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 - 제15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75
이로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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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이로아/문학동네)


잊혀진 이름들을 위한 위로


이로아 작가의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제15회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의 깊은 상처와 소통의 부재를 세밀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다. 주인공 연서가 왝왝이와의 만남을 통해 잊혀진 기억을 되찾고 상처를 치유하며 세상과 다시 연결되는 과정을 그리는데, 이 속에 10대들의 불안과 함께 참사에 대한 사회적 무관심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희망을 끝내 잃지 않는다.


과거 버스 침수 사고를 엮은 연서는, 이 사고에서 겨우 생존했고, 그 과정에서 친구를 잃었다. 그런데 자신만 살았다는 깊은 죄책감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자신과 주변인들로로부터 단절된다. 생존자 트라우마라는 타이틀로 학교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이제는 이겨내야 한다고 여기는 아빠와의 관계도 어색하기만 하다. 그런 연서에게 하수구에서 우연히 만난 ‘왝왝이’는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게 해준다. 왝왝이와의 만남을 통해, 연서는 잊고 지내던 내면의 상처를 떠올린다. 연서가 잊고 지냈던 친구 김재선, 조금씩 떠오르는 수연이와의 추억을 되살리고, 외면했던 정든 감정들을 다시 마주한다. 그리고 왝왝이의 정체에 점차 다가간다. 연서는 과거의 상처를 직면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내며, 세상과 소통하려는 의지를 갖는다.


연서는 울음소리에 이끌려 하수구 안을 탐색하다 인간의 눈을 발견한다. 도시 괴담에 나올 법한 반인반파의 존재를 떠올리며 혼란스러운 것도 잠시, 왝왝이에게 점점 이끌린다. 하수구는 연서에게 단절된 현실 세계와 이어지는 통로이자, 고통과 상처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반면 왝왝이에게 하수구는 아픔으로부터의 도피처였다. 왝왝이는 그곳에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세상과의 소통을 거부하며 살아간다. 참사의 생존자로서 살아야 하는, 도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벗어날 수 없는 감옥과도 같은 공간이 바로 하수구인데, 이곳을 오가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개인의 트라우마에 대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자문하게 된다.


연서의 친구 호정은 연서의 아픔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참사를 잊지 않으려 헌신적으로 노력한다. 호정은 참사 희생자를 위한 추모제 준비에 앞장선다. 혜미은 시시콜콜한 이야기로 연서의 아픔을 잊도록 한다. 방법은 다르지만, 둘 모두에게 트라우마를 이겨내도록 돕는 따뜻한 지지가 느껴진다. 상처 입은 이들에게 공동체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연서는 침수 사고 이후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고, 학교는 그녀의 고통에 무관심하다. 학교는 추모 공간을 철거하고, 외부 인사의 추모제 참여를 막는 등 사건에 대한 관심을 의도적으로 끊는다. 세월호든 버스 침수든, 그저 교통사고일 뿐이라며, 참사를 덮으려고만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데, 보는 내내 울화가 치민다. 우리는 타인의 아픔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는가? 공감할 준비는 되어 있는가? 이는 교육과 연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학생들이다. 피해자도, 생존자도, 따스한 손을 내미는, 그러나 잊은 것도 학생들이었다. 왝왝이가 있었던 것조차 잊었고, 편안한 일상을 위해 상처를 덮는다. 그걸 조장하는 건 어른들이었다. 편향적인 교사들은 추모 공간을 없애고, 학교는 무관하다며 추모를 막는다. 용기 있는 몇몇 선생님들의 배려가 힘이 되지만, 결코 주류가 될 수 없는 현실이 암울하게 그려질 뿐이다. 이것이 현실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작품과 현재를 살아간다.


<왝왝이가 그곳에 있었다>는 상처와 고립을 극복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아이들에겐 다소 불편한 전개일 수 있다. 피해자와 생존자, 유가족과 주변인이 보여주는 감정과 회피, 갈등과 연대가 의미심장하지만, 흥미로운 시작과 달리 결말에 적응하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정 자체가 참사 후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상징이기에, 어떤 참사를 여기에 대입해도 어색하지 않다. 이 작품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이, 연대의 시작이며 공감의 발판이다.


기억하고, 소통하고, 연대하라. 잊혀진 이름들을 기억하고,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며 함께 손을 잡을 때,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


2025.02.19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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