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맥락의 힘

대영제국이 북미 대륙에 처음 자리를 잡는 과정은 험난했다. 캐나다 최동단에 있는 뉴펀들랜드섬의 세인트존스에는 1583년 8월5일에 "그의 군주 엘리자베스 여왕의 이름으로 새로이 발견한 이땅을 점유하고 "그림으로써 이곳에 영국의 해외 제국을 세운 험프리 길버트 경의 상륙을 기념하는 현판이 있다. - P11

엘리자베스 여왕이 롤리에게 맡긴 임무는 식민지를 세우라는 것, 여왕의 표현으로는 "월터 롤리의 재량에 따라 그곳에 거주하거나 남아 있으면서 건설하고 요새를 만들라"라는 것이었다. 롤리가 직접 북미에 간 적은 없지만, 1587년에 그가 보낸 원정대가식민지를 건설했으니 그곳이 바로 현재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다. 그러나 원정대는 거기 ‘남아 있지‘ 않았다. - P12

1990년대 말에 로어노크 식민지의 실패 원인을 설명할 만한 흥미로운 증거가 등장했다. 어느 연구팀이 버지니아주 남동부에 있는 몇 백 년 된 사이프러스 나무들의 나이테를 들여다보다가,
로어노크식민지가 사라진 3년의 기간 동안 그 지역이 800년 만에찾아온 혹독한 가뭄에 시달렸음을 알게 된 것이다.² 그런 시기에는 극단적인 식수 부족 때문에 주민들이 살아남기가 몹시 어려웠을 것이다. - P13

1장 맥락의 힘

2 Stahle, D. W., Cleaveland, M, K., Blanton, D. B., Therrell, M. D., & Gay, D.
A. (1998), 잃어버린 식민지와 제임스타운 가뭄The Lost Colony and Jamestowndroughts. Science, 280, 564-567. - P426

1960~1970년대에 사회심리학자들은 여러 실험을 통해 외부에서 지켜보는 관찰자는 사람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의힘을 과소평가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어떤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본 관찰자는, 그 사람이 처한 상황에서는 누구라도 거짓말을 했을 것이 분명할 때조차 그가 거짓말을 한 것은 성격 탓이라고 생각한다. - P13

 로어노크 식민지에서 일어난 일을 평가할 때도 이런 식의 귀인 오류*가 일어나, 식민지 주민들의 죽음은 가뭄이라는 상황 요인 때문으로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인데도 주민들 탓으로 돌리는 것이다. 맥락 요인이 행위 당사자의 성격 못지않게 중요할 때조차도, 인류에게는 사람이 처한 맥락보다는 사람 혹은 행위 당사자의 영향력을 알아보기가 훨씬 더 쉬운 모양이다.

*어떤 결과의 원인을 엉뚱한 무언가로 돌리는 것. 특히 어쩔 수 없는상황 요인이 있음에도 사람의 행동 원인을 무조건 그의 기질이나 성격 탓으로돌리는 것을 ‘기본적 귀인 오류‘라고 한다. - P14

물론 로어노크식민지의 실패를 순전히 기후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잘못이다. 로어노크 식민지가 생기고 그리 오래되지 않아 건설된 제임스타운 식민지의 주민들 역시 그 지역에 750여 년 만에 닥친 최악의 가뭄을 겪었음에도,⁵ 그 식민지는 (비록 가까스로지만) 살아남아 80년 넘게 버지니아 식민지의 수도 역할을 이어갔으니 말이다. - P14

5 Stahle et al., 1998. - P426

본성 대 양육 대결의 종말

이 책은 인간이 어떻게 현재와 같은 상태가 되었는지에 관한 책이다. 히브리어 성경에는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는 말이 있다.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이 말을, 사람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부모 밑에서 한 경험에 따라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가 결정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그러다 20세기에 들어서 부모가 물려준DNA 분자들도 우리에게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물학적사실이 발견되었다. - P15

나의 전작 《의존하는 유전자 The Dependent Gene》는 어째서 유전자가 우리의 특성을 결정하는 단독 요인일 수 없는지에 관한 책이다. 한마디로 우리가 지닌 특징적 본성은 유전자가 결정한다는주장인 유전자 결정론에 반대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 P15

 사실 얼굴 모양 같은 신체적 형질과 성격 같은 심리적특징 등 사람의 특징은 생물학적 분자들과 그 사람이 처한 맥락 사이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결과다.⁷ 전에도 이 주제에 관한 글을 읽어본 사람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겠지만, 이 분야를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놀라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본성 대양육 논쟁은 이제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과학자들이 인간의 특징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항상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요인이 모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밝혀냈기 때문이다. - P16

7Schneider, S. M. (2012). 《결과의 과학: 결과가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고, 뇌를 변화시키고, 우리의 세계에 효과를 남기는 방식 The science of consequences: Howthey affect genes, change the brain, and impact our world). Amherst, NY: Prometheus Books. - P426

 하지만 내가 ‘후성유전‘이라는 생물학적 과정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을 때, 아버지는 그 용어가 어쩐지 못마땅하다고 하셨다.
‘epi‘라는 접두사가 그리스어로 ‘위에‘, ‘겉에‘, ‘위쪽에‘라는 뜻임을 알고 있는데, 유전자 위에 뭔가가 있다는 개념을 납득할 수 없다는 얘기였드. - P16

 과학자들이 후성유전에 관해 이런식으로 말할 때는, 한 유기체의 발달에 영향을 주는 비유전적 요인들, 예컨대 호르몬이나 동물이 살아가는 사회적 맥락 등을 염두에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의사인 아버지는 이런 은유적 설명을 부적절하게 여겼고, ‘후성유전적epigenetic‘ 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그건 물리적으로 유전자 위에 존재하는 것만을 지칭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P17

심리학과 생물학

발달심리학자인 나에게는 심리적 특성들이 어떻게 생겨나고 발달하는지가 큰 관심사다. 그 발달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는 생물학 공부가 아주 유용했다. 심리학에 생물학이 중요한 이유는 우리의 성격, 행동, 감정, 생각이 모두 생물학적 기관인 뇌의 구조와 기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다른 기관들도 심리적 특성에 영향을 미친다. - P18

 예컨대 보통의 건강 상태를 지닌 어떤 사람의 심박수 변화를 하루 동안 살펴볼 때, 갑작스레맥박이 치솟은 것은 요즘 반해 있는 사람의 모습을 우연히 보았기 때문임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이유를 몰라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는 경험이 정신 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안다. 마찬가지로 우울증이 체중 증가에 미치는 영향⁸이나 심리적 스트레스가 심장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⁹ 등을 공부한 사람이라면, 경험이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것이다. - P19

8 Needham, B. L., Epel, E. S., Adler, N. E., & Kiefe, C. (2010), gTrajectories of change in obesity and symptoms of depression: TheCARDIA study.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100, 1040-1046.

