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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3 ㅣ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 3
김용세.김병섭 지음, 센개 그림 / 꿈터 / 2022년 10월
평점 :

“용기와 자신감을 키우고, 희망을 되찾게 하는 음식이 필요하신가요?”
“도깨비 식당으로 오세요. 음식값은 당신의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선한 마음이 만든 한 올의 황금머리카락 뿐입니다.”
이 책은 ‘꿈터’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이다. 고마운 마음에 ‘꿈터’라는 이름을 여러 번 되새겨 본다.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단어 두 개가 예쁘게 모여 있다. 하나는 마음이 누울 곳이고, 다른 하나는 몸이 누울 곳이다. 아이들의 몸만큼 마음도 함께 편안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쑥쑥 자라길 바라는 참 예쁜 이름이다. 책을 만드는 곳으로 참으로 적절한 이름이다. 이번 책을 읽으며, 출판사명에 잘 어울리는 도서라 생각했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은 총 3권까지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3권인데, 이참에 1, 2권도 도서관에서 빌려 함께 읽었다.
비슷한 형식의 동화책이 있지만,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분명한 특징이 있어서 반가웠다.
<도깨비 식당> 이야기의 구조는 일종의 체계가 잡혀 있다. 3권의 내용만 그런 줄 알았는데, 1, 2권의 내용도 그 틀에 따라 전개된다.
고민, 어려움, 곤란을 겪는 사람이 도깨비 식당을 발견함.
도화랑의 요리를 먹고 머리에 난 황금 머리털 한올을 값으로 치름.
문제가 해결됨.
비슷한 형식이 이어지면 식상할 것 같은데, 의뢰인(?)이 매번 달라지고, 생소하고 어려운 문제가 이어진다. 이런 문제가 어디 아이들에게만 해당하겠는가. 주된 인물이 매번 바뀌기에 기대하고 읽게 된다.
게다가 어린이 외에도 다양한 직업군의 어른들이 의뢰인으로 등장하는 점도 좋다.
(한의사, 아이돌 지망생, 회장후보, 높이뛰기 선수, 유치원생, 그 외의 수많은 소년 소녀들.)

이야기 구조 체계는, 아직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저학년 아이들과 독서력이 부족한 어린이들이 시작하기에 꽤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어려운 문제, 곤란한 상황을 겪은 사람들에게만 도깨비 식당이 보인다는 설정이 아주 재미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떡하니 나타나니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식당 주인인 도화랑의 요리 솜씨와 의뢰인에 따라 매번 다른 새로운 요리(이 레시피대로 실제 요리가 가능할 것 같다.)를 하는데, 그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서, 군침이 돌 정도다. 요리 과정과 음식 맛에 관한 표현이 매우 뛰어나다.
이야기를 해결하는 것도 권선징악이나 정의를 실현하는 방향이 아니다. 스스로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고, 용기를 가지며, 아픔을 이겨내고, 공감하고 화합하는 과정으로 전개되는 점이 인상적이다.
1, 2권은 의뢰인들의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라면, 3권에서는 도화랑의 정체가 조금씩 밝혀지는데, 4, 5권으로 넘어가면 도화랑이 도깨비 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로 나아갈 것 같아 아주 기대된다. 도대체 황금비녀는무엇이며, 황금 머리털은 왜 나는 걸까? 도화랑은 그림 속에서 음식 재료를 구하는데, 무슨 일일까? 뒷부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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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사들이 재미난 실험을 한 일이 있다. 감기에 걸렸을 때, 가장 빨리 낫는 방법은 무엇인지 실제로 임상시험을 하고 연구한 걸 발표했다. 감기약을 먹었을 때, 그냥 있었을 때를 비교했는데, 그냥 있으면 낫는 데 14일 정도 걸리지만, 약을 먹으면 13일 정도 걸려서, 별 차이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비교군을 만들었는데, 깜짝 놀랄 결과가 나왔다. 바로 닭고기 수프를 먹은 감기환자들이 감기약 먹은 환자들모다 하루 더 일찍 나은 것이다. 실험 결과, 감기는 어차피 낫는 데 비슷한 시간이 걸리기에, 할머니가 해주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쉬는 게 가장 낫다는 결론이었다. 그렇다, 결국 음식이 치료제였다. 사람은 먹어야 산다. 음식은 생명의 양식이며 치료제고 위안이며 행복이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에서도 음식은 좋은 치료제이나 위안이며 행복이었다. 도깨비 식당은 불안하고 걱정되며, 커다란 자신감이 필요한 사람에게만 보인다. 이런 불안감은 해소되기가 참 어렵다. 어떨 땐 위안도 소용이 없고, 상담도 통하지 않는다. 그럴 때 용기를 불어넣어주고 따뜻한 위로와 자신감을 건네주는 맛난 음식이 있다면, 세상에 극복해내지 못할 어려움이 없을 것 같다.
얼마 전 온라인에서 죽고 싶을 때 열어보는 상자를 만들어 둔다는 한 사람의 글을 읽었다. 그는 죽고 싶은 마지막 순간에 열어볼 상자에, 가족들의 사진과 현금 20만원을 넣어 둔다고 한다. 가족을 생각한 다음, 넉넉한 그 돈으로 먹고 싶은 거 실컷 먹으며 배를 채우고 나면, 죽고 싶은 마음은 싹 달아나고, 다시 새로운 희망과 용기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도 그런 상자를 만든다면 할머니의 깻잎튀김과 어머니의 동그랑땡, 그리고 아내가 만든 김치찌개를 넣어둘 테다. 맛있는 걸 먹고 힘을 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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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이제 문학에서 한 자리를 잡고 있고, 아동문학에서도 판타지는 무척 중요하다. 아이들의 꿈과 상상력, 그리고 현실에서 못다한 이야기와 감정이 해소되는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기한 맛 도깨비 식당에서, 자기만의 행복한 음식을 맛보고, 얼큰한 자신감과 알싸한 용기, 달달한 위안과 매콤한 깨달음 얻길 바란다.
2022.11.02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