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보고 있다.
마음에 드는 부분만 읽고, 다른 부분은 다음 기회에.
표지에 그려진 데미안 허스트의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과 비슷한 이 작품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여러 일화 등을 보면서 최근 영화 ‘더 셰프‘에 나왔던 빵 요리, 생텍쥐페리의 대표 소설 중 하나인 ‘어린왕자‘ 중 일부가 뒤상의 ‘샘‘과 관련되었다는 것을 알아갑니다.
그래도 서양중심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레디메이드˝사상이 시작되었다고 하는 건 좀 많이 과장으로 보입니다.


"선택하고, 이름을 붙이고, 새로운 견해를 제시한다." 마르셀 뒤샹이정한 ‘현대미술의 규칙‘은 항상 그 기저에 있으며 이는 변함이 없다. 감상자가 작품을 해독하고 해석하는 행위가 있어야,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는 구도도 거의 정착되었다. 그렇지만 시대는 변하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미술의 표현 방식도 바뀌어간다 - P12

현대미술 입문서를 펴보면, 보통 마음을 얻고 느끼는 대로 작품에가가면 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이러한 입문서는 강경파 전문가에게는 모진 평판을 듣기 일쑤다. ‘느끼다가 아니잖아. 현대미술사를 배워야지. 라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느끼는 대로는 꽤 괜찮은 조언이라고 생각한다. 감상할 때 인간은 느끼는 것밖에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인데, 문제는 느끼다‘란 무엇인가라는 점이다. 시끄럽다. 조용하다 / 밝다. 어둠다 / 멜다. 가깝다 / 크다. 작다 / 네모나다 - 동그랗다 / 하얗다. 빨갛다 · 검다/밉다. 춥다 / 뜨겁다. 차갑다 / 아프다 / 달콤하다 / 맵다 / 쓰다/냄새난다 등등... 이것들은 모두 감각기관이 수용하는 정보나 자극에의해 생기는 ‘느낌‘, 즉 1차적이고 반사적인 지각이다.
다음으로 상쾌하다 / 좋다 / 우울하다 / 기분 나쁘다 / 아름답다 / 못생겼다 / 평범하다 / 촌스럽다 / 사랑스럽다 / 흐뭇하다 / 얄밉다 / 화난다 / 기쁘다 / 웃기다 / 슬프다 / 외롭다 / 공감하다 / 반감을 느끼다등의 ‘느낌‘이 있다. 1차적인 ‘지각‘에 비해, 이것들은 지각한 대상이 자신에게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판단하고 해석한 2차적이고 감정적인 인지‘이다. - P378

5장에서 인용했던 미학자이자 미술사가인 티에리 드 뒤브, 그리고 비평가인 보리스 그로이스의 말을 한 번 더 짚어보자. "레디메이드를 앞에 두고, 관중 쪽이 작가보다 늦는다는 점을 제외하면, 작가는 관중과 다른 위치에 있지 않다."(티에리 드 뒤브). "예술가는 이상적인 예술생산자에서, 이상적인 예술 감상자로 변모했다."(보리스 그로이스).
즉, 아티스트는 감상자와 같은 위치에 있다. 아니, 이런 표현은 아티스트가 마치 후퇴한 것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는 오히려 관중쪽이 진보하고 있다(혹은 ‘진보되고 있다‘). - P372

그렇다면, 현대미술을 작품으로 보이게 하는 최소의 조건은 무엇일까? 1960년대에 일세를 풍미했던 미니멀아트의 대표적 아티스트 중 한명이며, 이름난 논객이기도 했던 도널드 저드가 1966년에 한 말이 널리 알려져 있다. "누군가가 자신의 작품은 아트라고 하면, 그것은 아트이다." 이것이 레디메이드 시대의 아트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의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된다. 정의로서는 옳을 수 있지만, 아트의 질이나 가치는 전혀 보증하지는 않는다.
희대의 큐레이터 얀 후트는 "좋은 작품은 답을 주지 않는다. 질문을 던진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말이 시사하는 바는 뚜렷하다. 뛰어난현대 아티스트는 감상자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보고 있는 작품이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찾아내지 않으면 안된다. - P384

또 다른 일화는 더욱 강렬하다. 한 다도회에서 리큐는 물만 넣고 꽃은 꽂지 않은 꽃병을 손님에게 보여줬다고 한다. 꽃은 당신들의 머릿속에 있으니, 상상해서 감상하라는 것이다. 5 뒤샹은 눈만을 즐겁게 하는것이 아니라, 정신 · 지성 · 상상력에 호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설파로
‘망막적 회화‘를 비판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리큐는, 손님의 상상력을자극하기 위한 목적으로 다실의 취향을 구상하고 만들어냈다. 물론 리큐 또한 명품도 지니고 보물 자랑도 했을 테지만, 취향을 응집해 공들여 완성한 시츠라이로 손님을 대접하는 다도의 가장 큰 묘미란, 주인과 손님의 상상력을 매개로 한 주고받기, 즉 재치 있는 대화가 아닐까? - P3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상 친절한 경제상식 - 뉴스가 들리고 기사가 읽히는, 최신 개정판
토리텔러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대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난했습니다.
최근 읽은 청소년 책에 비하면 훨씬 좋았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언제나 성별 상관없이 ‘그‘를 사용한다. ‘그녀‘란 말은 엄밀히 말해서 익숙한 발음이 아니다. 한글로 적혀있고, 한국어이지만 말하거나 듣거나 할 때 모두 외국어로 들린다.

그런데 이처럼 동아시아 삼국이 공유하는 인칭대명사를 나는 요즘 번역어로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명사와 인칭대명사의 성구분이 남녀차별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그녀‘를 쓰지 말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대체로 번역가는 그 시대 표준 어문규범의 화신이고자 한다. 자기가 권력관계 안에서 어디에 있든간에 어문규범은 ‘대세‘를 따르려 한다. 내 입장도 그렇다. 보다많은 이가 스트레스 없이 무난히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를 안 쓰려니 무척 고통스럽다. 그간 ‘그녀‘가깔끔하고 효율적인 글쓰기에 얼마나 크게 이바지해 왔는지 새삼느끼고 있다. - P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어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눈에 띈 책.


인지과학과 뇌과학의 발전이 이런 발견을 가능케 했다. 우리에게 선천적으로 문법 유전자라는 것이 있고 나아가 정신 사전이라는 것도 있다니. 또 그걸 활용한 정신어로 사유하고 난 다음에 비로소 그것을 실제 단어와 문장으로 번역한다니. 그렇다면인류 최초의 번역가는 인류 자신이며 인류라면 누구나 번역가인셈이다. 단지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번역하지 않고 정신어에서 현실로, 현실어에서 정신어로 번역하는 것일 뿐. - P1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