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는 외계인 허블어린이 2
이재문 지음, 김나연 그림 / 허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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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외계인>

(이재문 글 / 김나연 그림 / 허블)


아이들 책은 대체로 한 호흡에 읽어지는데, 이번 책은 꽤 오래 미적거렸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야기가 얼른 끝나는 게 싫어서였다.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뻔히 보이지만, 읽어나가는 일이 아쉬울 정도로 재미있는 책이고 즐거운 독서였다. 아이들은 얼마나 즐겁게 읽을지 쉽게 예상된다.


<언니는 외계인>(이재문 저 / 김나연 그림 / 허블)은 허블 어린이 시리즈 두 번째 도서다. 첫 번째 책인 <빨간 아이, 봇>을 매우 인상깊게 읽었던 터라, 두 번째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참고로, <빨간 아이, 봇>은 인간은 모두 사라진 지구에서 살고 있는 남은 로봇들의 이야기로, 인간을 그리워하며 하던 일을 습관처럼 하는 로봇들의 모습과 인간을 다시 만들려고 했던 장면이 여전히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은 뒤로갈수록 좀 어렵다고 투덜거려도 재미있게 읽는 도서다.


나는 SF 문학이 그 무엇보다 사람과 관계의 이야기를 풀어낸다고 생각한다. 로봇들만 남아 있다 하더라도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고민할 것이며, 의식이 전환되어 영원히 산다면, 과연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그리고 외계인과 만난다면, 우리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타인은 어떤 존재인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한다. 이 책 역시 그것을 고민하게 한다.




<언니는 외계인>에서 주인공 미소의 언니는 외계인이다. 안키노스 행성의 외계인인 얀은 지구로 온 부모님에게서 태어났는데,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동료였던 미소의 부모님이 얀을 입양한다. 얀은 안키노스 행성 외계인이지만, 지구인으로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하지만 얀의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안키노스와 다른 환경, 얀을 외부인으로 보는 수많은 시선과 학교 폭력에 힘들어 한다. 미소는 얀과 같은 나이이지만 몇 달 늦게 태어나 언니라 부르는 게 싫고, 자신과 다른 얀을 거부한다. 그런 미소와 얀의 가족이 외계로 여행을 가는데, 우연한 일로 미소와 얀은 안키노스 행성에 떨어진다. 그곳에서 미소와 얀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지 예상이 되지만, 책은 그보다 더 넓고 깊은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재문 작가의 <식스팩>을 인상깊게 읽었는데, 다문화 가정 아이가 고등학교 생활을 하며 적응하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이야기로, 나와 다름을 다루는 작가의 힘이 잘 드러난다. 작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의미가 <몬스터 차일드>에서 SF로 확장되며, 이번에는 그 크기가 우주까지 확장되었다. 이전 작품과 다르게 세부적인 묘사에 크게 신경 쓴 듯하다. 작가는 <언니는 외계인>을 통해서, 안키노스 행성과 미래 기술을 아주 섬세하게 그려낸다. 퀀텀 익스프레스를 타면 외계까지 매우 빠르게 이동하는데, 그것을 설명하는 장면이 정말 실감나고 재미있다. 그리고 안키노스 행성의 특징과 그곳 사람들,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장면 묘사도 구체적이다. 아바타가 영상으로 그것을 보여준다면, 이 책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묘사하는데, 작품과 잘 어울리는 삽화를 통해서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다. 안키노스 행성이 지구보다 발전이 늦었지만 아름다운 문화가 있고, 자연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과 우리와 다르지만 아름다운 특징을 지닌 신체를 보며 황홀해진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외계 행성을 살려 놓았다는 점에서 이 책이 아이들을 새로운 세상으로 데려다줄 퀀텀 익스프레스다.




다만 새로운 세계관으로 풀어낼 때 겪어야 할 부연설명이 너무 길기에, 주된 이야기가 줄어든 느낌도 든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많이 아쉬울 거다. 더 긴 호흡으로 풀어가도 좋았겠고, 은근히 후속작을 기대하고 싶어진다.


