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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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오야마 세이이치로 / 한수진 역 / 리드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붉은 박물관에서 잠시 잠들 뿐.


아이들과 논술 과정을 다룰 때 빠뜨리지 않는 수업은 바로 ‘고정관념’에 관한 수업이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으로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잘못 판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에 내 고정관념이 합쳐지면, 오판하기 쉽다. 그래서 눈 똑바로 뜨고 깊이 있게 바라보아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사실 눈을 뜨고 있기에 잘못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붉은 박물관>은 미궁에 빠졌거나 미결된 사건을 다룬다. 오랜 미제사건을 다루는 사람은 바로 ‘붉은 박물관’의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관 데라다 사토시다.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졌지만 내근만 해왔던 사에코와 경시청 수사 1과에서 좌천된 사토시. 오랫동안 미제가 된 사건이나, 종결되었지만 기한을 넘긴 사건의 수사 서류와 증거품은 모두 ‘붉은 박물관’으로 자료가 옮겨진다. 사에코와 사토시는 박물관으로 들어온 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는데, 그 과정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하거나, 이미 종결되었다고 알려진 사건의 진범을 잡는다.


이 책은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담는다.


[빵의 몸값]

나카지마 제빵 주식회사에서 만든 빵에 누군가 바늘을 넣는 사건이 발생하고, 1억 엔을 지불하라는 범인의 요청에 나카지마 사장이 범인에게 1억 엔을 직접 전달하는데, 폐가에서 범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카지마 사장이 사라지고, 그는 며칠 뒤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절대 범인일 리 없고, 절대 의심해선 안 되는 사람이 범인일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내용이다. 사에코와 사토시의 첫 수사이지만, 그저 앉아서 거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사에토의 추리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에토가 본 모든 정보를 독자도 함께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수일기]

범인이 쓴 일기가 붉은 박물관에 들어온다. 다카미 교이치의 일기인데, 옛 애인 마이코가 집 배란다에서 죽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녀가 임신 중임을 알고, 의심스러웠던  범인인 오쿠무라 교수를  찾아내어 그를 죽였다는 일기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게 쫓기다 차에 치어 죽는다. 사에코는 범인의 일기에서 의심스러운 두 가지 부분을 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뀌게 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리고 범인이 일기를 통해서 숨겨야 했던 것은 무엇일까? 물론 범인이 일기를 남기면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이 의문이다.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토시가 운전 중에 난 사고를 목격하는데,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자신이 25년 전 일어난 교환살인의 범인이라고 말한다. 그 단서 하나로 사토시와 사에코는 과거의 범죄를 뒤지면서 관련한 사건을 찾는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진실과 달랐음을 깨닫는다.


-가장 복잡하고 난해했던 부분이다. 물론 설명이 쉽게 되어 있지만, 두 번은 읽어야 했다. 처음에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 있으며, 바뀐 사람으로 이해하며 읽다 보면,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불길] 

일곱 살 딸 에미리가 유치원에서 1박 2일 캠프를 간 날, 에미리의 집에서는 불이 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이모가 불에 타 죽는다. 죽은 세 사람의 몸에서는 청산가리가 나왔으며, 식탁에는 네 사람 분의 찻잔이 놓여 있다. 엄마는 임신 중이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네 번째 찻잔은 누구 것이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죽인 걸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불에 탄 세 사람의 시체, 뱃속의 아기, 아빠와 이모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이야기는 보이는 것을 당연히 믿어버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작품이다. 


[죽음에 이르는 질문]

다마가와 하천 부지에서 24세의 젊은 남자가 피살된 채 발견된다. 죽은 모습과 나이, 범행 날짜까지 26년 전의 살인과 동일한 사건. 심지어는 범인의 실수로 보이는 흔적까지 똑같은 사건이었다. 경찰은 붉은 박물관을 찾아 24년 전의 자료를 둘러보는데, 검찰의 감찰관 효도가 찾아와 히이로 사에코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뜻하지 않은 범인을 만나면서도, 범인의 어릴 적 경험을 돌이켜 보면 또한 연민이 생긴다. 학대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일이라기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아픔을 알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이 책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수사관, 탐정이 범인과 줄다리기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재수사하기에, 홈즈와는 전혀 다르고 포와로와도 다른 입장에서 사건을 마주한다. 수사일지를 통해서 수사를 하고 간혹 필요한 증언을 사토시가 받아오는 정도다. 천재 탐정인 사에코는, ‘붉은 박물관’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이 책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히이로 사에토는 편안한 책상 탐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사에코 경정과 사토시, 그리고 독자 모두가 사건 내용을 같이 듣고 똑같은 단서를 쥐고 추리를 시작한다. 셜록 홈즈가 “음… 그랬단 말이지.”하면서 자기만 알고 있는 단서를 마지막에 밝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책 뒤의 평론가의 말처럼- 책 속 인물과 독자가 공평한 출발선에서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추리력, 논리력,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을 멋드러지게 경험할 수 있다. 두 수사관과 독자의 추리를 비교하면서, 누가 먼저 맞히나 내기하듯 읽어도 좋다.


