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거짓말
라일리 세이거 지음, 남명성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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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거짓말>(라일리 세이거 / 밝은세상)


자기 전에 보통은 책을 읽는다. 굉장히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시리즈를 읽는데, 독서를 위해서 읽는다기보다 잠에 들기 위한 나만의 알고리즘, 매커니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길고 지루하지만, 그러면서 적당히 흥미로운 책을 읽는다. 최근 2년 간 꾸준히 읽은 수면용 시리즈는 <영웅문>과 <잭 리처> 시리즈다. <잭 리처>는 거의 모든 작품을 다 읽었고, <영웅문>은 이제 1부의 마지막인데, 어릴 적 읽은 책이라 느린 속도로 읽는 중이다. 매일 밤 2~3쪽을 읽다 잠이 들기에, 영웅문은 내후년까지는 읽을 예정이다.


그런데 지난 주부터 어제까지는 밤에 다른 책을 읽었다.


@밝은세상 에서 선물로 보내주신 <마지막 거짓말>이다.


밤에, 자기 전에 읽으면 안 되는 책이 있다. 뒤가 궁금해서 읽다보면 밤새 책장을 넘기다 새벽에 가까워지고, 다 읽고 나서도 그 감흥과 여운 때문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책. <마지막 거짓말>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아유, 어제는 밤을 꼴딱 샜다.


이 책은 재미있다. 설정과 상황, 인물과 배경이 흥미롭고, 사건을 추적하는 과정은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


엄청난 재산을 가진 해리스 가문의 ‘프레니’가 세운 ‘나이팅게일’ 캠프. 그곳은 미드나잇 호수에 자리잡고 있는데, ‘나이팅게일’ 캠프는 부잣집 여자 아이들만 참가할 수 있는 캠프다. 40일간 진행하는 캠프에서 여자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친구를 사귀고 여러 활동을 하며 여름을 즐긴다. 캠프에는 전기도 전화도 없기에, 온전히 자연과 나, 친구들과 교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다.


15년 전, 13살 에마는 캠프에 뒤늦게 합류했고, 16살 언니들과 ‘층층나무’ 나무집을 함께 쓴다. 리더십이 있고 캠프의 여왕벌인 ‘비비안’과 비비언의 친구인 ‘내털리’, ‘앨리슨’을 만나는데, 묘한 분위기의 세 사람과 금세 친해지며 캠프를 누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층층나무 나무집에서 에마를 제외한 세 여자 아이들이 실종되고, 대대적인 수색이 이뤄지지만 아이들을 발견하지 못한다. 에마는 캠프의 주인인 프레니 여사의 양아들 ‘테오’를 범인으로 지목하는데, 경찰은 테오에게서 아무런 혐의도 찾지 못한다. 도대체 캠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15년 후, 트라우마를 겨우 극복한 에마는 프레니의 초대를 받아, 다시 열린 ‘나이팅게일 캠프’에 미술지도를 위해 합류하는데, 이번에 에마는 세 여자 아이들과 한 방을 쓴다. 그런데 이 방 아이들에게도 엄청난 일이 일어난다. 과연 진실을 말하는 자는 누구이며, 누구의 거짓말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걸까?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입이 근질근질하다. 식스센스 급 반전이 기다리고 있으며, 단언컨대 독자가 예상하는 모든 시나리오는 맞지 않는다. 예상치 못하게 허를 찔리며 책을 읽은 후에도 한동안 멍했다. 숨겨진 진실과 거짓, 눈으로 본 것이 다가 아님을 이해하는 순간, 그 속에 깊이 숨겨진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니 자기 전에 읽지 마시길.


화자는 주인공인 에마인데,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지금과 당시의 사건을 비교하고 분석한다. 독자는 에마가 한꺼풀씩 벗겨내는 작은 단서와 상황을 따라 책 속에 점점 몰입한다. 책을 읽는 내내, 층층나무 나무집에 머물다가, 미드나잇 호수를 헤엄치고 카누를 타고 비밀의 장소의 지하 창고로 들어간다. 작가는 독자에게 매우 천천히, 작은 단서를 하나하나 쥐어준다.


