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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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진형민/창비)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늘 신선하고 순수하다. 그들이 가진 호기심은 세상 곳곳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왜왜 동아리>의 이야기는 그러한 아이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왜'라는 질문은 어른들이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일상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기호 3번 안석뽕>, <소리 질러 운동장>, <꼴뚜기>, <사랑이 훅!>을 쓴 진형민 작가의 책이 나온다기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이 문학을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진형민 작가의 독보적인 위치를 모를 리 없다. 작가가 풀어가는 맥락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다. 글을 읽다 보면, 진형민 작가의 글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색있다. 게다가 작가의 도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그것이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호 3번 안석뽕>에서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문제를, <소리 질러 운동장>에서는 야구부 체제에 맞서는 막야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책이라,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꼴뚜기>는 단편집으로 큭큭대며 읽을 만한 학교 이야기이고, <사랑이 훅!>은 아이들이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의 책은 늘 학교가 중심이며, 학교의 틀에서 시작해 그곳을 벗어나 세상을 주제로 아이들을 데려간다.


<왜왜왜 동아리>에서 아이들은 그저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예상하다시피 이 동아리가 아주 큰 일을 낸다. 이록희, 박수찬, 조진모, 한기주, 이 네 아이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아이들은 옆동네 산불 사건을 알게 되고, 유기견 다정이를 찾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를 알고, 진모의 집안 사정을 통해서는 석탄 발전소 건립으로 흩어지는 마을 주민들과 마을의 위기를 마주한다. 진모의 누나 진경을 통해, 석탄 발전소와 환경 문제, 그리고 지역의 소멸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깨달은 아이들은 이 모든 일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시장을 찾아가기로 하는데, 록희는 자기 덕분에 시장이 된 아빠를 상대로 석탄 발전소 건립 취소를 얻어낼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마을 소멸, 산불, 유기견, 바닷가 모래 유실, 석탄 발전소 모두가 환경 오염과 관계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벌이는 모험과 추적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환경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작품의 뒤로갈수록, 아이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커지는데, 작가는 아이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간다. 그보다 뭔갈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해 나가려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작품의 흐름이 <기호 3번 안석뽕>과 많이 닮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장면에서는 <무기 팔지 마세요>(위기철) 이야기가 겹쳐 보인다. 아이들이 바꾸려는 세상 이야기가 무척 깊이 공감된다. 30년이나 사용할 석탄 발전소를 짓는데, 앞으로 30년간 피해봐야 할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행정에 대해 비판하고, 주민들의 피해만 강요하는 정치의 안일함을 지적한다. 그것은 학교 교사와 교감 선생님의 모습과 은근히 대비되는데, 권력과 이권, 표심 앞에 눈치를 봐야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여 씁쓸하다.


“역시나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서 용감해지기가 어려웠다.”(151)


그래서 이것저것 재는 어른들이 세상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때는 이미 늦는다. 그래서 용감한 아이들의 생각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이 결국 우리가 모두 던져야 할 질문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 같다. 작가는 이 과정을 단순히 '성장'으로만 그리지 않고, 동아리 아이들이 어떻게 문제를 대하고 풀어가는지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드러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 독자들은 자신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형식에 얽매지 않은 발랄한 책이기에, 독서가 어려운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24.10.12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왜왜왜동아리

#진형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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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 1 - 고조선·부여·삼한·고구려 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 1
양화당 지음, 김령언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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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양화당 글 /감령언 그림 / 웅진주니어)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매우 쉽고 독특한 한국사 책이 나왔다. 아마 독특하고 개성있는 역사책으로 치자면, 가장 독보적일 것이다. 한국사, 열 단어, 그리고 라면.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이 조합이, 이 책에서 찰떡궁합으로 펼쳐진다. 각 나라별 열 가지 단어를 배우고, 가벼운 문제를 풀면서, 당시의 역사를 꼼꼼하게 다룬다. 라면에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더 깊은 맛을 내듯이, 이 책도 각 나라 역사를 구성하는 열 가지 재료로 나라 이야기를 해준다. 이 책은 고조선, 부여와 삼한, 그리고 고구려 역사를 다루는데, 총 서른 가지의 단어로 시대별 역사를 짚어낸다.


