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킷 -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 수상작 텍스트T 7
김선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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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킷>은 위즈덤하우스 청소년 문학 일곱 번째 책이자, 제1회 위즈덤하우스 판타지 문학상 청소년 부문 대상을 받은 도서다. 사실 1회이기에 좀 의심을 하기도 했지만, 애들이 그토록 좋아하는 <오백 년째 열다섯>을 낸 출판사의 판타지문학 시리즈이기에 그런 느낌의 연장선이라 생각하며 읽었다.


대개의 판타지가 그렇듯이, 이 책도 현실에서 딱 한 가지만 판타지 요소로 바꾸었다. 그것은 존재감이 떨어지는 아이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기 시작한다는 설정이다. 그런 사람을 ‘비스킷’이라고 부른다. 왕따든, 가족들에게 소외되든, 어떤 식으로든 외톨이가 되는 사람은 주변 사람의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청각이 매우 뛰어나고 예민한 사람(성제성)에게는 비스킷의 소리가 들리고, 시각이 매우 좋은 사람(덕환이)에게는 살짝 보이기도 한다. 예상했듯이, 제성이와 덕환이는 친구이며, 그 사이에 효진이도 있는데, 효진이는 비스킷의 냄새를 맡으려 연습 중이다. 이 세 사람은 주변의 비스킷을 구조하고 도와주는데, 이 세 사람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크다. 물론 그 외에도 창성, 박 간호사, 여사님 등 독특한 인물이 많다. 작가가 작품 준비에 얼마나 큰 공을 들였는지가 느껴진다.


이 작품에서 보아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스킷’이 된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제성, 덕환, 효진, 그리고 창성이, 이 네 사람의 인물이다.


이 책 속 ‘비스킷의 특징을 생각하다 보면, 사실 ‘비스킷’보다는 ‘쿠크다스’가 더 어울리지만, 여러 이유로 바뀌었을 거라 추측한다. 쿠크다스는 살짝만 부딪혀도 형태를 유지하기 힘들다. 떨어지면 당연히 깨지고, 포장을 뜯는 과정에서 살짝만 어긋나도 원래의 모양은 사라진다. 조금 강하게 뜯는다 치면, 이게 쿠크다스였는지 과자가루인지 알 수도 없어진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비스킷, 쿠크다스 같은 사람들이 많다. 주변의 공격이나 소외, 행동이나 감정으로 인해 자기 속으로 숨어들거나 그 존재감이 사라지는 사람들 말이다. 가족의 학대와 주변 인물들의 외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홀로 숨어야 했던 비스킷들을 뜻한다. 남들은 다 견뎌내는데, 너는 왜 그러지 못하냐는 말은, 쿠크다스에게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겨난 사람도 있다. 그건 쿠크다스의 잘못이 아니기에, 우리는 할 수 있는 한 조금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다. 작은 충격에도 사라지는 비스킷, 그들의 사연을 들으면 바로 그들이 처한 상황에 마음이 아파온다.


청소년 판타지 문학에서는 중심 인물 한두 명이 많은 것을 해낸다. 그러면서 변화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많다. 이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책에는 그런 인물이 넷이나 있고, 내가 보기엔 이 인물들은 이미 다 변했고 성장했다. 특히 제성, 덕환, 효진, 이 세 사람의 케미가 신선하다. 여기에 추가될 창성은 좀 어리버리 하지만, 앞으로 큰 성장을 보여줄 것이 분명하다. 이 넷은 그저 나이만 어릴 뿐. 그러나 어른들은 자기들의 시선, 나이로만 아이들을 대하고, 아이들이 보고 듣는 상황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심지어 제성이를 정신병원에 가두기까지 하니 말이다. 참고로, 이 책 ‘비스킷’ 대부분의 내용은 제성이가 정신병원의 돌팔이 의사에게 작성한 글이다.


이 책에서 ‘비스킷’의 상황을 이해하며 추적하듯 보는 것도 재미있다.

3단계 비스킷까지 갔지만, 우연히 제성이 발견하여 돌아온 비스킷 ‘효진’

재능있는 첫째와 귀여운 막내만 챙기는 부모님 사이에서 존재감을 잃어가는 비스킷 ‘제제’

아빠의 폭력으로 엄마는 떠나고, 아직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사라지는 비스킷 ‘희연’

그리고 학교 폭력이나 주변의 무관심으로 소외되기 시작하는 주변의 아이들.