모두가 예상하겠지만, 외계인 언니 얀을 인정하지 않던 미소는, 안키노스 행성에서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얀의 마음을 깊이 공감한다. 지구에서 얀이 외부인이었다면, 이곳에서 미소가 그런 입장인데, 그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얀은 미소를 살뜰이 챙긴다. SF 요소를 함께 생각하고, 얀과 미소의 변화에 주목하며 읽는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있겠다. 형제, 자매, 남매란 어떤 관계인지를 깊이 생각할 만한 작품이지만, 책은 책이고 현실은 현실이기에, 아이들은 또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이 책의 제목처럼, 형은 늘 외국인이고 언니는 늘 외계인이다. 좀처럼 맞는 구석이 없는 형제지만, 영원히 함께 해야 한다. 그점이 참 힘들지만, 그점이 힘이 된다는 건 참으로 나중에야 알게 된다. 외계인인 언니도 이해하는 마당에, 같은 형제, 자매, 남매라면 이해하지 못할 게 또 무어가 있을까.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기에, 이런 책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친해질 준비를 하는 것도 좋겠다. 아직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인정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국내 창작동화에서 SF 부분에서 괄목할 만한 작품이 탄생한 것 같아 기쁘다. 작가가 풀어낸 이전 궤적들을 보면, 이 책을 시작으로 앞으로 얼마나 더 큰 세계를 그려갈지, 그리고 얼마나 깊은 내면을 들여다 볼지 기대된다.


초등학교 중학년에서 고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2023.02.02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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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는 아주 간단한 마법 - 존중하기 같이쑥쑥 가치학교
조영경 지음, 시은경 그림 / 키즈프렌즈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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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를 사귀는 아주 간단한 마법>

(조영경 글 / 시은경 그림 / 키즈프렌즈)


세 마리의 토끼를 잡는 저학년 추천 동화

이야기의 재미, 존중의 의미, 이해하는 마음을 배우는 인성 동화


‘같이쑥쑥 가치학교’라는 저학년 분류로 ‘존중하기’를 주제로 다룬 동화다.

‘같이’와 ‘가치’의 발음이 같은데, 그만큼 가치를 발견하고, 누리고 또한 높여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 그것도 같이 말이다.


이 책은 두 편의 단편동화인데, 하나는 잘하는 일에 우쭐하고 못하는 아이를 놀리고 망신주는 이야기를 담는다. ‘차이’와 ‘다름’이라는 열매가 결국 ‘존중’이라는 큰 줄기로 이어지며, 그것이 ‘가치’라는 뿌리를 내리는 과정을 잘 보여주는 책이다.


1.운동을 잘하는 준기는 미끄럼틀도 못타고 달리기도 느린 선우를 놀린다. 주눅든 선우는 받아쓰기 백 점을 맞는데, 받아쓰기 30점 맞은 준기를 놀린다. 상대의 잘하는 점보다 못하는 데에 집중하며, 이해와 존중 없기에 문제와 다툼이 생긴다. 특별한 계기로 둘은 변화한다.


2.베트남 엄마를 둔 보민이가 전학 오는데, 다른 학교에서 다문화 가정이라고 놀림을 받았다. 이에 은성, 민서, 현아와 함께 한 보민이는 각자의 가정이 서로 다르다는 걸 알고, 서로 다르지만 그것이 틀리지 않고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며,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 사촌이 된다.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라 전개 과정이 흥미진진하고, 사건의 해결 과정이 매끄럽고 조화롭다. 특별한 변수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재미와 감동만이 아니라 ‘존중’이라는 주제 의식을 차분하게 들려준다.


