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리그
이소영 지음 / 사계절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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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이소영/사계절)


몇 달 전, <알래스카 한의원>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아픔에 관한 깊은 통찰, 알래스카의 바다와 빙하, 눈덮인 산과 야생에 관한 묘사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작가의 책이 새로 나왔는데, 바로 <슈퍼리그>다. 저자를 밝히지 않았다면 같은 작가 책이라고 짐작조차 하지 못할 만큼, 새로운 소재와 독특한 설정, 깊이 있는 이야기다. <알래스카 한의원>이 개인의 고통을 다루었다면 <슈퍼리그>는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아픔을 다룬다.


<슈퍼리그>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인공지능, 로봇, VR이 발달하여 인간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다. 그러나 그 조화도 빈부격차가 큰데 빈곤층은 끼니를 얻기 위해 노숙을 하고, 그마저도 얻지 못한 이들은 죽음을 맞는데, 시신이 도심 곳곳에 방치되어 별독수리의 먹이가 된다.  주인공 ‘서만주’는 별독수리마저 처리하지 못한 시신을 처리한 청소일을 하면서, 마더하우스라는 종교단체에서 봉사하며 끼니를 겨우 해결하고, 좁은 고시원에서 살아간다.


매우 고도화된 과학 기술 사회에서, 모두가 바라는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슈퍼리그’가 열리는데, 그 중에서도 경쟁률이 가장 높고 치열한 ‘선화그룹’에 입사하려는 사람이 많고, 서만주 역시 10년째 이곳에 매달리고 있는데, 총 3차까지 있는 시험에서 만주는 1차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어느 날 만주는  쓰러진 노숙인 ‘우삼’을 마더하우스로 데려오는데, 우삼은 만주에게 구하기 힘든 최신형 VR 장비인 ‘무토’를 준다. 서만주는 이 무토를  통해 가상 현실에 접속해 가상의 우삼을 만나 선화그룹의 슈퍼리그 훈련을 받고, 진짜 슈퍼리그에 참가한다. 과연 만주는 선화그룹에 입사할 수 있을까?


슈퍼리그 참가 과정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무척 경이로우면서도 회사가 바라는 직원상이 왜 그래야 하는지 의문을 품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뽑고자 하는 인재의 모습과 목적은 무엇인지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작품의 끝에 나온다. 슈퍼리그에서 참가자가 해야 하는 일련의 과정이 가진 의미를 곱씹다 보면, 우리가 직장인이 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라 느껴진다. 자신의 감정을 없애고 철두철미하게 이익을 따지며, 주어진 목표를 향해 단호히 나아갈 수 있는 의지. 그러나 그 과정에서 나를 깎고 포기하고, 외면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


주인공 서만주는 현실의 어려움을 슈퍼리그를 통해 단번에 극복하고자 하는 인물이다. 가상현실 장비인 무토로 트레이닝까지 받으면서 슈퍼리그에 도전하는데, 아버지의 죽음과 사라진 여동생에 대한 죄책감은 이 모든 걸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슈퍼리그에 참여하는 가장 큰 이유다. 모든 걸 걸고 하는 마지막 도전을 통해, 서만주는 가장 소중한 걸 포기해야 한다.


 이 책에서 인간들은 모두 기계적이었다면 기계들은 인간적이었다. 쿠처럼 자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로봇도 있었고, 선화그룹의 인공지능처럼, 자신의 세계를 구축하여 인간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모습도 보인다. 그에 반해 사람들은 대기업에 입사하여 기계처럼 일하길 바란다. 사실 이는 지금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가상현실을 넘나들며 진행되는 취업 리그라는 독특한 세계관과 설정이 가장 돋보인다. 그러면서도 현대 사회의 취업 경쟁과 계층 구조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며,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만주의 모습이 우리 자신에게 투영된다. 20대는 격하게 공감할 것이다. 또한 <알래스카 한의원>처럼 몰입감 높은 전개 과정이 인상 깊다. 또한 입체적인 인물 묘사는 드라마나 영화로 내어놓아도 좋을 만큼, 캐릭터 특징을 정말 세심하게 다듬었다.


SF 작품으로서, 이 책은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를 고민하게 한다. 경제와 과학의 발전 속에 환경 파괴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불편한 시선이 우리 사회의 암울한 자화상으로 보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는, 마치 게임처럼 극한의 경쟁으로 치닫게 만드는 현대 사회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다. 경쟁이 극대화되고, 이에 열광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투영되어 있다. 이는 우리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잃고 있다는 방증이다.