우리 곁에 있는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며, 우리가 바라보아야 할 대상은 무엇인지 깨닫게 한다. 얘들아, 너희가 봐야 할 것은 네모난 작은 기계가 아니란다.


미디어의 범람에, 그 속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이들은 엄청난 관심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이다. 각자 개성있고 아름답고, 능력과 재능을 갖추었으며, 우리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고 누린다. 고작 주변의 동네 친구들과 경쟁하던 과거가 아니라, 이 나라, 세계 전체에서 능력있는 아이들을 보며 자라는 것이다. 그걸 마냥 즐기는 친구들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이 비교되고 위축되며 괴로울 친구들도 있다. 비단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 부모들도 그렇다. 뛰어난 아이들과 자녀를 비교하고, 자신의 자녀와 학생들을 비교하며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아이들을 구분짓고 소외시킨다. 아직 모르는 특별한 재능이 누구에게나 하나쯤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지만, 그러지 못한 친구들은 약하디약한 쿠크다스, 비스킷처럼 자기 속으로,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모두가 잘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뭔가를 해보지만, 그마저도 비난과 야유, 조롱으로 돌아오면, 그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쿠크다스, 비스킷을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손을 내밀어 줄 만한 장치가 있어야 한다. 이 책은 분명 그 시작을 알리는 책일 것이다. 아이들이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이 비스킷일지라도,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작가가 책에서 깔아놓은 떡밥이 너무 많아, 미처 다 주워담지 못한 것 같은데, 아마도 2편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새로 합류한 이지안(조제)과 정신병원 탈출을 도와준 박 간호사와 여사님 이야기, 그리고 창성이와 아빠와의 관계, 효진이 아빠, 제성이 이모, 그리고 덕형이의 이야기까지, 숨겨진 뒷이야기가 상당할 것 같아 2권이 기대된다.


이 책을 한 번 읽었으니, 이제 어떤 방향으로 수업하며 풀어갈지 고민이다. 아마도 작품의 특징과 ‘비스킷’의 상징과 의미를 풀어, 우리 사회의 모습을 드러내는 과정이 되리라.


오랜만에 즐겁게 읽은 청소년 문학이다. 한 호흡에 쉽게 읽히는 작품이기에, 독서에 흥미가 없는 친구들에게도 가볍게 권할 만한 작품이다.


202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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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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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문학

#판타지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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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
마쓰자키 유리 지음, 장재희 옮김 / 빈페이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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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뢰딩거의 소녀>(마쓰자키 유리 / 장재희 역 / 빈페이지)


독특한 SF작품을 소개한다. SF면서 생명, 환경, 인간관계를 다루는 작품. 그리고 책에 수록된 모든 이야기가 여성의 서사로 진행되며,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어쩌면 마땅히 그래야 하는- 이야기. 바로 <슈뢰딩거의 소녀>다.


1. 65세에 반드시 죽음을 맞는 세계 <예순다섯 데스>

2. 수학 사용을 금지하는 왕국 <이세계 수학>

3. 꽁치가 자취를 감춘 미래 <꽁치는 가, 짠가>

4. 오징어 게임 ‘비판편’, 건강 지상주의 사회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5. Z 바이러스로 팬데믹이 일어난 대도시,그리고 양자 자살<슈뢰딩거의 소녀>

6. 나무 하나 당 사람 하나 <펜로즈의 처녀>


이 책 속에 총 여섯 편의 작품이 있는데, 각각 색깔이 분명하다. 소재가 완전 다르지만, ‘미래’와 ‘소녀’라는 점은 모든 작품의 공통점이다. 독자의 대상도 비교적 명확한데, 청소년, 영어덜트가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근미래의 사회상을 주재료로 하여, 그 속에 현실에 발담군 우리가 겪는 문제를 소스로 버무린 작품이다. 하나하나가 개성있고 독특하다.


몇몇 작품은 영화로 만들어도 될 만큼의 재미와 서사, 사회 비판을 담고 있다. 게다가 매우 어려운 과학을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또 적당한 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기에, 깊이 파고들자면 얼만든지 얘기할 거리가 있는, 상당히 유연한 작품이다.


여섯 가지 이야기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가지를 간단히 소개해 본다.


