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유행왕 저학년의 품격 4
제성은 지음, 노아 그림 / 책딱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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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유행왕

(#제성은 글 / 노아 그림 / #책딱지)


좋은 책을 권하면, 우리 아이들은 “몇 쪽이예요?”와 “재미있어요?”를 꼭 물어본다. 책이 과제인 아이들에게 두께와 재미는 힘든 과정을 버티는 힘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힘들고 귀찮게 책을 읽고 나면, 재미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책을 통해서 어느새 생각이 깊어지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며, 대상을 보는 남다른 관점을 갖는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시작하기 즐거운 일이 아니라 끝났을 때 즐거운 일을 하라고 했는데, 책읽기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재미와 생각, 그 두 가지를 함께 준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번에 읽은 < #내가바로유행왕 >이 딱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도해인데, 유행하는 것은 모조리 따라하고 또 잘하고 싶어 하는, ‘인싸’가 목표인 아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 수호는 매번 새로운 유행을 가져와서 아이들이 부러워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이 반에 유행하는 것이 참 많은데, 도해는 유행을 따르면서 재미와 위기, 즐거움과 초조함을 넘나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 책의 유행이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가방과 옷, 머리스타일은 기본이고, 유행왕 카드와 유행왕 빵, 그리고 스티커까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행의 집합소다. 아이들은 좋은 카드를 뽑으려고, 귀한 빵을 구하려고 문구점과 편의점을 기웃거린다.


그러면서 도해와 민규는 유행에 따르는 것이 과연 좋은지 의문을 품고, 자기들만의 새로운 유행을 만든다.


책을 즐겁게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많이 떠올랐다. 어릴 적에 토마스와 친구들에서부터 터닝매카드, 레고에 이르끼까지 유행을 교리처럼 따라온 아이라, 최근 유희왕 카드를 성실히 모으며 용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대견함과 함께 대범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애들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최신 스마트폰을 꼭 손에 쥐어야 하고, SNS에서 유행하는 물건이나 음식, 맛집은 꼭 가 보고야 만다. 집집마다 있는 에어프라이기와 스타일러를 볼 때마다, 착찹한 마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유행의 모습을 재미있고 상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내가 바로 유행왕>의 특징이다. 유행이 어떻게 시작되고 변화하며,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지를 보여주며, 유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유행하는 걸 사기 위해 엄마의 지갑에 손 대는 모습은, 유행이 무엇을 위함인지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유행왕 빵을 차지하기 위해 편의점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빵을 구하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고증이 완벽해 부끄럽게 재미있다. 


이 책은 단지 유행하는 걸 따르는 것이 목적이 되지 않는지, 상술에 말려들어 소비가 목적이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정작 유행해야 할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고, 그것을 즐겁게 즐기는 일이라는 귀한 가르침을 준다는 점도 좋다. 그걸 엄청난 비밀을 전달하듯 말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유행을 선도하던 수호가, 피짓 스피너가 가장 재미있었지만, 유행이 지나서 들고다니기 민망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은 가슴이 찡하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인싸가 되기 위해서 하는 유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는 모습, 자신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진짜유행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이지만, 대상 학년에 따라 얼마든지 깊게 풀어낼 만하다. 독서지도 선생님들은 다소 어려운 어휘와 함께 도해가 유행을 따르는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기르도록 하면 좋겠다.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개성과 유행’에 관한 주제로 깊은 논술을 풀어낼 수도 있겠다.


한두 사람에게 즐거운 일이 퍼지면 유행이 된다. 유행은 일시적인데, 그것이 지속성을 지닌다면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문화’가 되며, 그 문화가 계속 이어지면 전통과 역사가 되기도 하기에, 유행을 또 너무 가볍게 보지 않도록 깊이 나누는 안목도 필요하다.


유행하는 거 사달라고 떼쓰는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유행을 인간관계로 여기는 초등 아이들까지 널리 읽을 만한 도서다. ‘저학년의 품격’ 시리즈는 책의 뒷날개에 친절하게 독서활동지를 제공하기에 학부모님들은 자료를 인쇄해 함께 공부하기에도 좋겠다.


