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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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종산/창비)


종이 접기와 관련한 책은 두 번째 읽는다. 첫 번째는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인데, 이민자 어머니와 다문화 가정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중국 한 지역의 전통 문화인 종이접기에,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종이 접기에 투영한 작품이다. 두 번째가 바로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인데, 두 작품 모두 종이접기 속에 인물의 깊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점에 있다.


생각해 보면, 종이접기에는 접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뜨개로 만든 엄마의 수세미에는, 한땀한땀 그 엄마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접은 종이의 겹쳐진 주름 하나마다 접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니 종이접기 이야기 속에는 꾹꾹 담아놓은 마음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신비로운 책이다. 도서실과 종이접기, 역사와 이별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현실에 한쪽 발을 굳건히 둔 채, 판타지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자중학교 도서부 학생들이 종이접기를하는데, 도서실에서의 종이접기는 다른 시간대와 연결되는 열쇠다. 세연과 모모, 소라는 세연이 보았던 종이학 귀신을 조사하며, 학교의 괴담을 찾고, 그 괴담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 실체란,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야 했던 아이들이었고, 학교의 사당은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를 접어 태웠던, 큰 의미가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종이학 귀신은 여전히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학을 태우고 있다.


초반은 공포스럽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막연한 역사는 공포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이야기로 역사는 현실이 되고 현재가 된다. 


종이학 접기에 이런 슬픈 의미가 담긴 줄 몰랐다. 그리움을 멀리 전하고픈 만든 이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고, 죽어서조차 기다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마주하면가슴 아프다.


누군가의 말과 추억으로 들을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는, 이제는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종이접기처럼, 차곡차곡 접어 놓고, 언제든 펼쳐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접고 펼쳐, 또 접으며 종이접기를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역사는 접고 또 펼치며 계속 이어가고, 시간을 건너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싱그러운 세 아이들의 모습과 세상과 주변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다만 도서부 선배와 지문 선생님, 즐거운 연꽃의 캐릭터 역할은 한정적이거나 축소된 느낌이다. 그리고 종이를 접고 시간을 넘나드는 그 과정과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 설득력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에도 책장이 잘 넘어가고, 뭔가 가르쳐려 하기보다는, 마음을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문학이 역사 앞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며, 미스터리와 약간의 호러, 역사, 이렇게 셋이 손잡은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청소년들이나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시작하기 참 좋은 #소설Y 클럽. 벌써 여덟 권째 책이 나오는데, SF, 판타지, 스릴러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적절한 위치를 잘 선정한 도서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 보는 눈이 즐겁다.


2023.06.04


*본 서평은 창비 소설Y 클럽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도서부종이접기클럽

#소설Y

#스위치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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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자리 별숲 동화 마을 50
박현정 지음, 김다정 그림 / 별숲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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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자리> 제목을 본 순간, 그 자리가 얼마나 클지, 혹은 그 빈자리가 얼마나 커다란지 생각했다. 표지 그림은 더 많은 것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차가 씽씽 다니는 횡단보도 한 가운데, 양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멀뚱히 서 있는 할머니. 바쁘게 살아가면서, 혹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내리쬐는 햇빛을 우선 막으며 살아내는, 할머니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느껴졌다. 

 

이 책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해봄이 주변에 갑자기 낯선 할줌마가 나타난다. 아줌마라기엔 나이가 많고, 할머니라기엔 젊은 할줌마는 학교에서부터 해봄이를 따라온 것 같은데, 해봄이가 재영 아저씨의 킥보드에 치일 뻔한 걸 온몸으로 안아 구해준 할줌마는 양산을 검처럼 휘두르며 재영 아저씨에게 따진다. 오늘 얘가 생일인데 큰일날 뻔 했다며.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친구들과 앉아 간식을 먹던 해봄이에게 다가온 할줌마는 이웃 사촌이니 한턱 쏘겠다며 간식을 사주기도 한다. 선글라스를 끼고 진주 목걸이를 한, 마치 여왕같은 이 할줌마는 누구일까?

