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서로 우리학교 상상 도서관
위해준 지음, 모차 그림 / 우리학교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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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서로>(위해준/우리학교)


내 삶을 다른 사람의 삶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이런 매혹적인 상상 뒤에는 사실 지금의 나를 부정하고 싶다는 아픈 외침과, 동시에 나답게 살고 싶다는 간절한 갈망이 공존한다. 위해준의 <만약에 우리 서로>는 얼굴은 똑같지만 마음의 무늬는 전혀 다른 두 아이가 잠시 인생을 맞바꾸며 겪는 이야기다. 역할 바꾸기라는 고전적인 설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자기다운 삶의 실존적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가난하지만 꿈을 품고 사는 남우리와 유복하게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조이랜드의 마스코트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늘 외로운 윤서로는 어느 날 우연히 똑같이 생긴 서로를 발견한다. 두 아이는 서로의 삶을 부러워하며, 각자의 결핍을 채우기 위해 잠시 인생을 바꿔 살기로 한다. 우리는 서로가 되어 힘든 스케줄과 경쟁의 부담감을 느끼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차가운 고독을 마주한다. 서로는 좁고 낡은 히든 구역에서 지내지만, 따스한 정과 자유를 경험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아이들은 타인의 삶이 주는 낯선 무게를 통해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고, 자신이 원래 서 있던 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과연 두 아이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리고 조이랜드와 히든 구역의 허울과 비밀을 파헤칠 수 있을까?


윤서로는 화려한 성 같은 ‘이터널 팰리스’에 살면서도 정작 마음은 길을 잃은 텅 빈 섬 같아 보였다. 수재민으로 잠시 조이랜드에 머물며 히든 구역에 숨은 채 살아야 하는 우리는 춤을 사랑하고 자기다운 삶을 꿈꾸지만, 기회가 없었다. 우연한 기회에 우리와 서로는 각자의 옷을 바꿔 입고서야 자신이 알지 못했던 삶의 이면을 마주한다. 타인이 되어 직접 그 삶의 무게를 견뎌보는 시간이 새로운 자신을 찾는 과정이 된다.


작가가 설정한 ‘우리’와 ‘서로’라는 이름의 결합은 정말 오묘하다. 홀로 있을 때는 ‘우리’와 ‘서로’라는, 그저 이름에 불과했던 두 존재가 만나 ‘우리 서로’라는 온전한 관계를 이룰 때, 비로소 개인을 넘어서는 관계의 연대가 시작된다. 이는 ‘나’라는 존재가 ‘타자’라는 거울을 통해서만 온전히 완성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들의 슬픔을 내 몸으로 앓아보는 과정은, 머리로만 이해하는 공감을 넘어선 실천적 공감의 시작이다.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두 아이가 서로 바꿔 살았던 시간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내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위해 허락된 ‘유예의 시간’이다. 이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아이들은 남의 인생을 동경하며 내 처지를 미워했던 못난 마음을 씻어낸다. 행복은 남의 자리를 탐내는 게 아니라 내가 서 있는 이 자리를 온 마음으로 사랑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길어 올리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두 아이는 고통스러운 각성을 통해 배워간다.


이 작품이 더욱 빛나는 이유는, 단순히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것’만을 정답으로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돌아간 그 자리에서 무엇을 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태도의 변화다. 우리와 서로는 서로의 삶을 경험한 이후, 더 이상 예전의 그 아이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타인의 고통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이 책을 덮는 아이들 역시, 내 옆에 서 있는 친구의 삶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나 자신의 삶 또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가 진정 바꿔야 할 것은 삶 자체가 아니라, 그 삶을 대하는 우리의 시선이라는 메시지를 아이들이게 따뜻하게 알려준다.


2026.02.0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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