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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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이들에게 커서 뭐가 될지 물어볼 때가 많죠? 우리도 그런 말을 듣고 살았고요.

우리는 어릴 적 무엇이 되고 싶었을까요? 대통령과 과학자부터 시작해서, 선생님과 공무원, 그냥 회사원까지, 쪼그라드는 내 성적처럼 꿈도 점점 쪼그라들었지요.

어쩌면 쪼그라들었던 건 꿈이 아니라 내 자존감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른들이 정해 놓은 훌륭한 사람이라는 기준에, 내가 미치지 못하는 걸 알고 스스로 주눅들고, 나는 그렇게 살지 못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살라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또 꿈을 물어봅니다.


우리 아들은 꼬마 기관차 ‘토마스’가 되고 싶었고 조카는 ‘공룡’이 되고 싶었죠. 뭐가 될지 아이가 스스로 정하고, 그렇게 말해도 허허 웃을 수 있었는데.

어느 덧 아이들 머리가 커가기 시작하니, 꿈을 물어보고, 아직 정한 게 없으면 공부하다 보면 꿈이 생길 거라고 말하는 못난 어른이 되었습니다. 정작 난 그렇게 꿈을 이루지도 못했으면서요.




<여덟 살은 울면 안 돼?>는 우리가 무엇이 되어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강박(?)을 아이들의 시선에서 멋지게 보여주는 이야기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으로 입학한 ‘힘이’는, 뭐가 되고 싶냐는 선생님의 물음에 한참을 고민합니다. 티라노사우르스를 골랐다가 블록도 고르는데, 이거 쉽지가 않습니다. 그냥 좋아하는 걸 말하면 된다던 짝꿍 민지는 ‘치킨’을 골랐고, 그래서 안심하던 힘이. 그런데 민지는 ‘치킨’집 사장이 되고 싶다고 해서 힘이는 당황합니다. 그래서 발표하라는 선생님의 질문 앞에, 그저 울지요. 당황한 선생님은 금요일까지 생각해서 말하면 된다고 합니다.





우리는 뭐가 될지, 뭐 생각하고 살았나요? 아니 지금 우리는 뭐가 될지 생각하며 사나요? 그냥 사는 거지요. 살면서 그렇게 내가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사는대로 생각하면 생각을 사는 데 맞추지만, 생각하는 대로 산다면 우리 삶은 우리 생각대로 조금 더 나아질 것 같습니다. 틀림없습니다.


교문 앞에서 힘이를 기다리던 엄마는, 첫날 울었다는 힘이 말에 차분하게 말해줍니다. 엄마도 뭐 될지 고민하다가 그냥 엄마가 되었다면서, 이거 멋지지 않냐고 합니다. 이 책은 엄마가 키를 쥐고 있었군요! 뭐가 될지 딱히 정하지 않았지만 꽤 괜찮은 사람이 여기 있었으니까요. 힘이는 이름처럼 엄마 덕분에 힘이 납니다. 힘이가 납니다, 펄펄.


힘이는 솔직하고 동물을 아끼며, 참 고운 아이로 자라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조차 어른들의 잣대로 훌륭한 직업-따지고 보면 잘난 체하고 돈 많이 버는-을 고르라고 하며어른들의 잣대로만 나누고 자르고 가두어 둡니다. 뭐든지 될 수 있는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조건을 달고 자르면서 뻔한 아이로 자라나게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꿈, 장래희망, 그럴싸한 직업을 갖는 일에 대해서 너무 부담을 갖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좀 울면 어떻습니까? 울면 안 되는 법도 없는데요. 속상하고 힘들면 좀 웁시다.





그리고 학교와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아이들이, 남보다 더 잘난 모습을 만드는 데에 몰두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행복한 걸 하면서 즐거운 어린 시절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는 노는 게 직업이고, 놀면서 배우며, 놀면서 세상을 만들어 갑니다. 우리가 호모 루덴스 아닙니까?





책을 통해 작가가 하려는 말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을 사랑하고, 동물을 아끼며, 친구와 행복하게 지내고, 자신에게 솔직한, 좋은 사람으로 자라면 좋겠습니다. 좀 울어도 되고, 힘들면 한숨을 푹 쉬면서 엄마에게 안겨도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애어른으로 크지 않고, 어린 아이로 오래오래 지내면 좋겠습니다.




읽는 내내 흐뭇한 아빠 미소가 절로 지어진 책이었습니다.

아이들과 책을 함께 읽는 어른으로서, 좋은 책을 함께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좋은 책으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게 해주신 작가님과 출판사에 고맙습니다.

(이 책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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