출판사의 의도겠지만, 책은 지나치게 친절하다. 머리말에서 이 책의 주제와 방향을 매우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동화를 읽은 뒤에는, 문해력이 부족한 친구들을 위해 각 이야기 뒤편에 내용을 다시 한 번 더 짚어주고, 그래도 아쉬운지 내용과 의미를 또다시 풀어준다. 이것도 성에 차지 않는지 독후활동지까지 꼼꼼하게 들어 있다. 독서나 논술학원을 다니지 않아도, 책의 손을 붙들고 따라 들어가다 보면, 독서수업 두 차시를 스스로 해낼 만한 책이다.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깊이 있는 독서수업을 할 수 있는 마법가은 책이기에, 앞으로도 ‘키즈프렌드’의 <같이쑥쑥 가치학교> 시리즈는 수많은 학부모들과 아이들에게, 사랑받으리라 생각한다.


굳이 사족을 달자면, 책 속의 행복하고 아름다운 결말이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을 열고 다가가다가 더 크게 상처를 입기도 한다. 따라서 함께 읽는 부모나 교사가 있다면, 그런 상황에서의 아이의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나눠야 한다. 책은 좋은 지침서이지만, 현실의 아이들은 더 다채롭고 생각지 못한 전개가 일어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인다. 유구한 역사 속에서, 우리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것은, 우리와 다른 인류를 받아들이지 못헸기 때문이다. 하긴 우리는 우리의 구역에 모기 하나도 받아들이고 싶지 않기에, 다른 인류를 받아들이는 일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본능적 사고방식 아래서는, 우리와 다른 모습을 ‘틀림’으로 받아들이면, 배척하기 쉽고 박해를 정당화할 수 있다. 그건 ‘틀린 것’이니까.


그러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졌다. 혼자서 살 수 없고, 서로 협력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협력해야만 살 수 있기에,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순간 우리 사회와 제도는 유지되기 힘들다.


거창한 역사와 제도를 따지지 않더라도, 그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두말하면 입만 아픈 이야기지만, 다름을 틀림으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유치원에서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아온 환경과 세계 안에서, 자신들이 늘 보았던 것에 익숙하고, 그것이 ‘옳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있다. 그래서 나와 우리의 모습과 다르면 어색하고 잘못되었고, 배척의 대상이 되기 쉬운데, 그것은 아이들이 나빠서가 아니라, 인간의 본능이기도 하고, 그에 관한 교육, 지도,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치원생들과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다름의 이해와 존중은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할 덕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친구를 사귀는 아주 간단한 마법>은 초등학교를 준비하는 유치원어린이, 혹은 이제 시작한 저학년 아이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2023.01.22


*이 책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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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에 펼쳐보는 24절기 그림책 한눈에 펼쳐보는 그림책
지호진 지음, 이혁 그림 / 진선아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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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걸 배우고 알아내는 일은 즐겁다. 어려운 과학책이든, 어린이 학습만화든, 그 안에서 몰랐던 사실을 깨닫고 나면 정말 뿌듯하고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내가 아는 것이 누군가의 평가 대상이 아니기에, 그저 앎의 기쁨을 누리기에 즐거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모르는 것이 부끄러워진다. 그정도야 알고 있지, 했던 것도 모를 때가 많다. 과거 조상님들은 그 모든 것을 알고 살아야 했지만, 쉽게 검색하고, 자기 분야만 잘 알면 되는 분업사회에서는,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몰라서 부끄러웠던 것들을 알면 기쁘다.


아이들과 <24절기 그림책>을 읽는 내내 부끄러움의 연속이었고, 또한 배움은 기쁨의 향연이었다. 책 제목은 <한 눈에 펼쳐 보는 24절기 그림책>인데, 출판사에서야 제목을 정직하게 잘 지은 것 같지만, 방점은 그림책에 찍혀 있지 않다. 그림으로 된 24절기 사전이라 할 만하다. 아이들이 앉아서 한 번에 다 읽기에 힘든 분량이지만,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도 없는 책이다. 다가오는 절기마다 펼쳐서, 유래와 풍습을 읽고 생각하고 나누며 행해도 좋다.