 

할줌마의 집은 이미 고급 가구로 꽉 차고, 현관 복도까지 나올 정도인데, 해봄이가 가구를 중고 마켓에 팔도록 도와주면서, 할줌마의 집이 좀 정리된다. 할줌마가 고맙다며 건넨 김치와 무말랭이는, 해봄 엄마의 입맛에 너무나도 잘 맞는데, 도대체 이 할줌마는 누구일까?

 

해봄이네 엄마는 결혼을 않고 혼자 해봄이를 키운다. 모든 가정의 모습이 다른 것처럼, 해봄이네도 그러하다는 설명에 해봄이는 곧잘 이해하지만, 그래도 아빠에 관해, 할머니에 관해 궁금한 것은 어쩔 수 없을 테다. 그런데 아빠는 어디에 있으며, 머나먼 남쪽에 사는 할머니는 정말 멀미 때문에 해봄이네로 오지 못하는 걸까? 도대체 엄마와 할머니에게는 어떤 일이 있는 걸까?

 

여기까지 읽었다면, 이 책의 내용이 뻔하게 흘러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이 책에는 흔하디흔하고 뻔하디뻔한 설정이 없다. 세상에 맞서 홀로 해봄이를 키우는 당찬 엄마, 험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함부로 대하지 않도록 세 아이를 훌륭하게 키운 할머니, 그리고 그런 할머니에게서 벗어나려 외국으로 떠나버린 이모와 외삼촌.

 

엄마와 할머니의 화해 과정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어른들을 이해하려 하는 해봄이의 모습이 기특하고, 엄마가 된 후에야 엄마 마음을 이해한 해봄이 엄마의 품도 따뜻하다. 갑작스럽게 닥친 일에 대해서 소중한 딸만 생각했던 할머니는, 사랑하기에 옧죄던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해봄이가 마음을 열길 기다린다. 상처는 곧 아물 것이고, 아픔은 점점 옅어질 테니, 남는 건 결국 사랑하는 마음 뿐일 것이다.

 

가족 이야기 중에서도 할머니 이야기를 다룬 동화들이 늘 할머니의 따뜻한 품, 넓은 마음, 희생을 보여주는 데 급급했다면, 이 책 <할머니의 자리>는 할머니의 욕심으로 자식들을 힘들게 키웠던 모습을 보여주면서, 할머니를 다른 방향에서 보게 한다. 무조건적인 할머니의 사랑이 아니라, 할머니 또한 삶을 배워가고 살아가는 어른임을 일깨운다. 실수하고 잘못하고 반성하고 기다리며, 그렇게 사랑을 배워가는 사람임을 보여준다.

 

엄마 없는 사람은 없고, 할머니가 없는 사람도 없다. 할머니에게 사랑받지 않는 손주들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 할머니처럼 멋진 할줌마는 아니었지만, 늘 푸근했던 우리 할머니. 나또한 어릴 적 할머니가 나를 살렸다는 소리를 귀가 따갑게 들었다. 그게 싫었다는 게 아니고, 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말이다. 분유조차 먹지 못하는, 힘이 부치는 아기를 들쳐업고 이 병원 저 병원, 여러 한의원을 다니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셨다는 우리 할머니. 그 빈자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것임을 안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도 할머니의 자리가 그러할 것임을 잘 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의 품에도, 늘 할머니가 한 자리쯤 차지하면 좋겠다. 빈 자리가 아니라 꽉 찬 한 자리였으면 좋겠다.

 

초등 4학년 이하 아이들에게 매우 적극 권할 만한 도서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

 

#할머니의자리

#박현정

#김다정

#별숲

#초등권장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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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안드레스 게레로 지음, 남진희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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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안드레스 게레로 저 / 남진희 역 / 한울림스페셜)