SF가 현실과 문학의 옷을 입으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고등학생부터 성인까지 두루 추천할 만하다.


2024.11.04


*본 서평은 출판사 ‘사계절’에서 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슈퍼리그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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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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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직 좌절하지 마 - 인공 지능이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다움에 대하여
김재인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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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직 좌절하지 마>(김재인/우리학교)


학생들이 읽을 만한 인공 지능 관련 도서가 나와서 참 반갑다. 챗GPT의 새로운 버전이 나올 때마다, 그리고 그림과 음악을 하는 다채로운 인공 지능이 나올 때마다 아이들과 그에 대해서 나누고 고민한다. 인공 지능이 인간을 능가할 수 있는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을 능가할 수 있는지 하는 고민부터, 인공 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는 있는지, 인공 지능이 흉내낼수 없는 인간만의 특징은 무엇인지를 고민한다. 그것이 앞으로 아이들이 나아가야 할 길임에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책 <인간은 아직 좌절하지 마>는 그런 고민에 대해 꽤나 명쾌한 답을 내려준다. 철학자인 김재인 교수가 쓴 이 책은 인공 지능의 발전과 특징을 통해, 인공 지능이 할 수 있는 것과 아직 어려운 것, 그리고 결코 해낼 수 없는 것은 무엇인지를 아주 쉽게 알려준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드는 여러 사례와 예시, 에피소드는, 각 꼭지마다 나오는 어려운 주제를 무척 쉽게 이해하게 돕는다.


이 책은 인공 지능의 발전과 한계를 통해,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본질적 역할을 강조한다. 책의 초반에는 생성형 인공 지능에 대해서 알려주면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여러 결과물의 빈틈이 무척이나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언어를 제대로 학습한 인공 지능이지만, 인간의 모든 세계가 언어로만 되어 있지 않기에 인공 지능이 인간의 세계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책의 중반에는 인공 지능에 비추어 인간의 특징을 설명한다. 언어의 맥락을 이해하는 인간, 자의식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며,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다운 면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준다.


후반부에서는 인공 지능이 발전하면,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고민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아무리 일반 인공 지능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다운 삶, 사고방식, 의식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는 여전히 배우고 익히고,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창의적인 발견과 사유는 반드시 외우고 익힌 공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 지능이 나오면, 이제 공부는 끝, 지긋지긋한 글쓰기도 안녕일 줄 알았겠지만, 인공 지능의 발전과 별개로 우리가 항상 배우고 익히고 글을 통해 사유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단순하게도, 우리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스스로 목적을 갖고 생존하며, 삶을 살아가는 생명체다. 인공 지능과 로봇은 스스로의 삶에 목적을 부여할 수 없고, 오직 인간만이 그 목적을 부여하기에, 인공 지능은 인간처럼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될 수 없고 오로지 패스트 폴로워(Fast Follower)가 될 뿐이다.


다 읽고 생각을 정리하면서 돌이켜 보니, 이 책은 인공 지능에 대한 책인 척하면서, 결국 인간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하는 철학책이었다. 인공 지능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우리는 왜 사람인지를 알게 한다. 그 어떤 기계도 할 수 없는 일, 말의 맥락을 이해하고 상대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느끼고 공감하며, 어떤 일에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일, 평가하고 스스로에 대해 고민하는 일, 너무나 인간적인 그 일을, 우리가 별로 배우지 않아도 당연히 해내는 그 일들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거기서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배우고 익히며, 세상이 정해놓은 틀을 조금씩 넘어서며 발전하는 것, 그것이 우리 삶의 목적인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서 중학생까지, 두루 추천할 만한 책이다. 인공 지능에 대해서 함께 나누고 고민하고 싶은 선생님과 어른들이 읽어도 좋다. 그저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철학자의 깊이 있는 사유를 통해, 인공 지능과 인간다움에 대해서 깊이 사유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2024.10.22


*본 서평은 ‘우리학교’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인간은아직좌절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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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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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권장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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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 창비아동문고 339
진형민 지음, 이윤희 그림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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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왜왜 동아리>(진형민/창비)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은 늘 신선하고 순수하다. 그들이 가진 호기심은 세상 곳곳의 문제를 새롭게 바라보게 하고,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왜왜왜 동아리>의 이야기는 그러한 아이들의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왜'라는 질문은 어른들이 쉽게 넘겨버릴 수 있는 일상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만든다.