[예순다섯 데스]

-65세에 죽음을 맞는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한 단편이다. 인구 과잉으로 자원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세계는 인구 조절 방법을 선택한다. 그것은 65세까지만 살게끔 하는 방식이다. 특정한 병원균을 통해 모든 사람의 DNA의 텔로미어를 조정하여, 65세 전후로 사망케 하는 방식이다. 64세의 무라사키는 죽음을 앞두고 심리적 문제를 겪는 이들을 도와주는 불법 치료사로,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릴 적 만든 65리스트를 거의 다 이루었는데, 그때 만난 소매치기 소녀 사쿠라를 양녀로 받아들이면서 여러 사건에 휘말린다.-


이 단편은 설정이 무척 좋다. 예순다섯 생일에서 8개월 안으로 사망하는데, 비교적 짧은 생에서 해야 할 리스트를 정하고, 그안에 해내지 못하는 불안감을 잠재울 테라피스트를 찾는다는 설정. 유한한 삶을 살아야 하는 모두가 겪는 그 불안감은 과학이 고도로 발달해도 변치않을 것 같다. 65세에 세상을 떠나지만, 자신이 가진 모든 기술을 전수하는 무라사키와 사쿠라의 활약이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생생하다. 넷플릭스 단편 애니로 제작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이세계 수학]

-수학 쪽지시험에서 3점은 받은 에미. 수학을 좋아하고 잘하는 같은 반 남자애 다니야마가 신경 쓰인다. 수학이 사라지면 좋겠다는 외침에, 갑자기 어딘가로 순간이동을 한다. 이곳은 어디인가? 마침 만난 농부들이 낸 수학문제를 맞힌 에미는 수학 공식을 알고 있기에 ‘개방파’로 몰려 사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세계에서는 수학을 배우면 사형을 당한다니. 이때 위기에서 에미를 구해준 것은 다니야마를 닯은 쿠르트. 소피와 파울도 만나는데, 그들은 에미가 온 세계에서 모두가 수학을 배운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이세계에서 수학은 왕의 권력인데, 고작 9살인 왕이 이세계의 수학을 혼자서 해낸다. 왕은 어떻게 혼자 수학을 해내고 있는 걸까? 에미는 이들을 통해 수학의 재미가 어디에서 오는지 깨닫는다. 그리고 감옥에 갇힌 쿠르트와 소피, 파울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만약 점수로 평가받지 않았다면, 나와 수학의 관계는 어떻게 달라졌을까?”(134)


수학 점수가 낮아서 이세계로 갔던 에미. 수학이 좋아도 점수로 평가받는 지금 시대를 재치있게 비판한다. 이 단편은 중고등학생들에게 소개할 만한 작품이다. 수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다. 수학을 그토록 재미없게 가르치는 수많은 학교, 학원 교사들, 그리고 현행 교육 제도 때문이다. 수학을 답을 찾는 학문으로만 여기고, 그 과정과 답을 맞혔는지를 보는 시험 제도가 아니라, 문제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 답이 있는지 없는지를 알아가는 그 과정이 중요한데, 우리 교육은 그것을 간과한다.


“문제를 진득하고 끈질기게 생각하는 능력, 그게 진정한 소질이야.”(155)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이 단편을 읽는다면,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SF 단편을 통해서 말이다.



[꽁치는 쓴가, 짠가]

-화자인 지하루가 사는 시대는 AI가 발달하여 사람의 화장을 대체하고, 촉각과 후각, 미각도 공유 가능한 시대다. 지하루는 방학 숙제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 ‘꽁치’에 관심을 갖는다. 할머니의 추억과 꽁치 전문가와의 통화, 숯 전문가와 통화를 하면서, 이제는 잊힌 50년 전의 꽁치 구이를 3D 푸드 프린터로 재현해 낸다.-


미래가 이런 모습이라면, 좀 살만한 것 같다. 감히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원한다면 누구와 연락할 수 있고, 나이대에 따라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살 수도, 그리고 옛것을 보존하거나 추억을 회생하고, 사라진 문화를 복원하는 일도 가능하다. 작가가 그려내는 미래가 어둡지 않아서 반갑다.