각 절기마다, 그 절기와 관련한 속담을 두세 가지 안내하는데, 속담이 재미있고 설명도 상세하다. 어른들도 잘 모르는 속담이라, 그 의미를 아이와 함께 이해하고 새기는 과정이 새롭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부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절기의 이름 유래 부분이 재미있고, 다른 하나는 절기마다 행하던 풍습이다. 한자 뜻 그대로 설명하기 어려웠던 절기의 이름을 쉽게 풀어 준다. 2월 19일 무렵의 ‘우수(雨水)’는 그저 비와 물이 아니라, ‘눈과 얼음이 녹아 비와 물이 된다’는 의미다. ‘경칩(驚蟄)’은 벌레 칩자로,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놀라 깨어난다는 의미, 5월 21일 경의 ‘소만(小滿)’은 조금 찼다는 뜻으로, 여름의 더위가 조금 찼다, 혹은 만물이 점차 자라서 가득 찼다는 의미다. ‘망종(芒種)’은 까그라기 망, 심을 종자로 벼나 보리의 낟알 껍질에 붙은 수염이 까그라기인데, 씨를 뿌려야 할 때를 의미한다. 설명이 무척 세련되었고 이해하기 쉽다. 그래서 한자 공부도 할겸, 사전도 찾아보며 어원을 통해 절기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아이와 어른들이 모두 좋아할 만한 부분은 절기마다 재미있는 풍습과 어원이다. ‘입춘(立春)’하면 그저 ‘입춘대길’, ‘건양다경’ 정도만 아는데, ‘수여산 부여해(壽如山 富如海)’도 있다. ‘산처럼 건강하고, 바다처럼 넉넉하길’ 바라는 깊은 의미가 담겼다. 이번 입춘지방은 이걸로 해야겠다.

조선시대에 경칩이 되면 임금님이 풍년을 기원하며, ‘선농제’라는 제사를 지냈는데, 농업의 신인 ‘선농씨’와 농사의 신인 ‘후직씨’를 기리는 제사인데, 제사를 마친 후 먹은 국밥 이름이 바로 ‘설렁탕(선농탕)’이다. 절기의 풍습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많이 스며들어 있는지를 깨닫는다.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기는 나라가 많고, 우리날도 이 날 먹는 떡을 나이떡, 머슴떡이라 불렀다. 재미있는 것은 춘분 이후의 음력 보름 다음에 오는 일요일이 부활절이라는 사실이다. 예수의 부활이 모든 것의 균형을 이루는 날에 있다고 생각하니 의미심장하다.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과 기상 상황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은 농사를 위한 일이다. 절기 틈틈이 풍년을 점치고 좋은 날씨를 점치는 풍습이 늘 있는데, 풍년과 안정을 기원하는 조상님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또한 각 절기마다 해야 할 농사일, 미루지 말아야 할 일을 안내하는데, 이 모든 것이 부지런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으로 다가온다.

결국 절기는 농사와 관련이 있다. 농사는 우리의 먹거리고, 먹고 사는 문제는 과거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그래서 24절기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잘 어울린다. 춘분이 되면 봄을 맞아 개학과 새학년을 준비해야 하고, 입하가 되면 반팔을 꺼내어 여름을 맞이한다. 백로가 되면 가을을 기다리고, 상강과 입동이 되면 두꺼운 옷을 꺼내고 김장을 준비한다. 우리의 일상이 절기 안에 녹아들어, 우리의 삶과 함께 나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매일 보는 날씨 뉴스에 나오는 절기가, 그저 옛날 전통으로만 치부되지 않고, 절기가 지금의 우리 삶에 녹아들도록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좋겠다. 절기마다 행하는 재미있는 풍습과 제철 과일과 음식, 요리들을 맛보면서, 절기가 가진 깊은 의미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아이를 둔 가정에 한 권씩 두고, 한 번에 다 읽지 말고, 1~2주마다 꺼내어, 그 시기 부분을 읽고 준비한다면, 이 책을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으로, 우리가 자랐던 계절, 배우던 절기가 점점 퇴색되고 있다. 절기보다 미세먼지에 관심이 많고, 눈과 비보다 그로 인한 교통 상황에 더 예민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한눈에 펼쳐 보는 24절기 그림책>을 마중물로, 자연과 환경을 바라보는 고운 시선을 갖도록 하면 좋겠다.