<기호 3번 안석뽕>, <소리 질러 운동장>, <꼴뚜기>, <사랑이 훅!>을 쓴 진형민 작가의 책이 나온다기에 관심을 가졌다. 어린이 문학을 많이 접해본 사람이라면, 진형민 작가의 독보적인 위치를 모를 리 없다. 작가가 풀어가는 맥락이 다르고 표현이 다르다. 글을 읽다 보면, 진형민 작가의 글임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특색있다. 게다가 작가의 도서는 아이들의 심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도, 그것이 아이들의 문제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기호 3번 안석뽕>에서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문제를, <소리 질러 운동장>에서는 야구부 체제에 맞서는 막야구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책이라,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꼴뚜기>는 단편집으로 큭큭대며 읽을 만한 학교 이야기이고, <사랑이 훅!>은 아이들이 풋풋한 사랑 이야기가 담겼다. 작가의 책은 늘 학교가 중심이며, 학교의 틀에서 시작해 그곳을 벗어나 세상을 주제로 아이들을 데려간다.


<왜왜왜 동아리>에서 아이들은 그저 하고 싶은 거 하려고 동아리를 만들었는데, 예상하다시피 이 동아리가 아주 큰 일을 낸다. 이록희, 박수찬, 조진모, 한기주, 이 네 아이가 이야기의 중심이다. 아이들은 옆동네 산불 사건을 알게 되고, 유기견 다정이를 찾기로 한다. 그 과정에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 이야기를 알고, 진모의 집안 사정을 통해서는 석탄 발전소 건립으로 흩어지는 마을 주민들과 마을의 위기를 마주한다. 진모의 누나 진경을 통해, 석탄 발전소와 환경 문제, 그리고 지역의 소멸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깨달은 아이들은 이 모든 일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깨닫는다.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시장을 찾아가기로 하는데, 록희는 자기 덕분에 시장이 된 아빠를 상대로 석탄 발전소 건립 취소를 얻어낼 수 있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마을 소멸, 산불, 유기견, 바닷가 모래 유실, 석탄 발전소 모두가 환경 오염과 관계가 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벌이는 모험과 추적 이야기처럼 보였지만 결국에는 환경을 위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작품의 뒤로갈수록, 아이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일이 커지는데, 작가는 아이들의 입장과 시선에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간다. 그보다 뭔갈 해결하기보다는 문제를 제기하며 해결해 나가려는 과정이 왜 중요한지를 알게 해준다.


작품의 흐름이 <기호 3번 안석뽕>과 많이 닮았고, 문제를 공론화하는 장면에서는 <무기 팔지 마세요>(위기철) 이야기가 겹쳐 보인다. 아이들이 바꾸려는 세상 이야기가 무척 깊이 공감된다. 30년이나 사용할 석탄 발전소를 짓는데, 앞으로 30년간 피해봐야 할 아이들의 의견을 묻지 않는 행정에 대해 비판하고, 주민들의 피해만 강요하는 정치의 안일함을 지적한다. 그것은 학교 교사와 교감 선생님의 모습과 은근히 대비되는데, 권력과 이권, 표심 앞에 눈치를 봐야 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보여 씁쓸하다.


“역시나 어른들은 이것저것 따지는 게 많아서 용감해지기가 어려웠다.”(151)


그래서 이것저것 재는 어른들이 세상을 바꾸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때는 이미 늦는다. 그래서 용감한 아이들의 생각을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던지는 '왜'라는 질문이 결국 우리가 모두 던져야 할 질문임을 알게 된다. 세상의 문제를 진지하게 바라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마치 우리의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 같다. 작가는 이 과정을 단순히 '성장'으로만 그리지 않고, 동아리 아이들이 어떻게 문제를 대하고 풀어가는지를 보여주며, 그 안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넌지시 드러낸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린 독자들은 자신이 함께 성장하고 있음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모두가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한다. 형식에 얽매지 않은 발랄한 책이기에, 독서가 어려운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2024.10.12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가제본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왜왜왜동아리

#진형민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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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 1 - 고조선·부여·삼한·고구려 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 1
양화당 지음, 김령언 그림, 서울대학교 뿌리깊은 역사나무 감수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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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열 단어 한국사 라면>(양화당 글 /감령언 그림 / 웅진주니어)