‘한울림스페셜’에서 좋은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지며,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배경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래도괜찮아’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에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지요? 그래도괜찮아 마을에 사는 ‘행복한 사람’이라니. 아마 천국이 있다면, 그가 살고 있는 곳일 겁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는, 벽돌공이 짓는 집은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지곤 했고, 제빵사가 갓 구워낸 빵은 며칠 지난 빵처럼 딱딱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입니다. 자꾸만 길을 잘못 든 기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사흘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괜찮아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실수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지만, 늘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축구 시합에서 스무 골도 넘게 먹었는데, 열다섯 골을 먹은 다음부터는 한 골을 먹을 때마다 모두 다 함께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즐기고 재미있게 시합한 일이 더 행복합니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안 괜찮은’ ‘안 괜찮아’ 이장님을 본 주인공은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자신의 마을과 정반대인 ‘그러면못참아’ 마을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참 완벽하고 꼼꼼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그러면어때’만 빼고요.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결혼합니다. 주인공이 실수해도 ‘그러면어때’는 화내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아니까요. 과연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에게서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첫째는 ‘깐깐해’, 둘째는 ‘뾰족해’입니다. 얘들이 어떨지 짐작이 가죠?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나이를 먹고도 늘 행복합니다. 어느날 뾰족해가 낳은 아이 이보르가, 자신처럼 서툰 아이라는 걸 알고, 주인공은 행복해합니다. 이보르의 삶도 행복해질 걸 알고 있습니다.


———-


책이 친절합니다. 마을과 인물의 이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책 내용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괜찮습니다. 읽는 내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의 ‘안괜찮아’ 이장님을 걱정하는 주인공은 “정말 안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묻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고, 작은 실수가 커다란 흉터처럼 남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우리는 정말 안 괜찮은데, 괜찮은 걸까요? 그래도 괜찮은데,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그물에 걸린 채로 아등바등 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의 그림도 매우 인상깊습니다. 전혀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그려내면서 인물의 심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단 세 가지 입모양만으로 기분을 나타냅니다. 주인공의 입모양이 처질 때가 있는데, 아들 깐깐해가 다르팀을 204대 0으로 이겼을 때입니다. 주인공은 왜 슬퍼졌을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또 인물마다 쓰인 색의 종류에 따라 인물이 겪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의 옷이 딱 한 번 변하는데,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참 의미있는 장면이지요?


글과 그림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이들을 향해 있음도 깨닫습니다.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고 완벽하기 힘든 이들입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나 경계성장애를 가진 이들, 자폐스펙트럼에 있는 이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을 보며 ‘안괜찮아’를 연발하는 모습은 우리와 꼭 닮았습니다.


——————




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 얼굴이 많이 떠오르네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놀다 보면,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뚜렷한 특징을 발견합니다. 공부나 놀이를 할 때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놀이를 예로 들자면,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이길 때까지 놀아야 합니다. 한 번 더를 계속 외치면서, 이길 때까지 해야 하고, 이기려고 하고, 이기려고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물론 이는 공부나 책읽기에도 적용되는데, 이 친구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경쟁’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발짝 물러선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지는 것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이겨도 엄청 기쁘지 않지만, 져도 불쾌해 하지 않습니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놀이를 ‘재미’로 여깁니다.


물론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과 상관 없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상을 대하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은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복해야 할 대상,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다른 하나는 즐거운 대상, 함께 노는 대상으로 이해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일을 하는데 한쪽은 그것을 ‘경기’라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놀이’로 여깁니다. ‘경기’라 생각하는 아이는 경쟁하고 승리하려 하지만, ‘놀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즐거워하고 만족합니다.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여겨서 본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려 노력하고, ‘행복’하려고 뭔가 시도하기보다는 ‘획득’하려고만 합니다. 이기려고, 획득하려고,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은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고 실패해선 안 되며, 대상을 이기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즐기며 하는 사람은 실패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으며, 이겨내지 못 하면 또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해내지 못한 것은 ‘패배’가 아니라, 해내지 못한 한 가지 방법을 알아낸 것 뿐이지요.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남보다 더 앞서야 하고,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의 삶과 행복보다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틀과 기준에 맞추려 사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결코 한가해지지는 않습니다.


대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데, 그것이 아이의 기질인 것 같기도 하고, 가정 환경이나 경험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것의 해결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괜찮아’가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잘못한 일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로 여겨야 합니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임을 알면 좋겠습니다.


———


‘그러면 어때?’