2023.01.20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쓴 자유로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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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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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산다 치에 / 이소담 역 / RHK)


고등학교 때 자습시간이었다. 자습시간에는 반드시 교과서나 문제집 관련 책을 읽어야 했는데, 그때 특별한 책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댔다. 책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 사이에 자습시간에 읽는 책을 서로 돌려보기도 했는데, 친구들은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때 내가 읽었던 것은 연애 소설이다. 대만 작가 경요의 몇몇 작품들이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이야기는 그 뒤로도 나의 은밀한(?) 독서 취미다. 


일본 작가들의 연애 소설은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에쿠니 가오리, 스미노 요루, 이치조 미사키 등, 이 작가들의 책은 정말이지, 따뜻하고 아름답고,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든다.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모여들면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책을 덮기가 아쉬울 정도다.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면, 산다 치에의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도 추천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결말을 보여준다.


“한 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것. 주인공인 내가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니. 최고의 가족과 절친, 연인과 함께 보낸 근사한 청춘의 나날들… 신이시여, 그의 이야기도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리나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하지만, 말하는 뉘앙스에서 이미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배드엔딩이다…. 끝부분은 인상에 안 남을지 모르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나에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이니까.”

쇼타는 배드엔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나와 함께 있었던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가 행복했나보다.


이쯤되면 결말을 알지만, 입구와 출구만 아는, 이 거대한 미로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리나는 보석병(국한성 심근경화증)을 앓는데, 종양이 보석처럼 아름다워서, 생물 유래 보석으로 분류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수억 엔을 호가한다고 한다. 리나는 자신의 불치병을 위한 수술보다, 힘든 가족에게 그 보석으로 보탬이 되고 싶어, 병을 내버려 둔다. 리나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고른다. 학생이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절친을 만들고 연인이 생기는 것이다. 리나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해야 할 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리나의 이런 상황과 어울리게도, 미사토의 집은 진주 양식을 한다. 조개 안에 이물질을 넣어, 아픔과 불편을 통한 진주를 만들어낸다. 전학 온 리나에게 첫 친구가 되고, 봉사위원으로 함께 활동한다. 리나는 미사토의 따스한 마음을 고마워하고 절친이 되기로 한다.


리나는 쇼짱이라는 연인도 생기는데, 죽기 전에 해야 할 것을 모두 다 이룬 느낌이다. 그런데 다른 여자애가 쇼짱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리나는, 쇼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마지막을 행복하게 준비하려는-그래서 더 아름다운 보석을 남기려는-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진짜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고, 생의 끈을 잡아당기려 한다. 과연 리나는 진정한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은 총 두 번 읽었다. 물론 두 번째는 빠른 속도로 훑어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 놓쳤던 사소한 디테일을 만나며, 책의 전체 퍼즐이 잘 맞춰진다. 사소하게는 이름부터 시작하여, 작은 물건과 인물, 관계와 뜬금없던 말 속에, 큰 의미와 깊은 마음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는 연애 소설의 정석을 잘 따른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며 읽을 필요도 없고 가슴졸이거나 긴장하지 말고, 그냥 읽으면 된다.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용이 무척 모범적(!)이다. 죽음을 앞둔 여고생이, 절친과 연인을 만들고,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하다 만난 친구와 또 절친이 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한다. 또한 리나는 자신의 죽음으로 얻어질 보석이, 가족에게 여유 있는 생활로 쓰이길 바란다. 뭐하나 나무랄 데 없이 모범적이어서 편안하다. 물론 누군가에겐 식상하고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조차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하고말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문학상 수상작들과 멋진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을 읽다 보면, 사실 조금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여유 있는 독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련해지는 읽기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2023.01.19