물론 몇몇 이야기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특히 범행 동기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동기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둔 채 그런 범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는 일도 많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읽어도 좋겠다.


그럼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사건을 대하고 해결하는 두 사에코와 사토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미있다.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은 절대 정답이 아니며, 범인이라 단정지은 사람은 결코 범인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돌다리도 조심조심 두드리며 읽는 재미가 있다.


370쪽의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매일 하나씩, 닷새씩 일어나가다 보면, 추리소설에 대해서 우리가 가졌던 수많은 고정관념이 하나하나 제거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관장 사에코와 수사관 사토시의 어색한 케미가 잘 어울리는데, 이 둘에게 애정이 듬뿍 생긴다. 책 뒤의 평론가의 글을 읽어 보면, 2022년에 후속편이 나왔다고 하니, ‘리드비’에서 출판하리라 기대해 본다.


아, 일본 방송 T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는데, 아마도 OTT 어딘가에 있으리라. 얼른 찾아봐야겠다.


2023.10.1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붉은박물관

#오야마세이이치로

#리드비

#본격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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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0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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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맥 바넷 글 / 존 클라센 그림 / 이순영 옮김)


그 유명한 맥 바넷의 그림책입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독서에도 성장과 순환이 있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으로 시작하여 동화책으로, 청소년이 되면 청소년 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 성인이 되면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로 나아가지요. 그 뒤는 문학과 에세이, 계발서와 시집을 오가다가, 나이가 더 들면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온답니다. 그리고 독서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그림책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노화에 따른 노안으로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텍스트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지요. 또한 사건, 내용,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속도’에 얽매는 독서가 아니라, 여유를 갖고 내 삶의 속도에 맞춘 독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독서의 완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북극곰’에서 받은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이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긴장과 공포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초조하고 불안이 찾아오지만, 마지막에 해소되는 과정까지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튼튼하여, 읽고 말하고, 듣고 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작품입니다. 당연히, 그런 작품은 드뭅니다.




다리밑에 살고 있는 트롤은 며칠 동안 쫄쫄 굶었습니다. 버려진 가죽장화와 배꼽에 고인 고름만 먹고 며칠 버틴 트롤은 지나가는 염소네 막내를 잡아먹으려 먹으려 합니다. 트로는 염소에게 겁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궁리하지만, 막내 염소는 살이 더 많은 형이 올 거라며, 형이 더 맛있을 거라 합니다.


“좋아. 그럼, 넌 통과!”


캬, 애들에게 이 부분을 읽어줄 상상만 해도 벌써 신납니다. ‘그럼, 넌 통과!’ 그러면서 트롤는 자화자찬합니다. 막내를 잘 구슬린 자신이 천재라고요.





곧 작은 염소가 옵니다. 아까 걔 형입니다. 트롤은 역시 또 겁을 주며 어떻게 잡아먹을까 궁리합니다. 염소로 할 수 있는 온갖 요리를 상상해 보지요. 작은 염소는 곧 큰 형이 올 거라는 비밀을 말해줍니다. 훨씬 커서, 맛도 더 좋을 거라면서도. 트로는 ‘훨씬 더 큰 형’이라는 말에, 턱수염을 꼬다가 말합니다.


“좋아. 그럼, 너도 통과!”


트롤은 군침을 흘리면서 큰 형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더 큰 형’이라고 할 때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이야기의 결말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큰형은 누구일까요? 결말이 고파도 참으셔야 합니다. 읽고 말하고 들으며 이해하는 그 재미를 느끼셔야 합니다, 여러분.


