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가마우지 노래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별 2
김태희.오명경.김유정 지음 / 도서출판 별을품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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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가마우지 노래 / 김태희, 오명경, 김유정 / 별을품다


#별을품다 출판사에서 나온 청소년 작가 만들기 프로젝트 ‘소설’ 도서인 <초록 가마우지 노래>를 읽었다.

고등학생 작가님들의 작품이라 무척 기대하였다. 기성세대와 다른 청소년들만이 볼 수 있는 그 어딘가가 있으리라 짐작했고, 어린 세대가 바라보는 분단과 통일, 그리고 미래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올지 기대하며 읽었다.


우선 손에 착 감기는 책이 예쁘다. 표지에서는 꽃밭에 있는 초록 가마우지의 모습이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표지가 인상적이다.


책은 틈틈이 읽다 보니, 이틀만에 다 읽었다. 쉽게 잘 읽히고, 두 가지의 내용으로 각기 다른 시대적, 공간적 배경으로 사건을 다루는 점이 독특하다.

1부는 2088년의 미래를, 2부는 2030년의 통일 시기를 다룬다.

작가는 셋인데, 두 작품이다. 첫 번째 이야기는 김태희 작가, 두 번째 이야기는 김태희, 오명경, 김유정 작가가 함께 지은 듯한데 어떻게 구분되는지를 알기는 어려웠다.


첫 번째 이야기와 두 번째 이야기 모두, 배경은 미래다. 미래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미래 사회와 일상, 과학의 발전상을 재미있게 기대하며 볼 수 있다. 발전된 미래의 모습이 무척이나 편리해보이지만 또한 삭막해 보인다.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로 인해 삶의 영역과 제한이 커진 모습이 인상적이다.


책은 2088년, 중3 아이들 방학 과제로 남북 통일 과정 발굴 과제로 첫 번째 이야기가 시작한다. 지금이나 그때나 자료야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고 하지만, 이 시기에는 통일에 관한 자료를 통제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이를 통해서 아이들에게 통일 과정에 대해서 배우고 스스로 ‘발굴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이나 박물관, 기차, 관람료 등이 무료거나 할인도 있는데, 국가 전체가 나서서 통일에 관한 자료를 발굴하도록 준비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독특했다. 아이들은 역사 발굴 과정에서 분단과 통일에 대해 배우고, 그 와중에 소외된 채 살아가는 노인들이 많다는 사실도 알아낸다. 강원도에서 부산으로, 그리고 평양으로 이어지는 여러 여정을 통해서, 발전된 미래 사회 모습도 엿보지만 기후위기와 환경재난으로 황폐해진 사회, 마스크 없이는 숨쉬기 어려울 정도의 환경에 숨이 턱 막힌다. 그 모두는 지금의 우리가 만들어낸 모습이기도 할 것이기에 착찹했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2030년의 통일과정을 다룬다. 여기에서 작가들의 독특한 발상이 재미있다. 통일이 된 까닭이 지진 때문인데, 지진으로 철책이 무너지고 남과 북을 잇는 길이 생겨난다. 북한 이탈 주민이 늘어나면서 통일은 당연해지지만, DMZ에 흩어진 지뢰를 없애는 일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진으로 지뢰는 원래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버렸기에, 지뢰 제거 작업에 문제가 생긴다. 그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 그들이 첫 번째 이야기에서 우리 주인공들의 역사 발굴 인터뷰 대상이 된다. 그리고 통일회의 차 DMZ에 갔다가 우연히 지뢰 매설 지역에 들어가 헤매다가, 북한 이탈주민들처럼 험난한 여정을 거쳐 다시 복귀한 과정을 그리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던 ‘초록’과 ‘가마우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가마우지는 자기가 잡은 물고기를 새끼들에게 다시 뱉어주려고 살짝(?)만 삼키는데, 어부들은 가마우지를 이용해 손쉽게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삼키지만 뱉아놓아야 하는 가마우지의 처지가,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은 든다. 책에서야 무인택시가 가마우지의 모습으로 나오긴 했지만, 결국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가마우지’에 빗대어 놓은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책에서 나온, 통일의 그런 과정을 모르는 아이들, 지금의 평화와 편리가 중요할 뿐, 과거에 있었던 일이 전혀 와닿지 않듯, 지금 우리도 비슷해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분단 과정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가? 아니, 우리는 분단 과정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배웠는가? 북한의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하고, 그로 인한 피해와 이산가족, 사회적 경제적 피해를 배우기는 하지만, 해방된 지 불과 5년 만에 남과 북이 왜 싸웠는지 잘 알지는 못한다. 그저 분단을 당연한 역사적 결과물로 여기는 것이다. 이 책의 배경도 그랬다. 통일을 그저 당연한 결과물로 여길 뿐,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고, 안다고 해도 소외된 이들이었다.