*출판사에서 제공한 소중한 도서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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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어느 날 밤, 하늘에 뜬 으스름달을 바라보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를 생각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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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치킨쇼 - 2022년 제28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일공일삼 106
이희정 지음, 김무연 그림 / 비룡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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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제일 치킨 쇼> (이희정 글 / 김무연 그림 / 비룡소)


문학상의 가치는 주최나 출판사가 아니라 작품 그 자체에 있고, 이전에 수상한 작품 그 자체로 탄탄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어야, 그 문학상에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특히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에 주는 문학상 중, 우리나라 3대 문학상을 고르라면, 나는 ‘창비 좋은 어린이책’과 ‘문학동네 어린이 문학상’, 그리고 ‘비룡소 황금도깨비상’이라고 과감하게 말할 수 있다. 이 세 문학상을 받은 책을 매년 챙겨보고, 그 수준의 아이들과 늘 읽고 강의하고 교안을 만들기에, 나에게 이 세 문학상은 큰 의미가 있다.


특히 비룡소에서 매년 수여하는, ‘황금도깨비상’은 가장 오래된 어린이 문학상이기에, 절대 빠지지 않고 챙겨 읽는 어린이 문학상이다. 황금도깨비상을 받은 <건방진 도도군>, <강남 사장님>, <담을 넘은 아이>, <으랏차차 뚱보 클럽>, <플루토 비밀결사대>를 비롯한 수많은 작품은 뚜렷한 주제 의식과 재미, 그리고 아이들에게 자신다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정체성이 분명한 작품이다. 



<천하제일 치킨 쇼>는 아동문학에서 유래가 없는 특별한 동화다. 이런 책은 처음이다. 처음 보는 작가와 처음 보는 이야기, 그리고 스타일이 매우 독특하다. 정말 재미있는데, 너무나 진지하고, 그러면서도 아동의 삶과 교육이 가진 의미, 우리가 가져야 할 가치관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제목처럼 이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 보여주는 ‘천하제일 치킨 쇼’가 시작된다.


이 책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루트를 타고 산 정상에 오르듯,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결말에서 이야기가 한 데 모이고 떠오른다.


1.유이(아마도 작가의 조카)는 장래희망이 ‘치킨왕’이다. 친구들은 의사와 과학자를 얘기하지만, 유이는 세상 모든 치킨을 다 맛보고, 치킨 맛을 제일 잘 아는 치킨왕이 꿈이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 높다랗다. 치킨을 좋아하니 살이 찌고, 이제는 치킨도 마음대로 먹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엄마도 살 때문에 고민이고 아빠는 직장에서 위태롭다. 유이가 가장 좋아하는 냠냠치킨에서 열리는 ‘천하제일 치킨 쇼’에 참가하고 싶은 유이는 친구 건우와 치킨을 시켜먹으며, 황금 티켓을 찾으려 치킨 박스를 긁지만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과연 유이는 ‘천하제일 치킨 쇼’의 어린이 평가단이 될 수 있을까?


2.시골 양계장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던 일공일호 닭이 ‘천하제일 치킨 쇼’에 참가한다. 101마리의 닭 중 101호인 일공일호 닭은, 철저히 관리받은 여타 브랜드 닭과 다르지만, 자신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그저 치킨이 될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남들처럼, 냠냠치킨 회장이 정해준 운명대로 살아가지 않고, 자신의 길을 찾으려 날개를 펼친다. 일공일호 닭은 101마리 닭 중 황금닭이 될 수 있을까? 그런데 황금닭이 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1과 2의 이야기는 교차 서술되는데, 뒤로 갈수록 하나로 모이기에, 두 이야기의 교차 서술을 꼼꼼히 읽고 따라가야 한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는다면,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테다.



아동 대상으로 한 동화지만, 책에서 어떤 문장을 하나 똑 떼와도 몇 시간씩 얘기를 나누고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깊이 와닿은 몇 가지 문장이 있다.


“어디서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지. 내가 누구냐가 중요한 법.”