이 책에서 진실에 가까이 가는 방법으로 쓰는 장치가 있는데 바로 독특한 진실게임이다. 에마와 비비언, 내털리와 앨리슨은 두 진실 한 거짓말 놀이를 하는데, 세 가지를 말할 때 한 두 가지는 진실, 한 가지는 거짓을 말하고, 그 거짓을 찾는 것이다. 그런데 뻔한 거짓말을 하나 넣는다면, 놀이인 척 진실을 밝힐 수 있고, 혹은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킬 수도 있다. 그래서 읽는 내내 당연하게 여겨지는 인물들의 말을 하나하나 곱씹으며, 과졍 진실일까, 무엇을 숨기고 있는 걸까, 생각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진실과 거짓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쩌면 그 결과가 사뭇 다를 수 있음을 알고 적잖이 놀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매우 다채로운 인물이다. 작가가 이 책을 쓰면서 인물 설정에 큰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자신의 트라우마와 환영으로 괴로워하지만 진실을 찾으려 하는 ‘에마’, 너무나 매력적이고 사람을 녹이는 마법같은 아이이지만, 뭔가 감추고 있는 ‘비비안’, 그리고 비비안과 친하지만 적당한 각을 세우는 ‘내털리’와 ‘앨리슨’, 대단한 부호이지만 그 이면에 뭔가를 감추고 있는 ‘프레니’, 잘생기고 멋진 남자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테오’와 ‘챗’, 늘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실을 수집하는 ‘리베카’. 이 책속에 나오는 멋진 인물들을 하나하나 만나는 일이 즐겁다. 그 때문에, 이 책을 한 번만 읽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참, 그리고 비비안은 책 마지막장까지 우리를 놀래킨다.


책의 제목인 <마지막 거짓말>은 무엇일까? 이 단순한 제목을, 다 읽고 나서도 그 의미가 복잡해 보인다. 마지막 거짓말을 누가 했느냐에 따라서 상황은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것은 에마일 수도, 비비안일 수도, 테오 혹은 프레니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 사소한 거짓말은 15년의 터울을 두고 엄청난 사건을 일으킨다.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은 그 경계를 명확하게 구분지을 수 없다. 진실이 괴로움을 주지만 거짓이 목숨을 살리기도 하며, 선한 행동이 늘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악과 복수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도 한다. 악이라 규정했던 수많은 투쟁은 발전을 가져오기도 했다. 어쩌면 진실과 거짓을 구분짓는 아이들의 놀이는, 사실 그것을 구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한 단계였을 뿐.



정말 재미있는 스릴러 작품을 읽었다. 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을 듯하다. 읽고 나서 통쾌하거나 혹은 괴롭지는 않다. 다만 마음이 따스해지고 좀 아파오지만, 그래도 이쯤 되면 괜찮은 결말이라는 안도가 나온다. 무서운 것을 싫어하는 독자들도 과감하게 도전하며 스릴러 면역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작품이다.


국내에 소개된 라일리 세이거의 작품이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그것도 찾아봐야겠다.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 밝은세상 출판사에 감사를 표한다.


20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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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 웅진 모두의 그림책 56
윤정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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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장만이 만만치 않아>(윤정미 그림책 / 웅진주니어)


@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그림책이다.


주인공인듯 보이는 제비가, [집장만]이라고 써진 머리띠를 매고, 깃털을 휘날리며 비장한 표정으로 서 있다. 제비와 집장만은 도대체 무슨 관계란 말인가? 게다가 머리 위에 올라간 다섯 마리의 제비는 또 누구인가? 궁금증을 견디기 힘들다.


—-


이 책의 주인공은 ‘뭐든지 큰 나라’에 살고 있는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다. 뭐든지 큰 나라에 살지만, 날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제비니, 사는 데 지장이 없겠다 싶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 임금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궁궐을 짓는데, 튼튼한 제비 집을 쓰라고 했단다. 그래서 다들 집이 없어졌다며, ‘소문이 자자한 나라’로 떠난다고 난리다. 언제 집이 사라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인공 제비도 집을 장만하러 떠난다. 그래서 머리띠에 [집장만]이 새겨져 있던 것이다.