“통일이 된 미래에도, 통일 과정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분단이 된 지금에도, 분단 과정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듯이말이다.”


미래에도  발전 이면에 빈부격차는 더 커지고, 기후 변화, 사회적 갈등은 여전히 해소되지 못했다. 그것은 통일이 되었든 여전한 분단이든,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올 미래다. 그것을 우리나라 홀로 부딪치느냐, 통일된 우리가 함께 이겨내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세 작가는 통일의 당위성을 그렇게 그려내고 있다.


풋풋한 젊은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보니 즐거웠고,

미래에도 해결하지 못한 빈부격차와 노인문제, 정치적 갈등과 환경문제, 자연재해는

지금의 우리가 남긴 유산인 것 같아 부끄러웠다.


그 먼 미래에는, 초록 가마우지가 아름답게 노래할 수 있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어 있길 바란다.


또한, 세상을 바라보는 더 아름답고 희망찬 시선을 가진 세 작가님들과

재미있고 깊이 있는 작품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


#도서출판별을품다 #별 #별을품다 #도서출판성득 #성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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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 #오명경 #김유정 #통일 #지진 #Z세대 

#청소년작가만들기프로젝트 #글쓰기 #꿈 #독서논술


"저희가 하고 싶은 대로 가도 되는 거였어요. 어차피 길을 만드는 주체는 저희니까요."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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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남매 저학년의 품격 3
원유순 지음, 김준영 그림 / 책딱지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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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도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원유순 작가 도서를 만나지 못했을 리가 없습니다. 원유순 작가의 책은 정말이지 ‘따뜻’, ‘뭉클’이 가장 잘 어울리기에, 아이들 추천도서에 늘 들어가지요. 초등 아이들과 처음 읽은 책이 <까막눈 삼디기>였는데, 벌써 20년은 넘은 것 같습니다.


<판타스틱 남매>는 표지부터 심상치 않습니다. 남매로 보이는 두 아이의 자세가 남다릅니다.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표지를 꼼꼼히 살펴보겠지요? 표지의 사소한 물건 하나하나가 이야기에 빼곡히 들어가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숨은 그림 찾듯 표지를 요리조리 살펴보며, 내용을 다시 떠올리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누리와 보배 남매는 쌍둥이입니다. 그런데 생일이 다릅니다! 거기에는 기막힌 사연이 있는데, 그 일로 누리는 동생을 살뜰하게 챙기는 오빠가되었고, 보배는 오빠를 잘 따르고 믿는 좋은 동생이 되었습니다….라고 하면 좋겠지만 현실은 늘 그와 다르지요. 모든 걸 다 차지하는 동생이 얄밉고, 만날 잔소리하고 피하는 오빠가 야속합니다. 똑같이 혼나도 오빠라 동생보다 더 크게 혼나 짜증도 나고, 괜한 일로 시비를 거는 오빠가 얄밉습니다.


세상의 모든 형제, 자매, 남매가 서로 티격태격하듯, 이 책의 쌍둥이 남매 역시 참 다릅니다. 적극적이고 쾌활하며 온갖 쇼맨십을 보여주는 보배와 달리, 누리는 차분하고 진지하며 속깊은 아이입니다. 이런 성격 탓에 늘 답답한 건 누리지요. 학교에서의 사건, 달고나, 축구공 차기 시합을 보면 보배와 누리의 성격이 어떻게 다른지 보는 맛이 있으며, 아이들은 이 부분을 읽으며 자기 형제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혹은 가장 친한 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요.


서로 티격태격하다 골이 점점 깊어지는데, 이 모든 것이 한 번에 해결되는 ‘판타스틱’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할머니댁에 놀러 가 할머니와 밤을 따러 가서 벌어지는 일인데, 이거 재미있습니다. 어린 두 남매가 위기를 이겨내며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니까요. 이 외에도 사소하고 재미있는 사건이 정말 많기에, 아이와 함께 책을 찬찬히 살펴보길 권합니다.


아참, 작가가 밤을 소재로 한 이유가 있었군요. 가시가 돋혀 서로에게 찌를 듯하지만, 그 속에는 달콤한 알이 들어 있지요. 누리와 보배 남매도 서로에게 가시를 겨누기도 했지만, 가시가 서로를 향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면 속깊은 곳에 달콤한 마음이 있다는 점을 알았을 테지요. 그걸 바로 알 수는 없습니다. 조금씩 ‘철’이 들어야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은 위기와 고통, 시련과 어려움을 통해 성장합니다. 위기가 없으면 변화도 없고, 고통이 없으면 배움이 없고, 시련이 없다면 성장도 없습니다. 어려움을 함께 겪으면 서로는 더 끈끈해집니다. 수많은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긴 세월을 살아오신 부모님처럼, 누리와 보배 남매도 시련을 겪으며 함께 성장하고 변화하며 끈끈해집니다.