[살 좀 찌면 안 되나요]

-뚱뚱하다는 이유로 회사에서 잘린, 고도비만녀. 일명 ‘리바운드’는 BMI 41을 자랑한다. 그녀는 정부에서 보낸 메일을 받고, ‘다이어트왕 결정전 제1대회’에 강제로 참가한다. 그곳은 고도비만인 다섯을 모아 음식과 트라우마로 유혹을 하고, 음식을 입에 대면 죽는, 마지막 남은 1인에게는 다이어트 시술과 5억엔을 주는 대회. 대단한 셰프와 먹방유튜버 등이 등장해서 이들을 유혹한다. 이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살 좀 찌면 안 되나요>는 주제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오징어 게임의 비만 버전인데 우스꽝스러운 설정과 전개 속에 작가의 의도가 분명히 드러난다. 비만은 잠재적 위험을 안고 있지만, 일어날지도 모르는 그 위험 때문에 차별받고 소외되고 놀림감이 되는 문제를 지적한다. 역사가 가장 풍족한 시대를 살고, 진정으로 배고팠던 시절이 없는 현재를 살면서도, 그 풍족함을 즐기지 못하는 뚱보 유전자를 가진 우리 모두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표제이기도 한 <슈뢰딩거의 소녀>는 좀 어려웠다. 양자역학을 활용하여, ‘양자 자살’을 다루고 있는데, 그 속에서 수많은 우주에 관한 이야기와 얽히면서, 뼛속까지 문과인 내가 한 번에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이 부분만큼은 다시 읽어야 하리라.


아, <펜로즈의 처녀>는 환경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대단한 수작이다. 나무 한 그루에 한 사람의 처녀를 공양해야 한다는 설정은, 우리가 처한 현실을 너무나 깊이 있게 다룬다.


SF면서도 현재에 우리가 겪는 수많은 문제를 색다른 색채로 그려내는 작품이다. 거를 타선이 없는 매우 훌륭한 작품으로 SF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 이상의 독자에게 적극 권장할 만한 작품이다. 거기에 과학과 수학 지식이 있다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런 기반이 없더라도 충분히 흥미롭기에, 서점 서가를 지나다 이 책을 만난다면, 반가운 마음으로 책과 손잡길 바란다.


2023.10.21



#슈뢰딩거의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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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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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붉은 박물관 시리즈 1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한수진 옮김 / 리드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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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박물관> (오야마 세이이치로 / 한수진 역 / 리드비)


진실은 사라지지 않는다.

붉은 박물관에서 잠시 잠들 뿐.


아이들과 논술 과정을 다룰 때 빠뜨리지 않는 수업은 바로 ‘고정관념’에 관한 수업이다.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으로 상황을 제대로 볼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잘못 판단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보이는 것에 내 고정관념이 합쳐지면, 오판하기 쉽다. 그래서 눈 똑바로 뜨고 깊이 있게 바라보아야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사실 눈을 뜨고 있기에 잘못 보는 경우가 더 많다.


<붉은 박물관>은 미궁에 빠졌거나 미결된 사건을 다룬다. 오랜 미제사건을 다루는 사람은 바로 ‘붉은 박물관’의 관장 히이로 사에코와 수사관 데라다 사토시다. 천재적인 추리력을 가졌지만 내근만 해왔던 사에코와 경시청 수사 1과에서 좌천된 사토시. 오랫동안 미제가 된 사건이나, 종결되었지만 기한을 넘긴 사건의 수사 서류와 증거품은 모두 ‘붉은 박물관’으로 자료가 옮겨진다. 사에코와 사토시는 박물관으로 들어온 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는데, 그 과정에서 미제 사건을 해결하거나, 이미 종결되었다고 알려진 사건의 진범을 잡는다.


이 책은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담는다.


[빵의 몸값]

나카지마 제빵 주식회사에서 만든 빵에 누군가 바늘을 넣는 사건이 발생하고, 1억 엔을 지불하라는 범인의 요청에 나카지마 사장이 범인에게 1억 엔을 직접 전달하는데, 폐가에서 범인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나카지마 사장이 사라지고, 그는 며칠 뒤 죽은 채 발견된다. 이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절대 범인일 리 없고, 절대 의심해선 안 되는 사람이 범인일 수 있으며,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수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내용이다. 사에코와 사토시의 첫 수사이지만, 그저 앉아서 거의 모든 것을 다 꿰뚫고 있는 사에토의 추리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에토가 본 모든 정보를 독자도 함께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복수일기]

범인이 쓴 일기가 붉은 박물관에 들어온다. 다카미 교이치의 일기인데, 옛 애인 마이코가 집 배란다에서 죽은 사건을 조사하던 중, 그녀가 임신 중임을 알고, 의심스러웠던  범인인 오쿠무라 교수를  찾아내어 그를 죽였다는 일기다. 하지만 그는 경찰에게 쫓기다 차에 치어 죽는다. 사에코는 범인의 일기에서 의심스러운 두 가지 부분을 찾는다.


