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붙게 해 주세요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95
이로아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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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붙게 해 주세요>(이로아/미래인)


이 책의 배경인 기순고등학교라는 폐쇄적 공간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새로 부임한 교장은 학교를 ‘정상화’하겠다는 명목 아래 강압적인 교칙을 부활시키고, 학생들의 개성을 지우려 한다.


기순고는 ‘정상화’라는 명목으로 화장과 액세서리 착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강제 야간 자율 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일상마저 획일적으로 통제한다. 특히 두발 규정이 무척 가혹한데, 타고난 머리카락 색이 밝은 아이에게조차 규정 위반이라며 검은색 염색을 강요하는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아이들의 고유한 존재를 부정하며 억압한다. 기순고는 성소수자 학생들을 색출해 내쫓는 폭력을 ‘소독’이라 비난하며 아이들의 차별을 조장한다. 이는 아이들의 정체성을 짓밟는 가혹한 억압이다. 사랑이라는 고귀한 감정을 치워야 할 오염물로 취급하며 ‘정상화’를 강요하는 학교의 비정한 태도는, 결국 우리 사회가 소중히 여겨야 할 인간의 존엄과 다양성을 무너뜨리는 일일 뿐이다. 작품은 학생들의 개성과 순수함을 ‘소독’해야 할 대상으로 취급하는 학교의 폭력적이고 위선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서 ‘청소’나 ‘소독’이라는 위생적인 단어들은 소수자를 배제하고 다양성을 압살하는 폭력의 도구로 돌변한다. 20년 전 그들이 자행했던 ‘소독’이 누군가의 삶을 앗아갔듯, 현재의 ‘정상화’ 역시 학생들의 숨통을 조여온다. 시대가 달라졌어도 사람들의 인식은 제자리이고, 피해자의 고통은 그때와 다르지 않았다. 책은 이 비정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 틈새에서 피어나는 아이들의 호기심과 순수함이 차별과 혐오를 어떻게 바꾸어내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현실적인 생존 본능으로 똘똘 뭉친 윤나가 있다. 윤나는 학교 샤워실에서 비밀 염색 가게를 운영한다. 학교 교칙을 혐오하면서도 자신은 그 교칙을 성실하게 따르고,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의 교칙을 따르지 않는 모습을 이용해 용돈벌이와 미용 실습을 한다. 초반에 다소 영악한 아이로 보이지만, 20년 전 사라졌던 학생인 순지에 빙의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한다. 윤나는 뒤로갈수록 차별과 혐오에 맞서고 작은 용기를 내어 학교의 소독 정책에 대항한다.


억압적인 야간 자율 학습에서 벗어나기 위해, 윤나가 도서관에서 강령술까지 읽으며 소환한 20년 전의 전교 1등 귀신, 백순지와의 만남은 이 소설의 변곡점이다. 윤나와 순지의 만남(실은 빙의)는 윤나가 타인의 고통을  자기 몸의 감각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으로 나아간다.


작품 속에서 아이들의 머리카락은 정체성과 저항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혐오에 상처 입은 현서의 머리를 윤나가 직접 밀어주는 장면은 이 소설의 백미로, 삭발은 파괴가 아닌, 억압에 맞선 가장 용기 있는 행동이다. 과거의 순지와 현재의 아이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손을 잡는 모습은,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기억에 얼마나 큰 가치가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은 청소년 소설로 소개하지만, 아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 자신의 색깔을 지키려던 모든 영혼에게 건네는 따뜻한 위로다. 개인적인 깨달음이 광장을 만들고, 그 광장에서 나누는 연대의 온기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윤나’들에게 이 아름다운 연대의 이야기를 기쁜 마음으로 추천한다. 차가운 교실 바닥의 틈을 뚫고 솟아오른 민들레 같은 이 아이들의 목소리가 당신의 서가에서도 환하게 빛나기를 소망한다.​​​​​​​​​​​​​​​​


2026.02.17


#귀신붙게해주세요 #이로아 #미래인 #청소년소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를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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