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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전쟁 2 : 불편한 장난 ㅣ 별숲 동화 마을 53
이규희 지음, 한수진 그림 / 별숲 / 2023년 11월
평점 :

<악플 전쟁2> (이규희 글/ 한수진 그림 / 별숲)
<악플전쟁> 1권이 나온 지 꽤 오래 되었는데, 드디어 2권으로 돌아왔다. 이 책을 모르면 초등학생이 아니라 할 정도로, 교과서에도 실린 매우 재미있는 동화다. 생각외로 읽은 친구들이 꽤 많아서, “선생님한테 <악플 전쟁2> 있다.”라고 말하니, 애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서점에 놓이면 얼른 사려고 눈도장 콱 찍은 아이들이 꽤 많다.
이규희 작가가 <악플 전쟁>을 처음 썼을 때, 이 작품의 배경은 온라인 카페였다. 당시가 2012년이니, 스마트폰이 갓 보급되었던 시기였고 SNS보다는 카페가 더 활발했던 시기다. 그 시대에는 크고작은 모임마다 카페와 밴드가 있었으니, 작가는 그 시기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그 속에 잘 담아내었다.
하지만 10년 사이, 온라인 문화가 달라졌고 아이들 문제도 훨씬 더 넓고 교묘해졌다. 심지어 아이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말하기 참 곤란하게 되었는데, <악플 전쟁2>에서는, 우리 사회의 그 전쟁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악플 전쟁2 - 불편한 장난>은 1편의 연장선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1권에서 풀지 못한 수많은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깊이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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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전쟁> 1권의 반년 정도 후의 상황을 다룬다. 서영이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장미가 보경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 누가 봐도 심각하게 괴롭히는 상황이지만, 보경이는 그저 친구끼리의 장난이라고 치부한다. 서영이는 이 일을 돕다가 과거처럼 다시 사건에 얽힐까 봐 조심스럽고 망설이는데, 이때 나타나 장미를 돕는 사람이 바로 민주다. 민주는 1편에서 미라의 꾀임에 넘어가 서영이를 괴롭힌 아이다. ‘미라’다. 미라는 1편에서 서영이를 주도적으로 괴롭힌 아이인데, 그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는 중인데, 민주는 미라와 진우, 그리고 서영이를 불러 장미를 돕자고 한다. 보경이는 장미의 집까지 찾아가, 하늘나라로 간 언니의 물건까지 가져가는데, 서영이의 경고 메시지를 받은 보경은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반성하기 시작한다. 서영이는 물건을 돌려주지만, 급기야 학폭위가 열리고 보경이와 혜미, 은철이는 처벌을 받는다. 장미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제 보경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하는데, 예전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미라는 용기를 내어 보경이를 돕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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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단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또다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고,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삶이 망가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 아이들 모두에게 꽤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다.
학폭을 다룬 수많은 책들은, 권선징악의 수순을 밟는다. 정의를 실현하며 독자에게 통쾌함을 주기 위함이겠고, 그것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리가 다루는 것이 어른들의 폭력이 아닌 아이들의 폭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고, 책임과 처벌, 반성과 용서의 과정을 통해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피해자들에게 고깝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편을 가른 다음, 가해자에게 평생의 주홍글자를 새겨서 고통받게 하기보다는, 잘못한 만큼의 대가를 치르되, 다시 사회, 학교로 복귀하여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피해자의 회복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수많은 여론과 실제 우리 감정은 그런 객관적인 방향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권을 쓴 뒤, 작가의 고민도 바로 그 지점이었으리라. 문제를 해결한 다음,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내어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 쉽지 않고, 가해자도 가해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단 채 오랜 기간 괴롭힘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인물이, 이전 책에서의 가해자인 ‘미라’와 ‘민주’라는 점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마음이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장면도 좋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마음이 금세 회복되지 않고, 꽤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의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그 모든 기간동안 가해자가 고통받길 바라겠지만, 그것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피해자의 아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현실, 이 모든 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오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또한 보여준다.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이 책에서 나오는 초등 학교 폭력의 모습에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장난이라고 함부로 행동하는 보경이의 폭력, 그것을 보는 주변 아이들의 태도, 그리고 무작정 당하고만 있는 장미의 모습은 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심지어 집까지 찾아와 물건을 가져가는, 다소 비상식적인 상황, 장미와 보경이의 부모를 극단적이고 단순한 캐릭터로 놓아둔 점은 읽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치밀하기에, 내가 느끼는 그 불편은 학교 폭력 상황의 불편함으로 치환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모든 게 잘 해결되는 결말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문제임을 드러내는 결말이 무척 인상 깊다. 작가의 깊은 연륜을 보여주는 듯했다.
초등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2023.11.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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