일공일호 닭은 자신의 출신이나 지역을 탓하지 않는다. 자신이 바꿀 수 없고 결정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지 않는다. 자신을 정하는 것은 자신일 뿐, 나를 가리키는 것은 그저 나일뿐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가격에 가치를 둬서 뭐 하는가? 팔리는 순간, 치킨으로 먹히 는 건 마찬가지 아닌가?”


치킨 쇼를 통해 닭의 가치를 아무리 높게 매긴다 한들, 결국 닭의 결말은 치킨일 뿐이다. 따라서 닭의 가치는 가격이 아니라 어떤 닭이냐가 중요한 것이다. 이는 닭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 아이의 성적과 다니는 학교가 우리 아이들의 가치는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가치는 가치관과 인성,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에 있다.


“만화 영화도 두 배속으로 보면 결말을 빨리 알 수 있어. 그렇지만 재밌는 대사를 다 놓쳐서 결국엔 다시 봐야 해. 너도 좀 천천히 공부할 필요가 있어.”


초등학생이 벌써 중고등학교 과정을 밟으면서 남들보다 더 빨리 결말을 보고 싶은 아이들, 부모님들이 많다. 하지만 초등시절의 재미와 느긋하게 살아가는 삶의 가치, 읽고 즐기고 나누어야 할 수많은 책을 읽으며, 진짜 아이다운 삶을 살아내어야 한다. 삶의 진리를 닭에게서 배운다.


“한번 주문한 치킨은 메뉴를 바꿀 수 없어. 이미 배달이 출발했거든. 선택에 책임을 지고 최대한 맛있게 먹는 수밖에.”


하지만 이미 우리가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면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다. 이미 출발했다면, 그에 책임을 지며, 즐기며 나가아면 된다. 그래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말이다.


“꿈꾸는 삶은 결코 후지지 않지. 삶은 생각하는 쪽으로 스며들거든!”(145~146)


어른들이 정해놓은 길을 따라 가다 보면, 뭔가 거창한 곳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우리가 정해놓은 길의 끝은 결국 애벌레들의 탑이며, 그런 삶은 후지다. 그러나 꿈꾸는 삶은, 꿈을 꾸는 방향으로 스며든다. 후지지 않다.


“치킨은 뜨거울 때 먹어야 맛있어. 생각은 바로 행동으로!”


좋은 책을 읽고, 재미있었다면, 그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뜨거운 치킨처럼, 생각이 가슴을 뜨겁게 했다면 기다리지 말고 행동해야 한다.



아동 청소년 문학을 자주 접하지만, 짧은 책 속에 정말 많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리고 깊은 문학 작품의 오마주도 자주 보여 재미있다. 그러나 꿈, 교육, 가족, 가치관 등에 관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담다 보니, 책의 끝에는 던져놓은 내용을 다 담지 못한 점은 아쉽다. 유이는 뒤에 어떻게 살아가며, 부모님의 사정은 어떤지, 건우는 어떻게 되었는지, 번개맨 언니는 어떤지, 미래 사장님은 과연 누구인지… 충분히 짐작하겠지만, 어린 친구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요?”라고 질문할 것 같다. 그걸 함께 나눠도 좋겠다.


<천하제일 치킨 쇼>는 꿈을 꾸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무용한 것을 꿈꿀 자유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브랜드 닭으로서 명예롭게 치킨이 되는 일보다 더 훌륭하고 가치있으며, 아름다운 일도 있음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저마다의 가치관과 꿈을 갖고, 당당하게 나아가도록 안내한다.


황금닭이 되길 포기하고, 힘찬 날갯짓으로 창공을 날아간 닭처럼,

이 책이 황금도깨비상을 발판으로,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날개를 펼칠 용기와 희망을 준 것 같아 기쁘다.


풍성한 잔칫상에 놓인 그 어떤 요리를 집어들더라도, 생각지 못한 깊은 맛과 정성에 감동하게 될 작품이다.


초등 전체 학년에 두루 추천한다.


2023.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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