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근 금지 가족 다봄 어린이 문학 쏙 6
켈리 양 지음, 장한라 옮김 / 다봄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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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금지 가족> (켈리 양/다봄)



이제는 먼 과거처럼 느껴지는 코로나19 시기. 초등학생들조차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면 “라떼는 말이야”를 꺼내니, 벌써 시간이 꽤 흐른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돌아보면, 그때의 기억은 여전히 생생하다. 마스크를 구하려 약국에 줄을 서고, 확진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던 일, 코로나에 걸려 집 안에 갇혀 지내던 며칠은 누구에게나 선명한 기억일 것이다.


그 시기를 더욱 힘겹게 보낸 이들이 있다. 의지할 가족이 없던 이들,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병원에 머물러야 했던 환자들, 그리고 자신이 살던 곳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 그 가운데서도 우리가 간과하기 쉬운 진실 하나는, 바로 코로나 시기에 전세계로 심각하게 확산되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정 국가나 지역, 종교를 향한 낙인과 혐오가 분명 존재했다.


이 책은 그 혐오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녹스는 형 보웬, 여동생 레아와 함께 홍콩에서 지내다, 확진자가 증가하자 안전한 미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러나 팬데믹 상황은 이 가족의 귀국길조차 순탄치 않게 만든다. 엄마의 온라인 근무 계획은 해고로 이어지고, 미국에 도착한 첫 순간부터 이들은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과 위협을 마주하게 된다.


학교에서는 ‘전염병 놀이’라는 이름으로 아시아인 아이들을 조롱하고, 산책길에 만난 사람들은 아시아인에게 대놓고 악의를 드러낸다. 늘어난 코로나 확진자 수만큼 아시아인을 향한 시선도 차가워진다.  팬데믹과 인종차별이라는 이중고가 녹스 가족을 덮친다.


특히 ADHD를 앓고 있는 녹스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더욱 어렵다. 홍콩에서는 릴리 선생님과 잘 지냈지만, 미국에서는 충동적 행동이 많아지고, 엄마와 형 보웬과의 갈등도 자주 생긴다. 외모로도 아시아인 정체성이 뚜렷한 보웬 역시 학교생활이 쉽지 않다.


<접근 금지 가족>은 이런 위기의 시기 속에서 가족이 어떻게 서로를 붙들고 견디는지를 따뜻하지만 선명하게 그려낸다. 인종차별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정면으로 마주하면서도, ADHD를 가진 아이의 내면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다룬 점이 인상 깊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에게 말한다. 혐오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백신은 바로 사랑이라고.


놀라운 사실은, 이 책이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겪은 ‘사실’이라는 점이다. 켈리 양은 실제로 아들과 함께 팬데믹 시기에 미국으로 돌아왔고, 그 과정에서 인종차별과 배제를 직접 마주했다. 녹스의 이야기에는 그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래서일까, 인물들의 감정은 더욱 생생하고, 장면 하나하나가 실제처럼 다가온다. 단지 ‘좋은 이야기’가 아니라, 누군가의 현실이었기에 더 묵직하게 마음에 남는다.


누구도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삶은 우리를 흔든다. 특히 그것이 낯선 땅에서의 일이라면 더욱 외롭고 힘들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랑과 연대가 큰 힘이 된다. 이 책은 평범한 가족이 겪는 비범한 시간의 기록이자, 함께 지지하며 성장해 나가는 진정한 가족 이야기를 담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읽기를 권한다. 제법 글밥이 많은 편이지만, 천천히 읽으며 함께 고민하고 느낄 만한 책이다.


202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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