2022-12-26 


“이 글은 책딱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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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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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환경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늘 문제가 도사리고, 겨우겨우 문제를 미루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장 큰 위기를 꼽자면, ‘코로나’와 ‘환경’이다. 코로나19라는 세계사적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고, 환경위기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위기에서, 그래도 어쨌든 살아내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빼더라도, 성장과 발달,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다. 코로나와 함께 늘 찾아오는 황사와 기후 재해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재난영화와 별로 다를 것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역병은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견뎌낼 줄 알게 될 것이며, 기후 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정책과 제도가 뒷받쳐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나는 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정범종 글 /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은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에서 보듯 코로나19와 환경 이야기를 잘 버무린, 아름다운 작품이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이전 작품을 돌아 봐도, 작품의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고민과 방향을,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마스크 요정은 ‘초희’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천식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초희는, 아파트 화단에서 뽑혀나간 측백나무 자리에 봉숭아를 심어 기른다. 그곳에 꼬마꽃벌이 찾아와 땅속에 둥지를 튼다. 이 즐거운 일을 반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알리며 좋아하지만, 그곳에 다시 측백나무를 심고자 하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등장하고, 비가 내리며 땅속 둥지가 잠길 위기에 처한다. 봉숭아는 씨앗주머니를 만들어내며 점차 시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초희는 친구들, 좋은 이웃들과 함께 아파트 생태정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뽑혀버린 측백나무처럼, 초희에게도 뽑혀버린 공간이 컸다. 바쁜 부모님과 멀어진 친구들, 이제 낯선 이웃. 측백나무 자리를 메운 것이 예쁜 봉숭아였던 것처럼, 초희의 공간을 메운 것은 톡으로 나눈 친구들과 이웃, 그리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꼬마꽃벌이 땅속에 집을 지어 애벌레를 키웠듯, 지금의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속으로 성숙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겨울이 오며 봉숭아가 시들 것을 알지만,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울 것도 알기에 기다림이 기대된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미래는 봉숭아꽃빛이다. 그 물듦이 겨우내 사라지지 않기를…


이 책에서 어른들은 별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방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어른들은 살짝 협조할 뿐, 모든 일을 어린이들이 해낸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려 방법을 찾고, 친구들의 단톡방에 올려 생각을 모은다. 생각만 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자기 의견을 당당히 외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봉숭아처럼, 꼬마꽃벌처럼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초희의 천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멀어진 친구와 가까워지며, 타인은 이웃이 된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을 회복하는 데 꽃과 벌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아파트 화단에 거대한 측백나무가 뽑혔듯, 

코로나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나갔다.

환경 재난으로 일상은 늘 위협받는다.


그곳에 작은 봉숭아 꽃을 키우며 그곳에 꼬마꽃벌이 둥지를 만든 것처럼

코로나로 벌어진 수많은 공백과 구덩이를, 새로운 형식의 만남과 관계가 차츰 메우고 있다.

정부 정책과 소상공인들의 협조, 시민들의 참여로, 일회용품이 줄 듯 말이다.




초희의 천식이 점점 나아지듯,

코로나19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회복력을 키워줄 거라 생각한다.

불편한 일상이 모두의 안전함으로 다가오리라 예상하듯 말이다.


전기요 위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IOT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왔던 곳, 가야 할 곳, 우리 뿌리는 결국 흙이다. 자연이고, 생태계다.

책의 심사평에서 말하듯,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만이 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의 아이들이 만한 것처럼 ‘그걸 바라는 이가 찾아내야’ 한다.


2022.12.18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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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이 뿔났다
지승룡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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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문방사우였다고 하지요. 먹, 종이, 붓, 벼루가 있어야만, 선비다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것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는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작품입니다. <아씨 방 일곱 동무>라는 동화책으로도 각색된 이 작품은,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의인화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칠우를 다루는 규중 부인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 우리 가정에서의 칠우, 혹은 팔우는 누구쯤 될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만든 작품이 바로 <가전제품이 뿔났다>입니다.




아주 깊은 밤,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해서,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에어컨, 스마트폰, 이렇게 일곱 가전제품이 서로의 능력을 자랑합니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랑하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는 어차피 전원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지요. 가전제품들은 자신들을 우습게 봤다고 화를 내지만, 그 때 등장한 또 하나의 제품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면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글과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대화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말하듯 풀어가는 문장이 좋고, 눈에 보이는 듯 현실감 있게 표현한 점도 좋습니다.

“이집 식구들은 매일 나만 바라보고 산다고.”(텔레비전)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냉장고)

“나 없으면 다들 외출도 못 한다고.”(세탁기)

“청소를 깨끗이 해야 건강을 챙기지.”(청소기)

“지금은 정보화 시대야.”(컴퓨터)

“매일 계속된 올여름 열대야를 나 없이 견뎠겠냐고.”(에어컨)

“나 부들고 있는 거 보셨수 못 보셨수?”(휴대폰)


그림도 재미있습니다. 두 팔 벌려 항의하고,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바라보는 가전제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세상은 참 편리해졌습니다. 세탁기 덕분에 주부들에게 가장 고된 일이었던 (이제 먼 옛날 속의 일) 빨래가 대폭 줄었고, 냉장고 덕분에 음식을 저장하고 보관이 용이해졌습니다. 다른 전자제품에 대해서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편리한 만큼 사라져버린 것도 많고, 문제가 많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남은 음식을 이웃과 나누던 아름다운 문화가 사라졌고 빨래터가 사라지면서 이웃과 친해지기 어려워졌습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생겼다고 주부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도 아니지요.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해 관계는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졌습니다. 우리와 타인의 관계가 스마트폰의 두께만큼이나 얇아졌습니다. 이런 제품 덕에 지구는 더 온난해졌습니다.