9 Dimsdale, J. E. (2008).
Psychological stress andcardiovascular disease. 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51, 1237-1246. - P426

행동 후성유전학의 통찰에는 우리가 자신과 타인을 대하는방식을 바꿀 만한 잠재력이 담겨 있다. 그러니 이 학문은 생물학자들만의 영역으로 남겨두기에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이 지식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P20

후성유전학의 혁명적 발견들

내가 주로 집중할 분야는 후성유전학 중에서도 후성유전의 효과가 감정적 반응성, 기억과 학습, 정신 건강, 행동 같은 심리적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을 연구하는 분야인 행동 후성유전학이다.¹² 나의 강조점이 이렇다 보니, 암이나 노화 같은 주제는 중점적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다. - P22

12Lester, B. M., Tronick, E., Nestler, E., Abel, T., Kosofsky, B., Kuzawa, C. W.,
Wood, M. A. (2011).
York Academy of Sciences, 1226, 14-33.
Behavioral epigenetics. Annals of the New - P427

여기서 주의 사항도 언급하는 것이 좋겠다. 행동 후성유전학을 둘러싼 흥분이 워낙 급속도로 커지다 보니 벌써 몇몇 저자들이 이 뜨거운 새 분야가 너무 성급하게 앞서 나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표현하기 시작했다.¹⁴ 최근 몇몇 논문은 행동 후성유전학을 둘러싼 "들뜸"에 우려를 표했고,¹⁵ 존경받는 과학자 8명은 2010년<사이언스>에 실린 "후성유전체 프로젝트의 과학적 근거에 진중한 유보의 뜻을 표명"하는 서한에 서명했다.¹⁶ - P23

14 141516Miller, G. (2010). The seductive allure of behavioralepigenetics, Science, 329, p. 24.

15 15a. Albert, P. R. (2010). 정신질환에서 후성유전, 희망인가 과대광고인가?
Epigenetics in mental illness: Hope or hype? Journal of Psychiatry and Neuroscience,
35,366-368.
15b. Buchen, L. (2010). 190 In their nurture, Nature, 467, 146-148.

16 Prashne, M. (2010). 후성유전체 프로젝트의 과학적 근거에 관한 질문들Questions over the scientific basis of epigenome project, Nature, 464, p. 487. - P427

2

DNA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양쪽 가슴을 수술로제거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그는 완전히 건강한 상태였다. 그가<뉴욕타임스>에 발표한 글에 따르면, 자신에게 "유방암과 난소암의 발병 위험을 급격히 증가시키는 ‘결함 있는‘ 유전자 BRCA1"¹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렇게 결정했다고 한다. - P25

2장DNA는 그런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1 Jolie, A. (2013, May 14). 나의 의학적 선택 My medical choice. New York Times. - P427

졸리가 쓴 글을 보면 결정을 내리기 전 자신이 처한 상태를 꽤 상세히 이해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제의 유전자는BRCA1 (브라카-원이라고 읽는다)이라는 두문자어로 지칭하지만,
이는 더 공식적인 ‘유방암 1(Breast cancer 1)‘이라는 단어를 줄여만든 별칭이다. 이런 이름을 보면 사람들은 대부분 이 유전자가 유방암을 유발하는 비정상적 유전자라고 속단할 것이다. 하지만 그생각은 두 가지 중요한 면에서 틀렸다. 첫째로 BRCA1은 비정상이아니다. 이 유전자는 모든 사람의 몸속에 존재할 뿐 아니라 손상된DNA를 수리하는 필수적인 기능이자 꽤 자주 필요한 임무를 수행하므로, 이것이 우리 몸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정말로 다행스러운일이다. 둘째, BRCA1의 다양한 변이형 중 암과 연관된 것들조차그 이름이 암시하는 것처럼 직접적인 방식으로 암을 유발하지는않는다. - P26

 어떤 사람의 눈에 졸리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을 실질적 가능성이 존재하는데도과도한 수술의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셈이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의 과학 및 건강 분야 필진 세 사람이 지적했듯이, 일부 의사들은 졸리가 수술 사실을 공개한 것이 일부 여성들에게 오해를 일으켜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유방 제거 수술의] 유행을 부추길수 있다고 우려했다.⁴ - P27

4 Grady, D., Parker-Pope, T., & Belluck, P. (2013, May 14).
술에 대한 졸리의 공개로 부각된 딜레마Jolie‘s disclosure of preventive mastectomy highlights dilemma, New York Times. - P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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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몇 년 전, 「니꼴라 유치원」이라는 소설을 쓸 때의 일이다. 그 소설은 안진이라는 도시의 어떤 소문난 유치원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는데,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를 그곳에 입학시키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때문에 나는 당연하게도 주인공을 꽤나 고생시켰다. - P9

소설을 쓰기 시작한 이후, 언젠가부터 나는 같은 질문을 받곤했다. "혹시 안진은 당신의 고향인 전주를 모델로 한 곳인가요?"
나의 대답도 늘 같은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건 사실이다.
나는 스물다섯 살에 전주를 떠났다. 하지만 그때까지 계속 그곳에서만 살았던 것은 아니다. 전주에서 태어나기는 했지만 그 직후 삼 년은 익산, 정확히 말하면 개칭 이전의 지명인 이리에서 살았고, 이후 웅포에서 일 년을 지낸 뒤 다시 이리로 갔다가 순창에서 반년간 살았다. - P10

바로 안진.
안진은 실재하는 곳이 아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보다 내가 잘알고 있는 장소이다. 내가 아는 모든 장소의 이런저런 면모를 합치고 가공하여 새롭게 만들어낸 곳. 그러니까 안진은 내가 살아온 모든 곳이자 완벽하게 상상된 공간이었다.

그러나 니꼴라 유치원은 달랐다.

