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전쟁 2 : 불편한 장난 별숲 동화 마을 53
이규희 지음, 한수진 그림 / 별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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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전쟁2> (이규희 글/ 한수진 그림 / 별숲)


<악플전쟁> 1권이 나온 지 꽤 오래 되었는데, 드디어 2권으로 돌아왔다. 이 책을 모르면 초등학생이 아니라 할 정도로, 교과서에도 실린 매우 재미있는 동화다. 생각외로 읽은 친구들이 꽤 많아서, “선생님한테 <악플 전쟁2> 있다.”라고 말하니, 애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서점에 놓이면 얼른 사려고 눈도장 콱 찍은 아이들이 꽤 많다.


이규희 작가가 <악플 전쟁>을 처음 썼을 때, 이 작품의 배경은 온라인 카페였다. 당시가 2012년이니, 스마트폰이 갓 보급되었던 시기였고 SNS보다는 카페가 더 활발했던 시기다. 그 시대에는 크고작은 모임마다 카페와 밴드가 있었으니, 작가는 그 시기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그 속에 잘 담아내었다.


하지만 10년 사이, 온라인 문화가 달라졌고 아이들 문제도 훨씬 더 넓고 교묘해졌다. 심지어 아이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말하기 참 곤란하게 되었는데, <악플 전쟁2>에서는, 우리 사회의 그 전쟁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악플 전쟁2 - 불편한 장난>은 1편의 연장선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1권에서 풀지 못한 수많은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깊이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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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전쟁> 1권의 반년 정도 후의 상황을 다룬다. 서영이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장미가 보경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 누가 봐도 심각하게 괴롭히는 상황이지만, 보경이는 그저 친구끼리의 장난이라고 치부한다. 서영이는 이 일을 돕다가 과거처럼 다시 사건에 얽힐까 봐 조심스럽고 망설이는데, 이때 나타나 장미를 돕는 사람이 바로 민주다. 민주는 1편에서 미라의 꾀임에 넘어가 서영이를 괴롭힌 아이다. ‘미라’다. 미라는 1편에서 서영이를 주도적으로 괴롭힌 아이인데, 그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는 중인데, 민주는 미라와 진우, 그리고 서영이를 불러 장미를 돕자고 한다. 보경이는 장미의 집까지 찾아가, 하늘나라로 간 언니의 물건까지 가져가는데, 서영이의 경고 메시지를 받은 보경은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반성하기 시작한다. 서영이는 물건을 돌려주지만, 급기야 학폭위가 열리고 보경이와 혜미, 은철이는 처벌을 받는다. 장미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제 보경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하는데, 예전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미라는 용기를 내어 보경이를 돕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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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단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또다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고,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삶이 망가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 아이들 모두에게 꽤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다.


학폭을 다룬 수많은 책들은, 권선징악의 수순을 밟는다. 정의를 실현하며 독자에게 통쾌함을 주기 위함이겠고, 그것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리가 다루는 것이 어른들의 폭력이 아닌 아이들의 폭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고, 책임과 처벌, 반성과 용서의 과정을 통해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피해자들에게 고깝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편을 가른 다음, 가해자에게 평생의 주홍글자를 새겨서 고통받게 하기보다는, 잘못한 만큼의 대가를 치르되, 다시 사회, 학교로 복귀하여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피해자의 회복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수많은 여론과 실제 우리 감정은 그런 객관적인 방향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권을 쓴 뒤, 작가의 고민도 바로 그 지점이었으리라. 문제를 해결한 다음,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내어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 쉽지 않고, 가해자도 가해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단 채 오랜 기간 괴롭힘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인물이, 이전 책에서의 가해자인 ‘미라’와 ‘민주’라는 점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마음이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장면도 좋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마음이 금세 회복되지 않고, 꽤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의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그 모든 기간동안 가해자가 고통받길 바라겠지만, 그것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피해자의 아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현실, 이 모든 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오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또한 보여준다.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이 책에서 나오는 초등 학교 폭력의 모습에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장난이라고 함부로 행동하는 보경이의 폭력, 그것을 보는 주변 아이들의 태도, 그리고 무작정 당하고만 있는 장미의 모습은 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심지어 집까지 찾아와 물건을 가져가는, 다소 비상식적인 상황, 장미와 보경이의 부모를 극단적이고 단순한 캐릭터로 놓아둔 점은 읽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치밀하기에, 내가 느끼는 그 불편은 학교 폭력 상황의 불편함으로 치환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모든 게 잘 해결되는 결말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문제임을 드러내는 결말이 무척 인상 깊다. 작가의 깊은 연륜을 보여주는 듯했다.


