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평점 :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애니 라이언스 / 안은주 역)
나이가 들수록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가 많다.
갑자기 온 연락은 늘 당황스럽고 황망하다.
잘 지낼 때는 별로 연락할 일이 없지만,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은 잘 지내지 못한 상황일 때가 많다.
잘 지내는 건 참으로 어렵다.
쫓기듯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건
그저 인사치레거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잘 지낸다는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문제와 오류와 불편이 있지만,
그런대로 사는 게 문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따라서
우리가 접하는 약간의 문제, 오류, 불편에
천착하기 시작하면,
약간이었던 것들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래서 약간의 것들은 조금씩 무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오로지 그것만 생각나듯이
무시하려고 하면 늘 떠오르는 법이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유도라 할머니가 깊이 파고든 문제는
바로 ‘죽음’이다.
유도라는
자신의 남은 삶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삶이라면
과감히 삶을 떠나려고 한다.
그것은 90세가 넘도록 사신 어머니를 모신
유도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유도라 할머니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옆집에 이사 온 로즈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삶의 끝자락의 끝자락에 닿기까지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85세의 유도라 할머니에게
인생 최고의 시간이 남아 있었을 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깨달을 수 있으리라.
당신 인생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살 만한 그 인생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작은 문제와 오류와 불편으로,
자신의 삶을 너무 어둡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죽음을 선택하려 한 순간 찾아온
삶의 가장 큰 행복은
유도라의 삶 전체의 줄거리를
바꿔놓는다.
작은 꼬마 숙녀 로즈가 보여준
순수함과 선의,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태도는
주변 사람들의 삶의 궤적 자체를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유도라와 로즈의 이야기로
삶과 독서의 궤적이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한스미디어에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식 출간본을 보내주셨다.
표지에 참 많은 의미를 담았다.
하늘빛 바다에 튜브를 타고 유유자적한 유도라 할머니의 모습은
그녀의 삶과 그 이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예쁘게 리본을 두르고, 선물처럼 다가온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섬세한 손길로, 귀한 책을 보내주신 한스미디어에 감사를 표한다.
—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즐겁고, 끝까지 읽어버리기가 너무나 아쉬운 책이다.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와 매기, 롭.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독서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따뜻했다.
이 책은 여든다섯 살 노인 유도라 허니셋의 이야기를 그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유도라는 자신의 삶을 끝내려 한다. 아흔 살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힘겹게 목숨을 부지한 엄마와 달리, 유도라는 삶의 끝을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 그래서 스위스 죽음 클리닉에서 온 존엄한 죽음에 관한 전단을 보고, 당장에 존엄한 죽음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러나 유도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앞집에 이사 온 로즈네 때문이다. 롭과 매기의 딸인 열 살 로즈로 인해 유도라의 삶이 달라진다. 남다른 패션 감각에 숨김 없지만 기발하고, 마음을 이해하지만 거침없는 로즈로 인해 유도라는 존엄한 죽음을 기다리기까지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내와 사별한 노인인 스탠리를 모임에서 만나는데,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 이 셋은 금세 절친이 된다. 이 세 사람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 책은 85세의 유도라의 삶과 어린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의 유도라의 삶이 교차 서술된다. 그러면서 유도라의 삶의 굴곡을 보여주며, 유도라가 자신의 삶과 죽음을 왜 그렇게 결정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도라가 겪은 충격적인 과거와 마주하면, 유도라가 품위와 예절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훌륭한 노인이라는 점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각 시기의 유도라가 느낀 감정과 선택,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해야 할 수밖에 없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품위가 느껴진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과 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그와 같은 논리로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음 앞에 경건하고 존엄한 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옳지만, 삶 앞에 겸손하고 존귀해야 하는 것 역시 옳다. 죽음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생각에 파묻혀 삶을 놓쳐버리지 말아야 한다.
스위스의 죽음 클리닉에 존엄사를 신청하면서, 유도라는 그곳의 상담사인 페트라와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 클리닉 사람들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놓쳐선 안 된다는 걸 단호하게 말한다. 존엄한 죽음은 삶의 회피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기에, 그것이 도피가 아니라 결말임을 말해준다. 결말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삶을 포기하지 말 것을 말하는 클리닉 사람들의 말은 매우 인상깊다.
85세 유도라 할머니의 이야기는 어린 소녀 로즈와 그 가족, 그리고 스탠리와 그의 가족, 여러 모임을 통해서 확장된다. 품위있지만 깐깐하고, 도도하지만 외로운 유도라가 진짜 삶의 행복과 가족,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얼마나 큰 위안과 행복을 주는지 깨닫는다. 물론 로즈와 스탠리가 내밀었던 손을 맞잡으며, 유도라는 그들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유도라에게 돌아온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도라와 베프가 된 로즈는, 로즈가 거동이 어려워 집안에서 지내자, 유도라를 자주 찾아온다.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로즈가, 유도라 할머니 집에 들어오면서 외치는 말이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죽음과 마주하며 그 아쉬움을 소중히 여기는 로즈. 로즈는 유도라를 통해 가족과 친구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었고, 유도라 역시 진짜 가족이 생겨 행복한 노후를 맞는다. 책 속 인물 하나하나가 참 소중한 캐릭터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웃음짓고, 같이 아파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삶의 마지막에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라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웠던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글밥이 많지만, 긴 호흡으로 엉덩이 붙이고 읽을 수 있는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당연하게 독서모임 회원분들과 함께 읽고 꼭 나누고픈 책이다.
요즘 일이 많아져서 좀 지치고, 감기를 앓으며 몸이 힘든 한 주를 보내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이 책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슴 따뜻한 책 한 권으로 편한 휴식을 선물해준 ‘한스미디어’에게 참 고맙다.
로즈가 만들어낸 참 아름답고 멋진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우리요. 또봐또봐요.”
2023.04.14
*한스미디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유도라허니셋은잘지내고있답니다
#페이지터너
#힐링
#재미
#감동
#소설추천
#도서협찬
#한스미디어
#유도라허니셋
#유도라허니셋은잘살고있습니다
#EUDORA_HONETSE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