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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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산다 치에 / 이소담 역 / RHK)


고등학교 때 자습시간이었다. 자습시간에는 반드시 교과서나 문제집 관련 책을 읽어야 했는데, 그때 특별한 책에 빠져 한동안 허우적댔다. 책을 좋아하는 몇몇 친구들 사이에 자습시간에 읽는 책을 서로 돌려보기도 했는데, 친구들은 무협소설과 판타지소설을 많이 읽었다. 그때 내가 읽었던 것은 연애 소설이다. 대만 작가 경요의 몇몇 작품들이었는데,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사랑이야기는 그 뒤로도 나의 은밀한(?) 독서 취미다. 


일본 작가들의 연애 소설은 꽤 오랫동안 사랑받았다. 에쿠니 가오리, 스미노 요루, 이치조 미사키 등, 이 작가들의 책은 정말이지, 따뜻하고 아름답고, 심장이 조여드는 느낌이 든다. 모든 이야기가 마지막에 모여들면서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는, 책을 덮기가 아쉬울 정도다. 이런 작가들의 책을 읽은 적이 있다면, 산다 치에의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도 추천한다.


이 책은 프롤로그부터 결말을 보여준다.


“한 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것. 주인공인 내가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니. 최고의 가족과 절친, 연인과 함께 보낸 근사한 청춘의 나날들… 신이시여, 그의 이야기도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리나는 해피엔딩이라고 말하지만, 말하는 뉘앙스에서 이미 죽음을 암시하고 있다.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배드엔딩이다…. 끝부분은 인상에 안 남을지 모르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나에게 중요한 건 내가 아니라 그녀의 이야기이니까.”

쇼타는 배드엔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리나와 함께 있었던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가 행복했나보다.


이쯤되면 결말을 알지만, 입구와 출구만 아는, 이 거대한 미로에 들어가고 싶어 진다. 둘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리나는 보석병(국한성 심근경화증)을 앓는데, 종양이 보석처럼 아름다워서, 생물 유래 보석으로 분류되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우며, 수억 엔을 호가한다고 한다. 리나는 자신의 불치병을 위한 수술보다, 힘든 가족에게 그 보석으로 보탬이 되고 싶어, 병을 내버려 둔다. 리나는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을 고른다. 학생이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당연하고, 절친을 만들고 연인이 생기는 것이다. 리나는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며, 해야 할 일을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리나의 이런 상황과 어울리게도, 미사토의 집은 진주 양식을 한다. 조개 안에 이물질을 넣어, 아픔과 불편을 통한 진주를 만들어낸다. 전학 온 리나에게 첫 친구가 되고, 봉사위원으로 함께 활동한다. 리나는 미사토의 따스한 마음을 고마워하고 절친이 되기로 한다.


리나는 쇼짱이라는 연인도 생기는데, 죽기 전에 해야 할 것을 모두 다 이룬 느낌이다. 그런데 다른 여자애가 쇼짱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본 리나는, 쇼짱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 마지막을 행복하게 준비하려는-그래서 더 아름다운 보석을 남기려는- 이기심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진짜 자신의 마음과 마주하고, 생의 끈을 잡아당기려 한다. 과연 리나는 진정한 연인을 만날 수 있을까?


이 책은 총 두 번 읽었다. 물론 두 번째는 빠른 속도로 훑어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 놓쳤던 사소한 디테일을 만나며, 책의 전체 퍼즐이 잘 맞춰진다. 사소하게는 이름부터 시작하여, 작은 물건과 인물, 관계와 뜬금없던 말 속에, 큰 의미와 깊은 마음이 담겨 있음을 깨닫고,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간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는 연애 소설의 정석을 잘 따른다. 그래서 너무 걱정하며 읽을 필요도 없고 가슴졸이거나 긴장하지 말고, 그냥 읽으면 된다.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내용이 무척 모범적(!)이다. 죽음을 앞둔 여고생이, 절친과 연인을 만들고, 열심히 공부한다. 공부하다 만난 친구와 또 절친이 되고, 서로를 더 잘 이해한다. 또한 리나는 자신의 죽음으로 얻어질 보석이, 가족에게 여유 있는 생활로 쓰이길 바란다. 뭐하나 나무랄 데 없이 모범적이어서 편안하다. 물론 누군가에겐 식상하고 불편할지도 모르지만, 그조차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여야 하고말고.


세계문학과 한국문학, 문학상 수상작들과 멋진 아동문학, 청소년 문학을 읽다 보면, 사실 조금 지칠 때가 있다. 그럴 때 여유 있는 독서, 가슴이 따뜻해지고 아련해지는 읽기를 통해 해방감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2023.01.19

*출판사에서 제공한 소중한 도서로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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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어느 날 밤, 하늘에 뜬 으스름달을 바라보며 나는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그를 생각했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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