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터네이트 (일반판) - Alternate
가토 시게아키 지음, 김현화 옮김, 반지수 일러스트 / ㈜소미미디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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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등학교 아이들이 등장하는 작품으로, 독자 대상 역시 그 연령대로 설정하고 쓰지 않았나 생각한다.

🎤작가가 일본의 유명 아이돌 출신의 작가라는 이력이 독특했고, 문학적 가치보다는, 책을 잘 읽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쉽게 읽고 수긍하도록 썼다는 작가의 말에도 수긍이 갔다. 🏅그래서 나오키 상을 받은 것이 의외라는 작가의 생각에, 나도 동의한다.


🏫 이 책은 엔메이 학원 고등학교 아이들과 그 주변 인물들이 끌어가는 작품이다.


⭐️이 책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내세우는 내용이, 고등학생들만 가입할 수 있는 ‘얼터네이트’ 앱이며, 그 앱으로 자신과 딱 맞는 이성을 찾아준다는 내용을 소개하는데, 정작 이 책에는 그 내용이 ¼ 정도가 되지 않는 것 같다. 표제로 밀고 있는 내용과 책의 전체 분위기가 많이 다르기에, 내가 생각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 불편하게 흥미로웠다.


📖주요 인물로는, 요리 동아리 부장인 나미 이루루와 원예부인 반 나즈, 그리고 다라오카 나오시가 있다. 각 인물의 특징에 맞게, 이루루는 요리 대회 이야기로, 나즈는 얼터네이트 앱으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이야기로, 나오시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흥미롭게 읽히는 부분은, 책의 표제이기도 한 ‘얼터네이트’ 앱에 관한 내용이다. 고등학생들만 가입하고, 유전자를 제공함으로써 일치율을 높이는데, 나즈에게 가장 높은 일치율을 보인 가쓰라다는, 나즈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서 나드는 당황하고, 급기야 앱을 하지 않는 지경에 이른다. 그 뒤로 나오는 반전에 반전은 책의 묘미이기도 하다.


👩‍🍳이루루의 ‘원 포션’ 요리 오디션 이야기는 매우 생생하다. 요리 경연대회를 하는 과정 묘사가 매우 뛰어난데, 요리 대회를 직관하는 듯하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리 과정은, 정말 요리해보고 싶게 만든다. (일본 자료를 찾아보니, 일본에는 이 책 구매자들에게 작품 속 요리 레시피를 주기도 했다고 하니 부럽다.)


🌲<얼터네이트>는 최근 읽은 책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책이다. 이야기의 큰 줄기를 가지고, 일어난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다. 혹은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도 아니다. 고등학생들의 학교생활, 친구, 관계, 성장의 모습을 엿보듯 보여주는 작품이다. 작가가 말한 대로, 뭔가 크게 가르치려고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친근하게 독서 경험을 해내고, 또한 자기 삶을 바라보고 잘 읽히도록 만든 책이란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다. 일본 원작에도 그렇게 되어 있겠지만, 인물의 성과 이름을 그때그때 따로 쓰면서, 등장인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초반에는 누구를 말하는지 헷갈렸다. ‘반 나즈’에 대한 이야기에서, ‘반’이라고 했다가 ‘나즈’라고 하는 등, 우리 정서와 문장에는 어울리지 않아 어색했다. 


🤔독서를 통해서 더 깊이 이해하거나 나누기 위해 필요한 설정이 다소 부족한 점도 아쉬웠다. ‘얼터네이트’ 앱은 왜 고등학생만 가능한지, 학교를 중퇴한 나오시는 어떻게 가능한지, 도대체 앱 개발회사는 왜 이렇게 하는 건지 등에 관해서 설명이 부족했다. 요리 대회 과정은 재미있지만, 왜 그 요리 대회가 중요한지, 요리부나 인물의 가족, 관계, 인물 설정에 대해서 치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산뜻하고 재미있다. 개성 있는 인물들의 진솔한 이야기와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상황으로 매끄럽게 풀어가는 점이 좋다. 훌륭한 독자가 아니더라도 애정을 갖고 읽게끔 잘 끌어주는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독서에 관한 부담이 아니라, 흥미를 유발할 책으로, 이렇게 두꺼운 책도 읽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울 만한 좋은 책이다.


‘얼터네이트’ 앱 또한 아이들이 많이 사용하는 SNS 앱과 관련하여 깊이 생각하고 고민한 여지가 많다. SNS로 연결된 사람들이 정말 나와 맞는 사람인지, 그것이 진짜 관계인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든다. 나즈가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았던 가쓰라다에 대해서, 다시 마음이 생기는 걸 보면, 관계는 누가 대신 만들어주거나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5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이렇게 긴 책에 자신이 없는 청소년들이 도전해볼 만한 재미와 가치가 있는 책이다.