주인공 제비는 소문이 자자한 나라에 도착하지만,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달음박질도 시력도 좋아야 하고, 날개도 다섯 치나 되어야 한다고, 곁에 있던 다섯 제비가 알려준다. 주인공 제비는 달음박질과 시력은 괜찮은데, 날개가 짧다. 이를 어쩐다… 다섯 제비가 알려준 대로 날개를 키우려 하지만 소용이 없다. 과연 ‘보여 안 보여’ 제비는 집장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


—-


대부분의 동물들은 집을 지을 줄 안다. 그 능력을 타고난 동물들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집을 짓고 살아간다. 인간은 그 능력이 없는데, 그럼에도 모든 사람은 집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인간에게 집은 거주지만이 아니라 문화이고 사회이며, 그 외의 과시적인 역할도 한다.


사실 건축이 농사보다 앞섰다는 견해가 많다. 몇몇 고대 유적은 농사를 짓던 시기보다 앞서거나, 오히려 건축을 위해 농사를 지어야 했다는 말에 신빙성도 있다. 어쩌면 인류의 삶은 농사보다 집이 더 먼저이고, 그건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도 집 때문에 아등바등 살아가는 거다.


그런데 우리만이 아니라 제비조차 그렇다니, 마음이 좀 아프고 불편하다. 제비는 여름에 번식하러 우리나라에 찾아오는데, 처마 밑에 멋지게 집을 짓고 새끼를 낳고 돌본다. 과거에는 도시에서도 곧잘 볼 수 있었는데, 아파트가 많이 생겨나서인지 요즘은 보기가 드물다.


제비는 사람과 잘 어울려 살아가는 동물이다. 사람 손이 잘 닿지 않는 처마 밑에 집을 짓기에, 여러 야생동물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 사람들도 자기 집에 찾아온 제비를 손님으로 대하며, 함부로 해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는 제비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이 뿌린 농약 때문이다. 인간이 뿌린 농약이 곤충에게, 그리고 곤충을 먹는 제비에게, 그리고 제비 알과 새끼에게 영향을 주면서 번식률이 떨어지고 있다. 아직은 관심과 주의를 기울여야 할 정도라지만, 비 올 때 낮게 달던 제비를 쉽게 볼 수 없다니 서글프다.


이 책에서는 집을 찾아 떠나야 하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곳,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그 곳을 찾아 노력을 기울이는 제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우리네 사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게 집은 모두가 돌아와 모이는 장소다. 반드시 돌아올 곳, 그리고 모두가 출발할 곳이다. 시점점이자 도착점이며, 모든 것은 집에서 시작하여 집에서 끝난다. 그래서 우리 모두의 중심은 집이고 집이어야 하기에, 집장만이 모든 이들의 원대한 꿈이다. [집장만] 머리띠를 둘러메고 싸워내어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보여 안 보여 날개’ 제비는, 자기 집을 구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래서 하늘길이 아니라 다른 길을 택한다. 길은 하늘에만 있지 않고, 생각을 다르게 하면 세상은 더 넓게 보이는 법. 새로운 여정을 떠나는 제비의 발걸음이 힘차다.


그림이 참 아기자기한데, 한 장면 한 부분도 허투루 볼 수 없다. 그림책의 장점이지만, 말과 글로 다 할 수 없는 섬세한 묘사가 작품의 의미를 더한다. 물론 재치있고 재미있게 표현되어서, 그림만 보며 읽는 것도 흐뭇한 일이다.


—-


제비같은 우리 아이들도 삶의 도전과 위기 앞에 놓일 것이다. 이 책의 제비들처럼 뭔가를 구하기 위해 출발선에 서서 경쟁해야 할 것이고, 치열하게 노력할 일도 있을 것이다. 늘 주인공이 될 수 없기에 좌절을 맛보고 절망에 빠질지도 모른다. 그럴 때, 제비를 도와준 다섯 친구 제비처럼, 곁에서 응원하고 지지하며, 작은 도움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든든하게 곁에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그리고 삶의 방식이 하나만 있지 않음을, 길은 얼마든지 있고,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 아이들이 내딛을 그 작은 발걸음이, 이전보다 더 힘차고 당당하길 바란다.