<판타스틱 남매>는 독서력이 다소 부족한 3~4학년이 재미있게 읽을 것이며, 스스로 책을 잘 읽어내는 2학년도 무척 즐겁게 읽을 것입니다. 1학년 이하라면 부모님이나 형제 자매와 함께 읽어도 좋겠습니다. 책 뒷날개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책딱지 네이버 카페에서 독서활동지도 내려받을 수 있기에, 부모님이 인쇄하여 챙겨주시면 책을 더욱 깊이 읽고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저학년 아이들과 읽을 도서를 찾고 있었는데, 너무나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고 나눌 이야기가 벌써 기대됩니다.


(책딱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책딱지

#저학년의품격

#판타스틱남매

#초등추천도서

#저학년창작동화

#독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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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돼지야, 어디 가니? 빨간콩 그림책 20
후안 아르호나 지음, 지모 아바디아 그림, 브론테살롱 옮김 / 빨간콩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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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내용과 특징

<아기돼지야, 어디 가니?>는 스페인 작가 ‘후안 아르호나’의 작품이다.

재미있다. 흥미진진하다. 그림책이 이래도 되는 건가?

그림책이란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통통 튀고,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편견은 이제 버리자.

치밀한 구성과 추리, 고민과 반전에 이르는,

소설과 드라마의 요소를 잘 갖춘 그림책이 여기 있다.

그리고 열고 닫고 다시 돌아가 또 읽고 번거롭게 재미있다.



아기돼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러 사람을 만난다.

농부에겐 밤새 암탉을 노리는 여우를 쫓아냈다 말하고

가게 주인에겐 도둑을 쫓아냈다고

기사에겐 도깨비를 쫓아냈다고

시장에겐 둑을 쌓았다고

왕에게 공주를 구했다고 말한다.

그래, 이쯤되면 뻥이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밤새 이 일을 다 했다고?



그런데 그림책의 마지막 장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내용도 반전이지만 책 자체로도 반전이다.

사람들이 준 선물과 왕의 훈장까지 착용한 채 잠든

아기돼지의 배를 열어보면,

진짜(!)

우리가 두 손으로 직접(!)

열어봐야 한다!

아기돼지 배를!!!

그 속에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다.

자세한 얘기는 생략한다. 브루스 윌리스가 귀신이라는 말을 함부로 해선 안 되잖은가.


2.구성

돼지가 집으로 돌아가는 구성이다.

처음엔 해뜰무렵, 돼지가 집으로 돌아가고

마지막엔 돼지가 집에 도착한다.

횡으로 연결되는 구성이 인상적이다.

그림책을 옆으로 쭉 이어 붙여도 재미있겠다.



만나는 인물의 배치가 자연스럽고 좋다.

숲이 있는 근교에서 도시 중심으로 들어가는 구성이 치밀하다.

농부, 가게 주인, 기사, 시장, 왕.

만나는 사람의 변화와 높은 관직의 사람을 만나러 가는 구성도 익숙하다.

장소는 횡으로 이어지고

인물은 종으로 연결된다.

낮은 땅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높은 탑에 갇힌 공주로 연결된다.



앞선 인물에게 받은 선물을 들고, 착용하고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그림도 훌륭하다.

사람과 인공 구조물은 조금 섬세하게 그렸고

동물과 식물, 자연은 단순하지만 특징을 잘 살렸다.

덕분에 이야기와 인물에 집중하기 쉽다.

3.총평

그림책은 그림으로 된 책인 줄만 알았는데

되짚어 보고, 돌려보고, 깊이 분석하고, 인물을 탐구하고

그림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고,

이야기의 방향과 인물의 특징을 잡아내고

펼쳤다 접었다 하며 읽어야 했다!

그림책이 아니라 한장한장이 궁금하고 즐거우며

하나하나가 또 다른 이야기였다.



아기돼지의 사소한 거짓말이 커다란 거짓말이 될 거라 짐작하고 읽다 보면

쉽사리 타인을 믿지 못하는 자신에게 부끄러워지며

내가 보고 싶은 면으로만 보는 편협한 사고 앞에 고개가 숙여진다.

말과 행동만으로 쉽게 판단하지 말고,

공감하고 이해하고,

무엇보다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들을 생각도 없다면, 이해할 수도 없다.