그곳은 실재했다. - P11

전라북도 이리시 창현동 성당 옆에는 부설 유치원이 하나 있었다. 부모님은 나와 남동생을 모두 그 유치원에 보냈다. 천주교인이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니꼴라 유치원에서 묘사했듯 그 유치원이 이리에서 꽤 유명한 교육기관이었기 때문이다. 다섯 살 아래의 남동생이 다닐 무렵에는 덜했던 모양이지만, 내가 입학할 때는정말로 경쟁이 치열했다. - P15

내게 창현동의 그 유치원이 정말로 좋았냐고 묻는다면, 어떻게대답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좋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냥 평범했던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나는 빨리 집에 가서 혼자 만화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부류의 아이였기 때문에, 매일 모두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하는 그 생활이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 P16

내가 소설에서 써먹은 것, 그러니까 강렬한 영감을 받은 것은 그유치원의 교육적 목표나 성과가 아니었다.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입학 경쟁이 치열했고 내 부모님 역시 거기에 뛰어들었다는 일화였다. 뭔가 좀 웃기면서도 섬뜩한 느낌이 드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 P16

물론 이런 일은 흔하다. 사실, 소설을 시작할 때 나는 매우 감정적인 상태다. 엄청난 소재를 발견했다는 착각에 흥분해 있다. 하지만 감정과 소재가 뭉쳐진 덩어리를 자르고 다듬는 과정에서 내가 진짜 다뤄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주하게 된다. 질문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쓰려 했던가. 무엇을 써야 하는가. 그에 답하며 더듬더듬 걸어나가다보면 어떤 실루엣이 조금씩 보인다. - P17

왜냐하면 나는 이 소설을 쓰지 못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뒤집힌 창작 의도, 스타일, 그런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이 소설을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부터, 나는 그냥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그래. 단 한 줄도.
비유가 아니다. 말 그대로다. 나는 컴퓨터 앞에 정지된 상태로아주 오래도록 앉아 있었고,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슬럼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첫 책도 출간하지않은 신인 작가였다! - P18

‘니꼴라유치원‘.
아, 음험하고 비밀스러운 곳. 사람들이 몰려들고, 욕심을 부리고! 경쟁하고 질투하고 미워하고! 내 아이, 오직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순간, 어떤 소리가 들렸다.
분명히 기억한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고통스러운 소음이 귓속에서 길게 울려퍼졌다. 그리고 나는 상像에서 튕겨져 나왔다. 이제 내 앞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둠과 적막만이 있었다. - P19

여섯 살 무렵, 아주 어렸던 그 시절, 나는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은 나를 미워하고 증오했다. 나를 짓밟고 싶어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가. 얼마나 방심했던가.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고. 멀어졌다고! 나는 감히 기뻐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잊지 않았다. 내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려 하자마자 틈을 놓치지 않고 내게 다시 달려든 것이다.

이제 나는 그 소리의 정체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악의 - P20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그 유치원 건물 지하에는 음악실이 있었다. 여름에도 한기가 느껴질 만큼 온도가 낮은 곳이었다.
둥근 돔 형태의 천장 때문인지,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커다랗게둥둥 울렸다. 그럴 때면 건물이 꼭 살아 있는 것만 같았다. 거대한짐승의 뱃속에 들어온 듯했다. 꿈틀거리며 음산한 노래를 흥얼거리는 붉은 벽돌, 그 소름 끼치는 한기와 불안하고 은밀한 선율은 매력적이면서도 공포스러웠다. - P21

 그래서 기억이 구분되지 않는 것일까. 만일 그것도 아니라면, 이 모든 것이 나의 착각과 핑계란 말인가. 나는 오래 고민했으나 어떤 답도 얻지 못했다. 내 기억을 믿을 수 없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래서 지금부터 할 이야기도 내가 분명히 겪은 일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 P22

2

창현동 유치원 입학에 실패했던 바로 그해의 일이다. 1991년이었고, 나는 여섯 살이었다. 엄마는 나를 집에서 가까운 유치원에 보냈다. 미미유치원? 나나유치원? 뭐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다.
엄마는 나를 그 유치원에 보내는 걸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창현동 유치원이 아니어서 그렇기도 했지만,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유치원 옆의 허름한 적산가옥에 어떤 ‘사기꾼‘이 살고 있기때문이었다. - P23

이모는 이리 출신이 아니었다. 그녀는 열세 살에 인천에서 이리로 이사왔다. 그러니까, 이모가 이리에 살았던 시간은 실제로는겨우 이 년 남짓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아주 좋은 사람이었지만, 친아버지가 아니었다. 형제는 없었다. 오직 어머니와 새아버지, 그리고 이모뿐이었다. - P24

보애 이모는 박지훈 앞에서 늘 주눅이 들었다. 뭔가를 더 잘해야 한다는 마음에 시달렸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절하고 싹싹하게 굴었다. 자신이 대접받고 싶은 방식으로 남들을 대접했다. 덕분에 보애 이모는 어디서든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다. 아이러니한일이었다. 보애 이모가 가장 사랑받고 싶어하는 사람은 정작 그녀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으니까. - P25

음. 아니다. 알았다 해도 아마 박지운은 감행했을 것이다. 서슴없이 이삿짐을 쌌을 것이다. 박지운 자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그래서 어느 날 그녀는 새 남편과 딸아이에게 이사를 통보했고, 그들 가족은 인천을 떠나 아주 멀리 떨어진 전라도의 소도시로 왔다.
박지운은 의기양양하게 하숙집을 차렸다. - P25

"여기 사람들은 입맛이 너무 까다로워. 안 되겠어. 다시 인천으로 가자."
당시 보애 이모의 새아버지는 속된 말로 막노동꾼이었고, 아주 건강하고 낙관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를 많이 이해했다. 그런 남자였다. 그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별말 없이 알았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인천으로 돌아가게 되었던 것이다.
새아버지는 보애 이모가 스무 살이 되던 해 췌장암으로 세상을떠났다. 급성이었다. 암 진단을 받기 전날까지 그는 친구들과 씩씩하게 술을 마셨다. 너무 건강했기 때문일까.  - P27

그리고 나는 바로 그 때문에 엄마와 보애 이모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박지운은 놀라울 정도로 나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엄마의 엄마와 비슷했기 때문이다. 엄마는 보애이모의 많은 것을 이해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행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두 사람에게 서로가 있었다는 사실이 말이다. - P27

이모가 인천으로 돌아간 뒤,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편지를 주고받았다. 그 연락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다. 고교 시절에는이 주에 한 번으로 줄었지만, 엄마가 취업을 하고 이모가 대학에 간 후에도 편지는 이어졌다. 종종 전화통화도 했다. - P28