-이 책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내용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뀌게 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리고 범인이 일기를 통해서 숨겨야 했던 것은 무엇일까? 물론 범인이 일기를 남기면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이 의문이다.


[죽음이 공범자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토시가 운전 중에 난 사고를 목격하는데,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이, 자신이 25년 전 일어난 교환살인의 범인이라고 말한다. 그 단서 하나로 사토시와 사에코는 과거의 범죄를 뒤지면서 관련한 사건을 찾는다. 자신이 알고 있던 모든 것이 진실과 달랐음을 깨닫는다.


-가장 복잡하고 난해했던 부분이다. 물론 설명이 쉽게 되어 있지만, 두 번은 읽어야 했다. 처음에 나온 사람이 다른 사람일 수 있으며, 바뀐 사람으로 이해하며 읽다 보면, 그들이 왜 그럴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간다.


[불길] 

일곱 살 딸 에미리가 유치원에서 1박 2일 캠프를 간 날, 에미리의 집에서는 불이 나 엄마와 아빠, 그리고 이모가 불에 타 죽는다. 죽은 세 사람의 몸에서는 청산가리가 나왔으며, 식탁에는 네 사람 분의 찻잔이 놓여 있다. 엄마는 임신 중이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다. 네 번째 찻잔은 누구 것이며, 범인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죽인 걸까?


-이 이야기는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 불에 탄 세 사람의 시체, 뱃속의 아기, 아빠와 이모의 죽음 뒤에 감춰진 이야기는 보이는 것을 당연히 믿어버리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버리는 작품이다. 


[죽음에 이르는 질문]

다마가와 하천 부지에서 24세의 젊은 남자가 피살된 채 발견된다. 죽은 모습과 나이, 범행 날짜까지 26년 전의 살인과 동일한 사건. 심지어는 범인의 실수로 보이는 흔적까지 똑같은 사건이었다. 경찰은 붉은 박물관을 찾아 24년 전의 자료를 둘러보는데, 검찰의 감찰관 효도가 찾아와 히이로 사에코에게 수사를 부탁한다.


-뜻하지 않은 범인을 만나면서도, 범인의 어릴 적 경험을 돌이켜 보면 또한 연민이 생긴다. 학대의 대물림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일이라기엔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 아픔을 알지 못한 사람이 그것을 이해할 수나 있을까.




이 책은 이미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즉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에 대해서 수사관, 탐정이 범인과 줄다리기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수십 년 전에 벌어진 사건을 재수사하기에, 홈즈와는 전혀 다르고 포와로와도 다른 입장에서 사건을 마주한다. 수사일지를 통해서 수사를 하고 간혹 필요한 증언을 사토시가 받아오는 정도다. 천재 탐정인 사에코는, ‘붉은 박물관’ 밖으로 나가는 장면이, 이 책에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히이로 사에토는 편안한 책상 탐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사에코 경정과 사토시, 그리고 독자 모두가 사건 내용을 같이 듣고 똑같은 단서를 쥐고 추리를 시작한다. 셜록 홈즈가 “음… 그랬단 말이지.”하면서 자기만 알고 있는 단서를 마지막에 밝히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책 뒤의 평론가의 말처럼- 책 속 인물과 독자가 공평한 출발선에서 나아가는 이야기다. 그런 점에서 자신의 추리력, 논리력, 그리고 고정관념을 깨는 과정을 멋드러지게 경험할 수 있다. 두 수사관과 독자의 추리를 비교하면서, 누가 먼저 맞히나 내기하듯 읽어도 좋다.


물론 몇몇 이야기는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다. 특히 범행 동기를 이해하기 어려운데, 동기를 이해한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을 둔 채 그런 범행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흘러가지 않는 일도 많기에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며 읽어도 좋겠다.


그럼에도 새로운 방식으로 사건을 대하고 해결하는 두 사에코와 사토시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정말 재미있다. 정답이라고 생각한 것은 절대 정답이 아니며, 범인이라 단정지은 사람은 결코 범인이 될 수 없다. 우리가 만든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돌다리도 조심조심 두드리며 읽는 재미가 있다.