‘그래도 괜찮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문입니다. 


모두가 잘난 곳에서는 서로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곳에서는 서로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서툴고 모자란 곳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알아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삶과 실수와 잘못을 범했던 걸까요?


우리 아이들은 이 진실을 품에 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작은 책 한 권이 주는 삶의 진실을 부여잡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울림스페셜이 선사하는 가슴을 크게 울리는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통해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행복하게 걸어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2024.04.27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공감

#관용

#이해

#서툰사람

#느린아이

#경계성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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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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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3 - 그 애와 함께>(김남중 / 창비)


“어린이 독자들이 자전거 뒷자리에 작가를 태우고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서 연필을 쥐어주면서 만들어낸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행복한 여정에 아쉬운 결말이었기에, 아이들이에게 ‘열린 결말’이 가진 묘미를 설명했었다.

한참 만에 2권이 나왔을 때는, 호진이와 부모 이야기에 맺음이 필요하기에 이 작품이 끝이라 생각했다.

3권이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이 작가를 끌고 나와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라는 걸.

어쩌면, 1, 2, 3권…. 이제 시작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재미만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야기 속 사건과 상황, 설정, 인물의 관계와 맞닥뜨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엄마도 보이고 아빠도 보이고, 친구도 보이고, 당연히 자기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다.


3권의 부제는 ‘그 애와 함께’인데, 그 애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다.


1권은 가출한 호진이가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에 참여한 이야기지만, 결국 호진이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을 통해서 부모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타인을 품어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2권은 부모님과의 자전거 여행인데,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님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변화에 함께 한다. 호진이가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그 관계를 다룬다.


3권은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호진이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데,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사람은 은찬과 지우, 그리고 삼촌과 치연 누나다.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 쓰이는 호진이, 지우, 가족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은찬과 삼촌, 그리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해내는 은찬의 모습을 보면, 3권은 그동안의 작품과 의미를 차곡차곡 넣어둔 느낌이었다.


호진이와 은찬, 지우. 이렇게 셋은 삼촌과 치연 누나의 제주도 여행에 따라가며, 셋만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제주시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여정이다. 제주도의 풍광과 자연, 고도에 따라 바뀌는 나무와 오름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완만한 여정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상에 편하기만 한 여정은 없고, 아이들도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한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란 게 그리 멀리서 오지 않았다. 문제의 근원은 나와 바로 주변에게서 시작된 것이었고, 비탈길을 오르는 과정에서 자전거든 삶이든 그 어려움과 마주하고 올라가야 하는 길임을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이 참 많이 나온다. 환경을 생각해서, 혹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민박집,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의 선의와 친절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하고, 셋이서 하는 자전거 여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품이 큰 아이로 자라게 만든다.


삼촌과 치연 누나의 에피소드는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는지 생각하게 만들며, 이 지점을 아이들과 더 깊이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이전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부모가 등장하는데, 은찬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에 모든 걸 건 사람들이다. 은찬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하는 여정은, 호진이와 다르면서도 또한 같았다.


1권과 2권에서 자전거에 앉은 사람은 모두 혼자다. 스스로 페달을 밟아,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도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3권에서는 3인용 자전거가 나온다. 힘들 땐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가 페달을 더 많이 밟아주면서, 소중한 사람이 잠시 쉬고 회복할 틈을 준다. 거세게 달려왔던 1, 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자전거 여정도 결국 사람이 함께 하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참 반갑고 고맙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란 인상이 들었다.

그리고 호진이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불량한자전거여행

#김남중

#창비

#창비어린이책

#좋은어린이책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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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어때서! 저학년의 품격 7
류미정 지음, 지문 그림 / 책딱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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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어때서!>(류미정 글/지문그림/책딱지출판사)


저학년의 품격 7️⃣번째 도서를 읽었습니다.

<우리 아빠가 어때서!>라는 제목과 😤화난 아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이는 왜 화가 났을까요? 그건 그렇고, 아이 발 아래 있는 맨들맨들 저것은 무엇일까요?