—-


애들이 숙제를 안 해오거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으면, 애들에게 꾸중하지요. 애들은 늘 핑계를 대고, 대개는 그 핑계에 속아줍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핑계’라는 거대한 뒷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무언가, 누군가를 핑계로 지금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이겨낼 수 있다면, 혹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핑계는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이 틀림 없겠지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런 핑계는 통하지 않는답니다. 그게 아이와 어른의 차이인데, 아이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지만, 어른은 바로 그 핑계의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핑곗거리가 되고,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훨씬 더 큰 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포악한 트롤 앞에서, 핑계를 댈 수 있는 형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가요. 어려울 일이 있을 때 그 핑계로 찾아갈 수 있는 부모와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는 건,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일이기에,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 


—-


트롤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참 좋은 작품입니다.


며칠째 굶은 트롤은 막내 염소를 먹으려다, 염소의 말을 듣고 욕심을 부립니다. 훨씬 더 큰 형이 온다는 작은 염소의 말에, 지금의 기회를 놓친 것이지요. 한 번 놓친 버스는 돌아오지 않고, 그런 기회는 사라집니다. 염소에겐 참 안 된 일이지만, 트롤이 ‘지금’, ‘현재’에 충실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으려나요? 장화와 고름을 먹던 처지에서, 갑자기 기회가 생기자 허황된 가능성에 기대고,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버렸습니다. 그럴 처지가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결정이 그렇습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연예인 걱정을 하고, 지금 당장 돈이 없지만 카드를 긁어대며,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잠이나 자고 보는 거지요. 애들이 하는 속된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트롤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염소 삼 형제가 다리를 건너는 이야기입니다. 다리는 건너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아래에 트롤이 버티고 있으니까요. 지혜를 쓰든, 힘을 기르든, 덩치를 키우든, 트롤이 지키는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습니다. 세상 이치가 늘 그렇듯 말이죠.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어려운 것을 배우고 나아가는 모든 과정은, 결국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과정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고 또 위험하겠지만, 그렇게 건너간 뒤에 우리 자신은 한층 더 성장하고 있을 테지요. 건너간 뒤의 나는, 이전의 나와 결코 같을 수 없을 겁니다.


—-




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런 주제로 함께 나눈다면, 이쯤되면 그림책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읽은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요?


무엇 하나 빠뜨릴 것이 없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을 읽으며, 참 행복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생각을 하니, 어디에서 어떤 말투로, 어떤 표정으로 읽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전연령대에게 권합니다. 각 연령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제로 풀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주최자가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좋은 주제를 찾아낼 겁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북극곰’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2023.09.28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전래동화

#옛이야기

#추천그림책

#트롤과염소삼형제

#도서출판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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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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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사람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정’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나의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부모와 자식으로, 교사와 학생으로 지내야 하기에,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틀’안에서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안주하고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가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곳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그곳에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이겨내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자라면 군대가 그럴 것이고, 직장이나 단체가 그런 계기가 된다. 물론 학교나 소집단도 가능하리라.


여행, 여정, 원정


홀로,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여정에서, 새로운 사람과 환경과 사건을 만나고, 그것을 접하고 흘러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변화한다.


나는 <페어리 테일>이 그런 여정을 다루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인공 ‘찰리’가 크게 변화한 건 없다.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성장은 매우 크다. 찰리는 그 원정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페어리 테일2>는 우물 안으로 들어간 찰리가 엠피스에서의 여정을 보여준다. 레이더를 다시 젊게 만들기 위해 해시계로 가는 여정, 그 과정에서 만난 고마운 이들과 왕족, 그리고 흉측한 이들을 만난다. 그곳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레이더는 성문 밖으로 보내지만, 밤의 병사들에게 붙잡힌 찰리가 ‘페어 원’이라는 토너먼트 경기에 참여하여 잔혹한 일을 저질러야 하는데, 모험과 시련 앞에서 보여주는 고민과 결단이 찰리를 성장시킨다.


페어 원 1차 경기에서 살아남은 동료들과, 기발한 방법으로 밤의 병사들을 물리치며 성을 탈출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나서고 희생하며, 자신이 예언 속의 왕자임을 받아들인다.