규방에서의 일곱 동무들이 여성들의 좋은 친구였고, 문방사우가 선비들의 벗이었다면, 우리 주변의 가전제품들은 우리에게 벗일까요, 적일까요? 우리 곁의 가전 동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지요.




가전제품들의 쓴소리를 듣기 전에, 우리가 가전제품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그 아래 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번갈아 읽거나, 역할을 맡아 구연해도 재미있겠습니다.


2022.12.14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솔직한 글입니다.)


#가전제품이뿔났다

#지승룡

#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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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다니엘 페나크 지음, 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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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여러 방법으로 다시 읽는다는 것은 작품을 풍부하게 바라보고 깊이 읽는다는 의미입니다. 책을 바탕으로 한 영화나 만화책, 드라마와 음악을 접하면, 작품의 의미를 더 풍성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좋은 작품이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지면, 우리 독자들은 늘 열광하지요.


이번에 읽은 <까보 까보슈>는 다니엘 페나크의 동명 작품을 그래픽노블로 만든 책입니다. 네 만화책입니다. 원작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두 권을 비교해보고 원작에서 느낄 수 없었던 감정을 보여주는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만화책이라고 만만하게 볼 작품이 아닙니다. 만화책에서 ‘만화’에만 방점을 두어선 안 됩니다. ‘책’이란 사실을 놓쳐선 안 됩니다.


주인공 ‘개’는 못생기게 태어나,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물에 빠집니다. 겨우 목숨을 건진 개가 도착한 곳은 쓰레기장. 그곳에서 개는 시컴댕이를 만나 생존과 개로서의 삶을 배웁니다. 시컴댕이가 사고로 죽은 후 도시로 들어온 개는 포획되어 유기견 보호 시설에 들어와 ‘사과’를 만납니다.


이 작품 속 주인공 ‘개’는 ’사과‘(개가 소녀를 부르는 이름)와 ‘노루 씨’, ‘후추 여사’와 함께 지냅니다. 바캉스를 떠난 사과의 가족은 사과의 변덕스런 마음에 유기견 센터에서 개를 한 마리 데려오는데 그 개가 바로 ‘개’입니다. 사과가 이름을 그렇게 지었습니다. 바캉스를 끝낸 가족은 개를 데리고 도시의 집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도시의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개의 삶이 순조로울 리 없습니다. 손바닥만한 아파트에서 들어갈 수 없는 곳이 너무 많고, 산책도 자주 갈 수 없으며, 개가 가진 본능을 억눌러야 합니다. 어느새 개는 가족에게 성가신 존재가 되어갑니다. 개는 자신이 이들을 길들여야겠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개’는 어떤 선택을 할까요? 시컴댕이와 털복숭이, 그리고 하이에누에게 배운대로 ‘사과’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가장 큰 장애물인 ‘노루 씨’와 ‘후추 여사’를 길들일 수 있을까요?


‘개’가 사람을 길들인다는 말에 거부감이 들지도 모르겠지만, 인간만 개와 사는 게 아니라 개도 인간과 살아야 하기에 서로 길들여져야 하지만, 인간은 개를 그렇게 대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서로에게 어린왕자와 여우, 혹은 장미꽃이지만, 인간은 왕자병에 걸린 것처럼 굴 때가 많지요. 이 작품에서 ‘사과’와 ‘후추’, ‘노루’처럼요.


‘개’는 ‘사과’를 길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노루 씨’와 ‘후추 여사’는 ‘개’를 떼어놓으려는 작전에 돌입하고, 그 과정이 꽤나 잔혹합니다. 과연 ‘개’와 ‘사과’는 어떻게 될까요?


개를 대하는 여러 모습이 나옵니다. 겉으로 우락부락해 보이지만, 개에게 정답게 대해주는 좋은 ‘주인’의 면모를 보여주는 정육점 주인.

개를 진심으로 친구로 대하며,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존중하는 기차 검표원 ‘멧돼지’ 이들을 통해서 개와 사람의 관계가 어떠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다른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도 인상깊습니다. 고양이들이 나오는데, 고양이들과 협력하는 장면이 무척이나 재미있습니다. 행복한 지금 이 순간이 상상이 아님을 잊지 말라며 고양이 이탈리아가 ‘개’에게 남긴 것은 무엇일까요? 놀랍습니다!