370쪽의 꽤 두꺼운 책이지만, 한 번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매일 하나씩, 닷새씩 일어나가다 보면, 추리소설에 대해서 우리가 가졌던 수많은 고정관념이 하나하나 제거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관장 사에코와 수사관 사토시의 어색한 케미가 잘 어울리는데, 이 둘에게 애정이 듬뿍 생긴다. 책 뒤의 평론가의 글을 읽어 보면, 2022년에 후속편이 나왔다고 하니, ‘리드비’에서 출판하리라 기대해 본다.


아, 일본 방송 TBS에서 드라마로 방영되었다는데, 아마도 OTT 어딘가에 있으리라. 얼른 찾아봐야겠다.


2023.10.1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붉은박물관

#오야마세이이치로

#리드비

#본격미스터리

#미스터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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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100
맥 바넷 지음, 존 클라센 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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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

(맥 바넷 글 / 존 클라센 그림 / 이순영 옮김)


그 유명한 맥 바넷의 그림책입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책을 선택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독서에도 성장과 순환이 있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림책으로 시작하여 동화책으로, 청소년이 되면 청소년 문학에서 세계문학으로, 성인이 되면 자기계발서와 에세이로 나아가지요. 그 뒤는 문학과 에세이, 계발서와 시집을 오가다가, 나이가 더 들면 다시 그림책으로 돌아온답니다. 그리고 독서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것이지요.


그림책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노화에 따른 노안으로 작은 글씨를 읽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텍스트를 통해서만이 아니라 그림과 함께 더 넓고 깊게 바라보는 안목이 생기는 것이지요. 또한 사건, 내용, 맥락을 따라가야 하는‘속도’에 얽매는 독서가 아니라, 여유를 갖고 내 삶의 속도에 맞춘 독서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래서 그림책을 독서의 완성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북극곰’에서 받은 <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이란 무엇인지 정확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긴장과 공포가, 그림을 따라가다 보면 초조하고 불안이 찾아오지만, 마지막에 해소되는 과정까지 매끄럽게 이어집니다. 이야기의 구조가 튼튼하여, 읽고 말하고, 듣고 보는 재미가 함께 있는 작품입니다. 당연히, 그런 작품은 드뭅니다.




다리밑에 살고 있는 트롤은 며칠 동안 쫄쫄 굶었습니다. 버려진 가죽장화와 배꼽에 고인 고름만 먹고 며칠 버틴 트롤은 지나가는 염소네 막내를 잡아먹으려 먹으려 합니다. 트로는 염소에게 겁을 어떻게 요리해 먹을지 궁리하지만, 막내 염소는 살이 더 많은 형이 올 거라며, 형이 더 맛있을 거라 합니다.


“좋아. 그럼, 넌 통과!”


캬, 애들에게 이 부분을 읽어줄 상상만 해도 벌써 신납니다. ‘그럼, 넌 통과!’ 그러면서 트롤는 자화자찬합니다. 막내를 잘 구슬린 자신이 천재라고요.





곧 작은 염소가 옵니다. 아까 걔 형입니다. 트롤은 역시 또 겁을 주며 어떻게 잡아먹을까 궁리합니다. 염소로 할 수 있는 온갖 요리를 상상해 보지요. 작은 염소는 곧 큰 형이 올 거라는 비밀을 말해줍니다. 훨씬 커서, 맛도 더 좋을 거라면서도. 트로는 ‘훨씬 더 큰 형’이라는 말에, 턱수염을 꼬다가 말합니다.


“좋아. 그럼, 너도 통과!”


트롤은 군침을 흘리면서 큰 형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더 큰 형’이라고 할 때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는데, 과연 이야기의 결말에서 마지막에 등장하는 큰형은 누구일까요? 결말이 고파도 참으셔야 합니다. 읽고 말하고 들으며 이해하는 그 재미를 느끼셔야 합니다,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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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숙제를 안 해오거나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으면, 애들에게 꾸중하지요. 애들은 늘 핑계를 대고, 대개는 그 핑계에 속아줍니다. 아이들에게는 그 ‘핑계’라는 거대한 뒷배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무언가, 누군가를 핑계로 지금의 어려움을 잠시나마 이겨낼 수 있다면, 혹은 곤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 핑계는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이 틀림 없겠지요.