두 개의 달이 만나는 날, 플라이트 킬러가 지하의 괴물을 불러와 세상을 망가뜨릴지도 모르는 상황, 과거 엠피스의 왕족 리아와 찰리, 레이더와 동료들은 성에 갇힌 이들을 구하고 플라이트 킬러(엘든)을 없애기 위해 다시 딥 말린으로 들어간다. 마치 우물 안으로 들어갈 때처럼.


<페어리 테일> 1권은 스릴러였다면, 2권은 액션에 가까웠다. 그러면서 딥 말린에 갇힌 찰리와 31명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척 독특한데, 여러 인물이 겹쳐나오기에 잘 기억하고 적어가며 읽으면 좋다. 그들이 딥 말린을 탈출할 때 보여준 용기와 희생을 이해하려면 말이다.


이 책에 가장 큰 스포를 한다면, 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알고 본다면, 마음 졸일 필요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또 하나의 스포를 한다면, 동화같은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으니 이또한 참고하며 읽으면 좋겠다.


동화를 적극 활용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동화 속 악당과 괴물에 관한 묘사가 매우 리얼하고, 자극적인 표현도 많기에, 중3 이상의 청소년들이라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세상에 다녀왔다. 하늘이 있는 드넓은 지하세계, 또 그 아래의 세계,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 곤충들. 읽는 내내 새로운 세계와 그 속의 수많은 인물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정교하게 넣은 스티븐 킹의 역량에 감탄한다. 이야기의 내용과 구조를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려는 주제와 작품의 문학적 깊이까지, 찰리와 함께 성장한 스티븐 킹을 만나길 추천한다.


2023.09.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황금가지








레이저를 다시 젊고 건강하게 만들고, 성문이 닫힌 뒤 딥 말린에 갇힌 찰리.

서로 죽여야만 사는 32명의 토너먼트 대회.

16명의 죄수들과 함께한 탈출


두 개의 달이 만나, 어둠의 우물을 열기 전에, 엘든 플라이트 킬러를 죽이러 다시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찰리와 레이더, 리아, 에리스, 자야, 아이오타, 스냅.

플라이트 킬러를 맞닥뜨리더라도, 그의 운명을 공주님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찰리를 구한 엄마의 헤어드라이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302)





[수령인증]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페어리 테일1>을 다 읽자마자, 황금가지에서 2권을 보내주셨습니다. 2권을 읽고 싶은 급한 마음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1권에서, 주인공 찰리가, 충직한 늙은 개 레이더를 데리고, 우물 속 세상으로 들어갔지요. 거기서 아드리안 버디치가 남긴 표식을 따라, 여러 사람을 만나며, 중심 도시로 들어갑니다. 수많은 사람이 피난을 떠나는데, 개를 위해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는 찰리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2권이 마지막이니, 여기서 뭔가 결말이 나겠지요? 어떤 동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떤 동화 속 인물과 마주할까요? 찰리는 예정된 그 왕자가 맞을까요? 그리고 레이더는 어떻게 될까요? 동화 속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1권에서 뿌려놓은 수많은 쿠키 조각을 따라가며,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황금가지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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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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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1>(스티븐 킹/황금가지)

두 권으로 이뤄진 책이다. 1권이 먼저 왔는데, 온 지 이틀만에 책을 다 읽었다. 그만큼 푹 빠져드는 책이다. 내가 책을 읽은 건지, 영화 한 편을 본 건지, 아니면 엄청난 사건과 세상을 엿보고 온 건지 알 수 없지만, 내가 엄청난 뭔갈 봐버린 것임에는 틀림없다.


<페어리 테일>은 정말이지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스티븐 킹의 여러 작품이 겹쳐보이고 (특히 ‘IT’) 분위기가 기묘한 이야기, 반지의 제왕, 호빗도 겹쳐 보인다. 뭐라 정의할 수 없지만, 익숙한 느낌이며, 나를 책 속 세상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마력의 작품이다. ‘사건’과 ‘여정’, 익숙하고 편안한 흐름으로 이어지지만, 마음 편히 읽을 수는 없다. 긴장을 유지하며, 다음 쪽을 펼치게 만든다.


게다가 설정이 기막히다.


엄마의 죽음과 아빠의 알코올 중독

어려움을 딛고 선하게 자란 17세 소년,


그리고 멀리 이웃한

공포스럽고 이상한 저택


그곳에 사는 괴팍한 노인

그의 늙은 개


저택 속 금고와 출처를 알 수 없는 금알갱이

비밀을 간직한 창고 속 우물


1권의 주요 사항인데, 이런 설정으로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책을 손에 쥐면 쉽사리 놓을 수 없다.