엄마의 우정은 보애 이모가 다 가져갔다. 그러니 두 사람은 다시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유일하다는 건 계속 기억한다는 것이니까.
두 사람은 쉰두 살이 되던 해 다시 만났다. 엄마가 결혼하고 나서 연락이 끊겼으니 거의 이십오년 만이었다. 그런데 그 과정이 꽤나 드라마틱했다. - P29

소설가로 막 데뷔했던 그해 여름, 엄마와 보애 이모의 식사 자리에 따라간 적이 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인천 차이나타운에 가봤다. 그리고 보애 이모도 처음 만났다. 우리는 람청루는 유명 중식당에서 코스 요리를 먹었다. 사실, 람청루에 간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나는 그 자리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와 옛 친구의 만남에 내가 뭐하러 낀단 말인가. - P31

아무튼 그날, 나는 이청화를 봤다. 아니, 본 정도가 아니었다.
그날 그 시간에 코스 요리를 먹은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던 건지,
아니면 손이 부족했던 건지, 또 그게 아니면 우리가 마음에 들어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요리가 나올 때마다 이청화가 우리 자리로 직접 서빙을 해줬다. 심지어 음식에 대해 일일이 설명까지 해줬다! 세상에, 나는 연예인을 보는 듯한 기분에 조금 넋이 나갔다.
반면 엄마와 이모는 이청화에게 관심이 없었다. - P32

그날 그녀는 자신의 아들, 그러니까 진을 데리고 나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때 그에게 급한 일, ‘상사의 부름‘이 떨어지는 바람에 우리 셋만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나는 두 사람이 밥을 먹고우롱차를 마시며 옛이야기를 하는 걸 가만히 지켜보았다. 듣던 대로 보애 이모는 다정했고, 농담을 잘했다.  - P33

그날, 람청루 음식값은 엄마가 냈다. 보애 이모는 엄청나게 당황했다. 그곳은 인천이었고, 때문에 엄마가 밥을 산다는 건 이모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애초 람청루를 예약한 사람도 이모였고, 코스 요리를 먹자고 한 사람도 이모였다. 그러나 이모는 엄마의 기세를 꺾지 못했다. 엄마가 이모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던것이다.
"한 번쯤은 네 고향에서 대접하고 싶었어."
그러자 이모의 표정이 변했다. 기쁨과 슬픔으로 복잡하게 일그러진, 말 그대로 어떻게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얼굴로. - P34

보애 이모의 친아버지는 청인이었기에 한국 국민으로 살지 못했다. 그래서 1958년, 보애 이모는 외국인으로 태어났다. 이모의 고향은 중국이 되었다. 그러나 그녀는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인천 토박이였다.
엄마가 말한 ‘네 고향‘은 바로 그런 의미였다. - P35

(전략).

그즈음 이리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좌익 활동을 하던 시동생에게 생활비를 받았다는 이유로 전주교도소에 수감중이던 어느 할머니가 자신을 고종 황제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출소 후 이리에 살고 있었다. 이름은 이문용.
전주 이씨 문중은 그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증거가없었다. 출생 기록도 없고, 고종 황제 역시 생전에 그러한 딸의 존재를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다른 황실 사료들을 아무리 뒤져도 그녀와 어머니 엄상궁의 흔적을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었다. - P36

학교가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곧장 산둥성이 마을로 향하는 버스를 탔다. 이리 사람들은 외곽의 판자촌을 그렇게 불렀다. 산등성이 마을. 좌석에 앉아 가파른 고개를 오르며 엄마는 흥분했다.
옹주, 황녀, 황족. 그 단어들은 마법과도 같았다. 옹주를 만나러간다니! 인정받지 못한 황족을 만난다니! - P37

. 엄마는 아주 막연히 그녀가 아름다울 것이라 기대했다. 아, 잉그리드버그먼, 그녀는 엄마에게 너무 큰 환상을 심어주었다. 옹주는 평범한 할머니였다. 체구가 작고 등이 조금 굽었으며, 하얀 한복을입고 있었다. 머리는 쪽을 쪄서 비녀를 꽂았는데, 숱은 그리 많지않았다. 광대뼈가 툭 불거져 나오고 얼굴이 조금 넙데데했다. 가냘프지도 어여쁘지도 않은 그 노인이 너무 낯설어, 엄마는 문 앞까지 나온 그녀에게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쭈뺏거렸다. - P38

 혹시 선생님의 편지에 우리에 관한 특별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 건 아닐까. 그래, 나와 보애만 콕 집어서 심부름을 시켰잖아.
어쩌면 오로지 우리만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을 하려는 것일지도 몰라. 그때 옹주가 무뚝뚝한 말투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뭐 좀 먹고 가거라."
이모가 반갑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와, 정말 그래도 돼요?"
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이 살짝 풀어져 있었다. - P39

옹주가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당연히 처음이었다. 엄마는 무척 놀랐다.
옹주의 바느질 솜씨가 아주 훌륭했던 것이다. 엄마는 가느다란 바놀이 옷감에 촘촘하고 야무지게 박힐 때마다 조심스럽게 숨을 내쉬었다. 뭐랄까, 세상의 무언가가 조금씩 완성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랬다. - P40

이모는 심부름을 시켰던 담임 선생님에 대해서는기억했지만, 그날 두 사람이 산등성이 마을까지 심부름을 갔던 일은 거의 떠올리지 못했다. 아 맞아, 그랬지. 그날 눈이 많이 오지않았어? 그랬던 것 같다! 하면서 옛일을 아주 잠시 더듬어볼 뿐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조선의 마지막 황녀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리에 한 명더 있었던 것이다. 바로

‘사기꾼-. - P42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그 ‘사기꾼‘을 미워했던 이유는, 아마 그녀가 엄마의 소중한 추억, 그 겨울날의 풍경을 파괴하는 사람이기때문이었던 것 같다. 만일 ‘사기꾼‘이 진짜 문용 옹주라면 그간 엄마가 믿어왔던 것이 무의미해질 테니까. 세 사람이 한방에 조용히앉아 있던 시간. 그 다정함. 믿음. 누군가가 잘되기를 바랐던 진심 어린 날의 추억. 그 모든 것이 말이다. - P43

3

다음해 나는 창현동 유치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 사고가 났다. 방학식 날이었다. 유치원 현관은 대부분의 관공서 건물처럼탁 트인 넓은 형태였는데, 그날 나는 현관 한쪽 벽에 기대서 있었다. 그 자리에서는 바깥 풍경이 훤히 보였다. - P50

