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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실 그려, 그려! 할머니 ㅣ 작은책마을 61
김효진 지음, 디디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6월
평점 :

『급식실 그려, 그려! 할머니』(김효진/웅진주니어)
최근 저학년 도서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때마침 웅진주니어에서 좋은 도서를 보내주셨다. 한국판 저학년 판타지의 서막이 될 만한 아주 괜찮은 작품이었다.
김효진 작가의 그림책 『급식실 그려, 그려! 할머니』(웅진주니어)는 우리나라 민간 신앙을 현대의 학교 공간으로 옮긴 기발한 발상의 작품이다. 부뚜막신 조왕할미와 가신인 성주신을 급식 조리사와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등장시키며, 한적한 시골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이야기 속에 따뜻한 마음과 공동체의 의미를 재미있게 담아낸다. 이 책을 통해 학생 수가 줄어드는 작은 학교를 배경으로, 한 명 한 명의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초등 저학년이 꼭 읽어야 할 좋은 도서다.
이야기는 영양사 선생님의 부재로 인해 성주신 선생님이 조왕할미에게 급식 조리를 부탁하며 시작된다. 조왕할미는 처음엔 망설이지만, “아이들이 귀엽다”는 말과 “학생이 여섯 명밖에 없다”는 이야기 끝에 마음을 연다. 급식실에 조왕할머니가 등장함과 동시에 조리 도구가 춤을 추고, 재료가 저절로 움직이는 장면은 마법처럼 펼쳐지는데, 아이들을 향한 정성과 보살핌이 환상적으로 표현된다. 우리의 집을 돌보던 가택신들이 정말 이렇게 하지 않았을까? 보이지 않는 손길과 따뜻한 마음이 일상 속에 깃들어 있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예찬이라는 말썽쟁이 아이가 있다. 의자를 차고, 카레를 엎지르고, 물을 뿌리며 친구들에게 장난을 치는 예찬이는 겉으로는 장난꾸러기지만, 마음속에는 아직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 집에서는 동생 때문에 잔소리 듣고, 학교에선 말썽꾸러기 이미지로 절친이 없다. 조왕할머니는 그런 예찬이를 나무라기보다 “한솥밥 먹는 사람들끼리는 싸우는 거 아녀~”라고 부드럽게 말하며, 아이의 마음을 품는다. 그러면서 “난 네 편이니께”라는 말은 예찬이를 조금씩 변화시킨다. 집에 돌아온 예찬이는 동생이 자고 있다는 말에 조용히 문을 닫으며, 바닥에 떨어진 블록을 밟아도 꾹 참는다. 아이의 삶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교훈이나 큰 잔소리가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지지해 주는 누군가의 따뜻한 말이다.
나를 챙겨주는 신이 있다면어떨까? 온전히 나를 이해해주고, 내 편인 사람. 아이들은 조왕할머니를 통해 나와 타인을 보는 너른 안목이 생기고, 책의 재미와, 상상력, 감성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을 테다.
예찬이가 친구들이 모두 전학 가기를 바라는 소원을 빌고, 실제로 혼자 남게 되었을 때 마주하는 외로움을 통해, 아이들은 공동체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친구가 없으면 오히려 더 편할 거라 여겼던 예찬이는 아무도 없는 교실과 운동장에서 진짜 소중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다. 결국 조왕할미에게 아이들을 다시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하고, 솥 안에 숨어 있는 친구들을 찾기 위해 조왕할머니의 머리에서 젓가락을 뽑아 솥을 두드린다. 함께하는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기쁨이라는 깨달음이 행동으로 이어진 순간이다.
예찬이의 할머니는 조왕할미를 찾아와 조심스레 인사를 건넨다. 어릴 적 장터에서 호박죽을 나눠주던 ‘호박죽 할머니’를 떠올리며, 조왕할미와의 인연을 기억한다. 이 장면에는 따뜻한 음식 속에 깃든 정성과 기억, 그리고 세대를 이어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성주신과 조왕할미, 삼신, 터주, 측신, 철륭신 등 오랜 전통 신앙과 이야기가 현대적으로 해석되어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 전해진다. 저학년 아이들이 민간 신앙으로 전해지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접하며, 세상과 자연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안목을 갖게 될 것이다.
급식실의 조왕할머니는, 학교에서 급식을 만들어주시는 분들이 그저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아니라, 아이들을 돌보고 품어주는 우리 이웃임을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서 이 점을 깊에 나누고 고민하면, 더없이 좋은 독서공부가 될 것이다.
학교, 집, 친구, 그리고 어른들의 마음이 서로 연결되어야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이 책은 그 메시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또한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마음으로 품는 일’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새삼 느낀다.
초등 저학년 친구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2025.06.15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정말 좋아서 추천한 글임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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