예를 들면, 고조선의 역사를 환웅, 첫 나라, 단군왕검, 고인돌, 바위그림, 철기, 위만, 8조법, 왕검성 전투, 그리고 뿌리라는 열 단어로 설명한다. 특히 환웅에 대해서 알려줄 때 무척 재미있는 객관식 문제를 내는데, 이 문제가 어이없게 재미있다. 이를 테면


“환웅” 하늘을 다스리던 환인의 아들이야. 환웅은 무엇을 좋아했을까?

1.하늘 번지 점프

2.인간 세상 구경

3.보드게임

4.배낭여행


이 무슨 어이없는 문젠가 싶겠지만, 당연히 2번이지 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인간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청동 검과 청동 거울, 청동 방울을 가지고 3천 명이 넘는 신하를 데리고 신단수로 내려와 인간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연한 답을 외치면서 역사가 머리에 저절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곰과 호랑이 이야기로 이어지며, 곰이 웅녀가 되고 웅녀가 환웅을 찾아와 아이를 낳고, 단군이 되는 과정까지 매끄럽게 다룬다. 굉장히 노련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고조선 전체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어이없는 문제는 아니다. 8조법에 대한 문제는 아주 헷갈릴 수 있기에, 정답을 맞히든 틀리든 맞혀보기 위해 다음 쪽을 펼치면 8조법의 특징과 사례를 무척 쉽게 설명해 놓는다. 8조법으로 고조선이 사회질서를 유지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후로 고조선의 멸망과 부여와 삼한으로 이어지며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찬란한 역사를 꽃피운 모습을 여준다. 고구려에 와서는 이미 익숙한 여러 전설과 신화를 아우르면서 국제 관계와 외교, 무역, 경제 상황까지 자세히 풀어준다. 우습게 보고 읽지만 초등 수준의 역사를 충분히 파악할 만큼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매 단원마다 배운 열 가지 단어를 이용해 감칠맛 나는 라면으로 승화(?)시키는데, 역사 단어를 놓치지 않고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히 역사 공부는 암기할 수밖에 없는데, 열 가지 단어를 순서대로 풀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기억이 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을 이용한 치밀한 역사 도서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그림이 아주 인상 깊다. 유치한 인물이 아니라 레고나 모형을 차용한 듯한 인물과 라면을 끓일 때 필요한 도구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이 정겹다. 초등학생이라면 거부감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초등 저학년 역사 첫 책으로 매우 추천할 만한 책이다. 1권은 고조선과 부여, 삼환, 고구려를 다루지만, 그 뒤에 나올 백제와 신라도 무척 궁금하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갈수록 어떤 내용이 나올지 기대된다. 벌써 4권까지 나왔다고 하니, 하나하나 읽어봐야겠다.


2024.10.10


*이 글은 웅진주니어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웅진주니어

#한국사

#보글보글열단어한국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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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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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로이스 로리/김나은 역/비룡소)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다. 작가 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빈데비 소녀’로 불리는 미라의 이야기다. 실제 1952년 독일 빈데비 늪지에서 발견되어 ‘빈데비 소녀’라는 애칭이 붙은 이 미라는,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당시 주변 지역의 게르만 전통에 따라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거나 형벌이나 폭력으로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몸에 외상이 없었다. 작은 끈으로 눈을 감싸고, 얌전히 죽어 있는 소녀는 서기 1세기 경 소녀로 밝혀지고, 작가는 이 소녀의 이름을 ‘에스트릴트’로 짓고,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이야기를 쓴다는 점에서 작가는 난감해한다.


게르만 족의 전통에 따라 남자 아이들은 전사로, 여자 아이들은 부인으로 자라는데, 가죽 세공사의 딸 에스트릴트는 그 전통을 거부하고자 한다. 유일한 남사친인 ‘파리크’에게서 전사 훈련과 머리 매듭을 배우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새봄 의식에서 남자 아이들처럼 전사로서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고자 한다. 에스트릴트는 당시 사회의 관습을 깰 수 있을까?


