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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ㅣ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4월
평점 :

<오래된 골동품 상점>(찰스 디킨스 / 스푼북)
스푼북 출판사의 서포터를 하면서 읽는, 찰스 디킨스의 다섯 번째 책이다. 열 권 모두를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찰스 디킨스의 전설적인 도서 ‘오래된 골동품 상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십몇 년 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출간된 날, 많은 사람들이 해리 포터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기다리며, 서점 앞에서 줄을 섰던 일이 있었다. 당연히 해리가 죽는 결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한참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고, 수많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해리를 살려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일이 이미 100여 년 전에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 소녀 ‘넬’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악인인 ‘퀼프’는 어떻게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뒷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책을 실은 영국 배가 대서양을 거쳐 미국에 도착하기를,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이 책의 가진 당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한 책은한두 권밖에 없고, 어린이 도서는 전무한 상황에서, 스푼북에서 이 책이 아동용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은 ‘넬’과 그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골동품 상점에서 일하는 ‘키트’, 그리고 천하의 악당인 ‘퀼프’와 변호사 ‘샘슨’, 그의 직원 ‘리처드’ 등이다. 물론 넬과 할아버지가 떠돌아 다니다 만난 인형극단 사람들과 교사 마턴, 목사 등 매우 큰 비중을 지닌 인물이 많기에, 다채로운 인물과 그 특징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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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데, 할아버지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도박에 손을 댄 할아버지는 악당 퀼프에게 돈을 빌리지만, 그마저도 다 잃고, 퀼프에게 전당포를 빼앗긴다. 할아버지는 넬을 데리고 도망치듯 런던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인형극단 사람들과 지내기도 하고, 교사 마틴을 만나 교회에 딸린 건물에서 일하며 점차 안정을 찾는다. 퀼프는 넬과 할아버지를 내쫓고, 눈물을 글썽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꼴을 꼭 보고 싶었지만, 그들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걸 보지 못한 것을 못내 서운해 한다. 그래서 골동품 상점 직원이었던 키트를 곤란에 빠뜨리는데, 이 사실을 안 갈런드 가족이 진실을 밝히고, 키트를 구한다. 그리고 퀼프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 후 넬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키트는 넬에게로 향하지만 가여운 넬은 그만 죽음을 맞는다. 키트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절대로 잊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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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속 악당 ‘퀼프’처럼, 그저 악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 본다. 물론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순수하게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순수하게 악한 이들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순수한 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퀼프’다. 퀼프는 돈 많은 상인이지만, 이기적이고 비열하다. 작품 속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악당이 아니라, 악을 즐기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을 이용해 그들을 자기 권력 아래 두고 괴롭히며,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수긍이 가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퀼프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이 바로 ‘넬’이다. 넬은 착하고 순수하며, 도덕적인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 퀼프가 만들어낸 어려움 속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시련에 맞서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한다.
넬과 퀼프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넬은 순수하고 선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 노력한다. 퀼프는 음흉하고 악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악용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한다. 넬은 평화를 꿈꾸지만 퀼프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꿈꾼다. 최후의 순간에 넬이 여러 사람들의 애도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퀼프는 시커먼 강물 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갔다. 그 이후로도 넬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 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면, 퀼프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는, 행복한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살기 어렵다. 혼자서 악할 수 있지만, 홀로 선할 순 없다.
우리 어린이들이 스푼북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통해, 백 년을 건너 도착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작품과 마주하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여러 인물을 자신에게 대입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3.04. 14
*스푼북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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