2022.11.20

(이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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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 2023 대한민국 그림책상 수상작
권정민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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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저녁 (권정민 그림책)


세계의 여러 나라 말 중에서 시간이 식사가 되는 나라는 우리나라 말밖에 없다.

아침에 아침을 먹고, 점심에 점심을 먹으며, 저녁에 저녁을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다. 먹는 것을 시간과 이어놓았는데, 우리 민족에게 ‘먹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그림책의 제목이 <사라진 저녁>이다. 표지로 보아 그 저녁은 만찬을 뜻하는 듯한데, 저녁만찬이 사라졌다면, 우리에겐 ‘저녁’ 그 자체가 사라진 것일지도 모른다.

‘아침식사’는 간소함이고, ‘점심식사’는 사회적이며, ‘저녁식사’는 관계적이다. 식사별로 그 의미가 달라지는데, 저녁은 가족과 같은 내 삶의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한 식사다. 그런데 저녁이 사라졌다. 관계가 사라진 거다. 가족 관계와 우리 사회의 관계가.


스마트 기기가 우리 신체의 일부가 되었고, 거기에 코로나가 겹치면서, 우리는 위생과 안전은 얻었지만 관계가 끊어졌다. 만남이 줄었고, 대면이 줄었고, 외식이 줄었다.


음식을 주문해도 요리사와 사장님과 직원과 배달원, 그 누구와도 만날 필요가 없어졌다. 욕구가 결과로 바로 이어지니, 그 사이의 모든 과정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으니 사라진 거라 생각했다.

책 속에서, 엘리베이터에 빼곡히 들어찬 배달 기사들이 눈물겨워 보인다.


우리가 하는 일이라곤, 폰을 만지고 기다린 다음, 현관문 밖에 놓인 음식을 갖고 오면 된다. 이웃을 만날 필요도, 씻고 나갈 필요도 없다.

그런 의미로, 그림책에서, 음식을 주문한 사람들이 현관문 조금만 열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어 제품만 들어올리는 장면이 참 인상깊다.


스마트폰을 자기에게 부착한 채 살다 보니, 우리에게 지식은 두 가지 종류로 나눠지게 되었다. 하나는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고, 하나는 언제든 찾으면 알 수 있는 지식. 그래서 우리는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가 없고, 굽신거릴 필요도 없고, 어쩌면 배움과 읽기에서 멀어졌다. 하나도 모르지만 다 아는 것처럼 굴고, 그 어떤 논쟁에서도 지지 않게 되었다. 시간만 있다면 소크라테스에게도 말싸움으로 지지 않을 사람들이 온라인에는 널려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작 아는 게 없다. 500년 전 조선으로 간다면, 자신이 가장 똑똑할 거라 착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린 아는 게 별로 없다. 자동차를 운전할 줄 알지만, 자동차가 어떻게 구동되는지 자세히 알지 못하고, 책을 읽을 줄 알지만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른다. 스마트폰은 누구보다 잘 사용하지만, 스마트폰 안에 무엇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코드를 꽂아 충전하지만,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선을 통해서 도대체 무엇이 오는 건지, 무엇이 충전을 가능하게 하는건지 모른다. 그저 안다고 느낄 뿐, 우리는 정말이지 아무것도 모른다. 스마트폰만 들면 다 알 수 있는 지식이, 자신의 것이라는 착각에 빠진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의 주민들이 살아있는 돼지로 요리를 준비하는 장면은 최근 보았던 수많은 책과 드라마 중에서도 우수한 촌극이라 할 만하다.

돼지를 잡으려고, 인터넷에서 찾은 자료로 도축 방법과 요리법을 찾아내는데, 이 과정에서 보여주는 눈물나게 어설픈 장면이 인상깊다. 이 장면에 웃으면서도 생각한다. “웃지 마, 내 얘기야.”


마지막 장면에서, 열린 문 뒤 공간에 살짝 숨어, 그 틈으로 상황을 보는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의심을 지우지 못하겠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일 테다.


——-


사라진 저녁을 오게 한 것이 무엇인지 되새겨 본다.

우리는 위기가 왔을 때 힘을 모으는 민족인데,

코로나 위기는 우리를 멀찍이 떨어뜨려 놓았다.

책의 마지막 그림처럼, 돼지든 코로나든, 그 무언가가 문을 열고 나간 그 뒤에, 우리는 힘을 모아 수습하고 복구하리라 믿는다.