*본 서평은 <웅진주니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3.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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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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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야 할 세계>(문경민 / 다산책방)


제13회 혼불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그 이름 하나로 읽을 이유가 충분한데, 작가가 문경민이라고 하니 큰 기대를 품었다. <훌훌>로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가인데, 내용과 주제, 문제와 표현 방식이 매우 훌륭해서, 이 책은 아이들과도 빠짐없이 읽고 다루는 책이다. 


<지켜야 할 세계>는 최근 이슈가 된 교권 문제를 다루면서도, 신념과 기회를 이야기한다. 또한 인간의 행동과 사회 구조적 문제를 비교하기도 한다.


주인공 윤옥이 죽음을 맞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죽음을 맞은 윤옥의 삶을 조명하듯 살펴보는 작품이다. 중간중간에 과거와 대과거가 오가기에, 어린 시절의 윤옥과 성장하며 겪는 일, 교사로서의 일, 그리고 수많은 선택과 좌절, 그리고 말년의 삶을 다룬다. 윤옥이라는 인물의 전체 인생을 조망하는 작품이다.


한 인간으로서 살아간 윤옥의 삶은 애처롭다. 교사로서 자리를 잡아 안정된 삶을 살아갔지만, 정작 윤옥의 가족은 그렇지 못했다. 뇌병변을 앓는 동생 지호와 관련한 일은 작품 전반에 영향을 끼치는데, 읽을수록 가슴이 먹먹해진다. 말년의 윤옥이 고집스럽게 2학년 담임을 맡고자 했던 것도 장애를 가진 아이를 위해서였는데, 평생을 짊어져야 했던 그 상처를 보는 듯했다. 자기 잘못이 아니라고 외면할 수 있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이지만, 윤옥은 그마저 자신의 죄값으로 받아들인다. 사람은 자신이 받은 상처와 좌절로 완성된다.


한 교사로서 살아간 윤옥의 삶은 대담했다.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을 믿고 당당했으며, 한치의 물러섬도 없었다. 그의 숭고한 면은, 평범한 교사를 부끄럽게 만들었고, 결국 집단에서 내몰리는 결과를 낳았다. 그러나 윤옥은 그 위기마저도 기회로 받들고 나아간다. 충격적인 사건을 목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엄마로서의 윤옥은 훌륭했다. 자신이 짊어져야 할 모든 책임과 잘못을 아들 상현을 키우며 만회하는 느낌이었다. 그것은 제자 수연과 동생 지호에 대한 죄책감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여자로서의 윤옥은 별로 없다. 그저 교사로서, 엄마로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온 삶이 있을 뿐이다. 윤옥은 그의 이름처럼, 옥을 반질하게 닦듯, 자신의 삶을 통해서 자신을 닦았고, 작은 흠집과 티를 마모시키며 자신을 단련했다. 그렇게 살아간 윤옥의 삶 앞에, 자신의 모습이 비쳐진 사람들은 좌절과 부끄러움을 맛봤고, 그것은 윤옥에 대한 반발감으로 나왔다. 윤옥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대로 행동했고, 그 신념대로 살았지만, 그로 인해 참 많은 것을 잃고 손해보며 살았다. 그는 자신이 지켜야 할 세계를 지켰지만, 그 인생의 결과를 지킬 수는 없었다. 아니, 어쩌면 윤옥이 지키려고 한 세계 만큼은 지켰는지도 몰랐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세계, 그 신념과 가치관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 달콤한 유혹과 수많은 기회를 버리고, 과연 내가 지켜야 할 세계를 굳건히 지킬 수 있는지, 그 유혹의 쓰나미 앞에서도 단단한 방벽을 유지할 수 있을지 갈등했다. 그럴 수 있을까? 그 결과가 윤옥의 마지막이라면, 참 씁쓸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교권이 누구 탓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사라진 교권과 교사들의 좌절감은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의 갈등으로 이어지며, 걷잡을 수 없는 파도를 앞두고 있다. 학생의 인권도 중요하고 학부모의 관심도 중요하며, 잘 가르치고자 하는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 세 개의 톱니바퀴는 사회 구조와 자본주의, 개인주의라는 틀 안에서는 서로 맞물려 돌아가기가 참 어렵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가 어렵기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하고 열정적인 교사들이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품 속 윤옥 교사의 삶을 보며, 내 바람과 응원이 보잘것없는 외침이 될까 두려워진다.


