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지각 시스템과 상호 작용하여 사람이 보고 있는, 혹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지각이 바뀌면 그 사람은 잘못된 행동을 택할 수가 있는데, 그 결과는 때로 치명적이다. 이는 두려움에 의해 행동이 억제되는 것보다훨씬 더 위험하다. - P139
1986년 1월 28일, 우주왕복선 챌린저호가 발사 직후 폭발했을 때전 세계 모든 사람들은 잘못된 결정과 행동에 따른 치명적인 결과를 목격했다. 사후 조사의 선두에 섰던 사고조사위원회는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하고 우주여행과 관련된 위험을 과소평가한 미항공우주국NASA의 문화가 큰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 P139
티오콜사와 미항공우주국 내의 그렇게 많은 엔지니어들이 고무링에 대해 걱정했는데 왜 아무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을까? 미항공우주국은 안전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었지만, 대통령 조사위원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그것은 아주 비효율적인 것이었다. 빠듯한 비행 스케줄을 맞춰야 한다는 심한 압박감 때문에 안전 프로그램을 뒷전으로 미루기 일쑤였던 것이다. - P141
물리학계의 상식파괴자, 리처드 파인만
노벨상을 수상한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 출신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은 챌린저호 참사가 미항공우주국 경영진의 잘못임을 분명하게 밝혀냈다. 그는 고무 링 조각이 얼어붙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 의회 의원들 앞에서 시연했고, 지극히 솔직한 태도로 대중의 영웅이 되었다. 당시 파인만은 물리학계에서 상식파괴주의로 이미 이름을 떨치고 있었다. - P142
파인만의 정신적 지주였던 로버트윌슨 Robert Wilson 은 곧 시작될 맨해튼 프로젝트*에 파인만을 끼워주었다. 윌슨은 이렇게 회상한다. "파인만의 계속되는 회의론, 그 어떤 권위적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그의 의지가 그 프로젝트에서는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⁵ 실제로 그랬다. 파인만은 수학적 재능을 인정받아 긴 계산식을 척척 풀어내야 하는 연구팀을 책임지게 되었고, 정답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도 오류를 잡아내어 사물을다르게 볼 줄 아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었다. - P143
5 제임스 글리크의 《천재 :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 (뉴욕, 판테온북스, 1982년)을 140쪽을 참조하라. - P353
그는 무한대에서부터 무한소수로 접근하거나 색다른 방향에서 수학식에 접근하는 등 독특한 관점에서 계산식을 바라보았다. 로버트 오펜하이머* 마저도 "모든점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물리학자라고 평하며 파인만을 주목했다.⁶ - P144
6 제임스 글리크의 《천재 : 리처드 파인만의 삶과 과학>(뉴욕, 판테온스, 1982년), 184쪽 - P353
다수에 굴복하는 한 사람
파인만은 평생을 상식파괴자로서 당당히 살다 갔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은 자기만의 의견을 홀로 밀고 나가기가 쉽지 않다. 앞장에서 본 대중 연설에 대한 두려움처럼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 역시 인간의 두뇌에 깊숙이 박혀 있다. - P145
물론 집단에 소속되면 좋은 점도 많다. 그중 하나가 다수에 속해있을 때 느껴지는 안도감이다. 왜 두뇌가 그처럼 자신의 의견을 선뜻포기해버리는지는 수학적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통계적인 측면에서보면, 집단의 행동은 개인의 행동보다 더 옳을 가능성이 높다. - P146
사회적 고립에 대한 두려움
애쉬는 사회심리학 영역을 홀로개척해나간 상식파괴자였다. 폴란드계 유대인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연구활동을 시작한 애쉬는 어떻게 그 많은 독일인들이 사람을몰살시키는 나치의 이데올로기를 흔쾌히 따를 수 있었는지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 실험으로 우뚝 선이후 수없이 비슷한 실험의 토대가 되었던 애쉬의 실험은 전혀 모호하지 않은 것을 본다 해도, 그리고 개인적인 이익이나 보복의 가능성이 없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집단에 동조한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 P152
지금은 누구든 ‘아무렴, 난 충분히 용감해서 내 관점을 고수할 수있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다. 애쉬의 실험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모두 집단에 동조한 것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리 용감하지 않아도 동조 여부는 자신의 선택 여부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고 우리가 믿는 것과는 달리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없다면 어떨까? - P153
애쉬 이후의 사회심리학자들은 동조가 대개의 경우 일종의 조건부 항복이라는 의사결정 단계에서 발생한다고 가정했다. 하지만 사회적 동조에 관한 논문 곳곳에서 지각이 변화된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 P153
신경과학자들은 기억, 감정, 주의력, 지각과 같은 신경생물학적인 과정들을 살피기 위해 기능성 MRI를 곧잘 이용했지만, 타인에 의해 우리의 시각이 바뀔 수 있는가라는 심상치 않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능성 MRI를 이용할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2005년 내 연구팀은 이 문제에 답하기 위해 애쉬 실험을 현대적으로 변형해서 ‘어떻게두려움이 지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¹⁰ - P154
10 <생물정신의학 58>(2005년)에 실린 그레고리 S. 번스와 동료들의 "머릿속으로 도형을 회전하는 동안 나타난 사회적 동조와 독립성의 신경생물학적 관련성" (245~253쪽)을 참조하라. - P353
권리장전*은개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모두가 사회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는 암묵적인 계약도 존재한다. 대표자 선출하기, 법 규범에 충실하기, 배심원을 통해 재판하기 등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의견의 차이는 허용하되 투표와 같은제도들을 통해 그 차이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런 모든 제도에는 개개인이 "자신의 의지대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이 놓여 있다. - P155
배우들의 얼굴은 그들 각각이 기록한 답과 함께 화면 오른편에 나타났다. 이 사례에서 두 개의 모형은 똑같은 것이다. 머릿속으로 회전해보면 이 둘은 똑같은 모양이 된다. 하지만 남들이 다 그 모양이 다르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착시가 생겨 도형의 동일성 여부를 잘못 판단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들의 눈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애쉬의 실험보다 약간 더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 시각 실험은 대개의 참여자들이 생각했던 것만큼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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