하지만 어른이 되면 그런 핑계는 통하지 않는답니다. 그게 아이와 어른의 차이인데, 아이는 핑계를 댈 수 있는 자격이 충분하지만, 어른은 바로 그 핑계의 대상이기 때문이지요. 어른이 된다는 건, 누군가의 핑곗거리가 되고, 그것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는 ‘훨씬 더 큰 형’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포악한 트롤 앞에서, 핑계를 댈 수 있는 형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한가요. 어려울 일이 있을 때 그 핑계로 찾아갈 수 있는 부모와 가족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요. 나이가 들고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된다는 건, 그 역할이 자연스럽게 바뀌는 일이기에, 그게 좀 아쉽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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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의 입장에서 생각해도 참 좋은 작품입니다.


며칠째 굶은 트롤은 막내 염소를 먹으려다, 염소의 말을 듣고 욕심을 부립니다. 훨씬 더 큰 형이 온다는 작은 염소의 말에, 지금의 기회를 놓친 것이지요. 한 번 놓친 버스는 돌아오지 않고, 그런 기회는 사라집니다. 염소에겐 참 안 된 일이지만, 트롤이 ‘지금’, ‘현재’에 충실했다면 상황이 좀 달라졌으려나요? 장화와 고름을 먹던 처지에서, 갑자기 기회가 생기자 허황된 가능성에 기대고, 남의 말만 듣고 판단해버렸습니다. 그럴 처지가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결정이 그렇습니다. 내 코가 석자인데, 연예인 걱정을 하고, 지금 당장 돈이 없지만 카드를 긁어대며, 해야 할 일이 많지만 우선 잠이나 자고 보는 거지요. 애들이 하는 속된 말처럼, 우리 스스로가 ‘트롤 짓’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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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롤과 염소 삼 형제>는 염소 삼 형제가 다리를 건너는 이야기입니다. 다리는 건너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아래에 트롤이 버티고 있으니까요. 지혜를 쓰든, 힘을 기르든, 덩치를 키우든, 트롤이 지키는 다리를 건너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어느 하나 쉬운 건 없습니다. 세상 이치가 늘 그렇듯 말이죠.


학년이 올라가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고, 어려운 것을 배우고 나아가는 모든 과정은, 결국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는 과정입니다. 다리를 건너는 일이 결코 쉽지 않고,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고 또 위험하겠지만, 그렇게 건너간 뒤에 우리 자신은 한층 더 성장하고 있을 테지요. 건너간 뒤의 나는, 이전의 나와 결코 같을 수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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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으면서 이런 주제로 함께 나눈다면, 이쯤되면 그림책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읽은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요?


무엇 하나 빠뜨릴 것이 없는, 완성도 높은 그림책을 읽으며, 참 행복합니다.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줄 생각을 하니, 어디에서 어떤 말투로, 어떤 표정으로 읽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 중입니다.


전연령대에게 권합니다. 각 연령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제로 풀어낼 수 있는 책입니다. 주최자가 없이도, 아이들 스스로 좋은 주제를 찾아낼 겁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북극곰’ 출판사에 감사드립니다.


2023.09.28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쓴 서평입니다.

#전래동화

#옛이야기

#추천그림책

#트롤과염소삼형제

#도서출판북극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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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 테일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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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사람을 가장 크게 변화시키고 성장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여정’이다.


지금, 여기에서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나의 일부에 불과하다. 누군가의 남편과 아내로, 부모와 자식으로, 교사와 학생으로 지내야 하기에, 내가 보여주는 모습은 그 ‘틀’안에서 한계에 부딪치기 마련이다.


안주하고 있는 지금, 여기가 아니라 내가 속하지 않은 전혀 다른 곳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과 마주하고, 그곳에서 시련과 역경을 딛고 이겨내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살면서 누구나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자라면 군대가 그럴 것이고, 직장이나 단체가 그런 계기가 된다. 물론 학교나 소집단도 가능하리라.


여행, 여정, 원정


홀로, 어딘가로 멀리 떠나는 여정에서, 새로운 사람과 환경과 사건을 만나고, 그것을 접하고 흘러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고 변화한다.


나는 <페어리 테일>이 그런 여정을 다루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인공 ‘찰리’가 크게 변화한 건 없다. 겉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그 내면의 성장은 매우 크다. 찰리는 그 원정을 통해 아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페어리 테일2>는 우물 안으로 들어간 찰리가 엠피스에서의 여정을 보여준다. 레이더를 다시 젊게 만들기 위해 해시계로 가는 여정, 그 과정에서 만난 고마운 이들과 왕족, 그리고 흉측한 이들을 만난다. 그곳을 탈출하는 과정에서 레이더는 성문 밖으로 보내지만, 밤의 병사들에게 붙잡힌 찰리가 ‘페어 원’이라는 토너먼트 경기에 참여하여 잔혹한 일을 저질러야 하는데, 모험과 시련 앞에서 보여주는 고민과 결단이 찰리를 성장시킨다.


