차 신부가 될 아이에게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뜻하지 않게 신사답게, 다정하게, 용기있게 행동한다.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볼 법한 황당한 상상을, 동민이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다.
이 책에서 ‘누가 신부일까?’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동민이가 친구들과 부딪히고, 오해하고 그러다, 신부일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다정하게 대하며, 친절하게 말하고 비밀을 지켜주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또 위험한 순간에 용기를 내며, 자기 스스로도 달라진 모습에 놀란다. 처음에는 남을 배려할 줄 모르던 동민이가 로아의 아픔을 살펴주고, 별하의 그림을 칭찬하고, 채윤이의 시험지를 지켜주는 장면들은 동민이의 변화를 실감나게 보여 준다. 작은 말 한마디와 사소한 행동이 친구 관계를 얼마나 크게 바꿀 수 있는지, 우리 어린 독자들도 자연스레 느낄 것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동민이가 무서운 상황에서도 용기를 내는 순간이다. 겉으로는 큰소리치고 장난만 치던 아이였지만, 막상 친구들이 위험에 빠지자 가장 먼저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고 몸으로 막아 선다. 그러면서도 사건이 해결되고 선생님 품에 안겨 우는 장면은, 아이들이 용기를 내기가 얼마나 큰 마음이 필요한지를 생각하게 한다. 용기는 무서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무서워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임을 자연스럽게 보여 주는 것이다.
책 속에서 동민이는 ‘관심’, ‘친절’, ‘칭찬’, ‘비밀 지키기’, ‘이름 부르기’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차례로 배워 간다. 그동안은 친구들의 이름조차 잘 불러주지 않았던 아이가, 한 걸음씩 친구로 다가오고, 관계를 배우고 행동으로 실천하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얻는 과정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나도 동민이처럼 변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따라올 것이다. 그래, 왕똥도 변하는데, 우리 아이들이라면!
『오! 나의 신부』는 읽는 내내 장난 많고 허술한 에피소드에서 깔깔 웃다가도, 어느 순간 동민이가 보여 주는 따뜻한 마음과 용기에 가슴이 찡해진다. 또한 독자가 ‘진짜 중요한 건 누가 내 신부가 되는지가 아니라,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라는 생각에 이르게 한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가며 진짜 신부와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결말을 직접 확인하는 순간 독자는 더욱 큰 재미와 감동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초등 저학년 학생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다. 읽는 동안 신나게 웃고, 주인공을 따라 함께 고민하고, 마지막에는 ‘나도 더 좋은 친구가 되어야지’라는 다짐을 품길 바란다. 어린 독자들이 쉽게 읽으면서도 마음속에 오래 남을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는 책, 바로 『오! 나의 신부』다.
2025.08.23
*이 글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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