다급히 웅크린 덕분인지 나는 다치지 않았다. 팔다리와 배, 가슴에 유조각들이 흩어져 있었으나 손등을 조금 긁힌 것 빼고는별일이 없었다. 하지만 부모님이 정말로 마음을 졸인 순간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아빠가 바닥에 누워 있는 나를 조심스레 안아올리자, 내가 말했던 것이다.
"아빠, 소리가 안 들려 - P52

청력은 이틀 만에 돌아왔다. 부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귓속에 유릿조각이 들어가지도 않았고,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는데도 내가 계속 소리가 안 들린다고 했으니까. 엄마는 많이울었다. 그리고 내가 적막 속에서 보낸 시간이 너무 길다고 생각했는지, 며칠 동안 쉬지 않고 말을 걸었다. 하지만 부모님의 생각과 달리 이틀의 시간이 그저 조용하기만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시끄러웠다. 세상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뿐이다. - P53

나이를 먹으면서 이상한 소리를 듣는 일은 줄어들었다. 사고는 몇 번 더 있었다. (중략).
하지마누내 안에 뭔가 남아 있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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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느 성별 그리고 연령대를 대상으로 한 것일까.

케이스 19 비교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고 하지 마라

무슨 일에서든 ‘내가 당신보다 한 수 위‘라고 어필하는 사람들이 있다. 신경 끄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화가 나기 마련이다. - P171

걸핏하면 ‘내가 너보다 잘났어‘라고 은근슬쩍 어필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것이다. 겉으로는 ‘자랑‘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면서실제로는 자랑하고 싶은 심리. 그것을 감추지 못하는 것이다.

자랑하는 심리에 대해서 라로슈푸코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은 보통 칭찬받고 싶어서 칭찬하는 것이다.‘
즉, 타인을 칭찬하는 사람의 마음속에는 자신이 칭찬받고싶다는 소망이 들어 있는 것이다. 이런 서열 경쟁에 대처하는방법은 ‘서열 매기기에서 이탈하는 것‘이 최고다. - P172

칭찬받고 싶다는 말이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은 상대는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서는 안 된다. 그런 일을 당하면 상대는 짜증이 나고, ‘눈치 없는 둔감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원하는 대로 칭찬해주고 서열 경쟁에서 빠져나오자. - P173

케이스 21 피해자 코스프레하는 사람
내가 가해자가 아니라는 걸 확실히 해둔다

악의가 있어서 한 말이 아닌데 갑자기 토라져서 나를 무안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피해자인 척하는 사람‘의행동을 보면 마치 내가 막말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져서 기분이 나빠진다. - P179

어쩌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진정한 소통이란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내 마음을 알아줄 거라고 기대하지 않는편이 속 편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사람에게 내 마음을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그런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야.
그렇지만 네가 오해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부드럽게 말해보자. 어쨌든 ‘악의는 없었다‘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해야 된다. - P180

인간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무조건 옳고, 다른 한쪽은 무조건 틀린 경우는 없다. 사람도 그렇고 사건도 그렇고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다. 흑과 백으로 극명하게 나눌 수 있는 경우보다는 양쪽 다 회색인 경우가 훨씬 많지 않은가. 그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 P181

케이스 22 친구인 척하며 공격하는 사람

상대가 프레너미라면 안녕을 고하라

친구인 척하며 공격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프레너미‘라는 신조어가 있다. 친구(friend)와 적(enemy)의 합성어인데, 요즘이런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하니 걱정스럽다.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면 그 상처는 대단히 깊어 오래간다. - P182

 오래된 친구여도 어쩔 수가 없다. 세상에는 그만 끝내도 되는 관계가생기게 마련이다. 이런 친구가 주변에 있다면 같은 공격을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는 의미에서 최후통첩을 해두는 것이 좋다. "그런 짓은 관둬. 나는 더 이상 너를 못 믿어"라는 식으로말이다.
오히려 ‘이 친구는 더 이상 내 친구가 아니다. 끝내도 좋다‘라고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더 편안해진다. - P183

6장

가까울수록
예의를 지키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상처 주지 않으면서 할 말은 하는,
가족 대화술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전하기 위한 대화

가장 가까우면서도 사실은 가장 먼 사람들, 그들이 바로 가족이다. 부모, 형제, 부부 같은 지붕 아래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보고 살아도, 마음이 한번 어긋나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들. - P186

중요한 것은 어떤 트러블이 생겨도, 정말 용서하기 어려운 공격을 받아도 가족관계는 끊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상대를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잘 전달하면서 답답한나의 심정도 토로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 P187

케이스 23 엄마의 심한 말
‘상처받았다‘고 확실하게 말하라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빠와 아들보다 미묘하다.
엄마는 딸을 어떻게든 자신의 생각대로 하려고 한다. 딸은 자유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엄마를 쉽게 버릴 수도 없다. 이 문제는 인류가 탄생했을 때부터 존재하는 것 같다. - P188

그런데 "다 너를 위해서야"라는 엄마의 말은 ‘너를 지배하고 싶어‘라는 말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메시지도 있다. 그것은바로 ‘나를 버리지 마‘이다. 심한 경우에는 ‘나보다 행복해지면 안돼‘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 P189

이것이 바로 정신분석가이자 프로이트의 딸인 안나 프로이트가 말한 ‘공격자에 대한 동일시‘라는 메커니즘이다.
피해자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똑같은 방식으로 또 다른 사람에게 가해자가 되어 자신이 과거에 느꼈던 불안감이나 무력감을 극복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집단 괴롭힘을 당했던 아이가 추후에 가해자가 되는 경우와 같은 메커니즘이다. - P191

케이스 25 불평하는 시어머니
남편이 내 편이라는 것을 피력하라

고부간의 갈등은 역사가 길지만 언제나 새로운 문제이기도하다. 과거에는 며느리 입장에서 무조건 복종하는 것이 미덕이었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양상으로 바뀌는 추세다.
시어머니에게 어떻게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야 하는 시대가된 것이다. - P196

우선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한 남자(시어머니에게는 아들, 며느리에게는 남편)를 둘러싼 삼각관계라는 것을 잊지 말자. 시어머니 입장에서는 며느리에게 ‘소중한 아들을 뺏겼다‘는 심리를 갖고 있다. - P197

그러나 침착하게 생각해보면, 며느리 쪽이 절대적으로 승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생물학적으로 며느리 쪽이 압도적으로 젊다. 먼저 죽을 확률도 시어머니가 월등히 높다. 며느리쪽이 절대적으로 이길 수밖에 없다.
어떻게 보면, 시어머니는 자신이 이미 졌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더욱더 ‘요리는 내가 더 잘해‘, ‘육아 경험은 내가 더 많아‘라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 P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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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우선 나의 태도를 바꿔라
- 말과 행동은 그에 따라 온다.

