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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의 기린 -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창밖의 기린』(김유경/위즈덤하우스)
제2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어린이 부문 대상 수상작이다. 1회 수상작은 <감염동물>이었는데, 동물들이 바이러스에 걸려 말을 하는 상황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감각적으로다룬 작품이었다. 그렇기에 2회 수상작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읽었다. 책읽기를 멈출 수 없었다. 흡입력이 좋은 작품이다.
김유경 작가의 『창밖의 기린』은 마인드 업로딩이라는 첨단 SF 설정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 생명과 기술이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처음엔 인공지능 에모스를 이용한 가상현실 이야기처럼 보였는데,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이 작품은 동물 보호와 생명 존중이라는 생태적 메시지를 더 많이 품고 있었다. SF인 줄 알았는데, 생태 동화였다니, 놀라움이 컸다.
이 책의 배경은, 사람의 정신만을 디지털 세계에 업로드하여 살아가는 ‘리버뷰’라는 가상 세계가 존재하는 미래다. 현실과 가상 세계 모두 ‘에모스’라 불리는 첨단 인공지능이 관리하는데, 가상 세계에 들어가면 인간의 육체는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아프지 않고 더이상 장애도, 노화도, 질병도 없는 천국이 시작된다. 이러한 세계관은 분명 매혹적이지만, 동시에 인간다움과 자유의 상실이라는 상반된 이면을 내포하고 있다. 환경 문제로 인류의 90%가 리버뷰로 이주해야 하는데, 주인공 재이는 부모와 오빠와 달리 리버뷰에 업로드 되지 못한다. 그것은 재이의 뇌에 특별한 조직이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리버뷰라는 규격화된 세계가 수용하지 못하는 요소였지만, 그 조직은 재이가 동물과 소통하는 능력을 제공한다. 인간과 동물을 연결하는 특별한 감각으로 재이는 주변 동물들과 소통하는데, 어느 날 기린 ‘럭키’가 찾아오고, 이때부터 재이의 삶이 달라진다.
남은 재이를 돌보는 것은 에모스다. 재이가 적절한 보호와 양육을 받을 수 있도록 섬세하게 신경 쓰고, 업로드 실패의 원인을 찾는다. 리버뷰에 접속한 재이는 친구를 통해 리버뷰에 업로딩을 거부하는 소라에 대해 듣게 되고, 재이는 소라를 찾아나선다. 자신의 반려동물과 남아 리버뷰로의 이주를 거부하는 마을 사람들과 지내는 소라를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기린 럭키에게서 동물을 납치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듣고는, 재이는 소라의 마을 사람들을 의심한다. 과연 재이는 동물 학대범을 찾고, 리버뷰로 자신을 업로드할 수 있을까?
이 작품에서 재이와 소라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재이는 반려 고양이들을 둔 채 리버뷰로 떠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소라는 자신과 늘 함께 한 반려견 또순이를 두고 떠나지 못한다. 소라의 마을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인간이 사라진 땅은 과연 평화롭고 개끗하며, 생태가 복원되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편안한 곳으로 이주해버리는 인류의 모습은 무책임하게 느껴진다.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보다는, 해결책을 뒤로 미루고 회피하려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쓰레기가 내 눈 앞에 보이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듯 느껴지는데, 우리가 하는 환경 보호의 대부분이 이러한 방식이라는 깨달음에 부끄러워진다.
작품에서 보여주는 ‘지구 청소 정책’은 인간만 청소하면 자연은 회복된다는 에모스의 논리겠지만, 인간이 떠난 자연은 정화해야 할 공간이면서도 여전히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공간이며, 그곳에 남겨진 존재들은 또다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이들이다. 그 선택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로 돌아오게 되어 있다.
『창밖의 기린』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 우리 인간만을 위한 이기적인 선택이나 감정적 동정이 아니라, 생명에 대한 책임과 공존을 위한 결단을 촉구한다. 인류의 90%가 떠난 곳에서 남은 10%가 회복하려는 것이 인간성이라는 점을 볼 때, 현재 90%의 인류가 놓치고 있는 것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라는 비판적인 질문을 되던진다.
인공지능의 발달, 기술의 진보를 말하면서도, 생명의 가치와 윤리적 문제를 놓지 않는 점에서, 판타지 문학상 어린이 부분 대상이라는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자연과 인간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 고민할 작품이다. 우리가 머물 곳은 가상 세계가 아니라 맨발을 디딘 땅이며, 모두가 함께 부딪고 살아가야 하는 지금, 여기 이곳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2025.07.04
#창밖의기린 #김유경 #위즈덤하우스 #초등추천도서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