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양장) 소설Y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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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종산/창비)


종이 접기와 관련한 책은 두 번째 읽는다. 첫 번째는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인데, 이민자 어머니와 다문화 가정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중국 한 지역의 전통 문화인 종이접기에,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종이 접기에 투영한 작품이다. 두 번째가 바로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인데, 두 작품 모두 종이접기 속에 인물의 깊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점에 있다.


생각해 보면, 종이접기에는 접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뜨개로 만든 엄마의 수세미에는, 한땀한땀 그 엄마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접은 종이의 겹쳐진 주름 하나마다 접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니 종이접기 이야기 속에는 꾹꾹 담아놓은 마음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신비로운 책이다. 도서실과 종이접기, 역사와 이별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현실에 한쪽 발을 굳건히 둔 채, 판타지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자중학교 도서부 학생들이 종이접기를하는데, 도서실에서의 종이접기는 다른 시간대와 연결되는 열쇠다. 세연과 모모, 소라는 세연이 보았던 종이학 귀신을 조사하며, 학교의 괴담을 찾고, 그 괴담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 실체란,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야 했던 아이들이었고, 학교의 사당은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를 접어 태웠던, 큰 의미가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종이학 귀신은 여전히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학을 태우고 있다.


초반은 공포스럽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막연한 역사는 공포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이야기로 역사는 현실이 되고 현재가 된다. 


종이학 접기에 이런 슬픈 의미가 담긴 줄 몰랐다. 그리움을 멀리 전하고픈 만든 이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고, 죽어서조차 기다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마주하면가슴 아프다.


누군가의 말과 추억으로 들을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는, 이제는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종이접기처럼, 차곡차곡 접어 놓고, 언제든 펼쳐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접고 펼쳐, 또 접으며 종이접기를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역사는 접고 또 펼치며 계속 이어가고, 시간을 건너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싱그러운 세 아이들의 모습과 세상과 주변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다만 도서부 선배와 지문 선생님, 즐거운 연꽃의 캐릭터 역할은 한정적이거나 축소된 느낌이다. 그리고 종이를 접고 시간을 넘나드는 그 과정과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 설득력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에도 책장이 잘 넘어가고, 뭔가 가르쳐려 하기보다는, 마음을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문학이 역사 앞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며, 미스터리와 약간의 호러, 역사, 이렇게 셋이 손잡은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청소년들이나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시작하기 참 좋은 #소설Y 클럽. 벌써 여덟 권째 책이 나오는데, SF, 판타지, 스릴러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적절한 위치를 잘 선정한 도서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 보는 눈이 즐겁다.


2023.06.04


*본 서평은 창비 소설Y 클럽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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