작가는 빈데비 소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당황한다. 그것은 새로운 과학기술로 빈데비 소녀를 검사한 결과, 미라가 ‘소년’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왜소하고 영양 섭취가 부실한 채 외상이 아닌 자연사한 것으로 보이고, 눈을 가린 띠도 머리끈으로 밝혀진다. 작가는 에스트릴트가 살아서 다행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년 ‘파리크’다. 어머니는 파리크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파리크는 대장장이 밑에서 일하며 헛간에서 살아가지만, 파리크는 동물의 생태와 구조, 뼈에 관심이 많다. 에스트릴트와 만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낯선 노인과 부엉이에 대해서 나누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서리가 내려앉은 어느 날 대장장이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데, 파리크는 뼈 구조에 관한 지식으로 대장장이를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파리크는 폐렴에 걸리고 마는데.


작가는 두 아이가 시대를 앞선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은 선구자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였다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꿈을 좇아가는 행복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 시대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두 아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두 이야기에서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죽었지만 살았고,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작가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형식의 책은 처음이다.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책의 차례도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교차하는는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나의 미라에 두 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을 함께 엮는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작가의 손끝 마리오네뜨가 아니라, 작가의 손 위에서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방패를 들고 매서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에스트릴트가 보인다. 슈에비아 매듭으로 머리를 묶어 적을 노려보는 에스트릴트를 보면서, 관습을 거부하며 주어진 삶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한 고독단신의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경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파리크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파리크가 현재를 살았다면 그 호기심을 한껏 꽃 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시대와 환경이 그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이 겹친다. 그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잃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반면, 에스트릴트의 강인함은 차가운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더욱 단단해져 갔다. 이 둘은 상반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려 했다.


로이스 로리의 이야기는 늘 깊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10.09


*출판사 비룡소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최초의아이

#비룡소

#로이스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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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유전자 라임 어린이 문학 48
김혜정 지음, 인디고 그림 / 라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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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유전자>(김혜정/라임) 


<인 타임>이란 영화가 있다. 왼쪽 팔에 자신의 생존 시간이 디지털로 나오는데, 시간이 다 되면 죽는다. 일하고 받는 일당도 시간이며, 모든 걸 시간으로 거래한다. 시간이 가진 의미를 풀어내기에 참 좋은 영화라서 아이들과 꼭 보는 편이다. 최근 본 <패러다이스>라는 영화도 다른 사람의 수명을 구입할 수도, 자신의 수명을 팔 수도 있는 미래 사회의 이야기다. 이와 비슷한, 자신의 수명, 시간을 판다는 익숙한 설정의 어린이 동화가 나왔다. 바로 김혜정 작가의 <시간유전자>다.


10월에 나올 예정인 이 책을, 라임에서 보내주신 가제본으로 읽었다. 김혜정 작가의 최근 작품은 삶, 시간과 관련이 깊은 듯하다. (오백 년째 열다섯, 분실물이 돌아왔습니다) 초등 중학년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이 책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시간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데, 이 배경이 함의하는 바가 컸다.


“시간을 사고팔 수 있는 미래, 그 속에서 찾아낸 놀라운 비밀”


이 책 속의 사회에서는 '시간 유전자’를 사고팔 수 있다. 부자들은 시간 유전자의 길이를 조절하여 노화 속도를 늦추고, 가난한 이들은 자신의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벌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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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지후는 과학이 발달한 사회의 압박을 느끼며 자라는 초등학생이다. 어릴 적 초록색 몸으로 태어난 지후는 수술로 치료받았는데, 가난한 부모님은 시간 유전자를 팔아서 수술비를 마련했다. 그 후로도 시간유전자를 팔아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한다. 엄마는 시간관리사로 일하며, 시간을 알차게 써야 한다며 가족들을 압박한다. 남들에게 팔아버린 시간만큼 더 알차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와 아빠는 시간을 3년쯤 팔아 꽤 유복한 삶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만큼 젊어 보이기 위해 운동하고 관리하며, 1년을 2년처럼 알차게 쓴다. 전자기기 수리점을 하는 지후 아빠는 시간을 여유롭게 쓰고 싶은데, 지후 엄마 눈치에 그럴 수가 없다. 게다가 엄마는 지후가 영재 학교에 입학하여 타임 스토어 연구소에 들어가길 바란다. 지금이나 미래나 자녀의 교육과 시간 관리에 신경 쓰는 것은 다름이 없다. 


