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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생각 - 유럽 17년 차 디자이너의 일상수집
박찬휘 지음 / 싱긋 / 2022년 7월
평점 :
유럽에서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저자의 책인데 다양한 사물을 이렇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풀어낸다는게 너무 신기하기만 했어요. 자동차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연필, 종이, 그리고 그가 소중하게 쓰고 있는 필름 카메라, 100여개 넘게 모은 이태리의 커피주전자. 그러고보니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은 과거의 것들이 참 많더라구요.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고 소비의 시대라서 무엇이든 쉽게 만들고 쉽게 소비하고 버리는 시대이죠.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느끼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필름카메라가 다시 뜨고, LP판을 사모으는 사람이 있고. 오래된 것들의 가치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는 책이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오래된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것에는 사연이 있고 나의 추억이 고스란히 묻어있기 때문이 아닐까싶습니다.
저자는 독일에 살면서 느끼는 독일인의 제조에 대한 생각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데요. 독일은 우직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오래 쓸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그 제품은 Made in Germany이라는 누구나 탐내는 제품으로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죠. 아울러 유럽의 경우 어떤 제품이나 사물을 대대손손 내려쓰기도 하고 한번 쓴 제품을 오랜 기간 소중하게 사용하는 편인데 그만큼 제품 자체가 튼튼하고 단순하지만 실용적이기 때문이 아닐까싶습니다. 저자가 언급한 단순함이라는 것도 그냥 제품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단순함으로 보이기 위해서는 수많은 세월과 공정이 녹아들어가야 단순함의 가치를 제대로 품을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책에는 저자의 아버지와의 추억이나 아들과 함께 하면서 느낀 점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아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한 질문이 때로는 저자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기도 하는것 같아요.
예전에는 사진 한장 찍을때도 집중하고 필름카메라를 소중하게 다루면서 대상을 포착하여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현상을 기다리고 인쇄된 사진을 친구들이나 가족과 함께 보면서 좋아했던 시절이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휴대폰으로 누구나 쉽게 순간을 포착하지만 실제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진은 얼마되지도 않고 너무나 쉽게 우리는 휴지통에 찍은 사진을 버리고 있습닏. 편리해졌지만 제품이나 사물의 소중함에 대해서는 예전만하지 못한 것이죠.
오래된 것들의 가치. 그 오래된 것이 단순하게 오래된 것이 아닌 소중한 과거의 추억을 보존하고 있고 비록 조금의 수고로움이 필요하지만 디지털적인 것들이 주지 못하는 즐거움을 우리에게 주고 있죠. 어릴적 친구들과 소풍이나 수학여행 갔던 빛바랜 사진을 몇십년만에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처럼 이 책도 오래되었지만 가치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