초등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2023.11.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악플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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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사회 수업
신현주 글, 함규진 감수, 마이클 샌델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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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원저 / 신현주 글 / 아이세움)


수준 높은 중고등학생들과 꼭 다루는 인문과학 책으로는 <침묵의 봄>, <총균쇠>, <사피엔스>, <코스모스>가 있다.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들다 아우성 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굉장히 뿌듯해 한다. 힘들었던 만큼 얻어가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자기들도 뭔가 더 깊어지고 성장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책을 읽은 후의 세상이 달라진다. <침묵의 봄>을 읽고 나면 주변에 널린 화학제품에 대해서 깜짝 놀라고, <사피엔스>를 통해서는 우리 주변의 상상의 질서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인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꼭 다루려고 하는 책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인데, 이 책은 아이들이 정말 어려워한다. 여러 사례와 예시가 많고, 철학서에 가까운 형식이라 나조차도 이 강의를 준비하려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이세움’에서 나온 이후로, 초중등 학생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을 잘 풀어내었고, 여러 예시와 사례, 그리고 구체적인 설명에 이르기까지,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제목처럼 10대를 위한 참 좋은 도서라 생각했고, 현재도 이 책으로 꾸준히 강의하는 중이다.


마이클 샌델의 다른 도서로, ‘10대를 위한’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도 <10대를 위한 사피엔스>,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까지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여러 번 소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세움의 10대를 위한 시리즈 서평에 선정되어,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을 받아 읽어 보았다. 


책의 형식과 방향은 다른 ‘10대를 위한’과 다르지 않다. 사례와 예시가 카드뉴스로 나와 있고, 그에 관한 설명이 원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요약하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즉 카드뉴스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것을 분석하고 결론짓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각 장의 내용이 <공정하다는 착각> 원작의 어떤 챕터에 나오는지가 차례에 잘 소개되어 있기에, 필요한 부분은 원작을 찾아볼 때 유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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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능력주의’다. 우리는 그 사람의 실력, 성적,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 능력이 높은 사람은 그만한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능력주의가 가진 함정을 말해준다. 그 사람의 능력이 오로지 그 사람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서 이뤄진다. 어떤 사람이 출중한 능력으로 큰 돈을 번다면, 그 능력을 계발할 수 있었던 환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재력과 가정환경, 그 사람을 길러낸 사회와 교육 제도, 그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능력을 온전히 그 사람의 것으로 판단하는 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했다 여기고, 그로 인해 더 낮은 임금과 낮은 생활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거 신분제 사회였다면, 자신의 무능력은 어쩔 수 없는 낮은 신분, 그 환경 탓이겠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으로 여긴다. 그것이 불공정한데,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그것이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능력주의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환경적 요인을 줄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공평한 교육 기회, 가정 환경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 제도를 통해, 능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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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수많은 성취들이, 대부분 행운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의 성취에 수많은 운이 겹쳐졌다는 걸 받아들이며, 삶이 나에게 준 행운에 겸손해야 하고, 공동체성을 되살리면, 가혹한 경쟁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생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각 장마다 수많은 토론거리가 있는 만큼,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당연히 수많은 독서, 논술 학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도서다.