🤔저학년 도서의 주제는 고학년보다 더 확장성이 큽니다. ‘정말 이런 주제도 가능해?’ 할 만한 주제도, 저학년 도서는 가능합니다. 아빠에 관한 고민을 다룬 도서는 참 많지만, <우리 아빠가 어때서!>는 그 주제에 있어서 독보적입니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다 못해 결혼 자체가 줄어들고, 노산은 늘어나면서, 부모와 자식의 나이 차이가 많이 커졌습니다. 이미 서른 살 차이는 흔하고, 마흔 살 차이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책은 아빠와 마흔여덟 살 차이 나는 3학년 ‘이다연’ 양의 이야기입니다.


👨‍🦲다연이는 아빠가 공개수업에 오지 않길 바랍니다. 표지에서 봤듯이 아빠의 머리카락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놀릴까 봐 걱정되겠지요. 다연이의 걱정은 커지지만 아빠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아빠의 머리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면, 다연이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또한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빠가 공개수업에 참석하고, 모자를 벗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모두가 놀랍니다. 다연이는 아빠와 약속했던 떡꼬치 가게를 그냥 지나쳐 집으로 향합니다. 이미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놀림받는데, 이제 머리카락으로 놀림받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쁘겠지요. 그런 다연이 마음을 달래주려는 아빠의 마음과 아빠표 토스트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아빠는 다연이의 생일파티를 계획하고, 다연이도 친한 아이들만 초대하는데, 그곳에 다연을 놀리던 윤건이도 참석하지요.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다행히 아빠가 만든 정성스런 요리와 아빠 팔뚝의 호랑이 문신으로, 아빠를 보는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굳이 꼼꼼히 계산해가며 아빠와 다연이의 나이 차이를 놀리던 윤건의 행동이 바뀐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아이다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빠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용용 요리 교실 채널을 만들고, 다연이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다연이는 ‘아빠 조건표’로 아빠와 계약을 하는데, 아빠에게 바라는 일과 자기 마음을 사랑스럽게 전합니다. 행복하게 마무리되어 어느때보다 즐거운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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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아버지> 싸이 노래 중)

어릴 적, 아빠는 멋지고 강하고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남의 아빠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리 아빠가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임을 알고 실망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고 나면, 아빠가 정말 슈퍼맨이었단 사실을 알 테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는 동네 아저씨의 가족 버전이 될 때가 많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더 열심히 일하느라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그 나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잘리고 삶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자식 앞에서는 티를 낼 수가 없습니다. 자신 때문에 자식이 힘든 것보다, 그 아픔을 속으로 삼키는 것이 편한 것이 부모니까요. 다연이는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서, 아빠가 숨겼던 진실을 듣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아빠의 요리였는데, 아빠의 요리를 맛 본 친구들이 대단하게 생각하자, 다연이의 생각이 바뀝니다. 그래서 아빠와 요리 채널을 시작하지요. 아빠를 생각하던 다연이의 감정이, <불안-부끄러움-기대-이해>의 과정으로 나아는 이야기 구조가 좋습니다. 감정선을 따라 가며 읽기에 좋고, 내용만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좋은 도서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판단하며, 또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아빠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점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이기에 충분히 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는 부모님과 교사는 아빠를 생각하는 다연이의 부끄러운 마음이 어디에서,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가령 아빠의 나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는데, 윤건이가 아빠의 나이를 계산하고 친구들이 놀리자, 그때부터 아빠의 나이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합니다. 다연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친구들의 생각과 놀림에서 시작한 부끄러움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또한 아빠의 판박이 문신을 보고 아빠에게 조심하게 된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기에 주의해서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아쉬운 점은 너무나 재미있게 묘사된 ‘놀림 삽화’입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행동이 웃기고 유쾌하게 나와 있는데,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희화화한 점은 아쉽습니다. 따라서 함께 읽는 어른과 교사는 이 지점을 주의해서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놀리며 희화화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참 즐겁고 행복한 책입니다.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잘 묘사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저학년의 품격에 걸맞는 좋은 주제와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과 동화의 재미를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책딱지가 7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다음 책에도 큰 기대를 품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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