저학년 어린이들을 위한 매우 쉽고 독특한 한국사 책이 나왔다. 아마 독특하고 개성있는 역사책으로 치자면, 가장 독보적일 것이다. 한국사, 열 단어, 그리고 라면.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이 조합이, 이 책에서 찰떡궁합으로 펼쳐진다. 각 나라별 열 가지 단어를 배우고, 가벼운 문제를 풀면서, 당시의 역사를 꼼꼼하게 다룬다. 라면에 여러 재료가 어우러져 더 깊은 맛을 내듯이, 이 책도 각 나라 역사를 구성하는 열 가지 재료로 나라 이야기를 해준다. 이 책은 고조선, 부여와 삼한, 그리고 고구려 역사를 다루는데, 총 서른 가지의 단어로 시대별 역사를 짚어낸다.


예를 들면, 고조선의 역사를 환웅, 첫 나라, 단군왕검, 고인돌, 바위그림, 철기, 위만, 8조법, 왕검성 전투, 그리고 뿌리라는 열 단어로 설명한다. 특히 환웅에 대해서 알려줄 때 무척 재미있는 객관식 문제를 내는데, 이 문제가 어이없게 재미있다. 이를 테면


“환웅” 하늘을 다스리던 환인의 아들이야. 환웅은 무엇을 좋아했을까?

1.하늘 번지 점프

2.인간 세상 구경

3.보드게임

4.배낭여행


이 무슨 어이없는 문젠가 싶겠지만, 당연히 2번이지 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인간 세상을 구경하기 위해 청동 검과 청동 거울, 청동 방울을 가지고 3천 명이 넘는 신하를 데리고 신단수로 내려와 인간을 도왔다는 이야기를 풀어낸다. 당연한 답을 외치면서 역사가 머리에 저절로 들어온다. 그러면서 곰과 호랑이 이야기로 이어지며, 곰이 웅녀가 되고 웅녀가 환웅을 찾아와 아이를 낳고, 단군이 되는 과정까지 매끄럽게 다룬다. 굉장히 노련하고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고조선 전체를 통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모두가 어이없는 문제는 아니다. 8조법에 대한 문제는 아주 헷갈릴 수 있기에, 정답을 맞히든 틀리든 맞혀보기 위해 다음 쪽을 펼치면 8조법의 특징과 사례를 무척 쉽게 설명해 놓는다. 8조법으로 고조선이 사회질서를 유지했음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후로 고조선의 멸망과 부여와 삼한으로 이어지며 외세의 침략 속에서도 찬란한 역사를 꽃피운 모습을 여준다. 고구려에 와서는 이미 익숙한 여러 전설과 신화를 아우르면서 국제 관계와 외교, 무역, 경제 상황까지 자세히 풀어준다. 우습게 보고 읽지만 초등 수준의 역사를 충분히 파악할 만큼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매 단원마다 배운 열 가지 단어를 이용해 감칠맛 나는 라면으로 승화(?)시키는데, 역사 단어를 놓치지 않고 각인시키는 효과가 크다. 특히 역사 공부는 암기할 수밖에 없는데, 열 가지 단어를 순서대로 풀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상되어 기억이 날 수밖에 없다. 그 방식을 이용한 치밀한 역사 도서임에 틀림 없다.


게다가 그림이 아주 인상 깊다. 유치한 인물이 아니라 레고나 모형을 차용한 듯한 인물과 라면을 끓일 때 필요한 도구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점이 정겹다. 초등학생이라면 거부감 없이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다소 유치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기초가 부족한 친구들에게는 적극 추천한다. 초등 저학년 역사 첫 책으로 매우 추천할 만한 책이다. 1권은 고조선과 부여, 삼환, 고구려를 다루지만, 그 뒤에 나올 백제와 신라도 무척 궁금하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갈수록 어떤 내용이 나올지 기대된다. 벌써 4권까지 나왔다고 하니, 하나하나 읽어봐야겠다.