그리고 어려운 인문 도서를 맛보기 형식으로 미리 읽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강추한다.


2023.11.1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공정하다는착각

#마이클샌델

#아이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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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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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댄 거마인하트 / 이나경 역 / 다산북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주인공의 성장이다. 사건을 이겨내며 과거와 달라진 주인공을 마주하는 과정은, 동화를 읽을 때 가장 설레는 부분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겪는 역경이 더 고될수록 그 결과가 드라마틱해지기에 그런 이야기를 보는 일은 늘 즐겁다.


그리고 이야기의 처음에 주인공의 처지나 성격, 상황이 난처하고 자신감이 부족할수록 그 변화가 돋보인다. 이 책에서 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바로 ‘라바니’다. 그리고 그런 라바니의 변화를 도우면서,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아이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바로 ‘미드나잇 칠드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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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니 포스터의 아빠는 소 도축장에서 일하는 직원이고, 엄마는 음악과 미술, 요리에 재능이 있는 주부다. 라바니는 덩치가 큰 도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느 날 라바니는 한밤에 부모도 없이 차에서 내리는 일곱 아이를 발견한다. 나이대가 다른 이 아이들은 라바니의 앞집에 이사오는데, 라바니는 우연히 일곱 아이 중에 하나인 버지니아라는 여자 아이와 친해지고, 라바니는 그렇게 처음으로 친구(혹은 동지)가 생긴다. 일곱 아이의 친구가 되면서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들은 ‘래거본드’ 가족으로 부모가 없거나 여러 사정으로 혼자가 되었지만, 비인간적인 고아원에서 탈출한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혈연관계보다 더 끈끈한 관계로, 수백 년째 이어오고 있는 가족이었다. 성인이 되면 떠나야 하고, 떠난 가족들은 이들은 꾸준히 돕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잡는 전문 사냥꾼도 있는데, 래거본드 가족은 사냥꾼을 피해, ‘슬러터빌’ 마을로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되는 이 비밀을 ‘도니’가 알아버리고, 급기야 사냥꾼이 마을로 들어온다. 라바니와 일곱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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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무척 환영이다.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익숙하지만 뒤를 알기 힘든 전개, 수많은 문학 작품의 오마주까지. 물론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해소 과정은 아이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길 것이다. 거기에 두 아이의 우정과 애정은 덤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라바니’와 ‘버지니아’다. 둘은 여러모도 대비되는데, 부모가 있지만 외동이며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라바니와, 가정은 없지만 형제는 많고 자신만만하고 신중하지만 사려깊은 버지니아. 이 둘은 서로에게 진실하다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둘은 서로를 성장시키는데, 관으로 만든 보트로 대회에 참가하고, 도니의 폭력에 대항하고, 사냥꾼의 위협으로 벗어난다.


이 책에서 중요한 설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래거본드 가족이고 다른 하나는 스키니스터 도축장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래거본드 가족은 자기들만의 규칙을 갖고 특별한 주거지를 정해 자기들끼리 생활하는데,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있고, 나름의 전통과 생활 방식을 살아간다.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하기에, 래거본드 가정에는 늘 아이들만 있지만 가장 역할을 하는 큰 아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어려움을 이겨낸다. 각자 하나씩 있는 특별한 재능을 십분 활용하는데, 글씨를 잘 쓰거나 목소리 흉내, 손재주 등 아이들만의 ‘마법’ 같은 능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아이들 스스로가 얼마나 큰 힘과 재능이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마을을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스키니스터’ 도축장은 스키니스터 씨가 - 그는 판사이기도 하다 - 운영한다. ‘쉭-음머쿵!’하는 끔찍한 소리가 나는 도축장은 이 작품에서 여러 은유와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 도축하는 곳이지만, 그곳은 주인공과 여러 인물의 죄책감이 스며든 곳이기도 하다. 책의 후반에 도축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는데, 삶의 큰 변화가 가져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감과 연대, 공생의 의미를 다루는 부분이다. 물론 스키니스터 씨와 라바니의 부모님이 보여준 그 용기 있는 행동도 잊을 수 없다.