기대하는 반응을 보이면 지는 것이다.

우선 공격한 사람의 심리를 생각해보자. 그 사람은 자신의공격이 도달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어 할 것이다. 듣기싫은 말을 하고 나서 상대방이 움찔하거나 욱하거나 상처받는 것을 보고 싶어 한다.

상대가 부르는 싸움판에 올라가지 마라

시인 데라야마 슈지(寺山脩司)눈
‘정신 차리고, 분노하라‘라고 말했는데 확실히 지당한 말이다. 공격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감정이 격해져 싸움판에 올라가는 것은 바로상대가 바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냉정하게 ‘제정신으로 분노하고, 제정신으로 대꾸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 P54

애티튜드 1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생각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냉정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우선 ‘상대방이 왜 이런 말을 할까?‘ 분석해보자. 상대의 기분을 간파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타입인지 알아야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그 옷은 예쁘긴 하지만 내년 되면유행이 지나가겠네"라고 말하는 친구가 있다고 치자. 이 친구는 선망 타입이다. - P56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사람은 타인을 공격하지 않는다. 만족스럽지 못하거나 비뚤어진 마음을 안고 있는 사람만이 탔인을 공격한다.

그러므로 내가 만약 공격을 당했다면, 나를 공격한 그 사람에게 자신이 불행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방어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 P57

애티튜드 2 그 사람의 감정은 그 사람의 것이다

내가 공격을 받았을 때는 ‘내 탓이야‘, ‘내가 나빴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타인을 공격하는 사람들은 ‘당신이 나쁘다. 당신한테 이런 나쁜 점이 있으니까 내가 당신을 비난하고,
책상을 두들기고 있는 것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다. 당신이 죄책감을 느끼게끔 만드는 발언이다. - P59

앞 장에서 설명한 ‘비극의 주인공‘ 타입은 주로 ‘나는 정말불쌍한 사람이야‘, ‘나는 약자이고 피해자잖아‘라는 메시지를피력하면서 당신의 감정을 공략한다. (중략). 바로 이런 사람을 대할 때 감정의 ‘선긋기‘가 필요하다. - P60

‘당신의 감정과 나의 감정은 다릅니다. 당신과 나는 다른 인간입니다.‘
이런 자세로 감정의 선 긋기를 확실히 해야 한다. - P60

애티큐드 4 모든 사람에게 겸손할 필요는 없다

공격적인 사람, 타인을 괴롭히려고 하는 사람, 악의를 갖고 있는 사람, 정말로 성격이 괴상한 사람 등등 살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 이런 사람들한테까지 호감을 얻고 인정을 받을 필요는 없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것 같지만 이런사람한테까지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사람을 나는 많이봤다. - P65

마키아벨리는 『정략론』에서 ‘다른 인격을 연기하는 것은경우에 따라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항상 좋은사람‘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다른 인격이 되는‘ 것이 현명한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하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런 사람한테는 ‘너무 좋은 사람‘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게 옳다. - P66

마키아벨리도 ‘겸손의 미덕으로 상대의 거만함을 이길 수있다고 믿는 자는 잘못을 범하게 된다‘라고 썼다. 겸손의 미덕으로 공격적인 상대를 쳐부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내가 겸손하게 처신하면 상대도 태도를 바꿀 것이다‘라고 생각했다가는 내가 먼저 파멸하게 된다. 예를 들어 ‘사디스트‘ 타입은 처음부터 공격에 절대 저항하지 않고 반격하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사람‘만을 골라 공격한다. - P67

3장

어떤 상대도 두렵지 않은 ‘7가지 대화 작전‘

어떤 막말에도 대응법이 있다

 자기 자신의 마음을 지키면서도 상대의 공격을 ‘겉돌게‘ 만드는 기법이다. 갈등과 흥분으로 고조되는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 더 나아가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기술이다. 즉 ‘싸워서 이기는법‘이 아니라 ‘싸우지 않는, 싸움을 피하는 어른의 대응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현명한 말‘을 선택해야 한다. - P76

작전 1 반사하기

상대의 말을 그대로 되돌려준다.

빈정거리거나 싫은 소리, 잘난 척하는 대사를 날리는 사람의속마음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하겠다. 그 속에는 공포와 선망,
자신이 우위에 서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것을 거꾸로이용하면 아주 효과적이다.
바로 상대의 발언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이다. - P78

작전 2 사오정처럼 반응하기

전혀 다른 화제를 꺼내 상대의 말을 무력하게 만든다

욱하게 만드는 모욕적인 한마디, 도발적인 말, 쓸데없는 험담.
이런 싫은 대화에서 벗어나는 재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바로
‘사오정 작전‘이다. 말귀를 못 알아듣고 엉뚱한 답변을 하는사오정처럼 말해보는 것이다. - P81

작전 3 화살 피하기

상대에게 그건 내가 들어야 할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부당한 공격을 가하는 사람들은 무언가 가슴속에 욕구 불만을 안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그것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지 않고는 못 견디는데 운 나쁘게도 내가 걸려든 것이다.
‘굳이 칭찬해주기‘로 자존심을 높여주고 그 사람의 욕구 불만이 해소되게 도와주면 된다. - P85

작전 5 주위를 내편으로 만들기

사적인 곳에서 겅개적인 곳으로 이동하라

애초에 공격이라는 것은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양자 관계에서 일어난다. ‘가해자‘가 ‘다른 사람은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면, 공격에 점점 더 속도가 붙어 제동을 걸 수 없게 되고 ‘피해자는 점점 더 괴로워진다.
이때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이면, 단번에 분위기를 바꿔버릴 수 있다. - P90

작전 7 상대방의 기대를 저버리기

공격할 의지를 무너뜨려라

 즉, 자신의 언행으로 상대가 ‘불행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니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은 ‘당신이 그런 말을 해도 나는하나도 신경 안 써요‘, ‘당신이 그런 공격을 해봤자 내 행복과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라는 메시지를 담은 말과 태도를 전달하는 것이다. - P96

