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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사회 수업
신현주 글, 함규진 감수, 마이클 샌델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6월
평점 :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원저 / 신현주 글 / 아이세움)
수준 높은 중고등학생들과 꼭 다루는 인문과학 책으로는 <침묵의 봄>, <총균쇠>, <사피엔스>, <코스모스>가 있다.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들다 아우성 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굉장히 뿌듯해 한다. 힘들었던 만큼 얻어가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자기들도 뭔가 더 깊어지고 성장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책을 읽은 후의 세상이 달라진다. <침묵의 봄>을 읽고 나면 주변에 널린 화학제품에 대해서 깜짝 놀라고, <사피엔스>를 통해서는 우리 주변의 상상의 질서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인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꼭 다루려고 하는 책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인데, 이 책은 아이들이 정말 어려워한다. 여러 사례와 예시가 많고, 철학서에 가까운 형식이라 나조차도 이 강의를 준비하려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이세움’에서 나온 이후로, 초중등 학생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을 잘 풀어내었고, 여러 예시와 사례, 그리고 구체적인 설명에 이르기까지,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제목처럼 10대를 위한 참 좋은 도서라 생각했고, 현재도 이 책으로 꾸준히 강의하는 중이다.
마이클 샌델의 다른 도서로, ‘10대를 위한’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도 <10대를 위한 사피엔스>,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까지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여러 번 소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세움의 10대를 위한 시리즈 서평에 선정되어,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을 받아 읽어 보았다.
책의 형식과 방향은 다른 ‘10대를 위한’과 다르지 않다. 사례와 예시가 카드뉴스로 나와 있고, 그에 관한 설명이 원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요약하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즉 카드뉴스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것을 분석하고 결론짓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각 장의 내용이 <공정하다는 착각> 원작의 어떤 챕터에 나오는지가 차례에 잘 소개되어 있기에, 필요한 부분은 원작을 찾아볼 때 유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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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능력주의’다. 우리는 그 사람의 실력, 성적,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 능력이 높은 사람은 그만한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능력주의가 가진 함정을 말해준다. 그 사람의 능력이 오로지 그 사람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서 이뤄진다. 어떤 사람이 출중한 능력으로 큰 돈을 번다면, 그 능력을 계발할 수 있었던 환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재력과 가정환경, 그 사람을 길러낸 사회와 교육 제도, 그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능력을 온전히 그 사람의 것으로 판단하는 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했다 여기고, 그로 인해 더 낮은 임금과 낮은 생활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거 신분제 사회였다면, 자신의 무능력은 어쩔 수 없는 낮은 신분, 그 환경 탓이겠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으로 여긴다. 그것이 불공정한데,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그것이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능력주의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환경적 요인을 줄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공평한 교육 기회, 가정 환경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 제도를 통해, 능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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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수많은 성취들이, 대부분 행운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의 성취에 수많은 운이 겹쳐졌다는 걸 받아들이며, 삶이 나에게 준 행운에 겸손해야 하고, 공동체성을 되살리면, 가혹한 경쟁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생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각 장마다 수많은 토론거리가 있는 만큼,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당연히 수많은 독서, 논술 학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도서다.
그리고 어려운 인문 도서를 맛보기 형식으로 미리 읽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강추한다.
2023.11.1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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