작가도 역자도 밝히진 않았지만, 이 책에는 매우 유명한 세계 문학 혹은 청소년 문학의 오마주가 많이 보이는데, 그것을 찾는 과정도 재미있다. 


참 기분 좋게 긴장하며, 즐겁게 읽은 책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읽을 만하다. 300쪽이 넘으므로, 진득하게 앉아 읽을 수 있다면 꼭 읽길 추천한다.


*좋은 도서를 선물해주신 ‘다산북스’에 감사를 표한다.


2023.11.13


#미드나잇칠드런

#댄거마인하트

#다산북스

#초등도서추천

#청소년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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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청소부 꿈터 어린이 44
신채연 지음, 김이주 그림 / 꿈터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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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청소부>(신채연 글 / 김이주 그림 / 꿈터)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아이들의 언어 습관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한다. 또래 아이들에게 멋있게, 쿨하게, 세 보이고 싶어서 하는 강한 표현들이 어느새 습관이 되고, 급기가 말버릇이 된다. 문제는 계속 이어진다면 그것이 그 아이의 ‘인격’이 된다는 점이다.


이 책의 주인공 하준이는 나쁜 말이 입에 붙어버렸다. 도저히 떼어지지 않는다. 하준이는 주목받고 싶지만 그게 잘 되지 않고, 마음먹은 대로 일이 되지 않으니 초조하고 조마조마해진다. 그럴 때 나쁜 말을 쓰면 친구들의 주목을 끌고 함부로 대하지 않으니, 어느 순간부터 나쁜 말에 입에 붙어버렸다.


“짜증 나, 졸라 웃겨, 멍청아, 죽고 싶냐, 싫은데.”

선생님에게 꾸중을 듣고 한동안 잔소리를 들어도 나쁜 말 5종 세트는 줄어들지 않는다. 아이들은 하준이를 조금씩 멀리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변화는 내부에서 스스로 일어나기 어렵다.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만 변화가 시작된다. 그 외부의 변화는 잔소리이기도 하고 사건일 수도 있다. 이 책에서 하준이의 변화를 일으키는 외부 자극은 바로 ‘꿀벌’이다. 


교실에 꿀벌이 들어오자 반은 아수라장이 된다. 꿀벌이 나래-하준이가 좋아하는-에게 꿀벌이 다가가고, 그때 우호-예전엔 하준이의 절친이었지만 지금은 라이벌인-가 진드기 퇴치제 분무기를 뿌리려 하자, 우호가 나래를 구하는 꼴을 볼 수 없었던 하준이는 진드기 퇴치제를 향해 몸을 날린다. 그러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온 말, “그, 그거 뿌리면 꿀벌이 죽잖아…” 하준이는 착한 꿀벌에게 얌전히 나가달라고 부탁하고, 꿀벌은 거짓말처럼 교실 밖으로 나간다. 그날 오후 우호에게 나타난 꿀벌은 나쁜 말은 우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생명의 은인인 하준이를 도와주겠다고 한다.


꿀벌을 통해 하준이는 나쁜 말을 하기 힘들어진다. ‘아이 씨’라고 말하려 하면, ‘아 진짜, 민들레 홀씨!’하고 말하고 ‘짜증 나’라고 말하려 하면 ‘짜장면’하고 말이 나온다. 나래의 생일에 초대받은 하준이는 불쑥불쑥 욕이 나오려 하지만, ‘죽고 싶냐!’는 ‘뭐냐? 나 놀리는 거냐?’하고 ‘까불면 죽는다아.’는 ‘도전을 받아주겠다.’하고 나온다. 다른 사람 기분을 나쁘게 하는 말이 아니라, 받아주고 이해하며 함께하는 말을 하면서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그러면서 유치원 때부터 절친이었던 우호와도 우호적으로 지낸다.