관계도, 만남도 수습되리라 믿는다.

그리고 쌓여만 가는 1회용품들도.


스마트 기기와 발달한 사회 시스템 덕에 우리는 근사한 사람이 된 것처럼 보인다. 적어도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감출 수 없는 내면의 연약함과 무뎌진 감정, 심각한 개인주의, 수동적인 태도는 앞으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숙제인 듯하다.


2022.11.16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창비그림책 #사라진저녁 #사라진저녁가제본 #가제본서평단 #유아그림책 #100세그림책 #그림책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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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걸작선
티머시 내프먼 지음, 야니프 시모니 그림, 김경희 외 옮김, 윌리엄 셰익스피어 원작 / 해와나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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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셰익스피어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습니다. 손을 대었다 만 작품이 너무 많아섭니다.

읽은 책이란 게 고작해야 4대 비극과 5대 희극, 거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전부입니다.

그래서 최고의 극작가의 작품을, 각색된 소설로, 그것도 요약본으로 읽는 건, 어디 내놓기 부끄러울 때도 있고, 자랑할 만한 거리가 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걸작선>을 읽으며, 그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어려운 걸 억지로 읽어내기보다는,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읽어나가면 뭐 어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정도면 다 읽은 거지, 라는 자신감이 드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해와나무 출판사에서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걸작선 - 햄릿>을 보내주셨습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셰익스피어 작품을 여럿 읽고 아이들과 나누기도 하지만, 이 책은 좀 남다르네요.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가장 유명하기에 내용을 모르시는 분들은 별로 없을 테지요. 그래서 이 글에서 <햄릿>의 내용은 따로 다루지 않겠습니다. 


1.구성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걸작선 - 햄릿>은 실제 극본의 구성대로 진행됩니다. 실제 작품도 5막이며, 이 책도 5막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실제 극본의 방향과 함께 이어지지만, 정치와 종교, 심리를 끌어가는 깊이 있는 내용은 대폭 빼고, 사건 위주로 갑니다. 햄릿은 정치적이고 종교적이며 심리적인 부분이 상당히 많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추리와 복수극으로 이해될 정도로 사건 위주로 빠르게 전개됩니다. 따라서 전체 내용을 이해하고, 사건의 인과관계와 결과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기에 상황 설명과 묘사가 구체적인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2.명구절 및 삽화

“죽느냐 사느냐~”하는 명문장은, 극본으로 읽을 때, 연극으로 볼 때 느껴지는 큰 울림과 감동이 있는데, 원작에는 이런 명구절이 넘쳐납니다. 그러나 이야기 중심으로 끌어가다 보면 그런 문장과 표현은 소홀해지기 쉽지요. 출판사에서도 이 점을 걱정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품 곳곳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 문장과 표현, 명구절을 예쁘게 남겨놓았습니다. 함께 읽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있다면, 그 구절이 말하는 상황과 의미에 대해서 설명하고 나누어도 좋겠습니다.


3.전문가의 설명

마지막의 작품 설명이 자세합니다. <햄릿>의 내용에 숨은 의미, 책에서 미처 다 말하지 못한 내용, 그리고 햄릿이 했던 행동과 결정의 이유가 드러납니다. 셰익스피어 전문가의 부연 설명을 통해서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아이들과 읽을 때는 기본적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되, 햄릿의 행동을 단계별로 나누어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햄릿이 아버지의 죽음의 원인을 밝혀내는 연극 장면

햄릿이 했던 살인과 실수, 그로 인한 사건들

햄릿이 돌아오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이 죽는 처참한 복수극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처받기 쉬운 요즘, 아이들은 받은 상처를 더 크게 돌려주고 싶어 하고, 상처받지 않으려 움츠려들기도 합니다.

함께 살아가면서 부딪치지 않을 수 없고 상처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충돌과 오해는 불만을 일으키고, 분노로 발전하면 사고가 납니다.

내가 가진 감정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분노를 풀어내는 이성적인 힘이 필요함을 아이들과 나누면 좋겠습니다.


아버지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우리 아이들은 언제든 햄릿이 됩니다.

햄릿의 심리와 행동을 이해하면서,

분노에 찬 햄릿이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다운 모<햄릿>을 생각하면서, 이성적이고 지혜로운 방법을 찾으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

<처음 읽는 셰익스피어 걸작선> - <햄릿>은 초등 중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추천합니다. 또한 세계문학을 접할 시기가 된 아이들을 둔 선생님들께서 참고해볼 만한 책이라 생각합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임을 밝혀둡니다.)