‘후추 여사’와 ‘노루 씨’는 멍청한 결단을 내립니다. 사고인 척, 실수인 척, ‘사과’의 잘못인 척 ‘개’를 버리는 것이었죠. ‘개’는 사과와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이런 무책임한 인간을 길들일 수 있을까요? 좀만 참고 읽어보세요. ‘개’와 친구들, 고양이들의 활약을 보면, 음… 인간으로서 좀 겸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에 원작을 읽었기에, <까보 까보슈> 그래픽노블은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책에서의 세밀한 묘사 열 번보다, 그림 하나가 더 많은 것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에서는 그저 작가의 묘사라고 생각한 것이, 만화에서는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 왔습니다.


게다가 표현은 ‘만화책’이라고 하지만, 그래픽노블의 특성상 글이 매우 많고 설명에 자세해서, 저학년 아이들에게는 읽기가 버거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세부 내용을 많이 담고 있기에, 읽는 책이며 보는 책이고, 나누어야만 하는 책입니다.


한 장면을 30초 정도 바라보면서 읽을 때, 원작에서 느껴지는 의미와 인물의 감정, 상황을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을 권하는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만화책’ 읽듯이 읽히지 않고, 중요한 몇 장면에 대해서는 그림을 꼼꼼히 관찰하면서 함께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까보 까보슈> 원작을 함께 읽길 권합니다. ‘다니엘 페나크’의 말과 표현으로, ‘개’의 내면을 깊이 알 수 있을 것이고, 주변 상황과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할 수 있습니다.


초등 전체 연령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다섯 번씩 읽도록 추천합니다.


2022.12.11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귀중한 도서로, 솔직한 감동으로 쓴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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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ㅋㄹ - 2022 중소출판사 콘텐츠창작 지원사업 선정도서
오하루 지음 / 선스토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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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ㅅㅋㄹ

(오하루 / 선스토리)


아프다.

이 책은 송곳처럼 날카롭다.

읽는 내내, 온몸이 저릿하다.

작가가 선택한 단어 하나하나, 표현 하나하나가

불시에 살을 파고든다.


죽고 싶은 아이들의 사연에 가슴이 아프고

살리려는 자의 사연에 마음이 쓰리다.

상처받은 사람의 마음을

떠나보낸 사람이 어루만져 준다.



——————


K가 만든 자살클럽에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낸다.

K에게 도움받기 위해선, 죽고 싶은 사람은 자기 사연을 잘 적어야 한다. 

자신이 죽고 싶은 이유를 조목조목 쓰며 자신을 돌아본다.


하지만 K가 만든ㅈㅅㅋㄹ은 또 다른 의미가 있었으니…


평소처럼 내용에 대해서 조금 언급하고 싶지만, 그 어떤 걸 말해도 중요한 스포가 될 것 같아 망설여진다.


죽고 싶은 자들과 죽음을 말리고 싶은 자들은 저마다 깊은 사연이 있다. 그 사연 하나하나가 장편소설감이다. 사는 게 지옥같은 사람들은 죽음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아이들이 선택하는 죽음은 더 충격적이다.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K, 소유, 경식, 그리고 김 경감, 패딩과 불쉿, 희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자살클럽의 운영진이 되어 동참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이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삶의 진실을 깨달으며 마음을 돌린다.

누구나 날 사랑할 수는 없지만, 날 사랑해줄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며,

사랑은 녹음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는다.

살아야 한다는 명제 앞에, 그 근거가 긍정적일 필요는 없으며,

지금 여기에 지옥만 있는 건 아니고,

그렇다 하더라도 지옥의 끝과 천국의 시작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다 읽고 나자, 표지에서 두 손을 잡은 소녀와 소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 같다.

지금 여기가, 무채색의 건물을 딛고 사는 무감각한 현실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조금만 올려다 보면 찬란하게 빛나는 별빛과 구름을 마주한다.

떠나려는 자와 두 손 맞잡고, 다시 살 만한 세상으로 돌려놓는 일.

곁에 있는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



——————


앉은 자리에서 한 번에 다 읽을 만큼 가독성이 높고 재미있는 작품이다.

읽는 내내 많이 오글거리고, 오글거림보다 많은 울림을 준다.

그 울림보다 많은 눈물을 흘리게 될 거라 생각한다.


청소년 활동가로 살면서 몇몇 아이를 떠나보내고 또 살아주어 고마운 아이들을 만난 작가의 생각과 경험이 녹아든 작품을 읽으며, 지금 여기를 천국으로 만들어야 할 의무가 산 자 모두에게 있을 거라 생각했다.


추운 겨울 밤, 따스한 이야기 한 컵을 마시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고,

살아야 함을 인정하며,

살게 해야 함을 다짐한다.


책을 좋아하는 초등 고학년부터

청소년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아이를 둔 부모님들이 꼭 읽으면 좋겠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고 나누며

사랑한다고 꼭 안아주길 바란다.

사랑을 말하지 않아도 사랑이지만,

또 말하는 사랑만큼 확실한 것도 없으니까.


2022.12.09


(이 글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깊이 감동받으며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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