이제는 나쁜 말 5종 세트를 쓰지 않기 시작한 하준이는, 나쁜 말을 입에 달고 사는 한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건 바로 담임 선생님! 항상 “~해서 죽겠다.”는 말을 달고 사는데, 하준이를 도와준 꿀벌이 이번에는 선생님에게로 향한다.


나쁜 말, 욕설, 비속어는 쓰지 않을 수 없다. 욕이 가진 효과가 분명 있기 때문이다. 욕은 스트레스와 통증 완화에 분명 도움이 되고, 부정적인 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데 필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비속어는 인간관계를 더 두텁게 만들기도 한다. 욕은 분명 필요하다.


그러나 욕의 의미가 나쁘고, 입에 붙어버리면 표현력의 저하만이 아니라 자신의 습관과 가치관에도 영향을 끼친다. 부정적인 관점이 자리잡는다. 욕은 그 사람의 인격을 갉아먹는다.


그러니 되도록 욕을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같은 의미라면 바른 표현과 힘을 내는 말로 바꾸려 노력해야 한다. 욕에 마음을 담지 말고, 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려 노력해야 한다. 욕이 아니라 응원해야 하고, 비난이 아니라 격려해야 한다. 그래도 욕을 꼭 써야 한다면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할 것이다.


욕에 관한 수많은 이론이 있더라도, 아이들이 그것을 적용하기 쉽지 않기에, 욕보다는 고운 말로, 부정적인 표현보다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응원과 격려하는 말이 입에 붙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나쁜 말 청소부>가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음 속에 늘러붙은 나쁜 말을 깨끗이 청소할 준비가 되리라 생각한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두루 추천한다. 그래도 아이 스스로 읽도록 하기보다는 부모와 교사가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이 독서효과가 더 클 것이다. 아울러 부모와 교사의 언어 습관을 함께 돌아보며 변화이 시작이 될 만한 작품이다.


함께 읽을 책으로<욕 좀 하는 이유나>, <욕 전쟁>, <마시멜로의 달콤한 비밀> 작품이 떠오른다.


2023.11.06


*꿈터 출판사에서 선물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나쁜말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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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학년추천도서

#초등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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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2 고민을 들어줘 닥터 별냥 2
이지음 지음, 문채빈 그림 / 꿈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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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별냥2>(이지음 글 / 문채빈 그림 / 꿈터)


출판사 ‘꿈터’는 어린 아이들의 마음을 잘 아는 출판사다. 내가 읽은 꿈터 출판사 책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파고 들고, 그 심리를 잘 이해하며, 더불어 아이들이 희망을 갖고 힘을 낼 만한 용기를 준다. 이를 통해 행복한 세상을 만들게끔 하는 책들이었다. 하나같이 그랬다. 그래서 꿈터에서 좋은 책을 선물해주신다 해서 기쁜 마음으로 기다렸다.


며칠 전 도착한 책은 <닥터 별냥2>다. 작가가 ‘이지음’인데, <강남사장님>으로 유명한 그 작가 아닌가! 아이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며, 따스한 책을 만드는 작가이기에 반가웠다. <닥터 별냥> 1권은 읽지 않았는데, 읽지 않아도 2권을 재미있게 읽는 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만, 다 읽고 나면 1권을 읽지 않고는 못배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책을 어떻게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닥터 별냥은 아이들의 고민을 들여다 보고, 멋진 처방전을 써주는 의사다. 별냥이란 이름의 어원이 1권에 나오겠지만, 쉽게 별난 방법으로 처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고고하고 도도한 의사 선생님의 모습이 아니라, 좀 별난 의사이지만, 그 해결책은 또 이런 명의, 아니 명의냥이 따로 없다. 그리고 뇽뇽 간호사가 함께 일하는데, 거기에 하나 더 합류하는데 뇽뇽이다. 이 셋의 케미가 볼 만하다.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다.


