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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ㅣ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평점 :

<비스킷>은 위즈덤하우스 청소년 문학 일곱 번째 책이자,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은 도서다. 사실 1회이기에 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오백 년째 열다섯>을 낸 출판사의 판타지문학 시리즈이기에 그런 느낌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대개의 판타지가 그렇듯이, 이 책도 현실에서 딱 한 가지만 판타지 요소로 바꾸었다. 그것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아이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는 설정이다. 그런 사람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왕따든, 가족들에게 소외되든, 어떤 식으로든 외톨이가 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청각이 매우 뛰어나고 예민한 사람(성제성)에게는 비스킷의 소리가 들리고, 시각이 매우 좋은 사람(덕환이)에게는 살짝 보이기도 한다. 예상했듯이, 제성이와 덕환이는 친구이며, 그 사이에 효진이도 있는데, 효진이는 비스킷의 냄새를 맡으려 연습 중이다. 이 세 사람은 주변의 비스킷을 구조하고 도와주는데, 이 세 사람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크다. 물론 그 외에도 창성, 박 간호사, 여사님 등 독특한 인물이 많다. 작가가 작품 준비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보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스킷’이 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성, 덕환, 효진, 그리고 창성이, 이 네 사람의 인물이다.
이 책 속 ‘비스킷의 특징을 생각하다 보면, 사실 ‘비스킷’보다는 ‘쿠크다스’가 더 어울리지만, 여러 이유로 바뀌었을 거라 추측한다. 쿠크다스는 살짝만 부딪혀도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떨어지면 당연히 깨지고, 포장을 뜯는 과정에서 살짝만 어긋나도 원래의 모양은 사라진다. 조금 강하게 뜯는다 치면, 이게 쿠크다스였는지 과자가루인지 알 수도 없어진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비스킷, 쿠크다스 같은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공격이나 소외, 행동이나 감정으로 인해 자기 속으로 숨어들거나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사람들 말이다. 가족의 학대와 주변 인물들의 외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홀로 숨어야 했던 비스킷들을 뜻한다. 남들은 다 견뎌내는데, 너는 왜 그러지 못하냐는 말은, 쿠크다스에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겨난 사람도 있다. 그건 쿠크다스의 잘못이 아니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작은 충격에도 사라지는 비스킷,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 바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마음이 아파온다.
청소년 판타지 문학에서는 중심 인물 한두 명이 많은 것을 해낸다. 그러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이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책에는 그런 인물이 넷이나 있고, 내가 보기엔 이 인물들은 이미 다 변했고 성장했다. 특히 제성, 덕환, 효진, 이 세 사람의 케미가 신선하다. 여기에 추가될 창성은 좀 어리버리 하지만, 앞으로 큰 성장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 넷은 그저 나이만 어릴 뿐. 그러나 어른들은 자기들의 시선, 나이로만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이 보고 듣는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제성이를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하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 ‘비스킷’ 대부분의 내용은 제성이가 정신병원의 돌팔이 의사에게 작성한 글이다.
이 책에서 ‘비스킷’의 상황을 이해하며 추적하듯 보는 것도 재미있다.
3단계 비스킷까지 갔지만, 우연히 제성이 발견하여 돌아온 비스킷 ‘효진’
재능있는 첫째와 귀여운 막내만 챙기는 부모님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비스킷 ‘제제’
아빠의 폭력으로 엄마는 떠나고, 아직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사라지는 비스킷 ‘희연’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주변의 무관심으로 소외되기 시작하는 주변의 아이들.
우리 곁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얘들아, 너희가 봐야 할 것은 네모난 작은 기계가 아니란다.
미디어의 범람에, 그 속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이들은 엄청난 관심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각자 개성있고 아름답고, 능력과 재능을 갖추었으며,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누린다. 고작 주변의 동네 친구들과 경쟁하던 과거가 아니라, 이 나라, 세계 전체에서 능력있는 아이들을 보며 자라는 것이다. 그걸 마냥 즐기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되고 위축되며 괴로울 친구들도 있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 부모들도 그렇다. 뛰어난 아이들과 자녀를 비교하고, 자신의 자녀와 학생들을 비교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구분짓고 소외시킨다. 아직 모르는 특별한 재능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지만, 그러지 못한 친구들은 약하디약한 쿠크다스, 비스킷처럼 자기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모두가 잘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해보지만, 그마저도 비난과 야유, 조롱으로 돌아오면, 그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쿠크다스, 비스킷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 줄 만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분명 그 시작을 알리는 책일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비스킷일지라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작가가 책에서 깔아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 미처 다 주워담지 못한 것 같은데, 아마도 2편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새로 합류한 이지안(조제)과 정신병원 탈출을 도와준 박 간호사와 여사님 이야기, 그리고 창성이와 아빠와의 관계, 효진이 아빠, 제성이 이모, 그리고 덕형이의 이야기까지, 숨겨진 뒷이야기가 상당할 것 같아 2권이 기대된다.
이 책을 한 번 읽었으니, 이제 어떤 방향으로 수업하며 풀어갈지 고민이다. 아마도 작품의 특징과 ‘비스킷’의 상징과 의미를 풀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되리라.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청소년 문학이다. 한 호흡에 쉽게 읽히는 작품이기에, 독서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에게도 가볍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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