지후는 아빠 가게에서 일하는 세랑 누나에게 관심이 많은데, 세랑은 부모를 잃고 사고로 인해 D바이러스에 걸려 기억을 잃었다. 미스터 유라는 인물은 타임 스토어의 창립자 중 한 명인데, 기억을 잃은 세랑을 돕고 보육원에서 지내게 하며, 지후 아빠의 가게로 일자리를 알선하기도 했다. 미스터리한 인물인데,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데 중요한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후는 자신도 얼른 성인이 되어 시간유전자를 팔아 돈을 마련하고 누나와 비슷한 나이가 되길 바란다. 그런 중에 시간을 불법 거래하는 곳이 알려지고, 누나의 기억을 되찾는데, 되찾은 기억에서 세랑은 자신이 누구이며, 아빠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세랑과 지후는 혼란스러워하며, 타임 스토어가 숨긴 진실에 다가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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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출간된 책이 아니거니와 뒷부분을 말하면 중요한 내용을 누설하기에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도 금세 빠져들어 독서의 재미를 느낄 만한 책이다. 지후가 좋아하는 세랑 누나의 진실을 알게 되며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타임 스토어의 진실과 문제를 파헤치는 이모를 통해, 시간이 지닌 진정한 가치를 생각하게 한다. 지후 아빠가 말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안 하면서 생각이라는 걸 하고 싶은 자유’, 편안한 시간을 보낼 여유가 우리에겐 필요한데, 시간을 알차게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비춰진다.


‘시간’이라는 소재는 누구나 푹 빠져들 만하다. 써도써도 늘 부족한 시간이, 어릴 적에는 어찌나 느리게 갔던가.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그 지루했던 시간. 그 시간을 팔아서 부자가 된다면 괜찮은 일 아닐까? 하지만 시간 유전자를 팔면 딱 그만큼의 노화가 진행되니, 1년을 팔았다면 또래 친구들보다 1살 더 먹는 셈이고, 외모도 그렇게 되니 썩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이렇게 비판하더라도, 실제로 시간은 그저 흐름이 아니라 재산이다. 우리는 나의 노력의 시간을 팔아 돈을 벌며, 다른 사람의 시간에 돈을 쓴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시간의 소중함만이 아니라 자기 삶과 시간의 주인이 되기 바란다. 시간유전자를 이용해 펼쳐지는 이야기를 통해,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지후의 모험을 통해 마주한 진실과 감동,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아이들 각자의 다른 생각을 나누며, 시간이 가진 진정한 가치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2024.09.17


*이 책은 ‘라임’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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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 - 아동 학대가 멈추는 그 날까지
안도 사토시 지음, 강물결 옮김 / 다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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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아동 상담소 빛을 향하여>(안도 사토시 지음 / 강물결 옮김 / 다봄)


우연히 이 책의 일본어판 이야기를 듣고 관심이 생겼다. 아동 학대 이야기인데, 마치 수사물과 같은 분위기라 하기에,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다기에 쾌재를 불렀다. 다 읽고 나니, 이 좋은 책에 홍보가 좀 미흡하지 않나, 생각할 정도로, 정말 재미있었다.


이 책은 일본의 아동 상담소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허구 이야기로, 아동 상담소의 사회복지사와 상담사들이 겪는, 매우 현실적인 이야기를 실감나게 그린다. 제 3자인 우리는 아동 학대 사건을 접할 때, 우리는 사건의 잔혹성에 몰입하거나 아동의 피해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지만, 이 책은 다른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는데, 주변 인물, 특히 아동 상담소 직원들의 입장에서 다룬다. 그래서 아동 사건을 다루는 과정이 마치 추리 수사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 이들은 잠복하고 피의자(학대하는 주변 어른들)과 부딪치며(방검복을 입고 나서기도 한다), 추리 과정을 통해 (부모와 주변 인물의 말과 행동을 살펴) 피해 아동을 찾아내고 심지어 시신의 위치를 파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피해 아동의 보호와 심리, 아울러 재판 과정과 입소 및 위탁 가정에 이르기까지 아동 복지와 관련한 모든 일을 담당한다. 일로 따지자면, 아동 학대에 대해서만큼은 경찰이 하는 일보다 더 넓은 범주를 다룬다.