5장 ‘불편한 그 친구‘와 능숙하게 멀어져라

저절로 좋은 친구만 남기는, 말의 기술

사생활에서 마암에 거슬리는 그 사람

일반적으로 친구 사이란 ‘대등한 관계다.
그래서 더욱 거리낌없는 말을 듣는 경우도 많다. 친한 친구사이라서 더욱 감정적이 되거나 배려심 없이 말하는 일도 발생한다. - P146

어느 한쪽이 억지로 참아야 하는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상대와 관계를 지속하고 싶다면 작은 ‘공격‘ 정도는 못 본 척하는 게 나은 경우도 있지만, 참을 수 없는 정도라면 관계를 끊는 것도 현실적인 대처법이다.
그런 ‘불편한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는 어떻게 해야할까? - P147

케이스 13 내 뒷담화륵 하고 다니는 사람

‘눈치챘다‘고 살짝 흘리기

평소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 내가 없는 곳에서 내 뒷담화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충격은 매우 크다.
이런 일을 당하면 사람이 싫어지고 방황하게 되는데 낙담하지 않고 잘 대처하려면 어떡해야 할까? - P148

뒷담화에는 자기애, 선망, 이득 이 세 가지가 얽혀 있는 경우가 많다.
자기애는 남을 험담하면서 상대를 깎아내리고 자신이 우위에 있으려고 하는 심리이다. 선망은 상대를 부러워하는 기분으로, 성공했거나 눈에 띄는, 여성이라면 외모가 훌륭하다는장점을 갖고 있는 사람이 그 대상이 되기 쉽다.
이득은 상대를 깎아내려 출세 코스에서 뒤처지게 만들어자신의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심리이다. - P149

뒷담화를 주고받는 ‘무리‘에 한 번 들어가게 되면 빠져나올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무리‘에서 빠져나오면 자신이 그 다음 뒷담화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닌가 걱정도 될 것이다. 사실 상대도 이쪽이 빠져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을 간파하고 끌어들이는 것이다.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 P150

케이스 18 다른 사람을 앞에서 면박을 주는 사람

주변 사란들이 다 듣게 말한다.

악의가 있든 없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알리고 싶지 않은 것‘
을 폭로하거나, 무례한 말을 들으면 참기가 어렵다.

이런 행동은 보통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창피를 줘서 자신이 우위에 서려고 하는 것이다. ‘나는조금 먹고 여성스러워‘, ‘내가 더 어리고 매력적이야‘라고 과시하면서 기뻐하는 것이다.
이런 상대에게는 어른답고 의연하게, 미소로 차단해버리는 방법도 있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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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89 메밀눈 작고 모질게 생긴 눈.

(전략). ‘메밀눈‘은 뾰족하게 모가난 메밀에 눈의 모양을 빗댄 말이다. 별로 좋지 않은 느낌을주는 눈이다. 이 밖에도 우묵하게 생긴 눈은 ‘움펑눈‘ 이라하고, 위로 치째진 눈은 ‘갈고리눈‘, 화가 나서 눈시울의 모가 험상스러운 눈은 ‘갈퀴눈‘ 또는 ‘낚시눈‘ 이라 한다. 모두 매섭게 생겨 인상이 좋지 않은 눈의 모양을 나타내는 말들이다. - P183

0591 민낯 여자의 화장하지 않은 맨얼굴.

(전략). 민낯‘에서 ‘민‘은 ‘꾸밈새나 덧붙어 딸린 것이 없음‘ 을 나타내는 접두어다. ‘민머리‘, ‘민다래까‘, ‘민날‘ 따위의 민이 모두 그런 뜻으로 쓰였다. 한편 접두어 ‘민‘은 닳아서 모지라지거나 우둘투둘하던 것이 평평하게 됨을 뜻하기도 한다. - P184

0592밸 창자의 속어.

밸‘은 ‘배알‘의 준말이다. 작은창자는 가는 밸‘ 이고, 큰창자는 ‘큰 밸‘이다. 밸은 창자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지만, 구겨지고 꼬인 마음의 상태를 나타내기도 한다. 그래서 창자가꼬인 것처럼 마음이 꼬이는 것을 밸이 꼬이다‘ 라고 한다.  - P185

0594 살품 옷과 가슴 사이의 빈틈.

바짓부리나 소맷부리도 옷과 몸 사이에 틈이 생기지만 이를 ‘살품‘이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굴곡이 진 여자의 젖가슴 부위와 옷 사이에 생기는 틈을 ‘살품‘이라 한다. 흔히 목둘레가 헐렁한옷을 입고서 약간 엎드리는 자세를 취할 때 살품이 크게 생기는데, 어느 정도 성적(性的)인 느낌을 담고 있는 말이다. - P186

0596 염통 ‘심장‘의 순우리말.

‘손톱 밑에 가시 드는 줄은 알아도 염통 밑에 쉬 스는 줄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정작 보이지 않는 큰일이나 손해는 깨닫지 못한다는 뜻이다.  - P187

0602회목 손목이나 발목의 잘록한 곳.

‘목‘은 어떤 것이 갑자기 잘록해진 부분을 말한다. 몸통과 머리를 연결하는 목의 생김도 그렇다. 이와 구별하기 위해 손과 팔,
발과 다리 사이의 잘록한 부분은 ‘회복‘이라 한다. - P190

0606걸때 몸피의 크기.
(중략).
0609 나룻 수염을 예스럽게 이르는 말.
(중략).
0616 만경되다 눈에 정기가 없어지다.
(중략).
0618 몸바탕 사람의 체질. - P191

0627본치 남의 눈에 띄는 태도나 외모.
(중략).
0629 안개눈썹 숱이 많지 않고 빛깔이 엷은 눈썹.
0630 엄장 풍채가 있는 커다란 덩치
(중략).
0635 참살 건강해서 단단하고 포동포동하게 찐 살.
0636 청승살 팔자 센 늙은이가 몸에 어울리지 않게, 청승스럽게 찐살. - P192

0641 궃기다 상사가 나다. ‘죽다‘의 존댓말. 일에 헤살이 들어 잘 되지 아니하다.