2022.11.12


#처음읽는셰익스피어걸작선

#해와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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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타그램

#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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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문을 지나면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64
메리엠 에르메이단 지음, 메르베 아틸간 그림, 김인경 옮김 / 책과콩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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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문을 지나면

메리엠 에르메이단 글 / 메르베 아틸간 그림 / 김인경 역


우리가 반드시 지나야 할 마법의 문,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의 문


1.서두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이 왔다.

포장으로 볼 때는 여느 책과 다름없지만 열어보니 참 독특한 그림책이다.

한참동안 표지만 들여다 봤다.

표지 아래에 당당한 소녀가 숲 속에 홀로 걷고 있다. 그런데 초록빛이 하나도 없고 회색빛이 감돈다. 곤충과 동물이 살짝 보이지만 있는듯 없는듯 눈을 감고 있다.

표지 앞면은 그나마 밝지만, 뒷표지는 매우 어둡다.

현실의 명암을 드러낸 듯했다. 이 명암은 제목처럼 마법의 문에 열리기 전과 후를 나타내는 걸까?


2.내용

아동 및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인 만큼, 책의 구성과 방향,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느 가게 선반 위의 식용유인 ‘아이크즈’

그 쓰임새를 다하고 폐식용유가 되었는데,

아무도 아이크즈를 받아주지도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숨바꼭질하는 유리병과 신문지, 천가방을 만나는데,

유리병이 술레고

신문지는 강물에 숨고

천가방은 흙에 숨지만

아무도 아이크즈를 숨겨주지 않는다.

병에 걸릴 거라면서

깊은 숲에 들어간 아이크즈는 지혜로운 한 노인을 만나는데……


3.구성

주요 배경은 ‘쇼핑의 나라’와 ‘숲’이다.

쇼핑의 나라의 모든 제품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 그 비닐이다.

비닐에 쌓인 물건들이 불만스러운 듯 ‘사람’을 쳐다보고 있고,

사람은 무안한듯 위를 보고 있다. 눈으로 표현된 검은 점 하나가 참 많은 말을 해주고 있다.


아이크즈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행복해했던 것도 잠시, 곧바로 폐식용유가 된다.

폐…라는 말이 참 답답하게 느껴진다. 폐타이어, 폐품, 폐지….

주인 아주머니는 폐식용유 아이크즈를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무심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자기 할 일은 충분히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그러듯 말이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아이크즈를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아이크즈는 숲까지 오게 된 것이다.


숲에서 만난 숨바꼭질 친구들도 재미있다.

숨바꼭질 할 때, 신문지는 강물에 잘 숨는다. 흩어져서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천가방은 흙 속에 숨는다.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술래는 유리병이다. 얘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술래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오래.


지혜로운 노인을 만난 아이크즈는 어떻게 될까?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으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은 노력을 보았으면 좋겠다.


4. 총평

세상에 쓸모 없는 건 없다. 아직 그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것만 있을 뿐.

폐식용유 아이크즈도 그 쓸모를 찾게 될 거다. ‘폐’자는 ‘못쓴다’는 의미지만, ‘못쓴다’는 지금의 생각일 뿐, 생각을 달리하고 기술이 개발되고, 마음을 다르게 가진다면, ‘쓴다’로 충분히 바뀌리라.

석유도 쓸모 없는 골칫덩이였지만 현대사회를 지탱했고

쓸모없는 유리병은 다시금 새로운 병으로 탄생한다.

우리에겐 그 쓸모를 찾고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책이지만, 함께 읽고 짚어줄 만한 어른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으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다.

작품의 원제가 ‘재활용 나라’인데, 우리말 제목으로 ‘마법의 문을 지나면’이 된 것은, 작품의 의미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를 다루지만, 그 깊이가 얕고 두루뭉술하게 다루는 점은 아쉽다.

‘마법의 문을 지나면’ 뭐가 있을지, 조금 더 명쾌하고 활기차게 표현했으면 한다.


그래서

함께 읽는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곁에 있는 아이크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수많은 아이크즈가 햇살처럼 노랗고, 강물처럼 맑아지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이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2022.11.0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귀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임을 밝힙니다.


#책과콩나무 #마법의문을지나면 #메리엠에르메이단 #그림책추천 #유아도서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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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3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3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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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와 자신감을 키우고, 희망을 되찾게 하는 음식이 필요하신가요?”

“도깨비 식당으로 오세요. 음식값은 당신의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선한 마음이 만든 한 올의 황금머리카락 뿐입니다.”