아차, 또 다시 읽어보니 아기돼지의 말에 주어가 없다……. 그래서 그랬구나.

이 부분또한 책을 직접 읽길 바란다.

- - - - - - - - - - - - - - - - - - - -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

사실이 있는 그대로의 일이라면

진실은 거짓이 없는 사실이다.

사실은 상자 속에 들어 있기에

작은 구멍을 통해서 사실을 봐야 하고

어디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진실은 달라진다.

이 그림책을 아이들과 읽으니

아이들은 아기돼지를 의심하기보단,

이야기를 들어주며, 뭔가 대단한 일을 했을 거라 짐작하면서 읽는다.

당연한 결말인 듯 예상하며 읽으면서도

서너 번 다시 읽으면서 놓친 부분은 없었는지,

아빠와는 왜 생각이 달랐는지를 나누는 점도 좋다.

유아에서부터 초등 저학년 아이들과도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나눌 만한

좋은 그림책이라 생각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귀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것은 거짓말쟁이 아기돼지의 이야기일까요?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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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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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지 물어볼 때가 많죠? 우리도 그런 말을 듣고 살았고요.

우리는 어릴 적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요? 대통령과 과학자부터 시작해서, 선생님과 공무원, 그냥 회사원까지, 쪼그라드는 내 성적처럼 꿈도 점점 쪼그라들었지요.

어쩌면 쪼그라들었던 건 꿈이 아니라 내 자존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기준에, 내가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스스로 주눅들고,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살라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또 꿈을 물어봅니다.


우리 아들은 꼬마 기관차 ‘토마스’가 되고 싶었고 조카는 ‘공룡’이 되고 싶었죠. 뭐가 될지 아이가 스스로 정하고, 그렇게 말해도 허허 웃을 수 있었는데.

어느 덧 아이들 머리가 커가기 시작하니, 꿈을 물어보고, 아직 정한 게 없으면 공부하다 보면 꿈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못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정작 난 그렇게 꿈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요.




<여덟 살은 울면 안 돼?>는 우리가 무엇이 되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박(?)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멋지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힘이’는, 뭐가 되고 싶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한참을 고민합니다. 티라노사우르스를 골랐다가 블록도 고르는데, 이거 쉽지가 않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말하면 된다던 짝꿍 민지는 ‘치킨’을 골랐고, 그래서 안심하던 힘이. 그런데 민지는 ‘치킨’집 사장이 되고 싶다고 해서 힘이는 당황합니다. 그래서 발표하라는 선생님의 질문 앞에, 그저 울지요. 당황한 선생님은 금요일까지 생각해서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뭐가 될지, 뭐 생각하고 살았나요? 아니 지금 우리는 뭐가 될지 생각하며 사나요? 그냥 사는 거지요. 살면서 그렇게 내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는대로 생각하면 생각을 사는 데 맞추지만, 생각하는 대로 산다면 우리 삶은 우리 생각대로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교문 앞에서 힘이를 기다리던 엄마는, 첫날 울었다는 힘이 말에 차분하게 말해줍니다. 엄마도 뭐 될지 고민하다가 그냥 엄마가 되었다면서, 이거 멋지지 않냐고 합니다. 이 책은 엄마가 키를 쥐고 있었군요! 뭐가 될지 딱히 정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 여기 있었으니까요. 힘이는 이름처럼 엄마 덕분에 힘이 납니다. 힘이가 납니다, 펄펄.


힘이는 솔직하고 동물을 아끼며, 참 고운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조차 어른들의 잣대로 훌륭한 직업-따지고 보면 잘난 체하고 돈 많이 버는-을 고르라고 하며어른들의 잣대로만 나누고 자르고 가두어 둡니다. 뭐든지 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조건을 달고 자르면서 뻔한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꿈, 장래희망, 그럴싸한 직업을 갖는 일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좀 울면 어떻습니까? 울면 안 되는 법도 없는데요. 속상하고 힘들면 좀 웁시다.





그리고 학교와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아이들이, 남보다 더 잘난 모습을 만드는 데에 몰두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한 걸 하면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노는 게 직업이고, 놀면서 배우며, 놀면서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호모 루덴스 아닙니까?





책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동물을 아끼며, 친구와 행복하게 지내고, 자신에게 솔직한,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좀 울어도 되고, 힘들면 한숨을 푹 쉬면서 엄마에게 안겨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애어른으로 크지 않고, 어린 아이로 오래오래 지내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흐뭇한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 책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어른으로서, 좋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좋은 책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작가님과 출판사에 고맙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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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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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상하고 힘들 땐 좀 울어도 돼. 뭐가 되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나 자신으로 살자.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훌륭하게 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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