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ㅣ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평점 :

최근 3년 간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환경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늘 문제가 도사리고, 겨우겨우 문제를 미루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장 큰 위기를 꼽자면, ‘코로나’와 ‘환경’이다. 코로나19라는 세계사적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고, 환경위기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위기에서, 그래도 어쨌든 살아내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빼더라도, 성장과 발달,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다. 코로나와 함께 늘 찾아오는 황사와 기후 재해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재난영화와 별로 다를 것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역병은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견뎌낼 줄 알게 될 것이며, 기후 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정책과 제도가 뒷받쳐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나는 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정범종 글 /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은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에서 보듯 코로나19와 환경 이야기를 잘 버무린, 아름다운 작품이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이전 작품을 돌아 봐도, 작품의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고민과 방향을,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마스크 요정은 ‘초희’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천식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초희는, 아파트 화단에서 뽑혀나간 측백나무 자리에 봉숭아를 심어 기른다. 그곳에 꼬마꽃벌이 찾아와 땅속에 둥지를 튼다. 이 즐거운 일을 반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알리며 좋아하지만, 그곳에 다시 측백나무를 심고자 하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등장하고, 비가 내리며 땅속 둥지가 잠길 위기에 처한다. 봉숭아는 씨앗주머니를 만들어내며 점차 시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초희는 친구들, 좋은 이웃들과 함께 아파트 생태정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뽑혀버린 측백나무처럼, 초희에게도 뽑혀버린 공간이 컸다. 바쁜 부모님과 멀어진 친구들, 이제 낯선 이웃. 측백나무 자리를 메운 것이 예쁜 봉숭아였던 것처럼, 초희의 공간을 메운 것은 톡으로 나눈 친구들과 이웃, 그리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꼬마꽃벌이 땅속에 집을 지어 애벌레를 키웠듯, 지금의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속으로 성숙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겨울이 오며 봉숭아가 시들 것을 알지만,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울 것도 알기에 기다림이 기대된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미래는 봉숭아꽃빛이다. 그 물듦이 겨우내 사라지지 않기를…
이 책에서 어른들은 별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방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어른들은 살짝 협조할 뿐, 모든 일을 어린이들이 해낸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려 방법을 찾고, 친구들의 단톡방에 올려 생각을 모은다. 생각만 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자기 의견을 당당히 외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봉숭아처럼, 꼬마꽃벌처럼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초희의 천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멀어진 친구와 가까워지며, 타인은 이웃이 된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을 회복하는 데 꽃과 벌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아파트 화단에 거대한 측백나무가 뽑혔듯,
코로나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나갔다.
환경 재난으로 일상은 늘 위협받는다.
그곳에 작은 봉숭아 꽃을 키우며 그곳에 꼬마꽃벌이 둥지를 만든 것처럼
코로나로 벌어진 수많은 공백과 구덩이를, 새로운 형식의 만남과 관계가 차츰 메우고 있다.
정부 정책과 소상공인들의 협조, 시민들의 참여로, 일회용품이 줄 듯 말이다.

초희의 천식이 점점 나아지듯,
코로나19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회복력을 키워줄 거라 생각한다.
불편한 일상이 모두의 안전함으로 다가오리라 예상하듯 말이다.
전기요 위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IOT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왔던 곳, 가야 할 곳, 우리 뿌리는 결국 흙이다. 자연이고, 생태계다.
책의 심사평에서 말하듯,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만이 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의 아이들이 만한 것처럼 ‘그걸 바라는 이가 찾아내야’ 한다.
2022.12.18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마스크요정과꼬마꽃벌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정범종
#김재희
#초등추천도서
#독서논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