이 책은 ‘꿈터’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이다. 고마운 마음에 ‘꿈터’라는 이름을 여러 번 되새겨 본다.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어 두 개가 예쁘게 모여 있다. 하나는 마음이 누울 곳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 누울 곳이다. 아이들의 몸만큼 마음도 함께 편안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쑥쑥 자라길 바라는 참 예쁜 이름이다. 책을 만드는 곳으로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출판사명에 잘 어울리는 도서라 생각했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은 총 3권까지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3권인데, 이참에 1, 2권도 도서관에서 빌려 함께 읽었다.

비슷한 형식의 동화책이 있지만,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특징이 있어서 반가웠다.


<도깨비 식당> 이야기의 구조는 일종의 체계가 잡혀 있다. 3권의 내용만 그런 줄 알았는데, 1, 2권의 내용도 그 틀에 따라 전개된다.

  • 고민, 어려움, 곤란을 겪는 사람이 도깨비 식당을 발견함.

  • 도화랑의 요리를 먹고 머리에 난 황금 머리털 한올을 값으로 치름.

  • 문제가 해결됨.


비슷한 형식이 이어지면 식상할 것 같은데, 의뢰인(?)이 매번 달라지고, 생소하고 어려운 문제가 이어진다. 이런 문제가 어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겠는가. 주된 인물이 매번 바뀌기에 기대하고 읽게 된다.

게다가 어린이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어른들이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점도 좋다.

(한의사, 아이돌 지망생, 회장후보, 높이뛰기 선수, 유치원생, 그 외의 수많은 소년 소녀들.)




이야기 구조 체계는, 아직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과 독서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시작하기에 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 곤란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에게만 도깨비 식당이 보인다는 설정이 아주 재미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떡하니 나타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식당 주인인 도화랑의 요리 솜씨와 의뢰인에 따라 매번 다른 새로운 요리(이 레시피대로 실제 요리가 가능할 것 같다.)를 하는데, 그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서, 군침이 돌 정도다. 요리 과정과 음식 맛에 관한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이야기를 해결하는 것도 권선징악이나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고, 용기를 가지며, 아픔을 이겨내고, 공감하고 화합하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1, 2권은 의뢰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면, 3권에서는 도화랑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는데, 4, 5권으로 넘어가면 도화랑이 도깨비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로 나아갈 것 같아 아주 기대된다. 도대체 황금비녀는무엇이며, 황금 머리털은 왜 나는 걸까? 도화랑은 그림 속에서 음식 재료를 구하는데, 무슨 일일까? 뒷부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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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이 재미난 실험을 한 일이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은 무엇인지 실제로 임상시험을 하고 연구한 걸 발표했다. 감기약을 먹었을 때, 그냥 있었을 때를 비교했는데, 그냥 있으면 낫는 데 14일 정도 걸리지만, 약을 먹으면 13일 정도 걸려서,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비교군을 만들었는데,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 바로 닭고기 수프를 먹은 감기환자들이 감기약 먹은 환자들모다 하루 더 일찍 나은 것이다. 실험 결과, 감기는 어차피 낫는 데 비슷한 시간이 걸리기에,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는 게 가장 낫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 결국 음식이 치료제였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음식은 생명의 양식이며 치료제고 위안이며 행복이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에서도 음식은 좋은 치료제이나 위안이며 행복이었다. 도깨비 식당은 불안하고 걱정되며, 커다란 자신감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이런 불안감은 해소되기가 참 어렵다. 어떨 땐 위안도 소용이 없고, 상담도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따뜻한 위로와 자신감을 건네주는 맛난 음식이 있다면, 세상에 극복해내지 못할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죽고 싶을 때 열어보는 상자를 만들어 둔다는 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 그는 죽고 싶은 마지막 순간에 열어볼 상자에, 가족들의 사진과 현금 20만원을 넣어 둔다고 한다. 가족을 생각한 다음, 넉넉한 그 돈으로 먹고 싶은 거 실컷 먹으며 배를 채우고 나면, 죽고 싶은 마음은 싹 달아나고, 다시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상자를 만든다면 할머니의 깻잎튀김과 어머니의 동그랑땡, 그리고 아내가 만든 김치찌개를 넣어둘 테다. 맛있는 걸 먹고 힘을 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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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이제 문학에서 한 자리를 잡고 있고, 아동문학에서도 판타지는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 그리고 현실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감정이 해소되는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에서, 자기만의 행복한 음식을 맛보고, 얼큰한 자신감과 알싸한 용기, 달달한 위안과 매콤한 깨달음 얻길 바란다.


2022.11.0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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