누군가 죽은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는 것을 ‘부고(訃告)‘ 또는 ‘부음‘이라 하는데 이를 ‘긴 소식‘이라 한다. ‘궃기다‘는 ‘궃다‘에서 갈라진 말이다. - P194

0647 몸풀이 해산하다. 아이를 낳고 몸조리하는 상태.
몸은 생명을 지닌 육신을 말한다. 따라서 ‘몸을 푼다‘는 것은 뱃속의 생명이 세상에 나오는 것을 뜻한다. 더불어 몸풀이‘
는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산후 조리를 하는 단계를 두루 뜻하는 말이다. - P197

생리현상

0662 군입 아무것도 먹지 않은 맨입.

때도 없이 군음식으로 입을 다시는 것을 ‘군정‘ 이라 하고 그런 짓을 ‘군입정질‘, 줄여서 ‘군입질‘이라 한다. 오늘날의 ‘군것질‘과 비슷한 말이다. 그런데 보통 군것질은 정상적인 끼니외에 먹는 것을 말하는 데 비하여, ‘군입질‘은 말 그대로 끼니를 제대로 못 먹어서 굶주린 입을 무언가 간단한 음식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 P200

0664 백태 몸 안에 생긴 때를 점잖게 이르는 말. - P201

0666 생목 먹은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입으로 올라오는, 삭지 않은 음식물이나 시큼한 위액.

보통 음식을 급히 먹거나 국물 없이 강다짐(마른 밥)을 먹었을 때일어나는 생리현상이다. 흔히 ‘생목 오르다‘ 라고 한다. 위 속에 들어간 음식물이 위액과 섞이지 못하고 역류하는 것으로, 체한것과는 다른 생리현상이다. - P202

06711주럽 피곤하고 고단한 증세.

극도로 피곤하고 고단한 증세가 몰려오는 것을 ‘주들다‘ 라고한다. 또 주립이 든 고단한 몸을 쉬게 하여 피로를 푸는 것은
‘주립떨다‘ 라고 한다. 주립을 떨쳐낸다는 뜻이다. 한편 주립은 주로 사람의 몸 상태에 대해서만 쓰는 말이다. - P204

0672 주접 여러 가지 이유로 생물체가 쇠해지는 상태.

‘주접‘은 ‘주립‘과는 뜻이 다르다. 식물이나 작물 따위의 생물체가 잔병이 많아서 잘 자라지 못하거나 기를 펴지 못하고 시들어가는 것을 ‘주접들다‘ 라고 한다. 작은말은 ‘조잡‘ 이다.
그런데 ‘주접‘은 오늘날 대부분 사람의 행위와 관련되어 쓰인다. - P205

0686 지개미 술을 지나치게 마시거나 열이 있을 때 눈가에 끼는 눈곱. - P206

사람에 대한 별칭

0690 눈딱부리 유달리 툭 비어져 나온 큰 눈, 또는 그런 눈을 가진 사람

눈방울이 크고 눈에 열끼가 있는 강렬한 사람의 인상을 말할때 ‘부리부리하다‘고 한다. ‘눈딱부리‘ 는 바로 그런 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줄여서 딱부리‘ 라고도 하며, 그렇게 생긴 눈을 딱부리눈‘이라 부르기도 한다. - P209

0691늦깎이 나이가 들어서 중이 된 사람.

오늘날 ‘늦깎이‘는 나이가 들어서 어떤 전문적인 분야에 나아간 사람을 일컫는 말로 흔히 쓰인다. (중략). ‘늦깎이‘는 원래 나이가 들어서 중이 되기 위하여 머리를 깎은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즉 머리를 ‘늦게 깎았다‘는 것이다. - P210

0695 따라 키와 몸이 매우 작아 풍채가 보잘것없는 사람.

‘따라지‘는 단지 사람의 겉모습만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키와 몸집이 작더라도 정신세계가 드높고 당당한 사람은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마음이나 몸이나 모두 왜소하여 볼품없는 사람을 일러 ‘따라지‘라고 한다. - P211

0697 연생이 잔약하고 보잘것없는 사람이나 물건. - P213

0698 텡쇠 겉으로는 튼튼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허약한 사람.

‘-쇠‘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거나 일반적으로 신분이 낮은 사람을 일컫는 접사인데 ‘돌쇠‘, ‘마당쇠‘ 등이 그와 같은 예이다.
그런데 고대에서 이 ‘-쇠‘는 왕의 이름으로 쓰일 정도로 지체높은 사람에게 쓰이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조선 시대에 와서
‘개똥쇠‘, ‘무적쇠‘ 처럼 주로 하인을 부르는 이름으로 쓰이게되었고, 근래에 이르러서는 천한 사람의 이름으로 아예 굳어져버린 것이다. 이처럼 ‘쇠‘의 쓰임이 크게 변한 것은 조선조 이후 우리말을 경시해온 사대주의 풍조 때문이었다. 한편 뎅‘은 비어 있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텅 비어 있다‘에서 ‘텅‘과같은 뜻의 말인데, 두 말이 합쳐져서 속이 텅 빈 사람‘ 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다. ‘쇠‘와 비슷한 뜻을 지닌 말로는 ‘탱보‘가 있다. - P214

0703 돌림쟁이 남에게 따돌림을 받는 사람을 홀하게 이르는 말. 요즘의 속된 말로 ‘왕따‘.
(중략)
0705 떨거지 일가친척붙이에 딸린 무리나 한속으로 지내는 사람들.
0706 떨꺼둥이 재산을 모조리 털어먹거나 의지하던 곳에서 맨손으로 쫓겨난 사람. - P216

행위와 성격에 따른 변말

0713 거통 별 능력도 발휘하지 못하면서 큰소리치며 거들먹거리는 사람.
‘거통‘은 본디 당당한 생김새를 이르는 말이나, 좋지 않은뜻으로 더 많이 쓰였다. 그래서 ‘건방진 태도‘를 ‘거통‘이라하고, 또 지위는 높으나 아무런 실권이 없는 처지‘를 일러거통‘이라 하였다. ‘거통과 비슷하게 쓰이는 말 중에 ‘똥항아리‘라는 것이 있다. 지위만 높고 아무런 능력도 없이 허송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 P217

0715 고드름장아찌 언행이 싱거운 사람을 농으로 일컫는 말. - P218

0717 두절개 두절 사이를 오가는 개.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하는 사람.

절간이라는 곳은 승려가 수도를 하는 곳이므로 먹을 것이 풍족하지 않다. (중략). 두 절 사이를 오가는 개는 더욱 딱하다. 사람들이 서로 미루게 되니, 두절개는 어디서도 얻어먹지 못하고 이곳저곳 눈치만 보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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