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문을 지나면 마음똑똑 (책콩 그림책) 64
메리엠 에르메이단 지음, 메르베 아틸간 그림, 김인경 옮김 / 책과콩나무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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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문을 지나면

메리엠 에르메이단 글 / 메르베 아틸간 그림 / 김인경 역


우리가 반드시 지나야 할 마법의 문, 지속 가능한 세상으로의 문


1.서두

출판사로부터 그림책이 왔다.

포장으로 볼 때는 여느 책과 다름없지만 열어보니 참 독특한 그림책이다.

한참동안 표지만 들여다 봤다.

표지 아래에 당당한 소녀가 숲 속에 홀로 걷고 있다. 그런데 초록빛이 하나도 없고 회색빛이 감돈다. 곤충과 동물이 살짝 보이지만 있는듯 없는듯 눈을 감고 있다.

표지 앞면은 그나마 밝지만, 뒷표지는 매우 어둡다.

현실의 명암을 드러낸 듯했다. 이 명암은 제목처럼 마법의 문에 열리기 전과 후를 나타내는 걸까?


2.내용

아동 및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인 만큼, 책의 구성과 방향, 내용은 비교적 단순하다.

어느 가게 선반 위의 식용유인 ‘아이크즈’

그 쓰임새를 다하고 폐식용유가 되었는데,

아무도 아이크즈를 받아주지도 않고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숨바꼭질하는 유리병과 신문지, 천가방을 만나는데,

유리병이 술레고

신문지는 강물에 숨고

천가방은 흙에 숨지만

아무도 아이크즈를 숨겨주지 않는다.

병에 걸릴 거라면서

깊은 숲에 들어간 아이크즈는 지혜로운 한 노인을 만나는데……


3.구성

주요 배경은 ‘쇼핑의 나라’와 ‘숲’이다.

쇼핑의 나라의 모든 제품은 비닐로 포장되어 있다. 그래 그 비닐이다.

비닐에 쌓인 물건들이 불만스러운 듯 ‘사람’을 쳐다보고 있고,

사람은 무안한듯 위를 보고 있다. 눈으로 표현된 검은 점 하나가 참 많은 말을 해주고 있다.


아이크즈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며 행복해했던 것도 잠시, 곧바로 폐식용유가 된다.

폐…라는 말이 참 답답하게 느껴진다. 폐타이어, 폐품, 폐지….

주인 아주머니는 폐식용유 아이크즈를 플라스틱 통에 담는다. 무심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자기 할 일은 충분히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가 그러듯 말이다.

플라스틱 통에 담긴 아이크즈를 아무도 데려가지 않는다. 그렇게 해서 아이크즈는 숲까지 오게 된 것이다.


숲에서 만난 숨바꼭질 친구들도 재미있다.

숨바꼭질 할 때, 신문지는 강물에 잘 숨는다. 흩어져서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천가방은 흙 속에 숨는다. 분해되어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그런데 술래는 유리병이다. 얘는 아무래도 오랫동안 술래를 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오래.


지혜로운 노인을 만난 아이크즈는 어떻게 될까?

아이들과 부모들이 함께 읽으며, ‘지속 가능한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한 작은 노력을 보았으면 좋겠다.


4. 총평

세상에 쓸모 없는 건 없다. 아직 그 쓸모를 발견하지 못한 것만 있을 뿐.

폐식용유 아이크즈도 그 쓸모를 찾게 될 거다. ‘폐’자는 ‘못쓴다’는 의미지만, ‘못쓴다’는 지금의 생각일 뿐, 생각을 달리하고 기술이 개발되고, 마음을 다르게 가진다면, ‘쓴다’로 충분히 바뀌리라.

석유도 쓸모 없는 골칫덩이였지만 현대사회를 지탱했고

쓸모없는 유리병은 다시금 새로운 병으로 탄생한다.

우리에겐 그 쓸모를 찾고 방법을 찾는 ‘지혜’가 필요하다.


좋은 책이지만, 함께 읽고 짚어줄 만한 어른이나 선생님이 함께 읽으면 효과가 더 좋을 것 같다.

작품의 원제가 ‘재활용 나라’인데, 우리말 제목으로 ‘마법의 문을 지나면’이 된 것은, 작품의 의미를 잘 살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환경 문제를 다루지만, 그 깊이가 얕고 두루뭉술하게 다루는 점은 아쉽다.

‘마법의 문을 지나면’ 뭐가 있을지, 조금 더 명쾌하고 활기차게 표현했으면 한다.


그래서

함께 읽는 어른이 있으면 좋겠다.

우리 곁에 있는 아이크즈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수많은 아이크즈가 햇살처럼 노랗고, 강물처럼 맑아지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아이들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2022.11.0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귀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쓴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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