화자이자 주인공은 17세 소년 ‘찰리’, 야구부와 미식축구부이기도 하지만, 선량하고 성실한 소년이다. 괴기스런 저택에서 들리는 개가 짖는 소리에 다리를 다친 버디치 노인을 도와주며, 찰리와 버디치 노인의 관계가 시작된다. 의심많은 노인이지만, 성실하고 선량한 찰리에게 의존하며, 늙은 게 레이더를 부탁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버디치 씨의 엄청난 황금과 숨긴 진실이 있음을 알아낸다. 찰리는 늙은 암캐 레이더를 돌보며 깊은 정을 쌓는다. 또한 버디치 씨를 위해 은밀하고 비밀스런 일을 대신해주며, 찰리와 버디치의 관계는 더욱 깊어진다. 마취와 마약성 진통제 때문에 무심코 나온 말, ‘밀가루통은… 아니다.’, ‘창고에는 들어가지 마라.’는 말로, 노인이 숨긴 뭔가가 있음을 직감한 찰리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리고 살 날이 며칠 남지 않은 레이더를 위해, 찰리는 어떤 결심을 하는 걸까?


작품에 대해서 자세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 무엇을 말해도 중요한 스포가 될 것이 뻔하다. 감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정말정말 매력적인 책이란 점이다. 책의 중반 이후까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는 대로 흘러가지만, 선의와 그 속에 숨겨진 작은 궁금증이 이 책을 끌어가는 묘미가 있다. 찰리와 버디치에게 일어나는 사소한 변화와 소소한 사건이 도미노처럼 일어나며, 숨겨진 거대한 진실이 드러나는데…


현실과 판타지가 교체되며, 현실과 가상을 뒤바꾸는 신비로운 체험이 일어난다.


찰리가 떠나는 모험의 여정이, 금전적 이익이 아닌 늙은 개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함이며, 순수한 호기심과 모험심에서 시작했기에, 이 여정을 함께 하는 일이 즐겁다. 하지만 초반에 나왔던 약간의 걱정과 불안이 책의 뒤로갈수록 찰리를 엄습할 듯하고, 그 때문에 고난과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리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엠피스와 해나, 그곳에서 악을 무찌르는 왕자가 되어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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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의 후반까지 지독히도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토록 자연스러운 동화로 흘러갈 수 있는가? 감탄을 자아내며 읽을 수밖에 없다. 왜 ‘스티븐 킹’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작품!


띠지에 나온 내용에 따르면 이 책을 영화로 만든다고 한다. 책이 이미 영화인데? 영화적인 요소가 풍부하기에, 두꺼운 책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잘 읽으리라.


소년의 착한 행동, 유산을 물려준 미스터리한 노인, 그가 숨긴 슬프고 아름다운 진실, 사랑하는 개의 회춘을 위해 동화 속 세계로 뚜벅 걸어가는 주인공. 동화 속 세상의 동화같은 인물들. 나는 내가 읽고 본 것을, 지금도 믿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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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73)

꽤 중요한 복선인 것 같은데, 겁쟁이는 버디치 자신을, 용감한 사람은 찰리를 의미하는 듯하다. 2권에서 나올 내용이 기대된다.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387)

동화 속 세상에 찾아온 암울한 시기, 그 속에서 밝게 빛나는 선한 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수많은 동화 속에 함께 들어온 것 같은 아름다운 경험이다.





자, 이제 2권을 읽어야겠다.


2023.09.15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황금가지


용감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돕지. 겁쟁이는 선물만 가져다주고 그만이지만. - P73

선한 사람들은 암울한 시기에 더 밝게 빛난다는 것. -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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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이가 사라졌다 새싹동화 16
임수경 지음,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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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영이가 사라졌다>(임수경 글 / 김혜원 그림 / 뜨인돌어린이)


무영이가 사라졌다. 고작 열두어 명 정도 되는 반에, 한 사람이 며칠째 결석하고 있으니, 그 빈자리가 커진다. 무영이가 학교에 안 올 수록, 아이들은 무영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가 자기 탓인 것 같다. 무영이는 결석했지만, 아이들은 온통 무영이 얘기다. 글의 후반까지, 무영이가 나오지 않는 무영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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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길, 한결이는 등교 시간에 늘 마주치는 무영이를 만나지 못해 궁금해 한다. 민서는 엉망진창이 된 책장을 보며 무영이의 빈자리를 느낀다.