이 책은 꽤 오랫동안 수많은 독서모임에서 다룰 만한 작품이다. 학교와 교사의 문제를 넘어서서 개인과 사회 구조로 인해 자신이 외면해버린 삶, 신념과 이익 사이의 갈등을 꽤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윤옥의 삶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데, 작가는 이를 매우 덤덤한 시선으로 전개한다.


올해 읽은 책 중에 단연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만한 작품이다. 적극 추천한다.


2023.10.26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로이 쓴 서평입니다.

@


#지켜야할세계

#문경민

#다산북스

#혼불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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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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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은 위즈덤하우스 청소년 문학 일곱 번째 책이자,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은 도서다. 사실 1회이기에 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오백 년째 열다섯>을 낸 출판사의 판타지문학 시리즈이기에 그런 느낌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대개의 판타지가 그렇듯이, 이 책도 현실에서 딱 한 가지만 판타지 요소로 바꾸었다. 그것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아이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는 설정이다. 그런 사람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왕따든, 가족들에게 소외되든, 어떤 식으로든 외톨이가 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청각이 매우 뛰어나고 예민한 사람(성제성)에게는 비스킷의 소리가 들리고, 시각이 매우 좋은 사람(덕환이)에게는 살짝 보이기도 한다. 예상했듯이, 제성이와 덕환이는 친구이며, 그 사이에 효진이도 있는데, 효진이는 비스킷의 냄새를 맡으려 연습 중이다. 이 세 사람은 주변의 비스킷을 구조하고 도와주는데, 이 세 사람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크다. 물론 그 외에도 창성, 박 간호사, 여사님 등 독특한 인물이 많다. 작가가 작품 준비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보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스킷’이 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성, 덕환, 효진, 그리고 창성이, 이 네 사람의 인물이다.


이 책 속 ‘비스킷의 특징을 생각하다 보면, 사실 ‘비스킷’보다는 ‘쿠크다스’가 더 어울리지만, 여러 이유로 바뀌었을 거라 추측한다. 쿠크다스는 살짝만 부딪혀도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떨어지면 당연히 깨지고, 포장을 뜯는 과정에서 살짝만 어긋나도 원래의 모양은 사라진다. 조금 강하게 뜯는다 치면, 이게 쿠크다스였는지 과자가루인지 알 수도 없어진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비스킷, 쿠크다스 같은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공격이나 소외, 행동이나 감정으로 인해 자기 속으로 숨어들거나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사람들 말이다. 가족의 학대와 주변 인물들의 외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홀로 숨어야 했던 비스킷들을 뜻한다. 남들은 다 견뎌내는데, 너는 왜 그러지 못하냐는 말은, 쿠크다스에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겨난 사람도 있다. 그건 쿠크다스의 잘못이 아니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작은 충격에도 사라지는 비스킷,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 바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마음이 아파온다.


청소년 판타지 문학에서는 중심 인물 한두 명이 많은 것을 해낸다. 그러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이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책에는 그런 인물이 넷이나 있고, 내가 보기엔 이 인물들은 이미 다 변했고 성장했다. 특히 제성, 덕환, 효진, 이 세 사람의 케미가 신선하다. 여기에 추가될 창성은 좀 어리버리 하지만, 앞으로 큰 성장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 넷은 그저 나이만 어릴 뿐. 그러나 어른들은 자기들의 시선, 나이로만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이 보고 듣는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제성이를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하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 ‘비스킷’ 대부분의 내용은 제성이가 정신병원의 돌팔이 의사에게 작성한 글이다.


이 책에서 ‘비스킷’의 상황을 이해하며 추적하듯 보는 것도 재미있다.

3단계 비스킷까지 갔지만, 우연히 제성이 발견하여 돌아온 비스킷 ‘효진’

재능있는 첫째와 귀여운 막내만 챙기는 부모님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비스킷 ‘제제’

아빠의 폭력으로 엄마는 떠나고, 아직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사라지는 비스킷 ‘희연’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주변의 무관심으로 소외되기 시작하는 주변의 아이들.

우리 곁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얘들아, 너희가 봐야 할 것은 네모난 작은 기계가 아니란다.