이 책에는 세 가지 이야기,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한다.랑랑이, 도윤이, 선혜다.


알에서 갓 깬 랑랑이는 병아리다. 갓 태어나 아무것도 모르는 랑랑이는 머리가 하얘진다. 그래서 별난 보건실의 별냥 의사 선생님을 찾는데, 윙윙 헬멧과 마음을 들여다보는 사진기를 통해서 랑랑이의 병을 진단한다. 바로 ‘아무것도 모르면서 정말 잘 살고 싶은 욕심쟁이!’다. 과연 랑랑이를 위한 처방은 무엇일까?


두 번째 주인공은 도윤이인데, 몸이 점점 희미해진다. 아이들 눈에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데, 왜 그런 걸까? “아르아르옹 모로모로옹 미이야아옹” 주문을 외치며 분홍문을 통해 별냥에게 간다. 도윤이의 병은 ‘학교 가기 싫어 병’이다. 도윤이는 친구들이 나를 안 보면 좋겠지만, 잘 보이길 바라는 욕심쟁이였다. 참 막막한 병이다. 과연 별냥은 어떤 처방을 할 것인가?


세 번째 주인공은 선혜인데, 친구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 하는 아이다. 그 때문에 삼킨 말이 얼마나 많은지 목이 뻣뻣해져 별냥을 찾는다. 별냥은 선혜가 삼킨 그 말들을 목에서 꺼내는데, 선혜는 ‘실망시키기 싫어 병’에 걸린 것이다. 별냥은 생각지 못한 멋진 처방을 준다. 어른으로서도 깜짝 놀랄, 깊이 있는 심리학 책에서 나올 법한 그런 처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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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아이들의 고민과 심리가 잘 드러난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머리가 하얘지고, 관심은 부담스럽지만 무관심은 두려운 마음도 있으며, 거절하지 못하는 병에 걸린 아이도 등장한다. 어느 집 아이나 한 번쯤 겪는 그런 일을, 별냥의 따뜻하고 유쾌한 처방을 통해, 이 책을 읽으며 힘을 낼 수 있다. 그저 재미있는 고양이, 공룡, 병아리 이야기가 아니라, 그 속에 담은 주제가 깊다.


사실, 이 책의 주제는 매우 철학적이다. 냥이는 이 책의 세 인물 모두가 ‘욕심’이 많다고 한다. 아무것도 모르지만 정말 잘살고 싶은 욕심, 아무도 보지 않으면 좋겠지만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욕심, 아무도 실망시키지 않으려는 욕심까지! 하기 싫은 마음을 하고 싶은 마음으로 바라봐준다.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의 힘으로 바꾸어, 아이가 그 어려움을 딛게 돕는다. 닥터 별냥의 처방은 독특한 마법의 주문과 함께 그 핵심을 찌르는데, 그건 자신에게 용기를 내라는 주문이다. 자기답게, 좀 당당해지는 용기. 아이들에게 힘이 나는 처방이다.


이 외에도 치료비를 낼 때 하는 룰렛도 재미있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카메라로 찍히는 장면과 마음을 볼 때 짜릿하다. 무엇보다 그림책은 아니지만, 빼곡히 들어 있는 그림을 통해, 독서력이 부족한 친구들도 선뜻 읽을 만하고, 유머러스하고 라임이 살아 있는 표현은, 부모님 혹은 선생님과 한꼭지씩 읽어나가도 좋을 듯하다.


유아에서 초등 저학년까지 읽을 만하고, 독서력이 좀 부족한 중학년이 읽는 것도 괜찮겠다. 고학년들은 내 마음의 처방을 받는다는 느낌으로 가볍게 읽어도 좋겠다.


꿈터에서 보내주신 귀한 책으로, 오전 내내 즐거웠다. 아이들 책에서 받는 뜻밖의 위안에 감사하다.


2023.11.04


#닥터별냥

#문채빈작가

#꿈터

#이지음작가

#초등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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