1교시 국어시간, 아이들이 선생님께 무영이는 왜 학교에 안 오냐고 묻자, 선생님은 무영이가 오면 물어보자고 한다. 아이들은 저마다 무영이가 자기 때문에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 한결이는 며칠 전 국어시간에 읽기 흐름을 놓친 무영이를 나무라던 게 생각 나,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고, 2교시 수학시간, 지유는 자신이 받은 스티커를 무영이이게 주지 않아서, 무영이의 결석이 자기 탓 같다.


3교시 체육시간, 재원이는 며칠 전 체육시간에 꼬리잡기 놀이에서 무영이 꼬리를 얼른 잡아버린 일이 떠오른다. 4교시 슬기로운 생활 시간, 민서는 클레이로 만든 아이들 얼굴을 만들 때, 무영이가 얼굴의 작은 점을 넣지 말라는 부탁을 무시한 일이 떠오른다.

점심시간, 급식을 먹을 때 수저를 찾지 못한 지유는 늘 수저를 챙겨주던 무영이의 빈자리를 떠올리고, 간식으로 나온 요거트 뚜껑 따기에 힘겨워하던 아이들은, 용케 뚜껑을 잘 따던 무영이가 생각난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드디어 기다리던 무영이가 학교로 왔다. 5교시가 끝나자, 아이들은 무영이에게 달려들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데, 과연 무영이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며칠이나 학교를 빠지고, 이렇게 늦게야 온 걸까?


그 반전은 책을 읽고 느끼길 바라며, 밝히지 않겠다.



“정직한 사과는, 사과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하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아지게 만든다.”


이 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아이들이 무심코 했던 말에 상처받은 아이들, 그리고 그걸 뒤늦게 깨달은 아이들은, 마음을 담아 사과한다. 그 사과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서로가 위안을 받고 관계가 회복한다. 그것은 무영이와 선생님의 관계도 그러한데, 무영이가 학교를 빠졌던 이유와 무영이의 말을 찬찬히 읽다 보면, 진심이 담긴 사과가 가진 힘을 알 수 있다.


어른도 아이도, 완전하지 않기에, 늘 실수하고 잘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는 그냥 그렇게 만들어졌기에, 매번 사과하고 용서를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우리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 해야 할 일을 따져보면 세 가지다.

1.진심이 담긴 사과

2.그에 대한 책임

3.재발 방지 대책


범죄나 사고가 아닌, 크게 마음 쓸 일이 없는 사소한 일이라면, 대부분 1번에서 충분히 끝날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1번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상황은 자기 입장에서 바라보고, 타인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래 그렇다. 커다란 자기 허물은 작게 보이고, 티끌 같은 타인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 그래서 입장을 좀 바꿔보고 공감하는 힘이 어릴 적부터 필요하다. 그 힘은 수많은 경험과 함께 독서를 통해서 생긴다. 정말 그렇다.


저학년 동화를 펼치며, 오래 전 읽었던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성석제)가 떠오른다. 황만근 없이 진행되는 황만근의 이야기. 없으면 안 되는 존재이면서 없었던 황만근 이야기와 무영이 이야기가 닮았다. 없을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아이들. 곁에 없을 때라야 비로소 그 존재감이 생기는 아이들. 그래서 있을 때 잘해야 하고, 곁에 있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


빈자리가 큰 사람, 그 사람이 나에게 소중한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짧은 사과였지만 진심은 네 배로 담겨 있었어요. ”


잘못을 말하고 사과하는 일이 죽기보다 싫은 아이들이 있다. 그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며, 뭔가 책 잡히는 것 같아서다. 왠지 ‘을’이 된 것 같은 느낌. 하지만 사과해야 할 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는 힘, 그것이 얼마나 용기있는 일인지, 한 차례 더 크게 성장하는 일임을, 이 책을 읽는 아이들과 함께 나누면 좋겠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에게 꼭 읽힐 만한 도서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곁에 있는 가족과 친구를, 소중하게 귀하게 여기길 바란다.


2023.09.11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ddstone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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