미디어의 범람에, 그 속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이들은 엄청난 관심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각자 개성있고 아름답고, 능력과 재능을 갖추었으며,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누린다. 고작 주변의 동네 친구들과 경쟁하던 과거가 아니라, 이 나라, 세계 전체에서 능력있는 아이들을 보며 자라는 것이다. 그걸 마냥 즐기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되고 위축되며 괴로울 친구들도 있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 부모들도 그렇다. 뛰어난 아이들과 자녀를 비교하고, 자신의 자녀와 학생들을 비교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구분짓고 소외시킨다. 아직 모르는 특별한 재능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지만, 그러지 못한 친구들은 약하디약한 쿠크다스, 비스킷처럼 자기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모두가 잘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해보지만, 그마저도 비난과 야유, 조롱으로 돌아오면, 그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쿠크다스, 비스킷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 줄 만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분명 그 시작을 알리는 책일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비스킷일지라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작가가 책에서 깔아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 미처 다 주워담지 못한 것 같은데, 아마도 2편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새로 합류한 이지안(조제)과 정신병원 탈출을 도와준 박 간호사와 여사님 이야기, 그리고 창성이와 아빠와의 관계, 효진이 아빠, 제성이 이모, 그리고 덕형이의 이야기까지, 숨겨진 뒷이야기가 상당할 것 같아 2권이 기대된다.


이 책을 한 번 읽었으니, 이제 어떤 방향으로 수업하며 풀어갈지 고민이다. 아마도 작품의 특징과 ‘비스킷’의 상징과 의미를 풀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되리라.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청소년 문학이다. 한 호흡에 쉽게 읽히는 작품이기에, 독서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에게도 가볍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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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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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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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마쓰자키 유리 / 장재희 역 / 빈페이지)


독특한 SF작품을 소개한다. SF면서 생명, 환경, 인간관계를 다루는 작품. 그리고 책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가 여성의 서사로 진행되며,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어쩌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이야기. 바로 <슈뢰딩거의 소녀>다.


1. 65세에 반드시 죽음을 맞는 세계 <예순다섯 데스>

2. 수학 사용을 금지하는 왕국 <이세계 수학>

3. 꽁치가 자취를 감춘 미래 <꽁치는 가, 짠가>

4. 오징어 게임 ‘비판편’, 건강 지상주의 사회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5. Z 바이러스로 팬데믹이 일어난 대도시,그리고 양자 자살<슈뢰딩거의 소녀>

6. 나무 하나 당 사람 하나 <펜로즈의 처녀>


이 책 속에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있는데, 각각 색깔이 분명하다. 소재가 완전 다르지만, ‘미래’와 ‘소녀’라는 점은 모든 작품의 공통점이다. 독자의 대상도 비교적 명확한데, 청소년, 영어덜트가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근미래의 사회상을 주재료로 하여, 그 속에 현실에 발담군 우리가 겪는 문제를 소스로 버무린 작품이다.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독특하다.


몇몇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의 재미와 서사, 사회 비판을 담고 있다. 게다가 매우 어려운 과학을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또 적당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기에, 깊이 파고들자면 얼만든지 얘기할 거리가 있는, 상당히 유연한 작품이다.


여섯 가지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예순다섯 데스]

-65세에 죽음을 맞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인구 과잉으로 자원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세계는 인구 조절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은 65세까지만 살게끔 하는 방식이다. 특정한 병원균을 통해 모든 사람의 DNA의 텔로미어를 조정하여, 65세 전후로 사망케 하는 방식이다. 64세의 무라사키는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 문제를 겪는 이들을 도와주는 불법 치료사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릴 적 만든 65리스트를 거의 다 이루었는데, 그때 만난 소매치기 소녀 사쿠라를 양녀로 받아들이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린다.-


이 단편은 설정이 무척 좋다. 예순다섯 생일에서 8개월 안으로 사망하는데, 비교적 짧은 생에서 해야 할 리스트를 정하고, 그안에 해내지 못하는 불안감을 잠재울 테라피스트를 찾는다는 설정.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모두가 겪는 그 불안감은 과학이 고도로 발달해도 변치않을 것 같다. 65세에 세상을 떠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전수하는 무라사키와 사쿠라의 활약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넷플릭스 단편 애니로 제작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세계 수학]