페어 원 1차 경기에서 살아남은 동료들과, 기발한 방법으로 밤의 병사들을 물리치며 성을 탈출하는데, 그 과정에서 찰리는 나서고 희생하며, 자신이 예언 속의 왕자임을 받아들인다.


두 개의 달이 만나는 날, 플라이트 킬러가 지하의 괴물을 불러와 세상을 망가뜨릴지도 모르는 상황, 과거 엠피스의 왕족 리아와 찰리, 레이더와 동료들은 성에 갇힌 이들을 구하고 플라이트 킬러(엘든)을 없애기 위해 다시 딥 말린으로 들어간다. 마치 우물 안으로 들어갈 때처럼.


<페어리 테일> 1권은 스릴러였다면, 2권은 액션에 가까웠다. 그러면서 딥 말린에 갇힌 찰리와 31명 인물들의 이야기가 무척 독특한데, 여러 인물이 겹쳐나오기에 잘 기억하고 적어가며 읽으면 좋다. 그들이 딥 말린을 탈출할 때 보여준 용기와 희생을 이해하려면 말이다.


이 책에 가장 큰 스포를 한다면, 그래도 ‘해피엔딩’이라는 점이다. 이 점을 알고 본다면, 마음 졸일 필요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으리라. 또 하나의 스포를 한다면, 동화같은 로맨스는 이뤄지지 않으니 이또한 참고하며 읽으면 좋겠다.


동화를 적극 활용했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동화 속 악당과 괴물에 관한 묘사가 매우 리얼하고, 자극적인 표현도 많기에, 중3 이상의 청소년들이라면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스티븐 킹이 만들어낸, 또하나의 세상에 다녀왔다. 하늘이 있는 드넓은 지하세계, 또 그 아래의 세계, 이곳을 살아가는 사람과 동물, 곤충들. 읽는 내내 새로운 세계와 그 속의 수많은 인물을 하나하나 계획하고 정교하게 넣은 스티븐 킹의 역량에 감탄한다. 이야기의 내용과 구조를 통해서, 작가가 보여주려는 주제와 작품의 문학적 깊이까지, 찰리와 함께 성장한 스티븐 킹을 만나길 추천한다.


2023.09.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황금가지








레이저를 다시 젊고 건강하게 만들고, 성문이 닫힌 뒤 딥 말린에 갇힌 찰리.

서로 죽여야만 사는 32명의 토너먼트 대회.

16명의 죄수들과 함께한 탈출


두 개의 달이 만나, 어둠의 우물을 열기 전에, 엘든 플라이트 킬러를 죽이러 다시 성문 안으로 들어가는 찰리와 레이더, 리아, 에리스, 자야, 아이오타, 스냅.

플라이트 킬러를 맞닥뜨리더라도, 그의 운명을 공주님에게 맡기겠다고 약속한다.





찰리를 구한 엄마의 헤어드라이어.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되,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302)





[수령인증]


<페어리 테일2>(스티븐 킹 / 황금가지)


<페어리 테일1>을 다 읽자마자, 황금가지에서 2권을 보내주셨습니다. 2권을 읽고 싶은 급한 마음을 어떻게 아셨을까요?


1권에서, 주인공 찰리가, 충직한 늙은 개 레이더를 데리고, 우물 속 세상으로 들어갔지요. 거기서 아드리안 버디치가 남긴 표식을 따라, 여러 사람을 만나며, 중심 도시로 들어갑니다. 수많은 사람이 피난을 떠나는데, 개를 위해 반대 방향으로 들어가는 찰리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2권이 마지막이니, 여기서 뭔가 결말이 나겠지요? 어떤 동화가 기다리고 있을까요? 어떤 동화 속 인물과 마주할까요? 찰리는 예정된 그 왕자가 맞을까요? 그리고 레이더는 어떻게 될까요? 동화 속 세상은 다시 평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1권에서 뿌려놓은 수많은 쿠키 조각을 따라가며, 어떤 이야기로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얼른 읽어야겠습니다.


#스티븐킹

#페어리테일

#황금가지

#스티븐킹_페어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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