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릴리프웹 Relief Web은 재해 지역 지원 사업에서 세계의 조정자 역할을 한다. 앞선 세대의 재해 피해자들은 그저 상상만하던 일이다. 비용은 4단계 납세자들이 충당한다. 우리가 자부심을 느낄 만한 일이다. 우리 인간은 마침내 자연재해에서 스스로를보호할 방법을 찾았다. 그러나 자연재해 사망자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 역시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따라서 이 역시 인류의 무지목록에 알려지지 않은 성공 이야기에 추가해야 할 항목이다. - P156
앞으로 뉴스에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갇힌 피해자의 끔찍한 모습을 보았을 때, 이 같은 장기적인 긍정적 추세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언론인이 카메라에 대고 "세계는 단지 더 위험해졌다"고 얘기할 때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원색의 헬멧을 쓴 해당 지역 구조대원을 보면 이렇게 생각해보라. ‘저들의 부모는 대부분 글을 읽을 줄 모른다. (후략).‘ - P157
거창한 진실과 큰 그림은 그 위험이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하지만 그 후에는 다시 과감하게 사실에 근거해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 뇌를 식히고 수치를 비교하면서 우리 자원이 미래의 고통을 멈추는 데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점검해야 한다. 자원배분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공포를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위험이 지금은 국제적 공조 덕에 우리에게 가장 적은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 P158
보이지 않는 4000만 대의 비행기
2016년에 총 4000만 대의 상업 항공기가 목적지에 무사히 착륙했다. 치명적 사고를 당한 항공기는 10대에 불과하다. 언론이 언급하는 항공기는 당연히 이 10대다. - P159
공포 본능은 워낙 강해서 전 세계가 협력해 위대한 발전을 이루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해마다 4000만 대의 무사고 비행기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설사로 죽은 아이들 33만 명이 텔레비전 화면에서 아무렇지도않게 사라지듯이. - P160
전쟁과 갈등
(전략). 오늘날 갈등과 그 갈등으로 인한 사망자는 그 어느 때보다 적다. 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기에 살고 있다. 끔찍한 이미지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뉴스만 봐서는 믿기 힘든 사실이다. - P161
2011년 3월 11일, 일본 해안 근처 태평양의 약 29km 해저에서 ‘지진단층 파열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일본 본토가 약2.5m 동쪽으로 이동했고, 이때 발생한 쓰나미가 1시간 뒤 일본해안을 덮쳐 약 1만 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쓰나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놓은 장벽을 넘었다. 후쿠시마는 온통 물로 넘쳤고, 전 세계 뉴스는 신체 손상과 방사능 오염의공포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후쿠시마를 탈출했지만 이후 1,600명이더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방사능을 피해 도망쳤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1,600명은 탈출 과정 또는 탈출 후에 사망했다. - P163
195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초기 환경 운동 당시, DDT가 먹이사슬에 축적되어 어류와 조류에도 침투한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인기 있는 훌륭한 과학 작가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은 이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저서 《침묵의 봄silent Spring》에서 자신이사는 지역에 있는 새의 알껍데기가 점점 얇아진다고 보고했다. 인간은 보이지 않는 물질을 살포해 벌레를 죽여도 좋다는 생각은, 그리고 이런 행위가 다른 동물이나 인간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신호를 당국이 외면한다는 생각은, 당연히섬뜩했다. 불충분한 규제와 무책임한 회사에 대한 공포가 촉발되었고, 세계적 환경 운동이 탄생했다. - P164
그러나! 대중이 화학물질 오염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거의과대망상 수준에 이르는 부작용이 생겼다. ‘화학물질 공포증chemophobia‘이라 부르는 현상이다. 사정이 이러니 오늘날에도 아동 예방접종, 원자력, DDT 같은주제를 사실에 근거해 이해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불충분한 규제를 기억하다 보니 저절로 불신과 공포가 생겼고, 이 때문에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에 귀 기울이는 능력이 마비되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나는 사실에 근거해 주장해볼 참이다. - P165
방사성물질 유출로 사망한 사람은 한 명도 없지만, 그것을 피해 탈출하다 사망한 노인은 1,000명이 넘는다. DDT는 해롭지만, DDT가 직접 원인이 되어 사망한 사람이 몇 명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1940년대에는 이루어지지 않다가 이후에 실시된 유해성조사를 바탕으로 2002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497쪽분량의 《DDT, DDE, DDD의 독성 분석 Toxicological Profile forDDT, DDE and DDD》을 펴냈다. 2006년에는 세계보건기구가 드디어 모든 과학적 검토를 마치고 질병통제예방센터와 마찬가지로DDT를 인간에게 ‘미약하게 해로운 물질로 분류하며, 많은 상황에서 건강에 해로운 점보다 이로운 점이 많다고 보고했다. - P166
화학물질 공포증 탓에 6개월마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이 나오기도 한다. 흔히 먹는 음식에 합성 화학물질이 극소량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치사량에 이르려면 그 음식을 3년 동안 날마다 화물선 한두 척 분량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도 배웠다는 사람들이 레드 와인을 마시며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이 문제를 토론한다. 그 물질을 먹고 죽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은 이 토론의관심사가 못 된다. 공포의 정도는 전적으로 보이지 않는 물질이라는 ‘화학물질‘의 본질에서 나오는 듯싶다. 11 - P167
테러
(전략). 테러가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4단계에서는 줄고 있다. 2007년부터 2016년까지 4단계 나라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1,439명이었다. 그 전 10년 동안은 4,358 명이었다. 여기에는 최악의 테러인 2001년 9.11 사태로 사망한 2,996명도 포함된다. 그 사건을 제외하면 두 번의 10년 주기 동안 4단계 사망자 수는거의 같은 수준이다. - P170
2001년 이후로는 항공기 납치 테러로 사망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사실 4단계 나라에서 테러보다 적은 사망자를 낸 사망 원인은 찾기 어렵다. 지난 20년간 미국 땅에서 테러로 사망한 사람은 3,172명으로, 한 해 평균 159명이다. 같은 기간미국에서 음주로 사망한 사람은 140만 명으로 한 해 평균 6만9,000명에 이른다. 아주 공정한 비교는 아닐 수 있다. - P171
갤럽이 2001년 9월 11일 이후 일주일 동안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미국 사람 51%가 자기 가족도 테러에 희생될 수 있다고 걱정했다. 14년이 지나도 그 수치는 변함없이 51%다. 오늘날에도 사람들은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직후와 거의 같은 수준의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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