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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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3 - 그 애와 함께>(김남중 / 창비)


“어린이 독자들이 자전거 뒷자리에 작가를 태우고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서 연필을 쥐어주면서 만들어낸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행복한 여정에 아쉬운 결말이었기에, 아이들이에게 ‘열린 결말’이 가진 묘미를 설명했었다.

한참 만에 2권이 나왔을 때는, 호진이와 부모 이야기에 맺음이 필요하기에 이 작품이 끝이라 생각했다.

3권이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이 작가를 끌고 나와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라는 걸.

어쩌면, 1, 2, 3권…. 이제 시작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재미만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야기 속 사건과 상황, 설정, 인물의 관계와 맞닥뜨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엄마도 보이고 아빠도 보이고, 친구도 보이고, 당연히 자기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다.


3권의 부제는 ‘그 애와 함께’인데, 그 애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다.


1권은 가출한 호진이가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에 참여한 이야기지만, 결국 호진이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을 통해서 부모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타인을 품어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2권은 부모님과의 자전거 여행인데,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님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변화에 함께 한다. 호진이가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그 관계를 다룬다.


3권은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호진이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데,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사람은 은찬과 지우, 그리고 삼촌과 치연 누나다.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 쓰이는 호진이, 지우, 가족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은찬과 삼촌, 그리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해내는 은찬의 모습을 보면, 3권은 그동안의 작품과 의미를 차곡차곡 넣어둔 느낌이었다.


호진이와 은찬, 지우. 이렇게 셋은 삼촌과 치연 누나의 제주도 여행에 따라가며, 셋만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제주시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여정이다. 제주도의 풍광과 자연, 고도에 따라 바뀌는 나무와 오름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완만한 여정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상에 편하기만 한 여정은 없고, 아이들도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한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란 게 그리 멀리서 오지 않았다. 문제의 근원은 나와 바로 주변에게서 시작된 것이었고, 비탈길을 오르는 과정에서 자전거든 삶이든 그 어려움과 마주하고 올라가야 하는 길임을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이 참 많이 나온다. 환경을 생각해서, 혹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민박집,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의 선의와 친절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하고, 셋이서 하는 자전거 여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품이 큰 아이로 자라게 만든다.


삼촌과 치연 누나의 에피소드는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는지 생각하게 만들며, 이 지점을 아이들과 더 깊이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이전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부모가 등장하는데, 은찬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에 모든 걸 건 사람들이다. 은찬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하는 여정은, 호진이와 다르면서도 또한 같았다.


1권과 2권에서 자전거에 앉은 사람은 모두 혼자다. 스스로 페달을 밟아,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도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3권에서는 3인용 자전거가 나온다. 힘들 땐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가 페달을 더 많이 밟아주면서, 소중한 사람이 잠시 쉬고 회복할 틈을 준다. 거세게 달려왔던 1, 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자전거 여정도 결국 사람이 함께 하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참 반갑고 고맙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란 인상이 들었다.

그리고 호진이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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