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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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이케 마리코의 소설집 《이형의 것들》을 읽었다. 일종의 괴담 소설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워낙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여 어떤 공포를 가져다줄지 기대가 되었다. 총 여섯 편의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는 이 작품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소재는 ‘죽음’과 의외로 ‘불륜’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낳는 여러 감정에 귀신이란 이름을 붙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무서워서 소름이 오소소 돋길 기대하며 읽은 첫 번째 이야기 [얼굴]은 기대만큼 무섭진 않았다. 엄마의 유품을 정리하기 위해 고향을 방문했다가 얼굴에 가면을 쓴 여자를 맞닥뜨린 남자의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무서운데 묘사가 자극적이지 않아서 무서움이 덜했던 것 같다.


‘이형의 것’을 자극적으로 꾸미지 않는 대신 풍경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여 몰입도는 높다. ‘별로 안 무서운데?’라고 생각하고 두 번째 이야기를 읽는데 갑자기 긴장되면서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숲속의 집]은 세상을 떠난 친구의 산장을 방문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워낙 생생한 전개로 상상력이 발휘되어 곧 무언가 끔찍한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느낌에 스릴이 있었다.


《이형의 것들》은 공포와 더불어 슬픔도 진한 소설이다.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그리면서도 마냥 무서워하거나 혐오스러워하지 않고 그리워하거나 매혹당하는 모습도 보임으로써 양면적 느낌을 잘 표현한다. 각각의 이야기 진행 방식은 비슷한 편이지만 그 안에 녹아있는 감정의 결은 제각각이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추워진 요즘 날씨에 잘 어울리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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