2024.10.10


*이 글은 웅진주니어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웅진주니어

#한국사

#보글보글열단어한국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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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84
로이스 로리 지음, 강나은 옮김 / 비룡소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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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아이>(로이스 로리/김나은 역/비룡소)


로이스 로리의 작품이다. 작가 이름만으로도 읽을 가치가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빈데비 소녀’로 불리는 미라의 이야기다. 실제 1952년 독일 빈데비 늪지에서 발견되어 ‘빈데비 소녀’라는 애칭이 붙은 이 미라는, 보존 상태가 매우 좋았다. 당시 주변 지역의 게르만 전통에 따라 소녀가 제물로 바쳐졌거나 형벌이나 폭력으로 희생되었을 것으로 추측했지만 몸에 외상이 없었다. 작은 끈으로 눈을 감싸고, 얌전히 죽어 있는 소녀는 서기 1세기 경 소녀로 밝혀지고, 작가는 이 소녀의 이름을 ‘에스트릴트’로 짓고, 소녀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니 이미 결론이 정해진 이야기를 쓴다는 점에서 작가는 난감해한다.


게르만 족의 전통에 따라 남자 아이들은 전사로, 여자 아이들은 부인으로 자라는데, 가죽 세공사의 딸 에스트릴트는 그 전통을 거부하고자 한다. 유일한 남사친인 ‘파리크’에게서 전사 훈련과 머리 매듭을 배우며, 마을 전체가 참여하는 새봄 의식에서 남자 아이들처럼 전사로서 자신을 당당히 내세우고자 한다. 에스트릴트는 당시 사회의 관습을 깰 수 있을까?


작가는 빈데비 소녀에 관한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당황한다. 그것은 새로운 과학기술로 빈데비 소녀를 검사한 결과, 미라가 ‘소년’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왜소하고 영양 섭취가 부실한 채 외상이 아닌 자연사한 것으로 보이고, 눈을 가린 띠도 머리끈으로 밝혀진다. 작가는 에스트릴트가 살아서 다행이지만, 이제는 새로운 소년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이번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년 ‘파리크’다. 어머니는 파리크를 낳다 죽었고, 아버지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다.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파리크는 대장장이 밑에서 일하며 헛간에서 살아가지만, 파리크는 동물의 생태와 구조, 뼈에 관심이 많다. 에스트릴트와 만나 자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낯선 노인과 부엉이에 대해서 나누며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갖는다. 서리가 내려앉은 어느 날 대장장이가 미끄러져 부상을 입는데, 파리크는 뼈 구조에 관한 지식으로 대장장이를 치료한다. 그러나 건강이 좋지 않은 파리크는 폐렴에 걸리고 마는데.


작가는 두 아이가 시대를 앞선 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그것을 벗어나 자기다움을 찾은 선구자라고 말한다. 지금 시대였다면 자신의 뜻을 펼치고 꿈을 좇아가는 행복한 삶을 살았겠지만, 그 시대의 아픈 역사를 보여주면서도, 두 아이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두 이야기에서 에스트릴트와 파리크는 죽었지만 살았고,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여전히 우리 곁에 머물러 있으므로, 작가의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형식의 책은 처음이다. 작가는 자신이 무엇을, 어떻게 풀어갈지를 하나하나 설명한다. 책의 차례도 역사와 인물 이야기가 교차하는는데,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하나의 미라에 두 가지 이야기가 공존한다. 독자는 작가와 함께 이야기의 씨줄과 날줄을 함께 엮는다. 작품 속 두 인물은 작가의 손끝 마리오네뜨가 아니라, 작가의 손 위에서 자기 삶을 당당히 살아간다.


책을 읽는 내내 방패를 들고 매서운 눈으로 정면을 바라보는 에스트릴트가 보인다. 슈에비아 매듭으로 머리를 묶어 적을 노려보는 에스트릴트를 보면서, 관습을 거부하며 주어진 삶에 끌려가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강인함이 느껴진다. 또한 고독단신의 상황에서도 삶에 대한 애정과 자연에 대한 경외,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파리크의 순수함이 느껴진다. 파리크가 현재를 살았다면 그 호기심을 한껏 꽃 피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시대와 환경이 그의 잠재력을 억누르고 말았다는 안타까움이 겹친다. 그는 외로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과 자연에 대한 순수한 탐구를 잃지 않았고, 그것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반면, 에스트릴트의 강인함은 차가운 현실과 맞부딪히면서 더욱 단단해져 갔다. 이 둘은 상반돼 보이지만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맞섰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고 자기 자신을 지키려 했다.


로이스 로리의 이야기는 늘 깊고 따뜻하다. 이 책을 통해 지금 우리가 뛰어넘어야 할 담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초등 고학년에서 청소년에게 추천한다.


2024.10.09


*출판사 비룡소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최초의아이

#비룡소

#로이스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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