첫 번째 사건은 초등학교에서 도는 소문에서 시작한다. 아이들은 밤 열한 시에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 귀신 이야기를 하는데, 상담소 직원들은 그 말을 흘려듣지 않는다. 거기에다가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 어린 아이가 들어간다는 주민의 신고와 겹치면서, 상담소 직원들은 아동 학대를 의심한다. 학교를 보내지 않는 부모다. 집에 사람은 분명 있는데 인기척이 없고, 집주인이 부인이 뚱뚱했다고 한 말을 통해 직원들은 갓 태어난 아기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상담소 직원들은 증거를 중심으로 확실한 계획을 세우고, 거주인인 가와우에 씨 집에 들어가는 데 성공한다. 그 집은 쓰레기집인데, 진드기에 물려 사경을 헤매는 아이와 갓 태어난 아기가 살고 있다. 과연 이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을까? 이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 독자가 직접 참여하는 듯한 느낌이 들며, 너무나도 따뜻한 결말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내가 이맛에 세금을 내지 하는 마음이다.


두 번째 사건은 아이 엄마가 아기를 낳은 지 세 달이 되었는데,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보건소의 조사 요청이 들어오는데, 그 집을 방문한 상담사들이 엄청난 진실과 마주한다. 엄마의 말과 행동을 통해 엄마가 걱정하고 고민하는 바를 추정하고, 이를 통해, 집에 숨겨져 있던 아이를 찾아낸다. 마치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의 포와로 같은데, 소파에 앉아 모든 것을 파악해버리는 장면이 매우 인상깊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슴  저미도록 아픈 진실과 마주한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세 번째 사건은 고등학생 요코의 사건이다. 요코와 친구가 상담소에 전화하는데, 여직원과만 얘기하겠다는 요코의 말에 이상을 감지한 직원들은 곧바로 출동하고 상담하며, 요코가 계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피해 아동의 72시간 내 검체 채취부터 아동 심리 보호, 피의자와의 격리, 심리 및 지능 검사, 보호소와 위탁 가정, 재판과정과 부모 상담까지, 성폭력 사건의 ABC를 볼 수 있다. 노련한 아동 보호사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었으면, 혹 아동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했다면 끔찍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경찰과 병원, 학교와 가족에 이르기까지 정보의 적절성을 파악하여 아동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과정이 무척 대단하다.


국가에서 진행하는 아동 학대와 장애인 학대, 성폭력 관련 강의를 매년 이수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강의가 별로 소용이 없음을 깨닫는다. 강의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고, 우리의 잘못된 도움이 아동에게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튼 집에 있는 게 무섭고 괴로워서… 하지만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부모를 고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무서워도 내 엄마는 그 사람으로 정해져 있고, 돌아갈 곳이 그 집밖에 없으니까… 애들은 선택지가 없는걸요.”(200)


이 책에서 가장 의미심장한 말이면서도 슬픈 말이다. 요코는 계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지만, 돌아갈 곳은 계부와 친모가 있는 집뿐이다. 게다가 엄마는 모든 잘못을 요코에게 돌리고, 계부는 모든 걸 부인하다가 증거가 나오자 모든 화살을 요코에게 돌린다. 힘없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 그까지기에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아동 상담소 직원들이 이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많은 분야에서 일본은 우리를 앞선다. 불행하게도 학교 폭력이나 따돌림, 아동 학대 역시 그러한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한 발전 과정을 겪는 우리가 겪고, 혹은 겪을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보는 내내 불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지금 현재 일본의 아동 상담소 역할은 이 책에서 상담사들이 하는 역할과 달라졌다고 한다. 학대받는 아동을 조사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국가가 하도록 했기에, 상담소는 학대 인지 이후의 아동의 생활과 복지를 전담하게 되었다. 그러니 추리와 수사물인 이 이야기는 이제는 볼 수 없는 예전 상담소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동을 생각하는 마음과 성장을 도모하는 모습, 어른들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과정은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과정은 복잡해졌지만, 아이들이 겪는 고통은 줄고, 이후의 생활로의 연계가 매끄러워졌으리라 생각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지만 책을 쉽게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든다. 피해 아동에 관한 접근과 우리의 인식에 큰 전환을 가져다 줄 만한 책이다.


2024.09.15


*다봄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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