-수학 쪽지시험에서 3점은 받은 에미.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같은 반 남자애 다니야마가 신경 쓰인다. 수학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외침에, 갑자기 어딘가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곳은 어디인가? 마침 만난 농부들이 낸 수학문제를 맞힌 에미는 수학 공식을 알고 있기에 ‘개방파’로 몰려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세계에서는 수학을 배우면 사형을 당한다니. 이때 위기에서 에미를 구해준 것은 다니야마를 닯은 쿠르트. 소피와 파울도 만나는데, 그들은 에미가 온 세계에서 모두가 수학을 배운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이세계에서 수학은 왕의 권력인데, 고작 9살인 왕이 이세계의 수학을 혼자서 해낸다. 왕은 어떻게 혼자 수학을 해내고 있는 걸까? 에미는 이들을 통해 수학의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감옥에 갇힌 쿠르트와 소피, 파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만약 점수로 평가받지 않았다면, 나와 수학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134)


수학 점수가 낮아서 이세계로 갔던 에미. 수학이 좋아도 점수로 평가받는 지금 시대를 재치있게 비판한다. 이 단편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소개할 만한 작품이다.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수학을 그토록 재미없게 가르치는 수많은 학교, 학원 교사들, 그리고 현행 교육 제도 때문이다. 수학을 답을 찾는 학문으로만 여기고, 그 과정과 답을 맞혔는지를 보는 시험 제도가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 답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가는 그 과정이 중요한데, 우리 교육은 그것을 간과한다.


“문제를 진득하고 끈질기게 생각하는 능력, 그게 진정한 소질이야.”(155)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 단편을 읽는다면,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SF 단편을 통해서 말이다.



[꽁치는 쓴가, 짠가]

-화자인 지하루가 사는 시대는 AI가 발달하여 사람의 화장을 대체하고, 촉각과 후각, 미각도 공유 가능한 시대다. 지하루는 방학 숙제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꽁치’에 관심을 갖는다. 할머니의 추억과 꽁치 전문가와의 통화, 숯 전문가와 통화를 하면서, 이제는 잊힌 50년 전의 꽁치 구이를 3D 푸드 프린터로 재현해 낸다.-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좀 살만한 것 같다. 감히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원한다면 누구와 연락할 수 있고, 나이대에 따라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살 수도, 그리고 옛것을 보존하거나 추억을 회생하고, 사라진 문화를 복원하는 일도 가능하다.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가 어둡지 않아서 반갑다.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뚱뚱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 고도비만녀. 일명 ‘리바운드’는 BMI 41을 자랑한다. 그녀는 정부에서 보낸 메일을 받고, ‘다이어트왕 결정전 제1대회’에 강제로 참가한다. 그곳은 고도비만인 다섯을 모아 음식과 트라우마로 유혹을 하고, 음식을 입에 대면 죽는, 마지막 남은 1인에게는 다이어트 시술과 5억엔을 주는 대회. 대단한 셰프와 먹방유튜버 등이 등장해서 이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살 좀 찌면 안 되나요>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오징어 게임의 비만 버전인데 우스꽝스러운 설정과 전개 속에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비만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위험 때문에 차별받고 소외되고 놀림감이 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역사가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살고, 진정으로 배고팠던 시절이 없는 현재를 살면서도, 그 풍족함을 즐기지 못하는 뚱보 유전자를 가진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표제이기도 한 <슈뢰딩거의 소녀>는 좀 어려웠다. 양자역학을 활용하여, ‘양자 자살’을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서 수많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와 얽히면서,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 부분만큼은 다시 읽어야 하리라.


아, <펜로즈의 처녀>는 환경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대단한 수작이다. 나무 한 그루에 한 사람의 처녀를 공양해야 한다는 설정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너무나 깊이 있게 다룬다.


SF면서도 현재에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를 색다른 색채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거를 타선이 없는 매우 훌륭한 작품으로 SF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 이상의 독자에게 적극 권장할 만한 작품이다. 거기에 과학과 수학 지식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기반이 없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기에, 서점 서가를 지나다 이 책을 만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책과 손잡길 바란다.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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